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방송사 대상으로 직접적 또는 정책을 통한 개입으로 공정보도 훼손
6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성수 민주당 의원이 과거 정권의 언론장악 청문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말하는 언론장악의 내용은 사실상 ‘방송장악’에 가깝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권력은 끊임없이 언론장악을 시도했다”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실됐으며 언론의 자유는 침해됐다”고 말했다.
KBS 내부 동향 감시한 사찰 문건
여러 언론단체에서 지난 9년간 언론장악의 사례로 든 것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정권의 직접적인 개입이다. 방송법은 제1조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법 4조에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고, 6조에서 방송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수정권 9년간 언론단체들은 정부가 인사권이나 보도내용 개입을 통해 공정보도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언론장악의 두 번째 유형은 정책을 통한 개입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승인했고, 박근혜 정부는 의무전송, 광고영업 등 종편에 대한 특혜를 유지했다. 방송심의규정 개정을 통해 언론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는 2012년 밝혀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 드러났다. 5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시 민간인 사찰 문건 중 ‘KBS 최근 동향 보고’란 제목의 문건에서 이명박 정부가 KBS 내부 동향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이 신임 KBS 사장으로 임명되자 당시 KBS 노동조합은 ‘낙하산 저지와 방송장악 분쇄’를 구호로 총파업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파업은 무산됐고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은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를 따로 차렸다. 또한 사찰 문건은 방송사 장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KBS를 ‘과잉인력 상태’라고 진단한 후 구조조정이 제기되면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있다’고 봤다.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 문건 중에는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도 있었다. 당시 YTN노조가 부적격 인사라며 반발한 배석규 당시 사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돌발영상 담당 PD 교체, 좌편향 보도국장, 앵커진 대폭 교체 등 개혁조치’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배 사장에 대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문건의 내용은 삭제돼 알 수 없지만, ‘BH(청와대) 하명’ 항목으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란 제목의 문건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특정 보도내용에 대해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난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최소한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그렇게 과장을 해서 해경을 그런 식으로 몰아가냐”, “솔직히 말해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직접적 원인도 아닌데 정부를 짓밟아서야 되겠느냐”며 사실상 정부 비판 보도를 빼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 수석의 요청이 계속되자 김 국장은 결국 “뉴스라인에 한 번 얘기를 해보겠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드러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흔적이 보인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이후인 2014년 6월 16일자 업무수첩에는 ‘KBS 상황, 파악, 플랜 작성’이라고 적혀 있다. 이후 KBS 이사회의 여당 측 인사 중 일부가 이탈해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지지하지 않자 김영한 수첩에 ‘KBS 우파 인사의 성향 확인이 필요하다’, ‘노조와 결탁했다’는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청와대 의중에 없던 조대현 사장이 선임된 이후 업무수첩에는 ‘부처 정상화, 공공기관 개혁, 면종복배 - KBS 이사’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KBS 이사회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방송사의 인사와 보도내용에 간섭하는 한편으로, 제도적 변화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 제도적인 방송 개입의 대표적 사례가 2011년 개국한 종편이다. 종편의 법적 근거가 된 미디어법은 2008년 말에 발의됐고, 2009년 7월 국회 과반수인 여당(한나라당)의 날치기로 법안이 통과됐다. 애초 종편은 2개 채널이 승인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적으로 4개 채널(jTBC, MBN, TV조선, 채널A)이 승인됐다. 한꺼번에 많은 채널이 생기다 보니 부실방송, 선정적인 방송내용으로 논란을 샀다. TV조선은 개국하자마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와 같은 과장된 자막을 달았다. 채널A는 ‘5대 여성 얼짱 정치인’을 소개하면서 한 의원에게 각선미를 운운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두 방송사는 일부 탈북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소개하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던 것처럼 방송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도 박 정부 쪽 인사가 과반수인 방통위는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특히 TV조선은 재승인 기준점에 미달했는데도 재승인에 성공했다. TV조선은 방송의 공정성 분야나 공익성 확보계획 분야에서 다른 방송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3년 전 종편 재승인 때는 일부 방통위원들이 회의 당일에 재승인 관련 보고서를 받는 등 검토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재승인이 이뤄진 바 있다.
언론단체들이 문제삼은 제도적 방송장악은 방송심의규정 개악에 있다. 2014년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하면서 29조에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당시 참여연대, 민언련, 언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조문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6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성수 민주당 의원이 과거 정권의 언론장악 청문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말하는 언론장악의 내용은 사실상 ‘방송장악’에 가깝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권력은 끊임없이 언론장악을 시도했다”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실됐으며 언론의 자유는 침해됐다”고 말했다.
KBS 내부 동향 감시한 사찰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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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는 2012년 밝혀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 드러났다. 5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시 민간인 사찰 문건 중 ‘KBS 최근 동향 보고’란 제목의 문건에서 이명박 정부가 KBS 내부 동향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이 신임 KBS 사장으로 임명되자 당시 KBS 노동조합은 ‘낙하산 저지와 방송장악 분쇄’를 구호로 총파업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파업은 무산됐고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은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를 따로 차렸다. 또한 사찰 문건은 방송사 장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KBS를 ‘과잉인력 상태’라고 진단한 후 구조조정이 제기되면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있다’고 봤다.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 문건 중에는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도 있었다. 당시 YTN노조가 부적격 인사라며 반발한 배석규 당시 사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돌발영상 담당 PD 교체, 좌편향 보도국장, 앵커진 대폭 교체 등 개혁조치’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배 사장에 대해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문건의 내용은 삭제돼 알 수 없지만, ‘BH(청와대) 하명’ 항목으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란 제목의 문건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특정 보도내용에 대해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난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최소한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그렇게 과장을 해서 해경을 그런 식으로 몰아가냐”, “솔직히 말해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직접적 원인도 아닌데 정부를 짓밟아서야 되겠느냐”며 사실상 정부 비판 보도를 빼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 수석의 요청이 계속되자 김 국장은 결국 “뉴스라인에 한 번 얘기를 해보겠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청와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드러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흔적이 보인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이후인 2014년 6월 16일자 업무수첩에는 ‘KBS 상황, 파악, 플랜 작성’이라고 적혀 있다. 이후 KBS 이사회의 여당 측 인사 중 일부가 이탈해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지지하지 않자 김영한 수첩에 ‘KBS 우파 인사의 성향 확인이 필요하다’, ‘노조와 결탁했다’는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청와대 의중에 없던 조대현 사장이 선임된 이후 업무수첩에는 ‘부처 정상화, 공공기관 개혁, 면종복배 - KBS 이사’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KBS 이사회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방송사의 인사와 보도내용에 간섭하는 한편으로, 제도적 변화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 제도적인 방송 개입의 대표적 사례가 2011년 개국한 종편이다. 종편의 법적 근거가 된 미디어법은 2008년 말에 발의됐고, 2009년 7월 국회 과반수인 여당(한나라당)의 날치기로 법안이 통과됐다. 애초 종편은 2개 채널이 승인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적으로 4개 채널(jTBC, MBN, TV조선, 채널A)이 승인됐다. 한꺼번에 많은 채널이 생기다 보니 부실방송, 선정적인 방송내용으로 논란을 샀다. TV조선은 개국하자마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와 같은 과장된 자막을 달았다. 채널A는 ‘5대 여성 얼짱 정치인’을 소개하면서 한 의원에게 각선미를 운운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두 방송사는 일부 탈북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소개하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던 것처럼 방송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도 박 정부 쪽 인사가 과반수인 방통위는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특히 TV조선은 재승인 기준점에 미달했는데도 재승인에 성공했다. TV조선은 방송의 공정성 분야나 공익성 확보계획 분야에서 다른 방송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3년 전 종편 재승인 때는 일부 방통위원들이 회의 당일에 재승인 관련 보고서를 받는 등 검토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재승인이 이뤄진 바 있다.
언론단체들이 문제삼은 제도적 방송장악은 방송심의규정 개악에 있다. 2014년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하면서 29조에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당시 참여연대, 민언련, 언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조문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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