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자살, 당뇨병. 이 같은 질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담배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은 20일 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 5대 사망원인과 흡연` 심포지움에서 "담배를 끊고 절절히 운동만 하면 5대 사망원인의 1/3 가량을 예방할 수 있다"며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르와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을 내뿜으면서 69종의 발암물질, 4000여종 이상의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담배 연기. 5대 사망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담배, 폐암·구강암·식도암·자궁암 등 유발
200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담배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4만7000명에 이른다. 매일 130명씩 담배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총 198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가 1.5일에 한 번씩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담배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폐암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남성 폐암 사망자의 90%, 여성 폐암 사망자의 80%가 담배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 사망률은 석면으로 인한 폐암 사망률의 100배에 이른다. 또 담배는 구강암, 식도암을 유발하는데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구강암에 걸릴 확률은 2~18배, 식도암에 걸릴 확률은 1.7~6.4배 높다. 방광암, 췌장암, 자궁암 역시 흡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배나 높다"며 "특히 췌장암에 걸릴 확률은 1~5.4배, 자궁암에 걸릴 확률은 1~5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 뇌심혈관질환 사망률 크게 높여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6배 높고 여기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으면 사망률이 4~4.5배 더 높아진다. 흡연·고혈압·고지혈증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춘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일반인의 16배에 달한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흡연을 하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증가하는데 흡연 후 6시간이 지나야만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당연히 협심증,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흡연자의 수명은 남성의 경우 13.2년, 여성의 경우 14.5년 단축된다는 외국의 결과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1/3이 심장질환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담배는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흡연은 좁아진 동맥에 혈전(피떡)을 형성하고 죽상경화증을 악화시킨다"면서 "이로 인해 뇌경색은 1.92배, 지주막하출혈은 2.93배 그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흡연량이 많을수록 뇌졸중은 더 잘 발생하며 간접흡연 역시 뇌졸중 발생을 높인다. 다행히 금연 후 5년이 지나면 뇌졸중 발생 위험은 정상 수준으로 다시 회복된다.
◆ 당뇨병 발생율 2배 높여 ==전 국민의 10%가 환자로 추정되는 당뇨병 역시 흡연이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중 비흡연자의 비율은 15.5%에 불과하다"며 "37.4%는 과거에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 47.1%는 현재 흡연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의하면 과거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의 당뇨병 발생 위험은 1.6배, 하루 20개비 미만을 피우는 흡연자는 2.06배, 하루 20개비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는 2.4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흡연을 계속 할 경우 만성 신부전, 당뇨병성 망막증, 말초 신경병 등의 합병증 위험도 증가한다"며 금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우울증·자살 유발할 수도 ==우울증 때문에 흡연을 하느냐, 흡연을 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발생하느냐 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우울증 때문에 흡연을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최근 흡연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근호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비흡연자 보다 흡연자에서 우울증 환자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며 "흡연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살 시도자의 2/3가 정신장애를 갖고 있고 자살을 일으키는 정신장애의 2/3가 우울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니코틴 혹은 궐련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뇌에 독성작용을 일으키면서 자살 등의 행동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상미 MK헬스 기자 lsmclick@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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