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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들은 젊은 날의 조조(曹操)가 찾아와 허소에게 평을 청한다. 허소는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조조의 강박에 못 이겨 평을 하되 “그대는 올바른 태평 시기엔 간사한 도적, 어지러운 세상에선 영웅이 될 것(君淸平之姦賊 亂世之英雄)”이라고 했다. 후한서(後漢書) 허소전(許劭傳)에 나온다. 그러나 십팔사략(十八史略)이 전하는 평은 조금 다르다. 여기선 ‘그대는 잘 다스려진 세상에선 능력 있는 신하, 어지러운 세상에선 간사한 영웅이 될 것(子治世之能臣 亂世之姦雄)’이라고 말했다. 후세에 널리 알려진 건 이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란 평이다.
‘간적과 영웅’ ‘능신과 간웅’이란 평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극과 극을 달린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를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반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적비이위고(積卑而爲高)’라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적비이위고’는 장자(莊子) 즉양(則陽)편에 나오는 말로 ‘언덕이나 산(丘山)은 낮게 있던 흙이 쌓이고 쌓여서 높게 된다’는 뜻이다. 가난을 떨치고 산업화에 성공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염을 담고 있다. 인물평은 이처럼 다르고 또 어렵다.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동네마다 월단평이 한창일 터이다. 제대로 된 월단평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