208년 역사의 글로벌 화학업체 듀폰이 최근 10년 동안 '그린스마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듀폰은 2004년 섬유사업을 매각하며 60년 주력 사업을 버리고 종자개발 등 농업사업과 대체에너지 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듀폰의 농업사업은 글로벌 위기 속에도 굳건했고 대체에너지 사업은 내년 처음으로 10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윌밍턴 델라웨어 듀폰 기술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은 엘런 쿨먼(사진) 듀폰 CEO는 "지난해 글로벌 위기 속에 모든 사업이 주춤하는 가운데에서도 듀폰의 농업사업은 최근 4년간 꾸준히 성장했다"며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 화학섬유회사에서 종합과학기업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듀폰이 개최한 이날 기자간담회는 전 세계 10여 개국 40명의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해 초 듀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가 된 쿨먼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도 신사업에 대해 14억달러를 R&D 투자로 집행했다"며 "R&D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무척 힘든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듀폰은 지난해 R&D 투자의 50%를 농업 부문에, 15%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사업에 쏟아 부었다.
이 회사는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한 데 이어 테플론, 라이크라 등으로 섬유업계 1인자가 됐지만 이를 미련 없이 접었다. 1997년 취임한 채드 홀리데이 CEO 이후로 식량 부족 현상을 내다보고 농업사업에 눈을 뜬 것이다. 2004년 77억달러에 종자회사 '파이오니아'를 인수해 가뭄과 병충해에 잘 견디는 옥수수 등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도박'에 가까운 이 결정 은 쿨먼 체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듀폰의 농업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31.8%인 83억달러로 6대 사업 부문 중 가장 크다. 금융위기로 지난해 모든 사업 부문이 부진했지만 농업사업은 매출이 2008년보다 3억달러 성장했다. 쿨먼 CEO는 "세계 인구는 곧 70억명을 넘어 2050년 90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현상은 듀폰이 설정한 '4대 메가트렌드'의 하나다. 메가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해선 화학, 생물학, 재료과학 등을 아우르는 복합 과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듀폰은 인구 증가를 비롯해 화석연료 대체, 인간ㆍ환경 보호, 신흥시장 성장 등을 4대 메가트렌드로 제시했다.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선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듀폰은 태양전지에 쓰이는 EVA, 백시트 등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쿨먼 CEO는 끊임없는 태양광 소재 개발을 통해 대체에너지 발전단가와 화석연료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혁신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2차전지 소재 개발에 이어 바이오연료 사업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듀폰은 올해 들어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이는 고성능 분리막 '에너게인'을 출시했다. 배터리 수명을 50%가량 연장시킬 수 있는 소재로 전기차 등에 쓰일 예정이다. 쿨먼 CEO는 "태양광과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성과를 알고 있다"며 "듀폰은 누구와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더욱 더 많은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 기회를 늘려가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400여 개의 신제품이 듀폰의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다. 최근 20여 년간 소재과학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쿨먼 CEO는 "최근 4년 동안 매출의 30%가 신제품에서 나오고 있다"며 "모두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생겨난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듀폰의 성장전략은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으로 요약된다. 아이디어 생성 단계(6~10년), 실현 가능성 시험 단계(4~6년), 제품 개발 단계(2~4년), 초기 상업화 단계(0~2년)를 거쳐 신제품이 연구소에서 나와 상업화 과정을 거친다. 쿨먼 CEO는 "향후 환경 규제는 듀폰의 새로운 기회"라며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시장도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듀폰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밍턴(미국)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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