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꽃무릇공원과 잠월미술관 - "진 주황 물감을 흩뿌리듯 핀 꽃길…그 길에 어디 꽃뿐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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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꽃무릇 자생 군락지 ‘장관’
애틋한 사연 되새기며 사색으로 인도
꽃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달뜬다. 괜히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한다. 더구나 그 꽃이 한두 송이가 아니라 아예 천지를 뒤덮고 있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맘을 놓아두어도 된다.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그 꽃의 유래를 생각하면서, 잘 단장된 산책길을 걷다 보면 마음은 어느덧 잠잠하게 가라앉는다. 흥분이 아닌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 주변은 지금 온통 붉은 빛이다. 잎도 없이 꽃대 하나만 쑥 올리고 그 위에 왕관처럼 화사한 꽃을 단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국내 최대의 자생군락지를 이룬 이곳을 함평군에서는 ‘꽃무릇공원’으로 이름을 붙였다. 무려 40만 평이나 되는 너른 야산과 계곡에 가느다란 허리를 곧추 세우고 꽃을 피웠다.
붉은색 꽃으로 마치 공원 천지가 홍색치마를 두른 듯한 장관을 이룬 이곳은 우리나라 100경 중 48경에 선정됐다. 특히 이곳 꽃무릇은 왕대밭숲의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서인지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과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아 추억과 기록으로 미를 담아가고 있다.
오래 바라보고 있자면, 눈이 빙 돌 정도로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지만, 전설은 애틋하다. 한 뿌리에서 나오지만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피어 서로가 만나지 못한 채 그리워하기에 상사화로 불린다. 먼 옛날 한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다 만나지 못하고 죽어 꽃이 됐다는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꽃무릇공원의 여기저기에서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볼거리·즐길거리가 널려 있다.
꽃무릇축제가 열리기 전 7월에는 뽀송뽀송하게 매달린 조롱박과 수세미, 꽃호박으로 꾸며진 터널을 볼 수 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낭만을 심어주며, 어른들은 옛 시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 입구에는 항아리들을 탑처럼 쌓아올려 전통적인 장독대를 조성했다. 그리고 숲속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두막들이 있어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으며 천 번을 생각한다는 의미의 천사사에는 널판에 천자문을 적어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 앞쪽의 호수에는 징검다리가 있는 용분수대 그 사이를 오리들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다.
이곳의 백미는 절 주변을 빙 둘러 만들어진 2㎞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
잘 가꿔진 산책로 양쪽으로 가득한 꽃무릇 바다를 눈에 가득 담으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나지막한 산중턱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말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글= 광주매일신문 이경수 기자>
[ 꽃무릇 큰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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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의 꽃무릇 군락과 산제비 나비, 그리고 꽃무릇공원을 배경으로 2000년부터 매년 9월에 꽃무릇 큰잔치가 열린다.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인 오는 20일과 21일로 결정됐다.
해보면민 화합 한마당 잔치와 함께 진행되는 축제는 댄싱팀 공연, 각설이 공연, 민요가수 공연 등 각종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또 관광객 장기자랑, 해보농악단 사물놀이 공연, 노래자랑 및 초청가수 공연도 진행된다.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행사로는 봉선화 물들이기·천연샴푸 만들기·페이스페인팅 등이 마련됐다.
[ 잠월(蠶月)미술관 ]
주민 삶속에 녹아든 마을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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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미술관을 찾아가는 맛은 또 다르다. 도시의 그것처럼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시골 특유의 여유와 넉넉함으로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동네에는 인기 절정의 미술관이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06년 가을 문을 연 잠월(蠶月)미술관. 미술관을 안고 있는 뒷산의 모양이 누에를 닮았기에 누에 잠(蠶)에, 앞 산에 뜬 달이 너무도 아름다워 달 월(月)을 함께 붙였다.
이 곳은 지금 마을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기획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삶속으로 녹아들었다.
지난 2007년 첫 기획전을 시작으로 해마다 진행되는 ‘우리 마을 산내리전’은 해가 갈수록 화제를 낳으면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여름에 진행된 ‘헬로우 산내리 할매전’은 60-70대 동네 할머니들이 사진작가로 등장, 큰 감동을 줬다. 회색빛 담 아래 소담하게 핀 이름 모를 들꽃과 마을 우물에 비친 하늘을 담은 사진은 전문작가들이 화려한 기교로 찍어낸 작품 보다 울림이 더 컸다.
미술관의 모든 프로그램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산내리에선 미술관이 사랑방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미술관이 들어선 이후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들락거리게 되면서 사람구경 하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전시가 막을 올리는 날은 마을 전체의 잔칫날이다. 너 나 가리지 않고 나와서 전을 부치고 막걸리잔을 돌리며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떠들썩하니 동네가 활기에 넘친다.
시골마을 속 작은 미술관은 이제 도시에 세워진 웅장하고 화려한 그 어떤 미술관보다 더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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