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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察

ngo2002 2010. 7. 14. 14:38

[한자로 보는 세상] 察 [중앙일보]

2010.05.10 00:18 입력 / 2010.05.10 09:46 수정

북송(北宋)의 개혁가인 왕안석(王安石 : 1021~1086)이 어느 날 멋지게 붓을 날려 시를 썼다. “어두운 저녁 비바람이 뜨락을 헤치니, 시든 국화 잎 휘날려 온 땅이 황금일세(黃昏風雨打園林, 殘菊飄零滿地金).” 일세를 풍미하던 개혁가요, 유명한 시인인 왕안석의 작품이다. 누가 감히 토를 달겠는가.

그러나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소동파(蘇東坡 : 1037~1101)였다. 문재(文才)로 따지면 왕에게 꿇릴 게 없는 천재 시인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왕안석의 명망(名望)을 흔들었다. “가을 국화는 봄꽃처럼 휘날리지 않는다(秋菊不比春花落).”

국화는 함부로 꽃잎을 떨구지 않는다. 강한 서릿발에도 꿋꿋이 버티다 시든 꽃잎 부여안고 그대로 마르는 게 국화다. 그래서 국화를 서리에도 기죽지 않는 ‘오상화(傲霜花)’라고 하지 않는가.

왕안석은 멋에 취했다. 시구(詩句) 또한 그 풍류를 담고도 남았다. 그러나 잘못은 사물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류치고는 아주 고약하다. 그래서 뭔가를 살피는 작업은 늘 중요하다.

살핀다는 뜻의 ‘찰(察)’이라는 한자는 ‘철저하게 따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이를 ‘복심(覆審)’이라고 풀었다. 이를테면 살피고 또 살펴서 정확하게 대상을 밝히는 작업이다. 『주역(周易)』에서도 “위로는 하늘의 기세를 살피고, 아래로는 지리를 본다(仰以觀天文, 俯以察地理)”며 관찰(觀察)의 중요성을 적고 있다. 따라서 살피는 작업은 모든 행동의 기본이다.

한방(韓方)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처방이 나온다. 먼저 보고(望), 냄새를 맡으며(聞), 상태를 환자에게 묻고(問), 직접 손으로 만진다(切). 몇 단계의 절차를 거치면서 살피고 또 살펴 환자의 상황을 진단(診斷)해 종국에는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김정일 방중에 대해 중국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앞선다. 중국이 어떤 생각과 과정으로, 왜 김정일을 맞았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관찰이 없는 상태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라는 사실만을 듣고 본 상태에서의 반응이다. 세찰(細察)과 명찰(明察)·성찰(省察)·고찰(考察)이 없는 사회, 그 엷음은 중국의 두터운 실리(實利)를 결코 뚫지 못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