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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肝膽相照

ngo2002 2010. 7. 14. 13:51

한자로 보는 세상] 肝膽相照 [중앙일보]

2010.01.21 00:55 입력 / 2010.01.21 10:02 수정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주 부임 후 처음으로 중국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어려서 한문 공부 좀 했다”는 류 대사는 ‘한자의 나라’ 신문을 상대로 ‘문자’ 좀 썼다.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근본이 서야 길이 열린다)’이라며 ‘일의대수(一衣帶水, 띠처럼 좁은 강이나 바다)’를 사이에 둔 한중이 ‘간담상조(肝膽相照,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이다)’의 ‘복심지우(腹心之友, 마음 맞는 친구)’가 된다면 ‘상득익창(相得益彰, 서로의 재능을 더욱 드러나게 하다)’하고 ‘상보상성(相輔相成, 서로 도와 성공하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나선 중국 광주(廣州)일보가 가장 주목한 말은 무얼까. ‘간담상조’다. ‘한국대사 : 중·한은 간담상조의 선린(善隣) 돼야’라고 제목을 뽑았다. 간담상조는 당(唐)대의 문장가 한유(韓愈)가 유종원(柳宗元)을 위해 쓴 묘지명에 보인다.

유종원은 친구 유몽득(劉夢得)이 파주자사(播州刺史)로 발령 받자 울먹이며 말한다. “파주는 몹시 척박한 변방이다. 노모를 모시고 갈 수도 없고, 또 그 사실을 늙으신 어머님께 어떻게 알릴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가 몽득 대신 파주로 가는 게 낫겠다.” 한유는 유종원의 우정에 감복해 그가 죽은 후 묘지명을 쓴다. “사람은 어려운 지경에 처해야 참된 절의(節義)가 나타난다.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때엔 죽어도 배신하지 말자고 ‘간과 쓸개를 내보이며(肝膽相照)’ 맹세한다. 하나 이해가 엇갈리면 눈길을 돌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염량세태(炎凉世態)를 꼬집은 것이다.

오장(五臟)의 하나인 간(肝)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몸(月)의 줄기(干)가 된다. 육부(六腑)에 속하는 쓸개(膽)는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을 저장하는 주머니로 간과는 표리 관계에 있다. 류 대사는 떼려야 떼기 어려운 간과 담이란 우리 몸의 일부에 빗대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게 있다. 역시 신체 기관을 이용해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설명하는 성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중국이 60년 전 북한을 도와 한국전쟁에 나설 때의 명분으로도 쓰였다.

남으론 간담상조, 북으론 순망치한의 관계에서 중국의 선택은 무얼까. ‘둘 다 유지하자’가 아닐까 싶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