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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의 뜻을 아는가?”
“알고 있다. 아침에 정한 것이 곧바로 밤에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의 조급한 변경을 이르는 말이다.”
“틀렸다. 그것은 ‘조령모개(朝令暮改)’를 일컫는 말이다.”
의원석 이곳저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총리가 ‘조삼모사’와 ‘조령모개’의 뜻도 모른다”는 조롱(嘲弄) 기사가 신문 가십면을 장식했다. ‘조삼모사’ 사건은 후텐마 미군 비행장, 오자와 간사장 뇌물 의혹 등으로 가뜩이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하토야마 총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조삼모사’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BC 369~289)가 쓴 ‘장자·제물론(莊子·齊物論)’에 뿌리를 둔 말이다. 원전은 이렇다. “송나라에 원숭이(狙)를 좋아해 ‘저공(狙公)’이라 불리는 자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려는데 그 양이 부족했다. 꾀를 내어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마(朝三而暮四)’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말을 바꿔 ‘그러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마’ 했더니 모두 좋아했다. 사물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인간의 희로(喜怒)가 바뀌는 것은 모두 이런 꼴이다.” 모테키 의원은 ‘예산의 내용은 같은데도 눈속임으로 국민을 속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리에게 조삼모사의 뜻을 물은 것이다.
‘조령모개’는 한(漢)나라 사학자인 반고(班固·32~92)가 쓴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반고는 당시 농민이 땅을 버리고 고향을 등지는 이유를 “끊이지 않는 수탈(賦斂不時)과 아침 법령이 저녁에 바뀌기 때문(朝令而暮改)”이라고 설명했다. 총리가 이를 두고 ‘조삼모사’라 했으니 핀잔을 들을 만하다.
어디 일본뿐이랴. 요즘 국내 정치계에도 한자 4자성어가 난무하고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고는 ‘당신 말이 틀렸다’며 정파 간 설전을 벌인다. 정치권은 ‘왈가왈부(曰可曰否)’로 날을 지새우는 곳이던가….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