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취미로 시작한 텃밭가꾸기 이젠 직업됐죠"

ngo2002 2010. 9. 6. 10:06

"취미로 시작한 텃밭가꾸기 이젠 직업됐죠"

도시농업 새 바람…옥상·베란다 텃밭을 사업으로
신수동 주민들 기업 설립해 농산물 음식점에 판매
"도시락 등으로 사업키워 연말엔 80여명 고용할것"

서울 강동구 둔촌동 "강동구 친환경 도시텃밭"에서 주민들이 배추ㆍ무ㆍ파 등을 재배하기 위해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 등 텃밭을 가꾸고 있다. <사진 제공=강동구>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 4층 옥상. 손가락 한 뼘 길이의 배추, 쪽파, 갓 모종이 가로ㆍ세로 30~60㎝인 200여 개 상자 텃밭에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이평심 씨(56)가 대표로 있는 '신수동 행복마을 주식회사' 농장이다. 얼마 전까지 이씨는 아파트 베란다 등에 취미삼아 소규모로 상추 등을 심고 맛보는 전형적인 도심농부였다. 제법 농사짓는 실력이 생기자 그는 지난 5월 아예 농사에 관심이 있던 주위 사람들을 모아 기업을 설립했다. 덕분에 주부 경력 30년이 넘는 이씨에게 110㎡ 크기의 주민센터 옥상 농원은 새로운 직장이 됐다. 그는 "소일거리로 했던 농업이 직업이 된 셈"이라며 웃었다. 옥상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어 녹색채소를 심고 가꾸며 맛보는 도시농업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취미나 여가 수준을 넘어 도시농업을 컨셉트로 회사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도심농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씨 회사는 지역 주민 30명이 1인당 최대 100만원씩 투자해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현재 옥상 등 자투리 공간이나 실내 상자텃밭에서 생산한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등 친환경 농작물을 두부, 콩나물과 함께 판매하는 도시농업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역 주민이 만든 농작물인 점을 부각시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 팔리고 5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회사 측은 오는 10일 서울시에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고 맞춤형 도시락 등 사업을 다양화하면 올 연말엔 주민 80여 명을 고용하고 직원들에겐 80만원 정도 월급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동네에서는 2~3개 도시농업 전문기업 설립이 추가로 추진 중이다.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최국모 씨는 "지역 내 관공서나 아파트 옥상 등 방치된 땅을 활용해 블루베리 구기자 등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심어 인근 지역 제과점이나 카페 등 음식점에 판매하는 유통망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하면 주민 손으로 주민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고, 음식점은 저렴한 가격에 원산지 표시까지 확실한 친환경 작물을 공급받는 등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농부 양성사업까지 벌이는 기업도 있다. 30대가 주축이 돼 운영하는 '얼티즌 코퍼레이션'은 서울 중구 필동에 231㎡(70평) 규모 일명 '농부 카페'를 열었다. 264㎡(약 80평) 규모 마당엔 80여 개 상자텃밭을 마련해 예비 도심농부가 직접 작물을 길러보고 도시농업 전문가들을 통해 퇴비, 텃밭작물 재배법 등에 대해 강의를 듣는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농산물 판매 수입도 쏠쏠해 이 회사 직원인 오정익 씨(28)는 "점심으로 텃밭에서 생산된 상추 치커리 등이 재료로 제공되는 비빔밥은 인기가 좋다"며 "하루 평균 청년 농부 카페에 들리는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최근 우리 쌀 소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활용한 제품도 내놓았다. 회사 대표인 장성욱 씨(31)는 "최근 모두 관심이 많은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고랭지 향미 찹쌀을 주 원료로 하고 방부제나 인공 색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찹쌀떡을 선보였다"고 했다. 이들은 2~4일 열린 우수 중소기업 제품박람회에 찹쌀떡을 출품해 매출 1000만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온라인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대학생 30명을 끌어모아 판매를 담당하도록 했다. 장씨는 "농업이라고 하면 일은 힘들고 수입이 낮다고 여기는 젊은 층을 위해 도농교류나 도시농업 세미나 등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시켜 궁극적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농업으로 수확한 농산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곳도 생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보인중학교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배추 쪽파 갓 벼 등을 키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11월 말에는 100~150포기에 달하는 배추를 수확해 김장을 담가 인근 지역 독거노인 등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한 포기에 10~15명이 먹는 걸 감안하면 2000명이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학교 변중희 교사는 "단순히 나만 먹는 게 아니라 이웃과 나눔을 통해 머리와 마음 그리고 손과 발이 함께하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 서울시ㆍ구청도 적극지원…텃밭ㆍ모종 드려요
서울시는 물론 각 구청도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 300명을 선정해 5명당 33㎡씩 텃밭을 제공하는 실버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자녀가 만 13세 미만인 가족에게는 약 10㎡ 크기의 텃밭을 빌려주는 다둥이가족농원도 있다. 매년 3월께 서울시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대상자가 선정되는데 1년 동안 무료로 텃밭을 쓸 수 있고 모종도 별도로 제공한다. 예컨대 봄엔 상추 열무 쑥갓 등, 가을엔 배추와 열무 등 모종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호미 조루 괭이 삽 등 개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농기구도 넉넉히 마련돼 있고 농원 바로 옆에 농업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어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시는 내년 약 1983㎡ 크기의 실버농원을 강북ㆍ강서권에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다음달 친환경 도시농업 육성 지원 조례안을 제정할 예정이다. 자치구가 도시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까지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파구는 지난해 3월부터 오금동 개발제한구역 내 5315㎡(약 1610평) 크기의 솔이텃밭을 운영하고 지난달 전국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도시농업 지원센터를 열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도시농업을 지향하는 송파구는 구내 도심농부에게 16㎡짜리 텃밭을 분양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11월 말 생산된 친환경 작물들을 어려운 저소득 주민과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푸드마켓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솔이텃밭 바로 옆에 있는 송파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는 필요한 농기구는 물론 햇볕 차단을 위해 농부 전용 밀짚모자까지 무료로 빌려준다. 강동구는 현재 강일동(1400㎡)과 명일동(480㎡), 둔촌동(641㎡)에 도시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올봄 강동구가 분양한 텃밭은 총 7000여 개로 구내 도심농부만 최소 2만명이 넘는다. 강동구는 꼬마 도심농부를 위한 눈높이 교육에도 열심이다. 암사동에서 영ㆍ유아 전용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30회 별도의 농업 교육을 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0.09.05 17:32:1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