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상조 공정위원장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할 수 없다"
세종=민동훈 기자 입력 2017.06.14. 12:00 댓글 92개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 기자간담회…"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예측가능하게 추진할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 세종청사에서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민들이 보기에는 검찰 개혁 문제가 속 시원하게 진도가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기업과 관련된 일은 워낙 이해관계가 많기 때문에 몰아치듯 개혁해나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은 공정위뿐만 아니라 금융위 등 유관부처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정교한 조사를 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일문일답.
-기업에 예측 가능성을 줘야한다는 게 일관된 철학으로 알고 있는데 청문회 답변을 보니 일부 모호해진 부분이 있다. 앞으로 보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
▶국회와 법률 재개정과 협의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유로운 신분일 때 개인적인 생각이나 시만단체에 있을 때 제한한 정책 등을 그대로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법률 개정사안에 대해 이미 다양한 의견 제시돼 있다. 대안에 대해서는 공정위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 단일 안보다는 복수의 안을 준비하면서 공정위 의견을 첨부해서 여야 의원들과 협의하는 절차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쟁점이 뜨거워서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이슈라면 공정위가 단일안을 만들어 협의를 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여야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상임위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한 뒤 좁혀진 안을 갖고 상임위 차원에서 협의하는 절차상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안 제정이나 개정도 중요하지만 어떤 프로세스 거쳐서 이견 좁히고 공감대를 넓혀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좀더 주의를 기울여서 하겠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돼 국회와 관계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정말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야 적합이든 부적합이든 정무위 차원 경과보고서가 채택됐으면 부담이 상당히 덜어졌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대통령께서 강행하는 모습으로 갔다. 야당에서 협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인사청문회 거쳐야 하는 장관들이 고충 겪어야 해서 부담스럽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발표한 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연락해 왔다. 첫마디가 "이제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였다. 제가 말하는 스타일이 단정적이고. 제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넘치다보니 국회에 가서 얘기할 때 학생들 대하듯 한 면이 없지 않다. 이젠 공정위원장으로써 그런 태도 유지해선 안된다. 인사청문회 거치면서 공직자는 국회에서 을 일수밖에 없다고 절감했다.
당분간 야당의원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진정성 있는 태도 성실히 준비해 찾아뵙고 이해 구하면서 꾸준히 진행해 나가겠다.
여야 정국의 문제는 제 위에서 결정되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을의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며 논의를 이어가겠다.
-'갑을 관계' 보호의 경우 현행법에 있는 내용이 아닌데 국회와 논의 방안은?
▶이미 '갑을 관계' 개선과 관련법은 국회에 모두 상정된 내용이다. 국회서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
물론 경쟁법 목적이 '경쟁' 보호지 ‘경쟁자’ 보호가 아니다. 과거 미국 법학계가 하버드대가 주류일땐 아니었지만, 시카고학파로 넘어간 이후 이 명제가 굳어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의 경쟁법 법 내용 판례 기본이 되고 있다. 경쟁당국의 역할을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제재, 기업결합 승인, 카르텔(담합) 제재 정도가 다루는 이슈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은 이런 좁은 부분이 아니라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간 거래서 불공정거래 이슈가 더 크게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로운 사적계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경쟁당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대등하고 자유로운 사적 거래가 전제되지 않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갑을관계'다.
협상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현재 하도급법. 가맹법, 대리점법 등은 우리 사회에서 '을'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공정위가 이러한 한계에 머물르면서 약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 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되면, 공정위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 비판은 계속 될 것이다.
더구나 김상조를 공정위원장으로 앉혀놨는데 옛날과 바뀐 게 없다고 하면 모든 책임은 제가 져야한다는 고민이 있다.
공정위가 현행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 행정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대통령 임명할 때 특별히 당부하신 말씀 있다면
▶공정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잘 협의해서 평소에 연구하고 실천해왔던 것을 일관되게 집행해달라고 말씀했다.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달라고 했다.
대통령께 다음과 같은 당부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한달이 됐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검찰 개혁 문제가 속 시원하게 진도가 나간다는 느낌 들지 모르지지만 재벌개혁은 검찰 개혁처럼 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과 관련된 일은 워낙 이해관계가 많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을 몰아치듯이 그렇게 개혁 해나갈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개혁입법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공정위원회뿐만 아니라 금융위 등 유관부처와 협조체제를 위해 정교한 실태조사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고 서두르지 않고 일관되게, 예측가능하게 가야한다.
-법 개정도 있지만 기존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해결하는 방안이 뭔가
▶제가 강조하는 건 크게 두가지다. 이른바 '재벌개혁'과 '갑을 관계 개선'이다. 지명됐을 때부터 취임 때까지 '갑을 관계 개선'에 대해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정위가 갖고 있는 행정력을 바탕으로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공정위 소관 하위 시행령 등을 개선하면서 효과낼 거다.
재벌 개혁 문제는 그동안 자세히 말씀은 안 드렸다. 다만 10대 그룹, 4대 그룹에 집중하겠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를 어떻게 구체화 현실화할 것인가. 4대 재벌과 관련해 법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제한 건 아니다. 법개정 방식이 아니다.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이런 여러가지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이미 다양한 개정안이 나와 있다. 공정위가 제출하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이 개정안 상정했다. 그 차원에서 합리적 대안 만들고, TF구성하고 협의하고 이런 프로세스는 계속 할 것이다.
다만 법 개정까지 아무 것도 안 할 수 없다. 올해 정기 국회 통과까지 몇개 될지 짐작할 수 없다. 법률 재개정까지 시간 기다릴 수 없다. 그렇다고 시행령 규정 바로 바꿔서 하겠다는 것만도 아니다. 기업개혁은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다음주에 별도로 말씀을 드리겠다.
-기업집단국 등 조직 개편 윤곽은 어떻게 되고 있나
▶저희들이 생각하는 안이 있다. 내부적으로 안이 있긴 하지만 기대한 만큼 될거라고 기대 안 한다. 솔직하게 기대치에 반이라도 되면 다행일까 그런 심정이다. 행정자치부와 협의 없으면 단순히 저희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국정기획위 자문위랑 행자부랑 열심히 협의 중이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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