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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다산오솔길과 백련사 - "다산의 숨결이 오롯이…자연 굽이굽이 역사가 살아 숨쉬네"

ngo2002 2013. 12. 2. 09:23

강진 다산오솔길과 백련사 - "다산의 숨결이 오롯이…자연 굽이굽이 역사가 살아 숨쉬네"


산·바다 어우러진 가을풍경, 손에 잡힐듯 생생
바람내음·나무그늘…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先人의 향기따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걷는다

 

자연은 스쳐가는 가을이 야속할 뿐이다. 가을은 그 어느 계절보다 짧기에 아쉬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냥 훌쩍 보내지도 않는다. 혹여 손님 접대가 섭섭하면 가을이 일찍 떠나갈까봐, 자연은 급히 형형색색의 가을옷으로 단장하기 위해 채비를 서두른다.


분주한 가을맞이는 남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강이든 바다든 산이든, 어느 곳을 가더라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을정취를 따라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곳, 강진으로 떠난다. 멋스러운 가을풍경은 물론, 굽이굽이 오랜 역사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강진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어 보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길을 만난다. 좁은 마을 골목길부터 시작해 호젓한 숲길, 넓게 탁 트인 들길, 거친 자갈길과 질퍽한 진흙길, 평탄한 아스팔트길 등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길과 함께 해왔다.


전남 서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강진군에는 특별한 길이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생활 중 10년간 머물면서 학문의 꽃을 피웠던 다산초당까지 가는 오솔길이 바로 그곳. 이른바 ‘다산오솔길’이다.


다산오솔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다산의 자취를 잘 머금고 있다.


‘다산’은 예부터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칭이다. 차나무를 유난히 좋아했던 정약용이 이곳 다산초당에서 학문에 정진했기에, 자신의 호를 ‘다산’이라고 붙였다.


다산오솔길은 다산유물전시관부터 시작된다. 다산유물전시관에서 다산의 생애와 작품을 미리 알아본 뒤 출발한다면 또 다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하얀 나무기둥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두충나무 숲을 지나면 다산초당으로 가는 오솔길이 열린다.


다산오솔길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꿈틀꿈틀 나무뿌리가 뒤엉켜 흙을 뚫고 노골적인 모습을 드러낸 ‘뿌리의 길’은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자연에 대한 감탄을 자아낸다.


더욱 깊은 숲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넘실대는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다.


다산이 숱하게 넘나들었을 길섶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가을이 왔지만 여전히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시원한 나무냄새는 마음까지 상큼하게 정리해준다. 삼나무, 편백나무, 소나무 등이 도란도란 정답게 모인 틈새로 가을 햇살이 은은하게 내리쬔다. 하지만 결코 따가운 햇살이 아니다.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햇살 한 줄기조차 시원하고 은은하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저만치 자그마한 집채가 서서히 모습을 보인다. 다산초당이다.


정약용의 숨결이 가을바람 되어 두 볼에 부딪힌다. 바람소리가 사그락사그락 머릿속을 청명하게 해준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아스라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다산초당은 본디 초가집이었다. 하지만 후세인들에 의해 다부진 기와집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바람도 햇볕도 시간도 잠시 쉬어 간다. 그의 학문을 흠모한 여러 제자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다산과 함께한 것처럼 자연도 그렇게 머물렀다 간다.


다산초당 마루에 걸터앉으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다산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학문에 열중했으리라.


초당 주변에는 다산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초당 한편에 다산이 직접 팠다는 샘물 약천과 차를 달이던 부뚜막 다조가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산초당에서 좁은 샛길을 따라 조금만 벗어나면 색다른 풍경이 시선을 훔친다. ‘하늘 끝 한 모퉁이’라는 뜻을 가진 천일각이 그곳이다.


천일각에 올라 멀리 앞을 바라본다. 진녹색 나무들 아래로 저 멀리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진만은 9개의 하천이 모여서 만들어졌다고 하여 ‘구강포’라고도 부른다.


천일각은 다산이 돌아가신 정조대왕과 유배를 떠난 형 정약전을 그리워했던 곳이다. 황홀경에 정신을 놓고 나면 다산도 그 순간만큼은 그리움을 잊었을 것이다.


다산오솔길은 무거운 마음의 짐이거들랑 훌훌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걷기에 좋다. 짧은 구간이지만 다산 정약용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자연 감상은 덤으로 따라온다. 


그 어떤 길보다도 다산오솔길의 여운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만덕산과 강진만 품 안에…고즈넉한 사찰 ‘백련사’
동백나무숲 ‘장관’, 다산초당부터 걷는 오솔길 ‘색다른 낭만’

 

강진 만덕산이 품고 있는 백련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꾸밈이 없는 고즈넉한 사찰이다.


다산초당에서 천일각을 거쳐 약 30분 거리에 있는데, 아늑한 만덕산과 탁 트인 강진만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백련사는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조선후기 때 만덕산에 있다고 하여 만덕사로 불리다 근래 들어 백련사로 불리게 되었다. 백련사는 고려 후기 때 8국사를 배출, 조선 후기에는 8대사가 머물렀던 도량으로, 고종 19년에 원묘국사 3세가 이곳에서 보현도량을 개설하고 고려시대에 종교개혁운동을 일으켰던 백련결사운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특히 다산 정약용과 인연이 깊다. 다산이 유배시절 당시 백련사에서 거처하던 혜장스님과 오랜 시간 동안 사제지간이자 벗으로서 학문과 우정을 나누며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전해온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가는 오솔길은 지금도 관광객들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차를 타고 백련사로 편히 가는 것도 좋지만 오솔길을 직접 걸어 본다면 더욱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나게 된다.


백련사는 사찰만큼이나 동백나무숲으로도 유명하다.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믈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백련사 일대 5만㎡에 달하는 면적에 7m쯤 되는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동백은 2월부터 머금기 시작해 3월 초부터 개화한다. 백련사 역시 새봄이 돌아오면 붉은 동백꽃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한적했던 사찰이 이내 북적북적해진다.


백련사 주변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굴참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가을향기를 만끽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