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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 강국 칠레를 가다

ngo2002 2010. 9. 9. 08:49

칠레, 경쟁력없는 농가 도태시키고 기업농업으로 승부

부채 탕감 등 지원 대신 농가 뭉쳐 창업하게 유도

◆농축산 강국 칠레를 가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롱고빌로 사료공장.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칠레산 돼지고기의 90%를 공급하는 칠레 최대 농축산 기업 '아그로수퍼(AGROSUPER)' 사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사료량은 월 10만t으로 칠레 사료공장 중 최대 규모다.이곳에서 생산한 사료는 48시간 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아그로수퍼 농장으로 공급될 정도로 효과적인 수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옥수수, 대두 등 각종 사료 원료는 컴퓨터로 원산지, 수입날짜, 출하날짜, 물량 등을 관리하며 생산추적시스템이 적용되는 출발점이다. 사실 이곳은 아그로수퍼가 자랑하는 '100% 수직계열화' 시스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직계열화는 사료생산에서 사육, 도축,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관련 시설을 소유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우고 바렐라 사료공장 총책임자는 "칼슘 공급을 위해 육골분을 사용하지 않고 조개껍질에서 추출한 자연산 칼슘만 사용하는 등 사료에서부터 모든 위해요소를 제거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료문제로 불거진 칠레산 돈육의 다이옥신 사태에서 아그로수퍼가 비켜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 위생 시스템 도입한 도축공장 =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로사리오 도축ㆍ가공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병원 소독냄새가 진동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위생 시스템 때문이다. 하루 4300마리 돼지를 도축하는 이 공장에서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돼지고기의 70%가 도축된다. 이곳 공장의 핵심 가치는 철저한 위생과 검역. 안드레아 다카미야 아그로수퍼 아시아 사장은 "칠레 검역원이 파견한 수의사 20명과 우리 측 수의사 30명 등 총 50명의 전문가들이 상시 위생검역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장에서 시행하는 품질검사 항목만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화학 잔류물, ISO, 축산물 국가공인 인증, 미생물 관리 등 무려 8가지. 이 같은 안전시스템 덕분에 도축된 돼지 중 기준 미달은 전체 0.02%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렇게 도축한 돈육은 물류시스템을 통해 12시간 내에 신속히 배송된다.

칠레 최대 농축산기업 아그로수퍼의 로사리오 도축공장에서 한 직원이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하루 4300마리의 돼지가 도축되는 이 공장엔 칠레 검역원 파견 수의사 20명을 비롯해 총 50명의 위생검역 인력이 일하고 있다.

자본집약형 기업형 계열화 = 전문가들은 칠레가 농축산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으로 아그로수퍼 같은 대형 농축산 기업들을 꼽고 있다. 수출주도형 농축산업이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기업형 구조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칠레 농축산업은 소수 업체들이 내수는 물론 수출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시장을 형성하는 등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다. 돼지고기는 아그로수퍼 등 4개 업체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무려 95%. 사실 칠레 농축산업이 우리나라와 같은 농가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 80년대 농업위기를 극복한 결과다. 당시 칠레는 물가 폭등과 소비 격감으로 농민들이 빚더미 속에 생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때 정부가 선택한 정책은 농가 부채 탕감이나 보조금 지급이 아닌 여러 농민들이 힘을 합쳐 기업을 만들도록 하고 그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은 내수 소비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극복했고 결국 오늘날 중남미 대표적인 농업국가로 부상했다. 노수현 농림수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칠레는 수출지향적 축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본집약형 기업형 계열화체제가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 지원보다는 경영ㆍ생산 효율화와 적극적 투자를 통한 자율적 발전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다카미야 사장 역시 "칠레에서는 경쟁력 없는 농가나 농업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두드러진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와 기업인은 농업을 위기의 산업이 아닌 신성장 산업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롱고빌로ㆍ로사리오(칠레) = 윤원섭 기자]

2010.09.08 17:33: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