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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재능 숨기기’는 치밀했다. 청매실(靑梅)이 익어가는 어느 날, 조조가 유비를 부른다. 둘은 정원에 앉아 ‘영웅’을 논했다. 조조가 손가락으로 유비와 자신을 번갈아 지적한 뒤 말하기를 “지금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그대와 나 둘뿐이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비는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며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졸장부에 불과한 나를 영웅이라고 하니 놀라 자빠질 지경’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유비의 ‘도회지계’를 읽지 못했던 조조는 결국 호랑이를 키우게 되고, 훗날 낭패를 본다. 중국의 쉬창(許昌)에는 지금도 그들이 앉아 영웅을 논했다는 ‘청매정(靑梅亭)’이 남아 있다.
재능을 숨긴다는 뜻의 ‘도회(韜晦)’는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표현해야 그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빛을 숨기고(韜光) 어둠을 키운다(養晦)’는 얘기다.
이 도광양회를 중국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그는 1989년 9월 4일 당지도부와 함께 국제 형세를 논의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냉정하게 관찰하고, 내 진영을 먼저 확고히 구축한 뒤, 치밀하면서도 무겁게 대응하라. 절대로 우두머리가 되지 말고, 앞에 나서지 마라. 바꿔 말하면 도광양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도광양회(중국어 발음은 ‘타오광양후이’)는 중국외교 정책의 핵심이 됐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대(對)중국 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속뜻을 간파하는 것이 첫 과제일 게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