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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비제는 고조선 8조법금(八條法禁)의 “도적질한 자를 거두어 노비로 삼는다”는 조문에서 처음 시작됐다. “조선 성종(成宗) 15년(1484)에 추쇄도감(推刷都監)을 설치해 서울과 지방의 노비를 추쇄하니 모두 26만1984명이었다”고 실록은 전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군역(軍役)에 해당하는 자는 겨우 15만 명인데, 사삿집 종이 40만 명이나 된다”고 실학자 이긍익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별집 ‘노비’편에 기록했다. 그 정도로 당시 도망 노비와 종이 많았다. 그 때문에 노비제 존폐는 어전회의의 단골메뉴로 올랐으나 번번이 존치로 결론났다. 단, 노비를 추쇄하고 빚을 독촉하는 추노징채(推奴徵債)는 흉년이 들면 왕명으로 금지됐다.
최근 중국에서 노예 노(奴)자를 비롯해 질투할 질(嫉), 즐길 오(娛), 음탕할 표(嫖), 간사할 간(奸) 등 16개 한자에서 여(女)변을 빼거나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부정적인 의미의 글자에 들어있는 ‘女’자로 인해 여성을 비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글자를 바꾼다고 의식까지 바뀌겠느냐며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다.
한편 젊은이들이 사회 진출의 어려움으로 인해 각종 ‘노예(奴隸)’로 전락한다는 신조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대출에 허덕이는 ‘방노(房奴, 집의 노예)’, 치솟는 육아비 부담에 힘겨워하는 ‘해노(孩奴, 자식 노예)’, 자동차를 사기 위해 애쓰는 ‘차노(車奴, 차의 노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논어(論語)』의 ‘나이 서른이 되면 자립한다(三十而立)’는 말이 ‘삼십이 돼도 홀로서기 어렵다(三十難立)’는 식으로 바뀐 셈이다.
취업난에 만혼(晩婚)이 늘고 출산마저 기피하기는 한국도 매한가지다. 멀쩡한 청춘들을 ‘노예’로 만드는 세태의 원인을 잡아 없앨 추노는 어디 없을까.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