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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冠·鼎·倉

ngo2002 2010. 7. 14. 14:40

한자로 보는 세상] 冠·鼎·倉 [중앙일보]

2010.05.13 00:11 입력 / 2010.05.13 09:08 수정

‘동방의 으뜸, 발전하는 중화, 천하의 곡창, 부유한 백성(東方之冠, 鼎盛中華, 天下糧倉, 富庶百姓)’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박람회(EXPO) 현장 한가운데 우뚝 솟은 중국관(中國館)이 내포한 16자 키워드다. 중국관의 총설계를 맡은 허징당(何鏡堂) 중국공학원 원사(院士)는 “한눈으로 봐도 중국의 건축임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중국 특색과 시대정신을 구현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중국관은 관(冠), 정(鼎), 창(倉)을 상징한다.

관(冠)은 머리에 쓰던 갓으로 요즘으로 치면 모자다. 삼베나 비단으로 만든 덮개(冖)를 손(寸: 手)으로 사람의 머리(元: 人頭)에 씌운다는 의미다. 한자 해설서 『설문해자(說文解字)』는 ‘관은 고깔·면류관의 총칭(冠, 弁冕之總名也)’이라고 했다. 『예기(禮記)』는 ‘관은 지존(至尊)’으로 해석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한(漢)나라 개국공신 소하(蕭何)를 평하면서 ‘지위가 공신들 중에 으뜸이었으며, 후세에 명성을 남겼다(位冠群臣, 聲施後世)’라며 관을 으뜸으로 사용했다. 관은 또한 어른이 돼서야 비로소 쓸 수 있었다. ‘남자는 20세에 관례(冠禮)를 올리고 자(字)를 짓는다’. 『예기』의 규정이다. 약관(弱冠)은 남자 나이 스물을 말한다. 이번에 ‘오리엔탈 크라운’을 세운 중국은 건국 61년, 개혁·개방 32년 만에 관을 쓰고 성인식을 올린 격이다.

정(鼎)은 세 발과 두 귀가 달린 솥이다. 상(商), 주(周)나라 시절에는 청동으로 정을 만들고 공적(功績)을 새겨 종묘(宗廟)에 모셨다. 권력이 정통성을 지녔다는 상징이었다. 문정(問鼎)은 쿠데타를 도모함이요, 정성(鼎盛)은 한 나라의 최강성기를 의미했다.

창(倉)은 곡물 창고다. 창고 중에서도 네모진 쌀 창고를 말한다. 곡물을 거두고 백성들에게 나눠 주던 곳이다. 천하의 쌀 창고를 세워 백성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표현했다. 중국관은 이렇듯 중국 문화 코드의 농축이며 중화 부흥의 상징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건국 100주년인 2021년과 2049년까지 달성할 목표를 세워 일로매진(一路邁進) 중이다. 미국 또한 ‘프로젝트 2049’라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등 중국을 모니터링하는 데 열심이다. 한국은 과연 부상하는 중국의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거대한 엑스포 중국관 앞에 서서 든 궁금증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