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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月旦評

ngo2002 2010. 7. 14. 14:42

[한자로 보는 세상] 月旦評 [중앙일보]

2010.05.19 00:48 입력 / 2010.05.19 10:28 수정

평(評)은 말(言)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공평(平)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 즉 인물평(人物評)으로 유명했던 건 후한(後漢) 시대의 월단평(月旦評)이었다. 당시 중국 하남(河南)성 여남(汝南)이란 곳에 허소(許劭)와 그의 사촌형 허정(許靖)이 살았다. 두 사람은 매달 초하루에 향당(鄕黨)의 인물을 골라 비평을 했는데 매우 뛰어났다. 이 때문에 이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으면 일약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되기도 했다. ‘여남의 월단평’이란 말이 항간에 돌게 된 배경이다. 단(旦)은 해(日)가 지평선(一) 위로 떠오르는 모양으로 아침을 가리킨다. 따라서 월단은 매월 초하루, 월단평은 매월 초하루의 평이란 뜻이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워낙 적절하다 보니 월단평 하면 곧 인물평을 말하는 것으로 쓰이게 됐다.

이를 들은 젊은 날의 조조(曹操)가 찾아와 허소에게 평을 청한다. 허소는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조조의 강박에 못 이겨 평을 하되 “그대는 올바른 태평 시기엔 간사한 도적, 어지러운 세상에선 영웅이 될 것(君淸平之姦賊 亂世之英雄)”이라고 했다. 후한서(後漢書) 허소전(許劭傳)에 나온다. 그러나 십팔사략(十八史略)이 전하는 평은 조금 다르다. 여기선 ‘그대는 잘 다스려진 세상에선 능력 있는 신하, 어지러운 세상에선 간사한 영웅이 될 것(子治世之能臣 亂世之姦雄)’이라고 말했다. 후세에 널리 알려진 건 이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란 평이다.

‘간적과 영웅’ ‘능신과 간웅’이란 평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극과 극을 달린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를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반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적비이위고(積卑而爲高)’라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적비이위고’는 장자(莊子) 즉양(則陽)편에 나오는 말로 ‘언덕이나 산(丘山)은 낮게 있던 흙이 쌓이고 쌓여서 높게 된다’는 뜻이다. 가난을 떨치고 산업화에 성공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염을 담고 있다. 인물평은 이처럼 다르고 또 어렵다.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동네마다 월단평이 한창일 터이다. 제대로 된 월단평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