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표지 이야기]또 하나의 과제, 공영방송개혁

ngo2002 2017. 6. 23. 11:15
[표지 이야기]또 하나의 과제, 공영방송개혁

KBS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은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한편 YTN의 조준희 사장은 사내의 퇴진 요구에 따라 결국 퇴진했다. 정권이 바뀐 뒤 두 방송을 대하는 정부당국의 ‘태도’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바깥에서 많은 분들이 MBC뉴스에 대해 걱정하시는데요. 실은 그분들은 MBC뉴스를 안 보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 봐요. 새벽 5시 MBC뉴스부터 오전 6시 뉴스투데이, 9시30분 MBC생활뉴스… 하루 종일 보는데, 다른 분들이야 마음에안 들면 채널을 돌리거나 오디오라도 듣는데 저는 그럴 수 없거든요.” 김민식 PD는 MBC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방송사고를 막는 마지막 최전선’이라고 했다. 회사건물 꼭대기에 있는 주조종 송출실에서 일한다. 18년 전께 MBC가 여의도에 있을 때 실제 사고가 있었다. PD수첩 내용에 항의하는 모 교회 신도들이 몰려와 주조종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송출이 8분여간 중단된 것이다. “많은 MBC 직원들이 걱정하지만, 하루 종일 방송을 보고 있는 나만큼 깨달았을까요.” 

6월 2일 오전 11시33분.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휴대폰으로 ‘페이스북 라이브’를 했다.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된 개인방송은 최근 그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를 쓰게 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는 말한다. “제 요즘 꿈이 뭐냐 하면 MBC 사장님이 나가시는 겁니다. 김장겸 사장님의 퇴진을 주장하고 싶어요. 이럴 때, 사장님이 나가길 원할 때는 뭘해야 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겁니다. 이를 테면,” 그는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친다. 신사옥 건물에 그가 외치는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사장님의 퇴진을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담아’라는 글과 함께 포스팅한 그의 라이브 동영상은 3만1000회의 조회를 기록했다.

그가 근무하는 ‘송출실’에는 과거 황우석 사건을 보도했던 한학수 PD, 파업으로 해고돼 대안매체 <뉴스타파>를 만들었고 이후 복직한 이근행 PD가 근무한다. 그와 교대로 근무하는 사람은 조능희 MBC 전 노조위원장이다. “왜 나 같은 ‘잔챙이’를 끼워 넣었는지 모르겠는데, 거물급은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 주조종 송출실이 말하자면 유배지인 셈이죠. 하루종일 방송을 봐야 하니 점심약속을 못합니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밥 카트가 올라와요. 개인에게는 모욕주기일 수도 있는데, 왜 보통사람들이 가장 많이 정보교환하는 것이 점심시간이잖아요. 이 사람들을 송출실에 발령해 놓고 가둬두면 네트워킹이 안 되는 거죠.” 

6월 14일 KBS  여의도 본관 정현관 앞에서 열린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끝장투쟁 선포식’ 참석자들이  KBS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6월 14일 KBS 여의도 본관 정현관 앞에서 열린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끝장투쟁 선포식’ 참석자들이 KBS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점심시간 울려퍼진 ‘김장겸 퇴진’ 구호 

처음에는 화장실을 오가면서 ‘김장겸은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고 나니 보직부장이 찾아오는 겁니다. 저에겐 5년 후배인데, ‘위에서 안 좋아하니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 위에서 거슬려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 세게 하겠다고 답했죠.”

그의 ‘행동’에 대한 징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단 내려진 건 자택 대기발령이다. 김 PD의 용기가 도화선이 되었다. 6월 9일 점심 직전, 각각 셀카봉을 든 직원들이 상암MBC 1층 로비에 나타났다.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이었다. 

MBC만이 아니다. 6월 14일 점심. 여의도 KBS 본관인 정현관의 계단에서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끝장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200여명의 KBS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KBS 5000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발표되었다. 국장과 부장 등 간부까지 포함한 조사다. 3292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2896명, 설문 참여의 88%가 고 사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고 사장 퇴진에는 KBS의 양대 노조와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 기술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모두 함께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지부) 측은 구성원 대부분의 동의를 지렛대 삼아 6월 19일부터는 사장 출근 저지투쟁에 나설 계획도 이날 행사에서 밝혔다. 

MBC노조(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된 사람들의 해고일수가 왼쪽 상단에 올라 있다. 6월 16일 현재, 이용마 홍보국장이 1930일째이고, 최승호 PD·박성제 기자가 해고된 것이 1823일째다. 여기에 회사가 노조와 단협에 응하지 않은 것도 1612일째다. 조합원 광장 게시판에는 5월 30일 보도부문 35기 성명을 필두로 각 기수별로 연명한 사장 퇴진 요구 성명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6월 7일과 8일에는 ‘20∼30년차’, 보도부문 24기 이상 고참기자들도 퇴진 요구 성명 대열에 동참했다. 여기에 일찍이 5월 22일 퇴진 요구 성명을 낸 PD협회에 이어 기술부문(6월 12일), 지방협의회·영상기자회(6월 13일), 영상미술(6월 15일), 아나운서(6월 16일)도 동참하고 있다. 

“구성원 절대다수가 퇴진을 요구하면 통상적으로 사장은 대표자 입장에서 그런 사내 요구를 상식적으로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YTN의 조준희 사장은 그런 사내 요구가 나오고 나흘 만에 스스로 퇴진을 결정했는데, MBC는 너무 오랫동안 노조 파괴가 고질화되어 있어서….” 6월 13일, 상암동MBC 미디어센터 11층에 있는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허유신 홍보국장의 말이다. “사장 퇴진투쟁을 다시 시작하면서 구성원들의 단합된 결의를 표출하는 첫단추로 ‘성명 릴레이’가 시작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요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정방송을 하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부당징계 전보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언론사상 유례없는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6월 2일, MBC 김민식 PD가 개인 페북라이브 방송으로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Minsik Kim 페이스북

6월 2일, MBC 김민식 PD가 개인 페북라이브 방송으로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Minsik Kim 페이스북

김장겸 현 사장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취임했다. 회사의 ‘노동탄압’은 그 후에도 계속됐다. 2013년 입사한 막내 기수인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는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MBC 기자들이 지난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시위에서 외면을 당하는 상황에 대해 자성하고, 공영방송 회복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4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 기자가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며 근신 7일에서 출근정지 10일에 이르는 징계를 내렸다. 이날 인사위원회에서는 회사의 허가 없이 언론 전문매체에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회사와 임직원을 근거 없이 비방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송일준 PD도 징계했다. 

“김장겸 사장은 2012년 파업 당시에 정치부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MBC의 보도부문에서 뉴스가 망가지고 공영성이 훼손되었다고 하는데 실무라인에 있을 때부터 모든 책임이 다 있는 사람입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도 편파보도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보도국장이었고,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면 때도 보도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사실상 MBC뉴스를 망친 주범입니다.” 허 국장의 말이다. 

보수정권 9년, ‘추락’ 거듭해온 공영방송 

현재의 MBC 파행은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노조 측 인식이다. 그해 3월, 김재철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39일의 파업이 있었고, 4월 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을 해고하는 것으로 김재철 사장 측은 대응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공영방송 회복 등을 요구하며 MBC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다. 170일간에 걸친 최장기간 파업이었다. 이 해 4월부터 6월까지 다시 6명의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해고되었다. 그리고 복직을 향한 긴 싸움.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재철에서 안광한, 다시 김장겸으로 사장이 바뀌면서 탄압은 계속되었다. 노조 측 주장으로는 노조 파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 때부터 사측은 경력기자, 이른바 ‘시용기자’를 뽑아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을 대신했다. 허 국장에 따르면 MBC 서울본사 기자인력의 경우 카메라기자까지 포함해 250에서 300명 정도의 인력이 있는데, 100여명이 새로 들어왔고, 기존 기자인력 중에서 40∼50여명이 현재 다른 한직 부서로 쫓겨나 있는 상태다. “경인지사라고 있어요. 서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인천, 수원 이런 데 있는데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쪽으로 발령을 내는 겁니다. 거기뿐 아니라 여의도 구MBC 사옥의 ‘신사옥개발센터’와 구로디지털단지의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도 마찬가지예요. 그쪽으로 직원들을 보내게 만들어놓고 막상 가면 아무 것도 없어요. 월 500만원씩 임대료는 꼬박꼬박 회삿돈으로 내고…. 저항하는 사원들,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원들을 엘리베이터에서라도 마주치기 싫다는 거죠.” 허 국장은 MBC뉴스 추락의 ‘증표’로 언론학회가 매년 회원인 교수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을 조사해 순위를 매기는 ‘미디어어워드’ 조사를 제시했다. 2007년 3~5등을 차지하던 MBC는 2010년을 기점으로 추락하다가 2012년에는 아예 순위에서 사라졌다. “지금 MBC보도는 통째로 궤도를 이탈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경영진이 위기에 몰리니 본인들의 입장을 방송리포트로 내보내고 있는데, 예전에도 그런 적이 없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MBC도 하나의 기업이니 소송을 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방송은 국민의 공기인데 경영진 개인들의 사익을 위해 뉴스를 남용하고 있어요.”

그 뉴스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대부분 경력기자들”이라는 것이 허 국장의 답변이다. 파업 이후 조합원들은 법조, 청와대 등 주요 출입처 보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력직 채용과정도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수시채용 형태로 뽑는데, 예전에는 시비를 없애기 위해 채용과정이 투명해 누구나 알려면 정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파업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나마 알려진 경우도 면접 때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성공단은 폐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식의 사상검증을 통해 선별해서 뽑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6월 8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지난 2월에 집권당 원내대표가 사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집권 한 달 만에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꼭지를 내보냈다. / MBC 화면 캡쳐

6월 8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지난 2월에 집권당 원내대표가 사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집권 한 달 만에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꼭지를 내보냈다. / MBC 화면 캡쳐


다시 6월 14일 KBS 앞.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는 MBC 로고를 단 카메라가 와 있었다. 저 사람들은 조합원일까 아니면 시용직일까.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에게 물었다. “카메라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사측에서 시용직 기자들에게는 ENG카메라가 아닌 6㎜ 카메라를 지급합니다. 같은 장비를 지급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위배되거든요.” 이날 현장에 나온 MBC 기자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는 6㎜였다. 이날 MBC 측이 찍어간 영상은 당일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다. 

“고 선배! 용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십시오.” 5월 25일, KBS 사내게시판 ‘코비스(KOBIS)’에 올라온 ‘고대영 선배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 작성자는 방송문화연구부의 김진수 기자다. 김 기자는 글에서 “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후배들의 성명에 차마 서명하지 못했다”며 “선배와 지난 보도국 생활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김 기자는 기자 출신인 고대영 KBS 사장과 오랫동안 정치부를 같이 했던 직속후배로 알려져 있다. 김 기자는 “억지로 남은 임기를 다 채울 수도 있지만 더 이상의 싸움은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무슨 이야기일까. 

‘버티기’에 나선 MBC·KBS 경영진 

KBS의 사내게시판에 올라오는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도 MBC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정권 눈치보기 보도태도와 함께 고 사장의 인사전횡에 대한 불만 여론이 사내에 팽배해 있다. 6월 14일 집회에서는 고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정권 시기의 편향방송과 인사에서 두 사람의 책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MBC· KBS 두 방송 모두 기존 이사회와 경영진이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 방송사의 사장을 뽑는 이사회의 임기는 3년이다. 올해 2월에 취임한 김장겸 MBC 사장의 경우 규정상으로는 2020년 2월까지 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이므로, 아무런 개입이 없을 경우 내년 8월까지는 사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KBS 역시 이사회에서 사장을 뽑는다. 지난 2015년 10월 연임한 이인호 이사장의 임기 역시 내년까지다. 

정권이 바뀐 뒤 두 방송을 대하는 정부 당국의 ‘태도’에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KBS의 경우 최근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 ㄱ씨는 “보통 감사의 경우 팀장급이 나와서 진행하는데, 실장급이 직접 나와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가 직원들의 직무겸직 실태를 알아보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정권이 고 사장에게 보내는 무언의 압력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BS 고위 임원 ㄴ씨는 “감사 진행과 관련해 고 사장도 보고받아 잘 알고 있으며, 일찍부터 주변 단속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량번호를 최근 바꾸고, 금일봉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증서를 수여하는 형태로 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르는 외압’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MBC와 관련해서도 정권이 바뀐 뒤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선 후 안광한 전 사장과 윤길용 MBCNET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에 대한 업무상 배임 및 횡령혐의 고발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2013년 보수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고 발언한 것과 관련된 형사고발 사건에 대한 조사도 대선 직후 재개됐다. 여기에 6월 1일 MBC 노조가 지난 5년간 MBC 경영진과 회사가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용노동부에 낸 ‘특별근로감독’ 신청도 정권이 바뀐 만큼, MBC 경영진에게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월 16일, MBC 상암동 광장에 모인 MBC 노조와 직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지부

6월 16일, MBC 상암동 광장에 모인 MBC 노조와 직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지부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두 방송의 경영진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지원에 나섰다. 6월 11일, 자유한국당은 언론인 출신 자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방송장악 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최근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의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임명이나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의 ‘언론노조가 방송사 사장 사퇴 요구를 할 수 있다’ 등의 발언,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김장겸 MBC 사장 사퇴 촉구 발언 등을 ‘정부와 여당의 치밀한 방송장악 시나리오’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MBC가 친정인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방송 독립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개혁안을 막고 나섰던 사람들이 지금의 자유한국당 사람들”이라며 “지금 방송계의 적폐세력들이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언론자유를 내세우고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복직의 꿈을 접고 YTN 사장에 입후보합니다.” 지난 6월 11일 YTN 전 앵커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가 YTN 노조와 지인들에게 보낸 글이다. 조준희 전 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YTN 사장에 응모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글에서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다”며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만약 뜻을 이룬다면 YTN 공정방송 투쟁의 승리로 규정하고 YTN의 개혁, 진정한 통합과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서겠다”며 “YTN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다. 나의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쉼없이 자문하며 공모절차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YTN의 사장 선출 절차는 6월 16일까지 공모를 거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2~3배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사회는 이들 중 한 명을 사장으로 최종 선정하는데, 사장추천위원회는 YTN 대주주인 공기업들이 추천한 인사 3명과 시청자·사원대표가 각각 한 명씩 참여해 5명으로 구성된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아직 어떤 사람들이 공모했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입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낼 계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노종면 전 앵커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노종면 입후보 YTN 구성원들 ‘환영’ 


“87학번이지만, 1987년 민주화운동 때 거리에 나가서 짱돌 한 번 던져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데모 나갈 때 나이트클럽에 가서 놀았어요. 예능PD하고 코미디 연출하던 사람인데, 이전까지 나 자신을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했었어요.” 다시 맨 앞에 인용한 김민식 PD의 말이다. 2012년 파업 때 노조집행부를 맡기 전 그는 <뉴논스톱>을 연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공동연출해서 작품상을 공동수상했다. “그런 제가 보기에도 1년 반 동안 주조실에서 근무하면서 우리 뉴스가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가 말하는 ‘김장겸 퇴진’ 즉흥 시위의 계기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왜,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잖아요. 달걀 안의 병아리와 어미가 함께 쪼아야 나올 수 있다는. 중요한 것은 알 안의 병아리가 먼저 쳐야 합니다. 어미가 밖에서 먼저 치면 병아리가 죽을 수 있어요. 반대로 안에서 쪼고 있는데, 밖에서 그냥 내버려두면 역시 죽습니다. 지금은 안에서 우리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릴 때예요. 안에서 뭐라도 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 한 달, 그렇게 공영방송 회복을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밖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취재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이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1706201155051#csidx58ad5ea09dd70f7b2f80a104394dc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