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선대인의 맨발의 경제학](19) 불황, 앞으로 10년
ㆍ알바와 솔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경제라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다. 그러나 간단하게 생각하면 어쩌면 단순한 일이기도 하다. 어디에 돈을 흘려보낼 것인가, 어디로 돈이 흘러가는가, 그걸 중심으로 생각하면 조금은 경제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6·25 전쟁 이후 한국은 국방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장교들에게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해줬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니까, 군 장교가 한국 제일의 엘리트들이 되었다. 그들이 결국 나라를 통치하고, 경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됐다. 그들은 차관을 가지고 수출 실적을 올려 그 기반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갔다.
그 이후 국제상사와 공장의 시대가 열렸다. 군인들이 작전하듯 만들었던 공장이 바로 포항제철 아닌가. 군인들의 시대 사이로 대학생들이 지지하던 정치의 시대가 10년간 열렸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군인 이후 이 사회의 엘리트 역할을 자처하던 경제인들이 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명박의 시대, 그걸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많은 사장과 회장들이 지지하는 새누리당의 시대, 그 물질적이며 경제적인 기반을 이길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투자하고 있고, 어디로 돈을 흘려보내고, 누가 엘리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복잡한 얘기는 많지만, 실제로 돈의 흐름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축으로 시멘트와 아파트에 돈을 흘려보내고 있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4·1 대책으로 포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자주 또 이렇게 강력한 대책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는가?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잘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어디까지 자금이 흘러들어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 정부, 토건·집값 띄우기 혈안… 장기 불황 뻔해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의 시대를 넘어서 한국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형질 변경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이 지난 대선 이후 한국 경제에 던져진 가장 큰 질문이었다고 본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복지와 증세 논쟁은 오히려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부차적 질문이라고 본다. 그만큼 우리의 토건은 강력했고, 그를 뒷받침하는 도시화 속도는 높았다.
거의 형식적으로 “나는 했다”는 시늉만 보이는 복지를 명분으로 농업 예산은 앞으로 5년간 5조2000억원이 삭감될 예정이다.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농업용수를 명분으로 하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수자원 확보에는 수십조원을 가뿐히 쓰겠지만, 정작 농업 분야에는 단 10원도 아깝다는 게 현 경제팀의 인식이다. 미국의 농업정책 기반이 된 농업법(Farmers’ Act)이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뉴딜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아파트와 댐에만 아낌없이 돈을 털어 넣는 현재의 박근혜 경제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WTO의 전격적 도입 이후, 농업 지원은 곧 저소득층 농민과 낙후지역에 대한 소득 지원책이기도 했다. 수출금융 등 수출지원에는 그렇게 강력했던 WTO도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과 함께 농민 소득지원에 대한 직불금에는 관대했다. 선진국이 그렇게 가고 있고, 지금도 더 강력한 농업 지원 정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국토부 장관이 끌고 나가는 신토건주의 국면에서, 지역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맹진군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청년 경제에 대해서는 어떨까? 냉정하게 판단하면 지금 새누리당이 준비하는 청년 정책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 듯싶다. 시간제 알바와 창업이 중요한 두 축인데, 이게 지금 숨 넘어가기 직전인 한국 청년들에게 별 도움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창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은 청년정책이지 복지정책이 될 수 없고, 일종의 엘리트 프로그램이지 전 국민을, 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장만으로 구성된 국민경제,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핀 공장에서 벌어진 분업을 통한 기적적인 능률 향상을 자본주의의 성공 이유로 보았다. 시간제 알바나 사장들만으로 구성된 경제, 애덤 스미스가 생각했던 자본주의의 역동성과는 아주 거리가 먼 개념이다.
출산율은 1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노인 솔로와 청년 솔로가 통계적으로 공존하고 있지만, 청년 솔로, 즉 본격적인 저소득 청년의 솔로 현상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 전망이다.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기생형 싱글(parasite single)’ 즉 진작 독립했어야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부모에게서 도저히 독립할 수 없는 청년 솔로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독립하지 못한 솔로까지 포함하면 청년 솔로는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정이고, 정부가 전셋값 상승을 핑계로 국민경제를 토건 쪽으로 급반전시키는 동안에 그 반대편에서 솔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승환을 톱으로 하는 박근혜 경제가 5년간 펼쳐지면 더 이상 돌아나오기 어려운 솔로 현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3분의 1 정도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일상적으로 ‘가정’, 전문용어로는 ‘핵가족’이라고 불리는 생활단위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시경제학이 기본 단위로 삼고 있는 ‘가구’는 한국에서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3분의 1 정도의 이런 가정과 홀로 사는 3분의 2 정도로 한국 경제의 주체가 재구성될 것이라는 것, 그게 지난 6개월 동안 박근혜 경제가 가졌던 몇 가지 시도와 흐름들을 보면서 내린 나의 장기적 전망이다.
물론 솔로 현상은 경제적으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현상과 경제현상, 이 모든 것들이 결합해서 출산하지 않는 3분의 2의 국민을 만들어내게 된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생각되는 스웨덴도 솔로 현상은 벌어진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혼자 살고, 또 절반 이상이 혼외 출산을 하는 곳이 스웨덴이다. 한국형 솔로와 스웨덴형 솔로의 차이점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삶을 사는가 아닌가, 즉 빈곤형 솔로인가 아닌가, 그런 것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빼도 박도 못하게 절반 이상이 빈곤형 솔로가 될 것이다.
■ 풀뿌리 경제 살려야 ‘청년 소외’ 막는다
국민들에게 빚을 내게 해서 집을 팔자, 이건 일본도 했고, 미국도 했다. 그러나 지금 서승환의 한국 국토부만큼 이 정도로 세게 하지는 않았다. 일본도 망했고, 미국도 망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저에 깔린 두 현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사라고 권유했던 것, 그리고 바로 솔로 현상이다. 도시 근교에 지어놓은 단독주택을 채워줄 아기 키우는 부모가 더 이상 없다는 것!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 키우고, 이 1970~80년대 풍요의 시대의 주거 양식이 솔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솔로 현상이 심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 바로 도심으로의 회귀다. 아기를 키울 것도 아닌데 저 먼 곳에서 출퇴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식을 위해서 전세라도, 월세라도 구해야 한다는 그 절박감이 지금의 20대에게는 없다. 그러나 박근혜의 경제 엘리트들은 미국과 일본도 다 겪은 이 현실적인 변화를 지금 인지하지 못하고, 설령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싶다. 전세 사는 사람이 집만 산다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다, 이 토건 시대의 경제 이론은 청년의 3분의 2가 솔로로 살아가게 될 우리의 미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불황 10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핍형 솔로의 구매력은 제약되고, 더욱 주변부화한다. 기껏해야 시멘트 ‘공구리’ 박스일 뿐인 아파트에 새누리당과 경제관료들이 목을 매는 이 나라의 미래는 10년짜리 장기 불황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경제 엘리트 역할을 할 것인가? 그게 우리가 던져야 할 다음 질문이다. 불황은 이미 피해가기 어려울 정도로 확실해 보이고, 앞으로 10년의 흑역사가 지난 이후, 우리를 구원할 다음 단계의 경제 지도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풀뿌리 경제에서 강력한 전환점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 경제는 더 ‘지질’해질 것이고, 지방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고, 시민들은 더욱 주변부화할 것이다.
<우석훈 |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경제학 박사>
경제라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다. 그러나 간단하게 생각하면 어쩌면 단순한 일이기도 하다. 어디에 돈을 흘려보낼 것인가, 어디로 돈이 흘러가는가, 그걸 중심으로 생각하면 조금은 경제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6·25 전쟁 이후 한국은 국방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장교들에게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해줬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니까, 군 장교가 한국 제일의 엘리트들이 되었다. 그들이 결국 나라를 통치하고, 경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됐다. 그들은 차관을 가지고 수출 실적을 올려 그 기반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갔다.
그 이후 국제상사와 공장의 시대가 열렸다. 군인들이 작전하듯 만들었던 공장이 바로 포항제철 아닌가. 군인들의 시대 사이로 대학생들이 지지하던 정치의 시대가 10년간 열렸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군인 이후 이 사회의 엘리트 역할을 자처하던 경제인들이 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명박의 시대, 그걸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많은 사장과 회장들이 지지하는 새누리당의 시대, 그 물질적이며 경제적인 기반을 이길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투자하고 있고, 어디로 돈을 흘려보내고, 누가 엘리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복잡한 얘기는 많지만, 실제로 돈의 흐름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축으로 시멘트와 아파트에 돈을 흘려보내고 있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4·1 대책으로 포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자주 또 이렇게 강력한 대책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있는가?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잘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어디까지 자금이 흘러들어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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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연대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알바노조 출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압박붕대에 쓴 문구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정부, 토건·집값 띄우기 혈안… 장기 불황 뻔해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의 시대를 넘어서 한국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형질 변경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이 지난 대선 이후 한국 경제에 던져진 가장 큰 질문이었다고 본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복지와 증세 논쟁은 오히려 한국 자본주의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부차적 질문이라고 본다. 그만큼 우리의 토건은 강력했고, 그를 뒷받침하는 도시화 속도는 높았다.
거의 형식적으로 “나는 했다”는 시늉만 보이는 복지를 명분으로 농업 예산은 앞으로 5년간 5조2000억원이 삭감될 예정이다.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농업용수를 명분으로 하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수자원 확보에는 수십조원을 가뿐히 쓰겠지만, 정작 농업 분야에는 단 10원도 아깝다는 게 현 경제팀의 인식이다. 미국의 농업정책 기반이 된 농업법(Farmers’ Act)이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뉴딜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아파트와 댐에만 아낌없이 돈을 털어 넣는 현재의 박근혜 경제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WTO의 전격적 도입 이후, 농업 지원은 곧 저소득층 농민과 낙후지역에 대한 소득 지원책이기도 했다. 수출금융 등 수출지원에는 그렇게 강력했던 WTO도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과 함께 농민 소득지원에 대한 직불금에는 관대했다. 선진국이 그렇게 가고 있고, 지금도 더 강력한 농업 지원 정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국토부 장관이 끌고 나가는 신토건주의 국면에서, 지역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맹진군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청년 경제에 대해서는 어떨까? 냉정하게 판단하면 지금 새누리당이 준비하는 청년 정책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 듯싶다. 시간제 알바와 창업이 중요한 두 축인데, 이게 지금 숨 넘어가기 직전인 한국 청년들에게 별 도움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창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은 청년정책이지 복지정책이 될 수 없고, 일종의 엘리트 프로그램이지 전 국민을, 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장만으로 구성된 국민경제,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핀 공장에서 벌어진 분업을 통한 기적적인 능률 향상을 자본주의의 성공 이유로 보았다. 시간제 알바나 사장들만으로 구성된 경제, 애덤 스미스가 생각했던 자본주의의 역동성과는 아주 거리가 먼 개념이다.
출산율은 1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노인 솔로와 청년 솔로가 통계적으로 공존하고 있지만, 청년 솔로, 즉 본격적인 저소득 청년의 솔로 현상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 전망이다.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기생형 싱글(parasite single)’ 즉 진작 독립했어야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부모에게서 도저히 독립할 수 없는 청년 솔로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독립하지 못한 솔로까지 포함하면 청년 솔로는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정이고, 정부가 전셋값 상승을 핑계로 국민경제를 토건 쪽으로 급반전시키는 동안에 그 반대편에서 솔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승환을 톱으로 하는 박근혜 경제가 5년간 펼쳐지면 더 이상 돌아나오기 어려운 솔로 현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3분의 1 정도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일상적으로 ‘가정’, 전문용어로는 ‘핵가족’이라고 불리는 생활단위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시경제학이 기본 단위로 삼고 있는 ‘가구’는 한국에서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3분의 1 정도의 이런 가정과 홀로 사는 3분의 2 정도로 한국 경제의 주체가 재구성될 것이라는 것, 그게 지난 6개월 동안 박근혜 경제가 가졌던 몇 가지 시도와 흐름들을 보면서 내린 나의 장기적 전망이다.
물론 솔로 현상은 경제적으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현상과 경제현상, 이 모든 것들이 결합해서 출산하지 않는 3분의 2의 국민을 만들어내게 된다.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생각되는 스웨덴도 솔로 현상은 벌어진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혼자 살고, 또 절반 이상이 혼외 출산을 하는 곳이 스웨덴이다. 한국형 솔로와 스웨덴형 솔로의 차이점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삶을 사는가 아닌가, 즉 빈곤형 솔로인가 아닌가, 그런 것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빼도 박도 못하게 절반 이상이 빈곤형 솔로가 될 것이다.
■ 풀뿌리 경제 살려야 ‘청년 소외’ 막는다
국민들에게 빚을 내게 해서 집을 팔자, 이건 일본도 했고, 미국도 했다. 그러나 지금 서승환의 한국 국토부만큼 이 정도로 세게 하지는 않았다. 일본도 망했고, 미국도 망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저에 깔린 두 현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사라고 권유했던 것, 그리고 바로 솔로 현상이다. 도시 근교에 지어놓은 단독주택을 채워줄 아기 키우는 부모가 더 이상 없다는 것!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 키우고, 이 1970~80년대 풍요의 시대의 주거 양식이 솔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솔로 현상이 심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 바로 도심으로의 회귀다. 아기를 키울 것도 아닌데 저 먼 곳에서 출퇴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식을 위해서 전세라도, 월세라도 구해야 한다는 그 절박감이 지금의 20대에게는 없다. 그러나 박근혜의 경제 엘리트들은 미국과 일본도 다 겪은 이 현실적인 변화를 지금 인지하지 못하고, 설령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싶다. 전세 사는 사람이 집만 산다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다, 이 토건 시대의 경제 이론은 청년의 3분의 2가 솔로로 살아가게 될 우리의 미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불황 10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핍형 솔로의 구매력은 제약되고, 더욱 주변부화한다. 기껏해야 시멘트 ‘공구리’ 박스일 뿐인 아파트에 새누리당과 경제관료들이 목을 매는 이 나라의 미래는 10년짜리 장기 불황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경제 엘리트 역할을 할 것인가? 그게 우리가 던져야 할 다음 질문이다. 불황은 이미 피해가기 어려울 정도로 확실해 보이고, 앞으로 10년의 흑역사가 지난 이후, 우리를 구원할 다음 단계의 경제 지도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풀뿌리 경제에서 강력한 전환점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 경제는 더 ‘지질’해질 것이고, 지방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고, 시민들은 더욱 주변부화할 것이다.
<우석훈 |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경제학 박사>
입력 : 2013-08-23 21:11:41ㅣ수정 : 2013-08-23 2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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