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나눌수록 커지는 웹 생태계

ngo2002 2010. 9. 8. 09:59

[디지털 3.0] 나눌수록 커지는 웹 생태계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은?' 하고 수수께끼를 내본 적이 있다. 사랑, 행복, 기쁨, 그리고 지식. 이때 받은 답들이다.

기업이 공들여 만들어낸 제품 설계도를 다른 기업들과 나눈다는 것을 상상해 보았는가. 이때도 과연 나누면 나눌수록 커질 수 있을까?

물론 한정된 자원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개인 이익은 줄어든다는 것이 전통적 경제학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분명 반대인 때도 있다. 특히 웹이 그러하다. 웹상에서 사용자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면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훨씬 더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 기업은 나만의 노하우, 나만의 독점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제는 남과 함께 공유하는 개방적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시장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 세계적인 몇몇 웹 기업들은 웹상에서 소셜 네트워킹을 연결해 주는 오픈 소셜(Open Social)을 발표했다. 오픈 소셜이란 개발자들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기능을 개발해 어느 사이트에나 손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 플랫폼이다.

반향은 대단했다. 이제까지 경쟁사로만 여겨왔던 세계적 업체들이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한 가지 제품을 어느 웹사이트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어 국경과 업체 간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 6억명 사용자들이 오픈 소셜로 연결되어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구글, 야후, 마이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사이트들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다음과 파란, 안랩의 아이디테일, 싸이월드 등도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웹상 장벽을 허물고 바야흐로 하나의 개방된 네트워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세계가 하나가 돼 가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업계에도 개방 열풍이 거세다. 모바일은 통신업체별로 각기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폐쇄적 환경 때문에 그동안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던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 지체되어 있다고 비판받아 왔던 분야다.

이들은 안드로이드라고 불리는 완전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누구나 마음대로 활용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플랫폼 이용은 무료다. 각기 다른 플랫폼으로 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만 했던 업계로서는 대단한 비용 절감이다. 사용자로서는 혁신적 휴대폰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브라우저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오픈 소스 개방형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는 올해 들어 미국에서 2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개방형 브라우저 바람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작년 구글이 개발한 구글 크롬 브라우저 론칭을 계기로 브라우저에서도 개방성은 또 다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은 경쟁사나 개발자들이 크롬의 몇몇 기능만 변형하여 써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도 '네이버크롬' '다음크롬'도 가능한 것이다.

'개방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코드의 개방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선택에 대해서도 개방되어 있다는 의미로, 사용자들을 한 시스템에만 가두어 두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널리 공유한다는 것은 웹이 탄생한 근본 취지다. 닫힌 환경 속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인터넷이 아니고 그야말로 그냥 조금 큰 인트라넷일 뿐이다.

웹의 개방성은 그 혜택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관련 업체와 개발자, 사용자 모두에게 이롭다.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을 위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개발자들은 호환성에 대한 걱정 없이 웹상에 뛰어난 제품을 퍼뜨려 궁극적으로 사용자 혜택을 증진시키는 윈-윈 개념이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위해 닫아 놓은 문을 열면 본인을 포함하여 웹 생태계 구성원 모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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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2 17:27:3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