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0] IT 승부는 장기전이다 | ||||||||||
부품ㆍ소재 인프라 강화가 관건 야구와 닮은꼴인 한ㆍ일 IT | ||||||||||
중남미 선수들은 한국 야구를 일본류인 '스몰볼'로 치부하다가 한 방 크게 얻어맞았고 한국 야구를 한 수 아래로 깔보던 일본 선수들은 혼쭐이 났다.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 체격과 장타력을 보고 미국팀을 닮은 데가 있다는 언급을 한 적도 있다. 단순히 팀워크와 정신력에서 앞섰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우리 경쟁력은 27년간 프로야구 구단을 창설한 이후 발전시킨 한국 고유의 '퓨전볼'에서 나온 것으로 믿고 싶다. 사실 한국과 일본 IT산업을 비교해 보면 양국 야구와 많이 닮았다. 돔구장 하나 없는 열악한 우리나라 야구경기 환경은 기초소재와 부품산업이 취약한 우리 IT산업 여건과 비슷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우리 야구선수들처럼 한국 IT 주력업체들은 TV, 휴대전화, 메모리 반도체 등 디지털 수출산업 분야에서 일본이 쉽게 이기기 어려운 경이적인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실력과 연봉의 상관관계가 높겠지만 그것을 전 세계 야구팀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 야구가 보여주었다. 1인당 인건비나 GDP가 낮은 데도 기술력이 경쟁 상대에 떨어지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는 엄청난 비교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와 IT산업 모두 진정한 승부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초에 충실하고 인프라스트럭처가 강한 나라가 궁극적인 승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 되어 신바람을 일으키면 무서울 정도로 힘을 발휘하는 민족이나 장기 전투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돔구장 하나 없고 고교 야구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야구 발전에 한계가 있듯이 기초소재와 정밀부품 분야의 단단한 인프라스트럭처 없이는 우리 IT산업의 미래가 불안하다. 물론 우리는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우리만의 '퓨전볼'을 IT 분야에서도 잘 만들어 냈다. 1960년대 라디오 조립부터 시작해서 초고속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민간의 기업가 정신과 정부의 산업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명실공히 세계 IT산업계 역사를 새로 쓰게 된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휴대전화 분야 강자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최근에 주력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속속 늘려 가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환율 효과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우리 IT산업은 성장과 정체의 변곡점에 서 있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역(逆)샌드위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IT산업이 디지털 3.0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하나는 방송, 통신, 소프트웨어, 콘텐츠 분야 규제를 혁파하여 새로운 내수시장을 창출하고 우리 퓨전상품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CDMA 휴대전화, 와이브로 등 우리가 보여준 세트와 시스템의 디지털 기술이 재도약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부품과 소재산업의 획기적 기반 강화이다. 이 분야는 기초 분야에 진입할수록 규모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기술과 지적재산권의 확보가 핵심이 된다. 과거와 같은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30여 년간 해묵은 과제인 부품과 소재 국산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정부의 산업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연구개발, 지적재산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모처럼 찾아온 IT산업 기반 강화의 좋은 기회를 살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은?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 △KAIST 전자공학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특허청 심사국장 △김&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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