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인사이트 코드에 담긴 인재관리 비법

ngo2002 2013. 10. 22. 15:17

1.[Insight] 코트에 담긴 인재관리 비법 .2011.01.28

식스맨·리베로·외국인 용병…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시즌이 끝나고 나면 농구와 배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전에 농구의 현대 vs 삼성 라이벌 전, 배구의 고려증권 vs 현대자동차의 라이벌 전은 다른 어떤 종목에서 만나기 어려운 명승부였다. 최근에는 야구나 축구에 비하면 그 인기가 조금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농구와 배구는 가장 빠르게 득점이 이루어지고 가장 많은 점수를 만들어 내기에 지루할 겨를이 없고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은 코트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안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찾아보도록 하자. ◆ 빠르게 변하는 시장 위해 컨트롤 센터 필요 = 농구나 배구는 야구나 축구에 비해 확연히 다른 것이 하나 있는데 경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포지션이 있다는 사실이다. 농구에서는 `가드(Guard)`, 배구에서는 `세터(Setter)`가 그 포지션이다. 이들은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그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이들은 밥상을 차려주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좋은 가드나 세터 없이 경기를 잘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가드나 세터는 전체 경기를 이끌어가는 컨트롤 센터(Control Center)와 같다. 이들은 감독이 지시하는 작전을 다른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경기를 지배ㆍ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왜 농구나 배구에 이런 특별한 포지션이 만들어 졌을까. 첫째, 농구나 배구는 아주 빠른 속도로 점수를 올리고 다른 종목과 달리 상황 변화가 빠르고 많아서 작전 구사 방법이 너무나 많다. 둘째, 농구와 배구에서는 약속된 플레이가 많다. 수도 없이 반복된 훈련으로 정형화된 틀을 다른 종목보다 훨씬 많이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정리해 보면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고 약속된 플레이를 오류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 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가드와 세터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상황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을수록 모든 조직에서 누군가는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 외국인 용병은 한국의 소프트웨어와 꼭 결합

= 야구나 축구에서도 외국인 용병 역할은 크지만 농구나 배구만큼은 아니다. 삼성화재 배구팀 우승은 가빈이라는 외국인 선수가 이끌었고(실제 그의 공격점유율을 보면 이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농구에서도 몇몇 외국인 선수들이 해당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외국인 용병을 잘만 고르면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논리가 만들어 지는데 그것은 앞에서 말한 대기업과 다를 게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좋은 외국인 용병을 뽑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부분 뛰어난 하드웨어(탁월한 신장, 체력, 운동능력)를 가지고 있지만 경기는 용병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성공적인 용병은 한국 소프트웨어와 잘 결합할 때 나타난다. 삼성화재 배구팀의 가빈이라는 선수가 "한국에 와서야 배구에 눈을 떴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기사에 주목한다. 이는 한국 배구 코트가 외국인 용병에게 발전의 기회가 됐다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와서 최고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삼성화재에서 잘 크고, 자랐다는 소리다. 외국인 용병도, 외국인 임원도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라면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강해지고 힘을 얻게 된다. 외국인 용병이 지배자가 아니고, 만병통치약이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 주전자리 노리는 식스맨은 조직의 활력소

= `식스맨(Six Man)`은 농구 경기에서 쓰이는 용어다. 다섯 명이 하는 농구경기에서 이 단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프로 리그에서는 선수 5명으로만 전체 시즌을 이끌어 나갈 수 없기에 여섯 번째 선수가 필요하다. 자칫 식스맨을 후보선수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절대로 그런 의미가 아니다. 농구에서 `스타팅 멤버`를 제외한 멤버 중에 가장 기량이 뛰어나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식스맨이다. 이들 임무는 기존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빠졌을 때 대체 선수로 코트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식스맨 임무는 경기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이며,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카드게임으로 치면 조커(Joker)와 같은 포지션이다. 경기 분위기를 쇄신하고 기존 멤버들에게 활력소가 되기에 훌륭한 식스맨을 가지고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백업 멤버(Back up Member)`를 가지고 있다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조직이나 팀은 이런 식스맨을 훗날 주전으로 활용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본 벤치 멤버들은 자신이 뛰어난 식스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기존 멤버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 화려함 없이 굳은일하는 리베로 존중해야 = 배구경기를 보면 유난히 신장이 작고 유니폼 색깔이 다른 선수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장이 2m에 육박하는 선수들 사이로 코트 구석구석으로 몸을 던지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를 `리베로(Libero)`라 부른다. 이들은 크게 인기를 끌지도 못하고 팬들 관심도 못 얻는다. 김세진, 신진식, 후인정은 알아도 월드 리베로상을 받은 이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공격도 할 수 없고 서브도 넣을 수 없다. 수비만 전문으로 하는 선수인 셈이다. 상대방 강스파이크와 강서브를 받아 올리려고 쉴 새 없이 코트를 구른다. 일반적인 선수교체 룰을 따르지 않기에 카메라에 잘 잡히지도 않고 코트 뒤쪽에서 일반 선수들과 쉴 새 없이 교체하면서 상대방 공격수 볼을 걷어올리는 일만 한다. 하지만 이들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계대회에서 그들 중에 최고 선수를 뽑아서 상까지 준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수비 하나 하나가 득점으로 연결돼 팀 승리를 만들어 내는 바탕이 된다. 얼핏 보면 반쪽 선수인 것 같지만 팀내에서 자기 임무를 가장 정확하게 부여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궂은일을 해내는 선수다. 회사에서는 지원부서와 비슷하다. 빛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일을 해내야 하는 조직과도 같다. 모두가 공격수가 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론 이들이 있어서 빛나는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케팅 현장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자기 팀을 응원하는 열광적인 팬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처럼 보인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본인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필살기를 만들어내고, 장기간에 걸쳐 준비해 목표를 이뤄 간다는 측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이 글을 읽는 기업 경영자나 관리자라면, 농구나 배구팀에서 소리만 질러대는 감독이 아니라 그 짧은 작전시간에도 명확한 지시를 내리는 그런 감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김성철 TBWA코리아 광고본부장]

2.[Insight] `승자의 저주` 가격 문제만은 아니다 2011.01.28 1

M&A 당시 현금흐름 나쁘지 않고, 기업 잠재 기술력까지 확보하면 인수가격 많이 높아도 성공 가능

최근 한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의미있는 화두는 두말할 여지없이 기업 간 인수ㆍ합병(M&A)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간 경쟁,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 의료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한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최근 M&A 전략에 대한 논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M&A 전략에 대한 논의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인수 가격 적정성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해당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 때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때 반드시 승자의 저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우선 M&A 전략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인수 후 신제품 개발(Acquisition and Development) 전략(이하 A&D 전략)이다.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가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혹은 영업 기반이라기보다는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잠재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A&D 전략이 중요할 때는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아주 좋은 잠재 기술력을 보유한 피인수 기업을 경쟁사가 인수했을 때 발생할 상대적 손실을 감안하면 해당 피인수 기업 가치가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하이테크 산업에서 사용되는 A&D 전략은 첨단기술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에 발생할 잠재적 시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통신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인 시스코는 잠재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시장가치보다 평균 3배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다. 하지만 인수 이후 해당 기업 기술력을 활용하여 최단 시간에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스코가 가지고 있는 전 세계 유통채널을 활용해 판매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시스코는 특정 기업을 인수한 이후 3~4년 사이에 피인수 기업 매출액을 평균 50배 이상 신장시킨다. 시스코는 해당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비록 3배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하였지만 승자의 저주와는 정반대 결과를 창출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자산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M&A 전략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M&A 전략도 높은 인수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자의 저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M&A 전략에 대한 많은 실증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일반적으로 적정 인수 가격보다 10% 이상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때 M&A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수 가격이 높은 M&A 전략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수 기업이 충분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있을 때 비록 단기적으로는 높은 인수 가격 때문에 고전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사업에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의료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할 때 인수 가격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삼성전자는 메디슨을 회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 성과가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메디슨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다고 할지라도 삼성전자는 의료기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진입비용을 지불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의료기 분야에 있는 제2 혹은 제3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더욱 의미있는 진입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한국 재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승자의 저주`라는 이슈가 M&A시장에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의지를 꺾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M&A 전략 분야에 대한 수많은 연구 논문들은 통계적으로 M&A 전략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A 전략에서 좋은 성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산 중 하나가 해당 기업이 얼마나 많은 M&A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M&A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많아야 M&A 전략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M&A 전략을 문의해오는 경영자들에게는 CEMEX 사례를 자주 든다. 1906년 멕시코에서 탄생한 CEMEX는 1985년까지만 해도 멕시코 내에서 6위 정도에 불과한 작은 시멘트 기업이었다. 하지만 1987년 멕시코 내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성장가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멕시코 내에서 1등 기업으로 변신한 데 이어 이후 10년 동안 북미, 남미,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사를 인수하는 M&A 전략으로 세계 3대 시멘트 기업으로 도약했다. CEMEX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매출액을 1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5배 이상 신장시켰으며, 이후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계속하면서 이제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가 시멘트 산업이고, 그리고 멕시코에 있는 기업이 이런 M&A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면 첨단 산업으로 무장한 한국 경제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M&A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3.[Insight] 현지인만 쓰면 해외진출 성공할까2011.01.21

세계로 뻗는 회사에 글로벌 인재 필요한데국적과 상관없이 `글로벌 모빌리티` 구축각 지사가 자유롭게 인재 뽑고 배치해야

탄탄한 성장과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가진 `최강기업`은 재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최고수` 회장의 꿈은 그 정도로는 어림없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최고수 회장 판단으로는 이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ㆍ일본ㆍ중국ㆍ베트남ㆍ인도 등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고수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자신이 있었다. 제품 품질도 세계적인 수준에서 손색이 없고 기술력도 다른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서 비슷했다. 자금력도 그동안 잘 축적해왔기 때문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국내와는 다르게 인력과 인재 문제가 훨씬 크고 심각하게 다가왔다. 경영자는 물론이고 각 주요 직무 포지션마다 인재의 필요성이 큰 이슈였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내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언어 문제, 문화적인 문제, 법, 환경 때문에 국내 인재가 전과 같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 국내 인재로는 외국시장 개척 한계 = 글로벌 시장에서 성패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 확보와 양성이다. 이는 외형적이고 물리적인 국제화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적이고 정신적인 국제화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글로벌 인재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 기업은 대부분의 글로벌 인재 운영을 아직까지 본사에서 파견한 한국인 주재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커지게 되면 많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현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성장의 한계를 느낀 현지 우수 인재가 이직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 파견한 주재원이 아무리 오래 있어도 현지 시장과 고객에 대한 대응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제 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인재보다는 세계 여러 나라 어디에서든 근무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게 되었다. 즉 국적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된 것이다. 최강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국적을 초월하여 `최강기업`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글로벌 인재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강기업`에는 글로벌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인적 자원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이동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핵심 프로그램인 글로벌 모빌리티(Global Mobility)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글로벌 차원의 인적자원 이동체계 필요 = 이러한 글로벌 모빌리티 체계를 단번에 최고 수준까지 만들 수는 없다. 시기와 인력 역량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정교하게 구축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본사 중심 운영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본사가 글로벌 모빌리티에 대한 전략 방향 수립과 제도 설계, 운영까지 총괄 수행하는 단계다. 해외지사는 급여 지급과 이주지원 등의 행정적 업무에 국한하여 수행하게 된다. 인력 운영도 본사가 해외지사의 모든 글로벌 모빌리티 대상 포지션과 인력들을 직접 관리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글로벌화 강화 단계다. 본사는 글로벌 모빌리티에 대한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제도를 설계하며 이에 대한 운영 지침을 해외지사에 제공해야 한다. 해외지사는 운영 지침에 입각해 행정적 업무뿐 아니라 글로벌 모빌리티 관련 운영 업무를 처리한다. 본사는 팀장급 이상 리더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대상 포지션에 대해 직접 선발ㆍ관리하게 된다. 파견 대상 인재 선발풀의 영역을 본사뿐만이 아닌 각 해외지사 인재로 확대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글로벌 최적화 단계다. 이 단계에서 본사는 글로벌 모빌리티에 대한 전사 차원의 전략 방향만을 수립하고 제도 변경과 운영 지침을 제공한다. 해외지사는 본사에서 제공하는 전사 차원의 전략 방향과 지침에 입각해 각 지사 특성을 감안한 글로벌 모빌리티 운영전략을 수립하고 제도를 변경하며 운영할 수 있다. 본사는 본사 관할의 장기적 파견이 필요한 주요 글로벌 모빌리티 포지션만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포지션들은 잡 포스팅(Job Posting) 제도를 통해 각 지사들이 자유롭게 인력을 선발하고 이동하게 할 수 있다. 이때 인적자원 인프라스트럭처는 본사가 제공한 글로벌 모빌리티 제도 설계 원칙에 입각해 각 해외지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정ㆍ보완해 본사 확인을 받은 후 실행하면 된다. 이 단계에서는 본사가 아닌 해외지사 중심의 인력 확보와 양성 체제가 필요하며 현지인 중심 체제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최적의 인물을 능력 위주로 선발하여 직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본사를 포함한 모든 해외지사들의 인력 정보를 실시간 조회 가능하도록 글로벌 인터페이스를 실현하는 것이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요하다. 글로벌 모빌리티 체계를 만들고 운영하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본사가 주도적으로 지향하는 경영 철학과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본사의 국적이 어디든 해외지사가 어디에 위치하든 모두가 하나의 회사라는 내부 정체성과 공동의 비전을 확립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성과를 내게 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본사는 투자만 했지 해외지사들은 각각 그 나라의 개별 기업이 되고 글로벌 경영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글로벌 인재는 글로벌 경영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통합화도 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모빌리티 제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투자와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광서 타워스왓슨 코리아 사장]

[Insight] 실패를 드러내고 기억하고 활용하라2011.01.31

경영자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예기치 않게 공장에서 화재, 붕괴사고가 발생하거나 시장에 내놓는 제품의 품질이 악화될 수 있으며, 제품을 출시한 후 안정상 결함을 뒤늦게 알아차려 대량 리콜을 실시할 수도 있다. 2010년 한 해만 보아도 자동차 업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차량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앞문 잠금 장치 결함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신형 쏘나타를 대규모 리콜 조치했으며 GM과 혼다, 도요타 등도 한 해 동안 적게는 40만대, 많게는 200만대 이상 전격 회수시킨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실패를 예견하는 그 어떠한 징후도 없었을까?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책에 따르면 여러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모든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통계적 법칙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치명적 실패에는 300건의 이상징후가 앞서 발생

= 치명적인 실패 하나가 속출하기 전,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실패가 29가지가 있었으며, 이로 인한 이상 징후는 무려 300가지에 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인리히 법칙은 쉽게 말해 1:29: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전 선장은 빙하와 충돌할 수 있는 경고를 여러 번 무시하여 작은 빙하와 수십 차례 부딪쳤다. 이 밖에도 선장의 과거 실수 경험과 과속 운행, 해상감독 미비 등 300여 가지에 달하는 이상 징후가 있었다. 이런 실패 징후를 미리 포착했다면 대형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확률은 낮아도 발생하면 기업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실패의 징후를 잘 찾기 위해서는 원인 파악이 최우선이다. 보통 실패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고의적인 행동으로 인한 실패, 능력부족이나 부주의로 인한 실패, 그리고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패가 있다. 먼저 고의적인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실패는 그 유명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2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베어링스 은행은 1995년 파생금융상품 불법 거래로 인해 졸지에 파산하게 됐다. 싱가포르 지사에서 파생상품 거래담당자였던 닉 리슨은 불법으로 거액을 파생상품에 투자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비밀 계좌에 숨겼으며 결국 본사 감사팀이 사건을 발각했을 때 손실액은 무려 13억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스킬 부족이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실패로는 일본의 명문 기업인 유키지루시유업의 명예 실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0년 일본 최대 우유업체인 유키지루시유업은 사소한 부주의로 역사에 남을 대규모 식중독 사건을 일으켰다. 우유 저장탱크 청소를 소홀히 한 것뿐이었는데 절대 신뢰를 받던 이 국민기업은 무려 일주일도 채 안 돼 1만4789명의 식중독 환자를 발생시켰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실패 원인 중 어떤 징후가 더 치명적일까?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고의적인 행동으로 인한 실패가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의적인 행동으로 인한 실패 징후는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발생한다면 기업이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횡령이나 기밀유출, 실수의 은폐는 업무태만이나 기물 파손보다 기업에 훨씬 큰 타격을 준다. 다행스럽게도 탄탄한 방지장치가 설정돼 있다면 고의적 행동, 혹은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실패는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 번째 실패인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실패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 실패의 징후를 성공의 씨앗으로 활용 = 그러나 실패의 징후를 포착하여 각 원인에 맞는 적절한 방지장치를 설정하면 위 모든 종류의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먼저 고의적 행동으로 인한 실패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의 철저한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흔히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지 장치를 내놓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시키는 데 이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다. 직원이 스스로 기업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높은 도덕 의식을 심어줘야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한편 업무 누락이나 설비 오염 등 스킬 부족 혹은 부주의로 인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직능 교육과 업무를 매뉴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업에서 종업원의 실수로 인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행동지침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지 장치들을 조직 문화로 연결할 수 있다면 자칫 큰 실패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작은 실패들이 오히려 성공의 씨앗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작은 실패를 성공의 씨앗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실패의 징후들을 포착해 그것이 크고 치명적인 실패를 일으킬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고안했던 방지 장치들을 일시적인 대안 조치로 그치게 하지 않고, 그것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큰 실패를 일으키는 작은 실패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회사는 좀 더 안전하고 견고해 질 수 있다. ◆ 실패를 드러내고 활용하는 문화여야 = 방지 장치를 조직문화로 연결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으로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드러내라`이다. 실패는 숨거나 왜곡되기 쉽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잘잘못을 따져 책임 소재를 가르는 데 집중하지 말고 실패를 다각도로 조명해 근본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회사의 경우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나 책임 회피에 대한 유인으로 문제점을 왜곡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기억하라`이다. 아버전략그룹(Arbor Strategy Group)은 신제품 및 브랜드 출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실패 제품들을 모아놓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활용하는 NET(New Produdct Works)를 고안해냈다.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특이한 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의 정보는 반복되기 때문에 그 정보를 잘 관리하고 현재와 미래의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기업의 대표로 꼽히는 GE에는 실패 데이터 베이스가 있다. GE는 지난 50년간 제품마다 사고나 고장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략을 세우는 기초로 활용해 왔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하고도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 기업은 같은 실패에 발목이 잡혀 성공할 수 없다. 실패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실패의 정보를 관리하는 조직 장치는 실패를 성공의 씨앗으로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지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즉 실패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찾아보면 실패를 활용해 성공의 씨앗으로 만든 일화는 주위에 많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풀 스윙으로 1300개가 넘는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그 삼진을 두려워하여 풀 스윙을 버렸더라면 714개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떠한 현상이나 특징이 한 관점에서는 실패, 혹은 남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단점이라 할지라도 다른 관점에서는 특징이 될 수도 있다. 그 특징을 잘 살려서 보완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칼 하인리히 바거를은 "바보는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반면 똑똑한 사람은 늘 다른 실수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기업, 나아가 그 실패를 성공의 씨앗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 그리고 매번 다른 실수에서 다른 경험을 쌓고 성공의 씨앗을 찾아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진정한 성공의 꽃을 피울 저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Isight] 좋은 광고 만드는 광고주 특징 셋 2011.02.11

10년 이상 된 일이다. 당시 다니던 광고대행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분께 광고주들이 제대로 하지를 못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다며 불평을 마구 늘어놓았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드는 겁니다"는 말도 했다. 눈을 감고 그 긴 불평을 쭉 듣고 있던 그 CEO께서 말씀하셨다. "정 그렇다면 광고주를 좋은 광고주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불평만 해댔지 실제로 어떤 광고주가 좋은 광고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불평만 내뱉고 다녔다. 이후 과연 좋은 광고주란 어떤 사람들인가부터 세세한 조건까지 규정해 보는 것을 업계 종사자로서 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계약서상 `갑`과 `을` 존재가 뚜렷하게 나뉜 우리 사회에서 사실 주로 `을`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갑`은 모름지기 이래야 좋은 `갑`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 만용에 가까운 화를 자초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는 소리를 업계에서 가끔 듣는데, 좋은 광고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리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한때 같은 소리를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느껴 여기에 좋은 광고주가 되기 위한 요건들을 적어 본다. ◆ 광고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라

= 세계 최대 대행사 창업자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인이 되기 전 다채로운 경험 중에서 세일즈맨 활동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평생을 통해 "사람들은 지난밤에 TV 광고에서 한 농담 때문에 새로 나온 세제를 사지 않는다. 제품의 혜택을 얘기해야만 팔 수 있다"라고 한 말처럼 실제 제품을 파는 것을 광고의 최우선 목적으로 삼았다. 제품 판매를 광고 목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광고주가 없지만 제품 판매에 이르기 위한 경로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여러 광고물들이 시리즈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집행되는 광고 캠페인은 시기나 매체 종류에 따라 각 광고물들 기능과 세부 목적은 다를 수 있다. 광고주 성향이나 당면한 상황에 따라서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든 화제를 불러일으키려고 한다거나, 예술적인 완성도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든지, 최고 의사결정권자 개인적인 기호에만 영합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모두 단편적으로는 있을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주는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제품 판매와 같은 궁극적인 목표를 포함한 다른 목적들과 어떻게 융합되어 화음을 연출할 것인지, 바로 전략 방향과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어야 한다. 광고에서 `여러 가지를 얘기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얘기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광고주로서 여러 방향을 준 것은 결국 아무 방향도 주지 않은 것이다. ◆ 대행사가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하라

= 광고 대행사를 다니며 얻는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업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광고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쪽에서 생각하기가 용이하다. 예를 들면 광고주는 제품 개발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기술적 한계까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시각이 제한돼 있는 데 비해 광고대행사는 얼토당토않을 수도 있지만 광고주 쪽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광고주는 자신의 한계를 외부 대행사 힘을 이용해 넓혀야 한다. 그런데 대행사를 자신의 한계 안으로 우겨서 집어넣으려 애를 쓰는 모습을 많이 본다. 같은 편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데, 그들에게 자신이 내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면 대행사를 쓸 이유가 없다. 대행사에 특정 제품에만 단기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특정 제품만을 다룬 사람만을 요구하는 것은 대행사를 이용하는 혜택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대행사 인원들은 제품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에서는 광고주보다 전문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광고물 디자인이나 스포츠 행사 진행 등 자신만의 고유한 기능적인 영역들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업무적 전문성을 얻기 위해 대행사를 쓴다. 대행사 내부에 다양한 업무에 정통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소규모 대행사는 외부 자원을 조직해 쓴다. 바로 그 다양한 외부 자원을 쓰는 노하우가 대행사들에 많다. 그런데도 대행사를 쓰면서 각 분야마다 직접 개별적으로 세세히 관여하는 광고주들이 꽤 있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맡기고 큰 방향을 잡는 전략에 관한 고민을 하라고 대행사를 쓰는 것이다. 대행사 사람들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여건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상궤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대행사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무엇보다 카툰에서 보았듯이 최종 결정은 광고주가 한다. 맘대로 놀게 하고 광고주로서 취사선택하면 된다. ◆ 기업 브랜드는 광고의 기본이다 = "광고는 매년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데, 왜 광고대행사에 해마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하고 묻는 광고주 CEO에게 대행사 CEO가 대답했다. "그걸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 일이거든요." 여기서 광고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광고물이 아닌 테마, 바로 광고의 컨셉트다. 그 컨셉트의 기본은 브랜드다. 대행사가 지키고 있었던 것은 바로 기업의 영혼이자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브랜드였던 것이다. 이 대화가 광고주에게 주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브랜드를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광고 대행사에 무엇을 지킬 것인지 전략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줄 수 있다. 둘째, 명료하게 정의된 브랜드에 따라 바꿀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부 전술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 전술적 규정에 따라 각 분야별 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동원할 수 있는 책임을 광고대행사에 지울 수 있다. 정리해 보면, 대행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기업을 운영하거나 제품 마케팅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브랜드라는 근간을 중심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며, 세부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그에 따라 대행사에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단일한 창구를 만들어 최대한 전문성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운용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했다. 너무 당연하기에 오히려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근래 `광고대행사`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광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현재 상황과 사실 맞지 않다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는 `광고주`와 관계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기존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Insight] 잡스 이후는 ?…`후계자 리스크`에 몰락할수도 2011.10.06

애플 CEO 승계계획 아직 없어…주주 문의에도 철저히 대답 피해

세계적 헤드헌팅 업체 콘페리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65%는 제대로 된 CEO 승계계획(succession planning)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애플은 이 문제가 매우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전설적 창업가 스티브 잡스는 암투병으로 지난 1월 또다시 병가를 얻어 회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다. 세계적인 창업가의 투병 소식은 슬프지만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의 관심은 잡스 없는 애플이 과연 계속해서 혁신적인 제품과 경이적인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자연스레 그 관심은 애플의 2인자 팀 쿡에게 돌아가고 있다. 쿡은 애플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ㆍ최고운영책임자)로서 영업과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잡스가 혁신가 및 전략가로서 새로운 제품과 전략을 구상하면 쿡은 신속하고도 비용 효율적으로 신제품 생산, 운송, 판매, 고객관리 등의 운영 전반을 담당해왔다. ◆ 잡스 없는 애플, 혁신 선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쿡이 애플에 입사하던 1998년 이전 애플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의 비효율성이었다. 당시 이미 델(Dell)이 JIT(Just-in Time) 생산 방식으로 뛰어난 수익을 올리던 것에 비해 애플은 90일치의 재고를 유지하며 막대한 재고비용과 비효율로 고전하고 있었다. 쿡은 재고량을 60일, 30일로 단계적으로 감소시킨 후 지금은 JIT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였고 이는 애플의 막대한 이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애플은 공급사슬관리를 가장 잘하는 최고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경제분석가들은 잡스와 쿡의 역할이 완벽히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잡스가 계속 병으로 고전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회사를 떠나게 될 때, 과연 쿡이 잡스를 대신하여 애플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분석가 상당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쿡이 대단한 역량과 열정의 소유자임에는 분명하나 그의 경력은 운영부문에 국한되어 왔기 때문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시장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안목이 필요한데 쿡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애플의 역사에 나타난 적이 있다. 잡스는 1976년 애플을 창업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사내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1984년 회사에서 축출되었다. 이후 잡스 없는 애플은 제품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세를 걸었으며 1997년 잡스가 컴백하고서야 회생됐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던 13년간 회사가 고전한 주된 이유는 CEO 승계 계획 없이 잡스가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애플에는 탁월한 인재가 많았지만 잡스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양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의 애플은 잡스를 축출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후계자가 양성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와 동일한 상황이며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현재의 선도적 위치에 손상이 올 가능성이 크다. ◆ 잡스, 췌장암 투병 7년간 CEO 승계 계획 안 밝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은 애플의 이사회와 잡스가 져야 한다고 보인다. 잡스와 이사회는 2004년 잡스가 췌장암으로 투병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나 공식적인 CEO 승계 계획 없이 지내왔다. 애플에는 탁월한 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스를 완벽히 대신하지 못하더라도 7년의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왔다면 충분히 훌륭한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었을 것이며 잡스의 병가 소식에 주가가 하루에 10%나 요동치는 혼란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소동에 분노한 애플 주주 중 일부는 2월 23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CEO 승계 계획과 후보자군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애플은 민감한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를 회피해왔다. 마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CEO 승계 계획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과거보다 많이 공개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과거에는 CEO 승계 계획을 기업의 통상적 경영사안(ordinary business matter)으로 간주하여 회사가 주주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었다. 그러나 최근 규정 개정을 통해 CEO 승계 계획을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경영상의 리스크(significant business risk)로 재정의하고 이사회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 후계자 양성 실패는 몰락의 길 이러한 변화로 인해 CEO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은 이제 이사회의 핵심 임무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애플과 대비되는 것은 GE다. GE의 잭 웰치는 40세 무렵에 CEO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명되어 여러 해 동안 훈련ㆍ검증기간을 거쳐 불과 45세 젊은 나이에 거대 기업 CEO가 되었지만 GE를 이전보다 더 위대한 기업으로 키웠다. 그의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45세에 CEO가 되었다. GE와 같이 전략적으로 40대 젊은 인재를 거대 기업 회장으로 선임하는 CEO 승계 계획을 시행하지는 않더라도 현재의 뛰어난 실적을 이어갈 유능한 CEO를 양성하는 것이 지금 애플의 가장 큰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세계 2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이지만 그런 높은 금자탑은 유지하기가 매우 힘든 법이다. 콜린스의 명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은 위대한 창업가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뛰어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과 위대한 창업가의 사후에 쇠락한 기업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위대한 창업가가 떠난 후 그를 대신할 후계자를 미리 양성해 두지 못해 쇠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콜린스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위대한 창업가가 생존하던 때는 시장을 선도하다가 후계자 양성에 실패하여 쇠락한 기업이 매우 많으며 저명한 예로는 제니스, 체이스 맨해튼, 웨스팅하우스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대한 창업가 이후의 후속 경영자를 양성하여 `다세대 성공(multi-generational success)`을 이어갈 확률은 낮다. 애플만 예외가 되라는 법은 없다. [김성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Insight] 잡스 없어도 애플에 큰 위기 안올것 2011.02.27

애플의 원동력은 CEO 아닌 혁신

매경 MBA 섹션은 지난호에 암으로 투병 중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제대로 된 CEO 승계 없이 애플을 떠난다면 애플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기고를 실었다. 그러나 잡스가 없더라도 애플이 위기에 봉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매경 MBA 섹션은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호에는 반대 의견을 소개한다. 지난 1월 17일 스티브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내면서 많은 사람이 염려했던 애플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번 병가 때는 잡스가 모든 애플 직원에게 "나는 애플을 무척 사랑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차기 애플 CEO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물론 CEO에 대한 많은 연구논문에서 CEO 교체가 기업 경영 성과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통계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하지만 과연 많은 사람들 걱정처럼 잡스가 떠난 애플이 위기에 봉착할까. 그리고 애플이 가지고 있는 혁신 성향이나 혁신 상품 출시가 현저하게 달라질까. ◆ 차별화된 개발과정이 애플의 저력 = 필자는 애플이 쉽사리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는 애플 성과가 잡스의 개인적 역량에 의해서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 디자인이 월등하게 차이 나는 이유는 애플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경쟁사와 본원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적어도 10개 정도 팀이 경쟁한다. 1차 관문으로 10개 팀에서 제시한 디자인 아이디어 중 3개를 선정하고, 기존 10개팀은 이합집산을 통해 3개의 디자인 팀으로 재편성된다. 2차 관문에서는 디자인 아이디어 3개를 놓고 경쟁해 최종 제품 디자인을 선정한다. 이렇게 치열한 내부경쟁을 거쳐서 선정된 최종 제품 디자인은 내부설계팀에 이전되고, 내부설계팀은 디자인을 전혀 변경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기능설계를 마쳐야 한다. 기능설계가 끝나고 나면 제작과 생산은 외주업체에서 맡게 된다. 바로 이런 프로세스 때문에 애플에서는 초기 디자인이 설계 혹은 생산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 애플 경쟁사들은 디자인 과정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이 없고, 설계ㆍ제작ㆍ생산 단계에서 디자인을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현재 애플의 성과는 애플이 보유한 다양한 내부 역량에서 창출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 고객 84% "잡스 없어도 애플 제품 계속 구매" = 둘째, 애플에는 잡스보다도 훨씬 중요한 광적으로 충성스러운 기존 고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애플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존 고객 숫자는 이미 3억명을 넘어선 상태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매월 1000만명 정도 고객이 창출되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가 2억5000만명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애플 고객이 가지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신제품 출시 이후 최초 100만대를 판매하기까지 아이팟은 22개월이나 걸렸지만 아이폰은 74일, 아이패드는 겨우 28일 걸렸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애플 고객 중 84%가 잡스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애플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고, 부정적인 답변을 한 고객은 겨우 7%에 불과했다. 따라서 잡스가 애플을 지키는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기존 고객들이 있다. 특히 애플 기존 고객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응용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아이튠스 혹은 앱스토어에 유착(Lock-in)돼 있어서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 애플 새 CEO는 외부 발탁 가능성도 = 셋째, CEO 승계에 대해서도 전혀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팀 쿡 최고운영자(COO)가 많은 사람들 예상대로 과연 잡스를 승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잡스가 능력 위주로 깜짝 인사를 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따라서 쿡이 COO로서 최고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동시에 그가 CEO로서는 낮은 평가를 받는 것 역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쿡이 후계자가 아닐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잡스의 모든 것은 비밀 정책이다. 하물며 신제품 출시조차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잡스가 후계자를 사전적으로 공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잡스 후계자가 애플 외부에서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혀 예상 밖의 후계자가 나타나서 잡스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잡스가 떠난 애플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 ◆ 애플의 진정한 위기는 `큰 숫자의 법칙` = 그렇다면 과연 애플의 진정한 위기는 무엇일까.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0년 애플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0%가 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삼성전자보다 3~4배 정도 높은 애플에 과연 위기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애플에는 3가지 중요한 위기 요인이 숨어 있다. 첫째는 애플 브랜드 충성도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애플은 모든 제품에 애플이라는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때문에 애플 브랜드 충성도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곧바로 매출액 전체가 영향을 받는 구조다. 그리고 한 번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의 영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제품 숫자가 증가할수록 계속해서 히트 제품을 출시할 확률이 낮아지고, 동시에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경쟁사 대비 매우 적은 숫자의 히트 제품이 애플 매출액에서 대다수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이런 위험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애플 역시 `큰 숫자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큰 숫자의 법칙이란 규모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출액 100조원인 기업이 200조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출액 1000억원인 기업에서 2000억원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 주가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경쟁사 대비 성장률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성장률은 인재 채용, 연구개발(R&D), 신규사업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애플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현재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애플은 더욱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할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Insight] 고객과 교감할 스토리 스스로 만들어라 2011.03.04

업무 의미 깨닫고 신뢰감 주면 고객도 마음 열고 나의 팬 될것금융산업을 논의하다 보면 시장경제의 보루, 산업경제의 동맥, 제조업과의 동반성장 같은 큰 주제의 얘기가 `반드시`라고 할 만큼 따라 나온다. 그만큼 금융산업이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큰 이슈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관계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국내 금융시장의 고객 접점 영업도 그 못지않게 우리 금융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국내 금융회사들은 거대 담론적 금융산업에 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금융 영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선 영업점에서 고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업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오늘날 한국 금융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은 정밀성, `정말로 친절한` 진정성, 종사자 개인윤리 등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 ◆ 도식적 친절ㆍ봉사 교육은 이제 그만 = 오랜 기간 이 땅에서 금융인을 지배해 온 `친절`과 `봉사`라는 개념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도식적 교육과 연수로 친절과 봉사를 강화하고 무장시킨다고 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시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직원의 마음이 실질적으로 고객과 교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추상적인 친절 교육보다는 `왜 내가 진정성을 갖고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천적인 해답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 상황은 수요자 중심으로 돌아선 지 오래기 때문이다. 시장 다양화로 `저축 시대`에서 `투자와 운용의 시대`로 전환된 것도 벌써 몇 해 전이다. 이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재무 프로그램 등을 상담하고 서비스해야 한다.

◆ 생각의 기술을 바꿔야 = 이 시점에서 금융회사 직원들의 `생각의 기술`을 `로고테라피(Logotherapyㆍ의미치료)`라는 의학적 용어로 이해하고 싶다. 아무리 친절 교육을 받고 인식의 틀을 추상적ㆍ상징적 친절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원 각자의 머릿속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가 진지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감정 전이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정신병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로고테라피는 매 순간 삶의 진지한 의미를 묻고 답하며 일상의 모습으로 고객을 상대하고 자기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정신적 자산이다. 금융회사들의 국내 영업 전략이 고객과의 관계 마케팅이라는 의미로 이해될 때 이것은 결국 고객과의 `메이킹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부터가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자신의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약속, 신뢰, 건전한 사고, 이성적 행동 등에 진정성이 더해지면 결국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브랜드의 힘이 진지해져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면서 `나의 고객`이 `나의 팬(Fan)`이 된다. 언제까지 `보여주기 위한 친절`만을 외칠 것인가. 각자 삶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변화시키려는 자세나 의식이 `로고테라피`의 단계를 거쳐 충직한 자신만의 브랜드로 나타나면 시키지 않아도 움직이는 여유로운 자기 감정으로 고객을 상대하게 된다. ◆ 고객을 나의 팬으로 만들어야 = 이제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구시대적 접점 관리 전략보다는 직원들이 스스로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자의식 속의 고객 접점을 깨닫는 서비스 마인드를 확산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은 직원 각자의 소신과 양식을 바탕으로 고객과 교감하는 무형의 가치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감성지수 높이기 수준의 `감성 전염(Emotional Contagion)`이 일어나면 훨씬 더 자발적인 고객 응대 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객은 겉으로 드러난 친절 봉사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만나면 진정성을 느끼고 팬이 되는 것이다. `아바타`란 영화가 나오면서 `슈퍼맨`의 시대가 지났다고 한다. 이는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진정성을 무기로 고객과의 대면 접촉을 통해 최고의 서비스를 보장하라는 이야기다. 바람직한 인성과 태도, 고객과의 소통 능력, 금융인으로서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질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은 고객과 교감하고 또 교감해야 할 시기다. 단지 보이기 위한 행위로는 고객들 마음을 당길 수 없는 것이다. 저축 시대에는 금리 경쟁과 친절한 행위, 영업점 분위기 등이 고객 관리 자산이었다면 투자 시대에는 상담과 협상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투자 원금 손실 부분에 대해서도 `자기 책임`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통제적 교육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 벌써 수십 년 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질 수준은 이제 새롭게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 오직 급여가 목적인 감정노동자(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 맞추며 일하는 노동자)는 인간성이 쇠진된다. 상품화한 감정과 인간 본연의 감정은 분명히 구별돼야 하며 서비스에 대한 직원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 각자에게 믿고 맡겨 스스로 본연의 역할과 자세로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타인의 돈과 재산, 정보를 관리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보수주의, 형식주의, 절차주의의 정돈된 시각과 질서를 벗어나기란 어렵다. 따라서 삶 전체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주입식 친절 교육이나 구태의연한 감성 연수로는 이 시대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금융 영업을 추구해 나갈 수 없다. 이제 금융회사 종사자는 회사 위주의 통제적 교육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로 관계 자산(relation assets)을 확보하고 정신적 자산(spiritual capital)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고객 만족은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지만 고객 중심 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경영 성과를 높이는 것이지 고객 만족이 아니다. 고객 만족을 통해 경영 성과를 높이려면 직원 각자 본연의 `의미 찾기`를 통해 직원 스스로 열린 마음으로 조직에 충성하도록 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근본을 지켜가야 한다. [이경엽 SC제일은행 이사ㆍ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

세시봉에서 찾은 `브랜드 전략의 모범답안` 2011.03.11

변치않는 가치를 세상과 공유하라

최근 방송가에서 주목을 받 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슈퍼스타K가 만들어낸 오디션 형태의 프로그램이 득세하는 것이고, 둘째, `세시봉`이라는 흘러간 옛 가수들을 재조명해 만들어낸 복고문화의 등장이다. 그중에서도 예순이 훌쩍 넘은 원로가수들의 `세시봉`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정반합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동안 지나치게 아이돌 위주로 편성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으로만 보기에는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이들이 부각된 이유를 살펴보자. ◆ 지속 가능한 가치의 제공 = 왜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중년들은 그들에게 열광했을까. 방송에 오랜만에 나와 노래를 해서 반가워서 열광했을까. 왜 그들이 방송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 태어난 젊은이들까지 그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을까. 결론적으로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브랜드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 자산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이 만들어낸 세시봉은 세월이 오래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다른 것이 아닌 `좋은 음악` 그 자체였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기타 반주를 함께 해주고 화음을 넣어주는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들은 40년 전에 음악으로 관객을 만났던 것처럼 2011년에도 음악으로 다시 만났다. 40여 년이 흘렀어도 그들이 본원적 가치를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그들을 2011년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지나간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토크쇼를 했다면 이렇게 그들이 재조명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이 오래된 연예인이 아니라 여전히 `좋은 가수`였다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지속 가능한 가치다. 그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놓고 브랜드 미션(Mission)을 만들었다면 `좋은 음악으로 세상 모든 사람의 감정을 살려내겠다`였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브랜드에 한마디 하자면 `파워 브랜드가 되려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안하라`고 말하고 싶다. 완벽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치가 조금씩 수정ㆍ보완될 수는 있어도 본원적 가치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 사회적 가치와 공유

= 이미자, 조용필, 김건모, 신승훈 등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그들은 `세시봉`처럼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세시봉에는 단지 노래를 잘한다는 것 이상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슈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시봉에는 60이 훌쩍 넘은 사람도 이처럼 음악에 열정적일 수 있다는 점(물론 이미자, 조용필의 열정이 이들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과 4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지키고 있는 우정이라는 세상살이의 가치가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그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시점이며, 고도의 산업화ㆍ정보화가 만들어낸 인간성 상실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시봉은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과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는 작은 실마리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그런 긍정의 가치를 보면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 것이다. `세시봉`은 음악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고 사람들은 공유했다. 모든 브랜드는 자기가 경쟁 우위에 있다고 강변한다. 모든 브랜드는 차별화를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접근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가장 기초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면서 챙겨야 할 공공의 가치가 늘어났다. 다시 말해서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책무라는 것이 강조되고 있고, 공공의 대중과 함께 나누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파워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세시봉`은 그런 면에 부합했다. ◆ 직관을 통한 가치의 선제적 제안 =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서 세시봉을 처음 소개했을 때 담당 PD가 과연 시장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에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마도 그렇게 했으면 오히려 확신을 잃고 기획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말에는 주의해야 할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특히 한국의 소비자들) 질문지를 받으면 모범답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이런 가치의 선제적인 제안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직관`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세시봉의 직관은 시장이 획일화되지 않는 다양성을 봤다는 점일 것이다. 세시봉의 성공은 몰랐던 가치, 잃었던 가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세시봉은 젊은이에게 통기타 음악이라는 가치를, 중년에게는 향수와 추억이라는 가치를 제안했다. 그리고 단일한 가치로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가치를 다르게 만들어놓게 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사람들은 그 새로운 가치에 반응했던 것이다. 모든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세시봉 이후에 통기타가 많이 팔려 낙원상가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값진 바탕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힘을 얻는 것은 제시하는 가치가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될 때다. 훌륭한 브랜드는 하나의 생활방식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다. 브랜드는 단순히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인식 기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브랜드는 이미 하나의 생활방식이고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요즘도 하루에 몇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는 송창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전설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게 될 듯하다. 모든 브랜드 담당자들이 한 번쯤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김성철 TBWA코리아 광고본부장]

[Insight] 소셜미디어 비즈니스 시대가 온다 2011.03.18

성공의 축배 들것인가 실패의 독배 들것인가 SNS 활용에 달렸다소셜미디어 적극 활용한 마케팅ㆍ디자인 이젠 필수비용대비 홍보효과 좋고 소비자와 직접 대화가능정보유출방지ㆍCEO참여 …고객에 신뢰 심어줘야 성공

2010년은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해가 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명 할리우드 연예인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가 하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이제 일상으로 변해 버렸다. 기업에서는 이 같은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마케팅, 웹 디자인, 고객 서비스 등 여러 경영활동에 이를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TV나 신문 등 기존 매체를 통해 단방향 소통 방식이 정보 흐름의 전부였다. 정보접근의 우위를 가진 훈련된 기자 조직 중심으로 정보가 생산되었고 기업으로부터 얻는 광고수익을 통해 미디어가 운영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전통 미디어는 생산주체이면서 유통, 분배의 파급력을 지니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며 새로운 이슈와 정보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운영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훈련되지 않은 개인 중심으로 정보와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협업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미디어가 발전한 것이다. ◆ 소셜 미디어 활용은 필수 = 결국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기업에 중요해진 것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 있고 또 얼마나 단단하게 네트워킹이 되어 있는가`이다. 기업은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층을 확보하여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인맥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전에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고객에게 제공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에게 권력이 이동하는 사회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도 소셜 미디어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ENGAGEMENTdb란 인터넷 사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기업 명단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26위)과 현대(44위)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변화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한 일례로 LG전자가 국내에서 실시하는 소셜 미디어 활용사례를 살펴보자. LG전자의 소셜 미디어 활용은 크게 블로그와 트위터 두 가지 채널로 이루어져 있다. `The BLOG`는 LG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로, 디지털 PR의 장이다. LG전자는 `The BLOG`를 통해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PR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업 관련 PR 메시지는 블로거 릴레이션을 통해 블로그에서 블로그로 전파되면서 온라인 우호 세력을 구축한다. LG전자가 기재한 PR 자료는 블로그를 넘나들며 퍼져 궁극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고객 신뢰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The BLOG`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떤 매력이 있기에 온라인 블로거들을 끌어당기는 걸까. 기업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우선 기업에 관한 뉴스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것은 고객이 매체를 통해 접하는 뉴스와 달리 기업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보다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극에 민감한 온라인 유저들을 공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큰 토픽을 다루는 보도자료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획기사를 통해 우리는 기업의 뉴스를 접할 수 있는데,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리는 뉴스는 생략되지 않은 기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매체와 차별된다. 뉴스 결정권자의 눈에는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주제들, 예를 들어 디자인에 얽힌 뒷이야기라든지, 각종 이미지들과 동영상 보도자료 등을 접할 수 있고, 이러한 생생한 자료들이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왔다는 것이 인터넷 유저들을 사로잡는다. LG전자가 운영하는 또 다른 소셜 미디어로 트위터가 있다. `The BLOG`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통로이자, 소셜 미디어상의 고객과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온라인 팬 층을 확장하는 채널로 LG전자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LG전자는 자사 관련 타깃 블로그와 온라인 인맥을 구축하고, `The BLOG`의 콘텐츠 유통망을 넓혀 갈 수 있다. ◆ 소셜 미디어 활용의 5가지 비결 = LG전자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고객과의 소통 및 신뢰성 구축에 성공한 기업으로 인식되는데 5가지 비결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경영 리더의 주도적 참여이다. CEO와 같이 영향력 있는 주도자가 참여하여 적극적인 개발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둘째, 회사 특성에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채널은 다양하다. 기업의 규모, 특성에 따라 인트라넷형, 블로그형, 트위터형을 알맞게 선택하여 적합한 소셜 미디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 두 번째 성공요인이다. 셋째는 신뢰성 있는 정보의 제공이다. 고객과의 친근감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구축하는 것을 소셜 미디어 활용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사이버 보안의 안정성 확보이다. 기업의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안에 대한 위험이 증가한다.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전사 수준의 직원 캠페인도 소셜 미디어 활용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 성공 비결로 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들 수 있다.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블로그를 보다 풍부하고 활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Insight] `합리적` 이라고 착각하지만 우린 호머 심슨에 가깝죠 2011.03.25

실수투성이에 귀차니스트, 비합리적인 다혈질…`경제학의 코페르니쿠스` 행태주의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 인터뷰

만일 당신이 수능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몸 70%가 불에 타는 화상을 입었다면, 매일 약만 먹으면 어지러워 구토를 해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면, 하루에 한 번씩 고름이 꾸덕꾸덕 굳어 있는 붕대를 갈아야 하는 형편이라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18세 소년 댄 애리얼리는 약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고통이 누그러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점차 뭔가 변화가 나타났다. 몸이 아프지 않을 때도 영화만 봤다 하면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효용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효용과는 아무 관계없이 약과 영화를 동시에 떠올리는 자기 `행태`를 발견한 것이다. 댄 애리얼리는 붕대를 갈 때마다 빨리 떼내는 것이 덜 아픈지, 아니면 천천히 떼는 게 덜 아픈지를 고민했다. 환자 관점에서 연구한 결과는 천천히 떼는 것이 훨씬 덜 아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정반대로 단번에 붕대를 떼 버리고 있었다. 왜일까. 바로 간호사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 때문이었다. 매번 붕대를 뗄 때마다 간호사들은 끔찍한 비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결과 간호사들은 고통을 치료해 주는 직분을 망각한 채 되레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행태주의 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는 어린 시절 입은 화상 때문에 우리 삶 곳곳에서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끄집어 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된 사람이다. 그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이고 `행태`적인 해법들을 연구했다.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해 음성을 녹음해서 인터뷰 답변을 전달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그를 보면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짐짓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메일 끝에 항상 이렇게 쓴다. `당신에게 비이성적으로 올림 (Irrationally Yours)`이라고. ◆ 비이성적 행태와 편견을 활용해야

사실 한국에서는 행태주의 경제학이 마케팅을 위한 학문이라고 인식되는 사례가 많다.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가 쓴 `넛지`나 말콤 글래드웰이 저술한 `티핑 포인트` `블링크` 같은 책들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댄 애리얼리 교수는 행태주의 경제학을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매월 저축을 해서 노후자금을 모으고 싶은 월급쟁이가 있다고 칩시다. 매월 그 사람보고 월급을 받는 월말에 얼마나 저축을 할지 결정하라고 해 보세요. 아마 평생 가도 노후자금 모으기 힘들 겁니다." 월말이 되면 돈을 받았다는 기쁨에 마구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저축은 안중에 없다. 이런 현상은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전통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합리적 인간이라면 본인 노후계획과 월별 지출계획에 따라 최적 금액을 판단해서 매월 저축을 할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그런데 실험을 해 보면 사람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자동적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하게 하는 적금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경제적인 삶 속에 숨겨진 비이성적인 행태와 편견들을 찾아내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는 실수투성이에다 감정적이고 종종 편견에 사로잡히는 만화 주인공 `호머 심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그는 "정책이나 세법을 결정하는 공무원을 비롯해서 사업을 할지 말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비즈니스맨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며 "그런 사람들이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하면 되더라`는 과거 경험이나 실험 결과"라고 했다. 이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금융위기는 비이성적 현상 = 그가 행태주의 경제학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비이성적인 현상으로 `금융위기`를 꼽은 것도 이런 실용주의적 태도와 닿아 있다. "만약에 누군가가 60억원가량을 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상품은 괜찮은 상품이니까 그렇게 평가를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합시다. 당신이라면 좋게 평가를 내려주지 않을까요. 인간이라면 다 그렇죠. 그게 행태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누적됐어요. 돈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편견에 휩싸인 채 신용등급을 매겨 줬습니다. 그런 신용평가회사들이 자신들 편견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그는 행태주의 경제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재스민 혁명`도 걱정스럽다는 뜻을 표했다. 그는 "재스민 혁명은 행태주의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전형적인 `군중심리(Herding)` 현상"이라고 말했다. 군중심리 현상이란 사람들이 행동하는 판단 근거를 합리적인 이성에 기초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행태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다. 그는 "이집트에서 몇몇 사람이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를 선도적으로 얘기해 주자 사람들이 이를 떼지어서 받아들였다"며 "그 결과가 재스민 혁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그런 혁명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기에 끝날지가 더 궁금하다"며 "군중심리를 이끌어 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중심리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연결되기보다는 버블 붕괴처럼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 모델 아닌 현실 위해 연구하라 = 현재 애리얼리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두 가지 진행하고 있다. 먼저 `생약성분`이라고 이름 붙은 약들이 왜 많이 팔리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런 약들은 부작용도 적을 것 같고 효과도 나은 것처럼 사람들은 흔히 인식한다. 그런데 실제 약효는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왜 그런 환상을 갖게 되는지를 그는 탐구 중이다. 또 한 가지는 보다 거시적인 문제다. 미국은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향후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통적인 재정학에 따르면 세율이 지금 수준보다 더 높아지면 기업과 노동자는 각기 공장가동일수와 근로시간을 줄여야 마땅한 상황에 와 있다. 그런데 진짜로 그럴까. 애리얼리 교수는 현재 사람들에게 근로소득세율을 조금씩 달리 매긴 다음 실제로 이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려 하고 있다. 내년쯤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연구들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제학 모델을 이용해 사람들 행태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전체 중 20~25%에 불과하다면 이 모델을 갖고 100%를 설명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진짜로 우리가 모델을 설계하는 이유는 사람들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지 모델 그자체를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델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현실을 위해 연구하라는 조언이다. 수많은 비이성적 경제학자들에게 던지는 이성적 교훈 아닐까. ■ He is… 댄 애리얼리는 현재 듀크대 심리학과 행태주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상식 밖의 경제학`과 `경제 심리학`이라는 베스트셀러들을 통해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이 학문을 보다 `인간적`으로 설명하였다. 그의 홈페이지 danariely.com에는 비(非)이성에 대한 그의 지지를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또 4월 중순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위대한 실험들에 일조할 수 있는 인턴십을 신청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도전해 보기 바란다. [신현규 기자 / 이지윤 연구원]

[Insight] 믿을 수 있는 기업이니까 잘나간다! 2011.04.01

잘나가는 기업이니까 믿을 수 있다고?브랜드의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도 같아, 한번 금이가면 원래대로 되돌릴수 없어

얼마 전 참담한 일본 대지진이 있었다. 대지진 발생 후 초기, 일본 국민이 정부 지시와 통제에 순응하며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일본의 국민성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보여준 원전 관련 정보의 은폐로 인해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세계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정보 공유와 그 능력에 의해 굳건해 보였던 일본의 신뢰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많은 통로에서 원전 사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네티즌이 분석해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 때문에 일본에서 더 불안감이 확산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많은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가 투명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서로를 더 믿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더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는지 그 반대가 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만큼 신뢰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 신뢰는 정보처리 비용을 줄인다 = 디지털 기기, 웹, 애플리케이션(앱)의 발달은 소비자들에게 수많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이 높아졌지만 `가치 없는 데이터ㆍ정보로는 가치 없는 결과만 얻을 수 있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듯이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내게 이익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매 순간 특정 대상이 나에게 해를 입힐 것인지, 득을 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가지 정보가 주어졌는데 그 모든 것을 처리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우리가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을 것이다. 100가지 정보 중 내가 믿을 수 있는 10개 미만 정보만 처리해서 우리는 결정한다. 그래서 신뢰는 의사결정 시간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현대에 더 중요해진 신뢰는 그 실체가 무엇일까. 심리학자인 에리크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에서 기본적인 신뢰감이 형성되는 시기를 0~1세로 보았다. 이 시기에 아이가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것에 따라 긍정적인 신뢰감을 형성할 수도, 또는 부정적인 신뢰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인 배변, 배고픔 등을 잘 해결해주면 세상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는, 즉 신뢰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부모가 이런 욕구를 적절하게 해결해주지 않으면 세상에 대해 의심과 공포를 갖게 된다. ◆ 신뢰는 교환 가능한 자본

= 사회학에서는 신뢰란 어떤 관계 속에서 서로 교환 가능한 자본(capital)이라고 바라본다. 어떤 사람과 알고 지내는 것이 나에게 특정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된다면 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해주고, 그 사람도 나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면 두 사람 간에는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이익은 경제적일 수도, 비경제적일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버핏과의 자선경매`는 널리 알려져 있다. 버핏과 점심을 먹는 기회가 작년에는 역대 최고가인 263만달러(약 3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다시 말해 버핏이 주는 신뢰가 물질적 가치로 자본화된 것이다. 사람들 간의 신뢰가 유ㆍ무형적으로 교환 가능한 자본이 된 것이다. 신뢰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자. 맹목적인 신뢰의 대상인 부모님, 아니면 믿고 내 돈을 맡겨 놓을 수 있는 은행 등 다양한 것이 떠오를 것이다. 부모님과 은행에 대해 느끼는 신뢰의 깊이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현대에 가장 적합한 신뢰의 모습은 무엇인가.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믿을 수 있는 것들을 빠르게 판단하고, 그에 따라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현대 정보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렇기 위해서 일정 수준만 충족하면 되는 약한 신뢰 정도면 충분한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변치 않는 강한 신뢰가 필요한 것인가. 이 시대가 진정 요구하는 신뢰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브랜드에 신뢰를 입혀야 = 기업들도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브랜드에 적용하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로컬푸드도 이 같은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원산지를 강조한 마케팅 하면 일부 수입 식품들이 `메이드 인 ○○○`(Made in ○○○)이라는 표기를 제품 뒷면에 넣는 것을 말했다. 이제는 원산지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명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의 `백설 이천 쌀로 만든 현미식초` `산들애 횡성한우`, 대상 청정원의 `신안섬 보배 3년 묵은 천일염`, 오리온의 `100% 순수 이천쌀과 해남산 단호박을 넣어 맛있게 구운 골든키즈` 등이 있다. 믿을 수 있는 지역 특산물로 맛과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제품을 구입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눈에 띄는 것뿐 아니라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신뢰를 얻은 기업들도 있다. 1980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한 홀푸드마켓은 이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 18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유기농 식품점이 됐다. 그 성공의 주된 이유는 유기농 식품점이라는 핵심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모든 유기농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버터도 우유에서 추출한 것, 견과류에서 추출한 것 등으로 세심하게 제품 구색을 맞추었다. 이는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 자체가 오랜 기간 보여지면서 그 기업은 진정성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도 사람처럼 생각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들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부터 평생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금융산업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신뢰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게 됐다. 브랜드가 자기 몸에 맞는 신뢰를 입도록 하는 것이 기업들의 고민일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신뢰를 표현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 분야에서 신뢰가 중요해진 신뢰의 시대에 기업들은 이 신뢰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조경식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장]

Insight] 판 뒤엎는 파괴적 혁신 2011.04.08

버티다가 휩쓸릴 것인가, 변화의 파도를 탈 것인가파괴적 혁신 극복한 IBM의 비결은…통큰 투자 / 선제 대응 / 과감한 변신

대부분의 소비자는 대체 기술 발전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춘 이전 제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현재 30ㆍ40대에 속하는 다수의 사람은 컴퓨터용 보조 기록장치인 플로피디스켓을 매우 잘 기억하고 있지만, 요즘 대학에서 필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는 플로피디스켓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기만 하다. 오히려 현재 20대 초반 대학생에게는 CD 혹은 USB가 훨씬 친근한 대상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기존 제품을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전혀 새로운 상품이 나타나 대체하는 현상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역시 기존 자동차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이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경영자들이 제대로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파괴적 혁신에 대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파괴적 혁신에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1993년에 도산한 왕랩(Wang Lab)이라는 컴퓨터 회사가 여실히 보여준다. 왕랩은 1970년대 가장 성능이 뛰어난 워드프로세스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1년 IBM이 출시한 개인용 PC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왜냐하면 IBM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용도가 제한된 워드프로세스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왕랩은 워드프로세스 기능을 위주로 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했다. 당시 IBM PC가 8비트 기반으로 만들어진 반면 왕랩이 출시한 컴퓨터는 16비트를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상대적으로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드프로세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왕랩 W컴퓨터는 응용소프트웨어의 편의성에서 앞선 IBM PC를 이길 수가 없었다. ◆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에는 공포 = 기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제품 생산 기업을 쉽게 이길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 대규모 조직을 갖고 있거나 관료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시장에 새롭게 나타나는 신기술이나 신제품은 매우 민첩하고 빠른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둘째, 기존 제품의 경우 이미 형성돼 있는 원자재 및 부품 공급 라인이나 유통 채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 제품은 기존 산업의 경계를 벗어나거나 혹은 완전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부품 공급 방식과 유통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혁신적인 원가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제품이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는 인적 자원은 기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보다는 새로운 주류를 창출하는 기업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적 특성 때문에 항상 기존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 기업들에 시장을 양보하고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세 차례나 파괴적 혁신 이겨낸 IBM = 그런데 아주 놀라운 사실이 있다. 왕랩을 이겼던 IBM은 무려 세 번이나 파괴적 혁신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생존을 지속하고 있다. 보통 한 번도 이겨내기 힘든 파괴적 혁신의 위기를 IBM은 어떻게 세 번이나 이겨낼 수 있었을까. 시간기록기와 집계기 등을 생산하던 IBM에 첫 번째 파괴적 혁신이 찾아온 것은 1940년대 중반에 출현한 대형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에서 만든 마크원(Mark one)을 기점으로 대형 컴퓨터들이 IBM의 기존 제품들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BM은 당시 무려 6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컴퓨터연구소를 설립했다. 60억달러라는 연구개발비는 당시 아폴로 11호 개발 사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금액의 투자였다. 다행히도 1952년에 출시한 IBM 701이라는 컴퓨터가 히트하면서 IBM은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었다. IBM에 나타난 두 번째 파괴적 혁신은 1980년부터 대형 컴퓨터를 대체하기 시작한 개인용 PC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977년과 1978년에 출시된 애플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IBM은 새로운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IBM은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 파괴적 혁신 상황에서는 과감한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했다. 즉 개인용 PC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OS)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리고 중앙연산장치(CPU)는 인텔에서 공급받아 아주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그 결과 IBM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개인용 PC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파괴적 혁신은 컴퓨터나 PC 시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확산될수록 하드웨어 위주 시장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위주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IBM은 오히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시장을 선도ㆍ개척해 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IBM은 독특한 광고를 활용해 가장 앞서 전자상거래 시장을 열어가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창조적 변신 전략을 IBM은 무려 세 번이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시장에 만족하거나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 대응, 그리고 자신의 강점에 연연하지 않는 혁신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휴대전화 시장에 새롭게 나타난 스마트폰 역시 새로운 파괴적 혁신 중 하나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휴대전화기가 아니다. 모바일 컴퓨터에 휴대전화 기능을 탑재한 제품으로 기존 휴대전화 기능을 쉽게 대체한다. 여기에다 기존 휴대전화가 갖지 못했던 컴퓨팅 기능도 효율적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파괴적 혁신 제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경영자들이 기존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컴퓨터 기능을 탑재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 IBM의 경험이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Insight] 독설의 神 트럼프, 이중잣대 들켰다 2011.04.15

소비자가 외쳤다 "You`re FIRED !"자신을 희화화한 광고에 분노 "광고 내리게 했다" 평판 퍼져프로그램 시청률도 함께 추락 ▶▶권위적인 상하관계는 결국 毒

소위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주말이면 서너 개 이상의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된다. 수백만 명이 출연신청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시시각각 시청자 의견이 줄을 이어 오른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의 전통은 오래됐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콘테스트 프로그램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은 참가자들이 직접 무대에서 공연하고, 합격 여부를 바로 판정받는 데서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 성격을 아주 강하게 갖추고 있다. 아마 그런 점이 국내 최고의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 되는 데 밑받침이 되었을 것이다. 전국노래자랑과 근래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차이는 많지만,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관여와 노출 정도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노래자랑의 심사위원은 이제 일상 단어로 자리 잡은 탈락을 알리는 `땡`과 합격의 `딩동댕`이란 두 가지 소리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거기서 절대 권위가 나온다. ◆ 심사위원의 위상 변화 =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최초의 오디션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0년 초부터 8월까지 방영된 미국 CBS의 `서바이버(Survivor)` 시즌 1이었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편`의 시청률이 무려 28.6%, 50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기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바이버 시리즈에는 심사위원이 없다. 참가자들 자신이 편을 갈라 게임을 하고, 떨어질 사람들을 선정한다. `배심원(Jury)`이라 불리는 최종 심판단도 모두 참가자들로 구성된다. 2002년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돌풍을 일으켰다. 심사위원이라는 새로운 재미 요소가 첨가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음악 프로듀서 출신 사이먼 코월은 거침없는 독설과 비평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인물 유형 하나를 만들어내며 슈퍼스타가 됐다. "들어본 것 중 최악의 노래예요" "완전 시간낭비군요" "대체 (노래도 못하면서) 여기에 왜 온 거죠?"라는 식의 코멘트는 그 전의 점잖은 주례사와 같은 심사평과는 달랐고, 안티도 생겼지만 훨씬 많은 사람이 그 직설적인 까칠함에 열광했다. ◆ 절대 권력을 지닌 보스의 등장

=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는 계속됐다. 그리고 참가자의 운명을 실제로 결정하는 한마디를 내지르는, 문자 그대로 보스형 심사위원이 등장했다. 이미 슈퍼스타와 같은 지명도를 갖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가 심사위원장 격으로 출연해 2004년 1월부터 방영된 `어프렌티스(Apprentice)`였다. 참가자들이 물건을 벼룩시장에 팔거나, 하루 만에 광고를 만들어내거나 식당을 운영하거나 정해진 품목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임무를 경쟁하며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트럼프는 냉혹하면서도 격정적인, 거의 신격화한 보스다.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세계에 발을 내디딘 참가자들에게 처음 임무를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최후의 운명을 알려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은 그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치 신(神)이 손가락질하며 가리키는 시늉과 함께 내뱉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당신 해고야!(You`re fired!)" 어프렌티스는 첫 시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의 `You`re fired`는 즉시 유행어가 되었다. 지금도 미국인에게 트럼프 하면 바로 연상되는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첫 시즌 이후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졌다. 작년 말 시즌 최종회의 시청자 수는 첫 회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 작년 초에 있었다. 어프렌티스를 방영하는 호주의 한 TV 채널에서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그의 가지런히 앞머리를 빗어 올린 장발을 가지고 프로그램 자체 광고를 만들었다. 유명인이 참가하는 새로운 어프렌티스 방영을 알리는 그림 옆 트럼프 사진에서 무엄하게도 그의 장발이 가발처럼 바람에 날려 트럼프가 순간적으로 훤한 대머리로 나타난다. 조악하다 할 정도의 그래픽 처리를 방송국 내부에서 직접 했다고 한다. 그 광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그 광고를 보고 진노해 광고를 내리게 했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발표는 방송국에서 스스로 내린 것으로 돼 있다. 아마도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광고를 내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광고 얘기를 듣고 약간 기분 나쁜 표정만 지었을 수도 있다. 그게 나비효과처럼 호주 방송국에서는 당장 광고를 내려야 하는 시급한 사안이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 이중 잣대나 행동은 곤란하다 =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보스로서 아무리 제한된 공간이지만 그의 이미지가 희화(戱畵)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고 트럼프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거친 언사에 손가락 해고를 남발하면서, 자신을 향한 사소한 유머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트럼프로 사람들에게는 인식됐다. 기성 유명 가수들 간의 본격 가창력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목을 끌었던 `나는 가수다`는 규정을 벗어나 재도전의 혜택을 주었다가 강제로 휴지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와 같은 이중적 잣대의 기준이 더욱 혹독한 반응을 가져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일반인 참가자들에 대한 독설 수준이 높아질수록, 결국 독설은 그 독설을 던진 사람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들을 옥죌 확률이 크다. 어느 정도의 균형과 긴장감이 모든 관계에 필요하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에서도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 역사가 액턴 경의 말은 절대 정의다. 일부분에서의 부패는 다른 부분으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대행사와의 관계는 기업 전체 측면에서 볼 때 극히 제한된 분야다. 그러나 광고주 기업이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될 때 결국 그 관계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다른 협력사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리 상생을 외쳐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없다. 더욱 확산되고 악화하면 기업 외부의 모든 것에 대한 불신과 경시 풍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런 기업의 외부에 소비자가 있다. ◆ 소비자를 심사위원으로 모시자 = 소비자도 모르는 숨겨진 욕구를 찾겠다고 하다가 `소비자들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화하기 쉽다. 그런 기업들에서는 조사와 실제 마케팅이 따로 놀고 마케팅과 영업, 상품 개발 등이 모두 각자의 사일로(Silo)를 만들게 된다. 외부와의 불균형 관계가 결국 내부에서 일하는 방식과 관계까지도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일정 경력 이상의 마케팅 종사자들이 그룹을 이루어 제한된 시간 내에 광고를 완성하는 `나는 광고인이다`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일종의 역할극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광고주가 광고를 만들고, 광고대행사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독설을 퍼부으며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를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오디션 프로그램 한번 진행하고도 싶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Insight] 깨질줄 모르는 국민MC 유재석·강호동 2强체제 왜 이어질까2011.04.22

유재석과 강호동이 진행하는 공중파 프로그램은 둘이 합치면 8개에 이른다. 그 프로그램은 대부분 황금시간대에 자리잡고 있어 그들을 `국민 MC`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달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한 방송국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3사 모든 채널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방송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1위인지 알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지만 마치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는 것 같은 그들의 포지셔닝(Positioning)은 흔들림 없이 몇 년간 유지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서 "싸움의 기술, 경쟁의 기술"의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 보도록 하자. ◆ 모든 싸움은 자신의 룰로 하는 것이 유리

어렸을 때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세기의 대결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나서 실망한 적이 있다. 권투선수인 알리는 우뚝 선 자세로 그의 강펀치를 작렬시키려 하고, 레슬링 선수인 이노키는 링에 드러누워서 그라운드 기술을 걸려고 기다렸다. 이 때문에 15라운드 내내 일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그 상황을 이해한다. 그들은 자신의 룰로 싸우는 것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기에 상대방의 룰로 싸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지위는 유지되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둘은 KBS의 `일요일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의 `공포의 쿵쿵따` 코너에서 같은 기술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그들이 1인자의 지위를 가질 무렵에는 각자의 룰을 고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영리하게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상대방의 프로그램 포맷에 함부로 싸움을 걸어 누가 1인자인지를 겨루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싸움을 진행할 뿐이다. 신동엽과 탁재훈이 이들과 강력한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해 2위 그룹에 머무는 것은 유재석과 강호동이 만들어 놓은 룰에서 힘든 싸움을 해 나가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그들만의 룰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자들과 섞여서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경쟁자와 싸워야 한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룰로 싸우려고 한다. 스마트폰에서 폐쇄형 OS를 유지한다거나 태블릿PC에서 화면의 크기를 절대 줄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 모든 경쟁은 명확한 대립각으로 귀결

한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 vs 비민주` `권위 vs 참여` `경제 vs 민주`라는 명확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가운데 승자가 나왔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말하려고 했고 유권자에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참여와 배려`로 무장하고 강호동은 `맹장(猛將)`으로 무장한다. 유재석은 조금 더 `도시적`이고 강호동은 조금 더 `향토적`이다. 유재석은 `세련`되고 강호동은 `투박`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재석과 강호동이 방송시장에서 그 지위를 유지해 나가는 비결은 명확한 대립각을 형성해서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머지 경쟁자들을 `미투(me too)`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연말 방송사의 연예 대상 프로그램에서 선의의 경쟁자처럼 행동한다. 서로에게 수상을 축하하고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오락 프로그램의 경쟁은 `유재석 vs 강호동`의 구도로 만들어 낸다. 시청자들은 누가 승자가 되는지 궁금해한다. 물론 5년이 넘게 이들의 지위가 유지되자 새로운 경쟁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한국 아파트 브랜드에서 `래미안`은 독보적 위치를 갖고 있다. 모든 브랜드들이 `또 다른 래미안`이 되기를 원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e편한세상`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가치로 싸움을 걸었고 소비자의 인식을 둘로 나누어 `e편한세상`의 지위를 선두로 올려놓았다. ◆ 연합군의 구성 경쟁을 잘하는 세력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자들과 싸울 때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좋은 결과를 갖게 마련이다. 특히 방어 때 안정적인 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싸움을 펼쳐 나가는 데에도 수월한 점이 있다. 물론 권투에서 스파링 파트너가 세계 챔피언이 되기도 하고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예는 극히 드물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자세히 보면 다른 프로그램에서까지 함께하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유재석에게는 `박명수`, `하하`, `길`이 그렇고 강호동에게는 `이승기`가 그렇다(물론 이승기의 파워가 강호동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MC 분야에서는 2인자라고 생각한다). 또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 마케팅에서 협업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시대의 흐름에 대한 선점(Preemption) 예전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최고 진행자는 주병진, 이홍렬이었다. 의자에 앉아 게스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미디 프로그램은 최양락, 심형래가 정극 코미디로 리더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었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생겨나면서 그들의 존재감은 사라져 갔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변화하는 대세를 잘 읽고 선점해야 한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그런 면에서 앞서갔다. 새로운 시장을 누구보다도 먼저 읽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며 시장에서 지위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Insight] VIP만 챙기다간 훅 간다…`다수의 소액 고객` 롱테일 잡아라 2011.04.29

전통적 마케팅 이론에서는 상위 우수 고객들이 발생시키는 매출이 기업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크다고 하는 `파레토 법칙`을 가르쳐 왔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VIP 고객을 위주로 고객관계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판촉정책을 펼치면서 그들의 지갑이 더욱 자주 열리도록 노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는 백화점에서 최상류층 고객들을 위해 쇼핑 도우미를 제공하고 고급 라운지에서 별도로 대접하며 각종 맞춤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은행에서도 PB들이 상위 1% 고객들을 상대로 고급 마케팅을 펼치지만 기업에 별다른 이득이 안 되면서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체리 피커` 고객들은 철저히 가려내는 노력을 병행한다. ◆ `티끌 모아 태산` 롱테일의 법칙이 통하다 그러나 기업에서 파레토의 유행이 슬슬 잦아들고 있다. 이제는 경영 분야에서 `역파레토 법칙`인 롱테일 전략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롱테일 법칙이란 상위 20%인 머리 부분이 아닌 나머지 꼬리 부분인 80%에서 오히려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현상을 이끈 주역은 바로 인터넷이다. 웹2.0시대에서는 소수의 핵심고객이 아닌 `사소한 다수`인 전체 고객의 80%에서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일찍이 크리스 앤더슨은 자신이 집필한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이란 책에서 파레토 법칙의 역설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소수의 베스트셀러 책에 대한 매출보다 1년에 어쩌다 한두 번 팔리는 나머지 다수의 책에 의한 매출이 훨씬 크다는 사례를 꼽았다. 인터넷에서는 서점의 운영비용이나 진열공간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없어 엄청난 양의 책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잘 안 팔리는 책의 매출을 합산해 보면 결국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은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뿌리째 바꿔놓았다. 롱테일 법칙은 수익이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성을 통해서도 창출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하게 만든다. 인터넷에서는 유통과 전시비용이 절약돼 모든 상품이 각광받는다. 이제는 `사소한 다수`로 분류됐던 자들이 `의미 있는 다수`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이 아웃라이어마저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건 인터넷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 그들의 다양성이 드디어 존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SNSㆍ앱의 성공은 롱테일에 달려 있다 요즘 온라인 시대 최고의 화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기존 유선 인터넷 시대에서는 이토록 성공하지 못했을 SNS산업이 스마트폰 보급화와 무선인터넷(Wifi)망의 확대로 인해 급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의 수익모델도 점차 롱테일 법칙을 따르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무료 서비스인 이들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광고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데 포털에서의 광고는 그 효과의 측정이 어려우며 어뷰징 (abusing) 문제, 즉 경쟁사들끼리 서로의 광고를 무작위 클릭해 광고효과가 터무니없이 왜곡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SNS에서의 광고는 방대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돼 기록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대로 파악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의 광고효과가 정보의 확산으로 인해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반 광고보다 긴 꼬리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드는 SNS상 광고가 더 매력적이고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앱ㆍapp) 광고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가장 인기가 많은 앱에서 나오는 광고수익이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완성도가 높은 앱이 꾸준히 개발되면서 사용자가 골고루 분포된 다양한 앱으로부터 광고 수익이 발생해, 곧 소수 인기 앱에서의 수익을 능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롱테일 법칙이 광고계에 성립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게 됐다. 그렇다면 온라인 사업에서만 롱테일 법칙이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느 기업이든 꼬리가 길수록 지속가능 성장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용카드산업에서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최근 기업은행은 `스타일 플러스 카드`를 출시하면서 한 달 만에 4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 꾸준한 수익을 얻으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적은 수익이라도 이것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서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것이라면 기업에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미 롱테일 전략으로 국내 통신시장을 제패했다. 국내 총 휴대폰 서비스 가입자의 절반가량인 2000만명 이상을 고객으로 둔 SK텔레콤은 통신비가 적은 고객마저 모두 확보하기 위해 진취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전 국민을 상대로 펼치는 사업이기에 전체 일반고객의 매출이 소수 VIP고객의 매출을 능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틈새시장이 모이고 모아져 총체적으로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 히트 상품에만 의존하지 마라

그러나 성공적으로 롱테일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 번째로는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어느 기업도 개척하지 않은 시장을 공략해야만 고객으로부터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 예로 시장을 장악한 스마트폰 사이에서 당당히 피처폰으로 승부를 건 몇몇 회사들을 들 수 있다. 팬택은 휴대폰의 포토숍 기능과 음악 성능으로 특화시킨 `잼배드` 폰을 출시해 총 26만대를 판매한 경력이 있다. LG전자가 MP3플레이어 판매회사인 아이리버와 함께 개발한 `프리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술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해 이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고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들이 스스로 특정 제품의 홍보대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롱테일 법칙하에서는 소수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어려워진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많은 기업들이 제각각 안드로이드폰을 개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훨씬 다양해진 것을 봐도 그렇다. 특히 로열티가 높은 몇몇 고객을 잘 확보해 놓으면 제품의 수명이 더 늘어나고 기업의 꼬리가 길어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기르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량생산과 제품의 단일화로 인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이제는 제품의 맞춤화를 내세우며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어 새로운 혁명이 예고된다. 기업은 `의미 없는 소수 고객`까지 챙겨 줘 꾸준한 매출을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야 장수하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롱테일 전략을 잘 구사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들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어느 기업이 히트 상품 하나로 시장을 점령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꼬리가 길어지면 이 같은 히트 상품의 수요가 위축되고 다른 제품으로 수요가 분포될 수 있게 된다. 사실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파레토 법칙이 말하듯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전부를 얻는 것은 다소 위험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진정 기업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꼬리가 길어져야 바람직하다. 소수 고객 혹은 상품에서 기업 대부분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에는 풍전등화 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환경이 빠르게 변할수록 안정적인 수익에 집착하는 기업들에 롱테일 전략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달라도 너무 다른 해외법인…시작도 끝도 결국은 신뢰2011.05.06

수평적 조직엔 한국적 위계 안 통해일관성있는 리더십이 신뢰 쌓는 길

`유명한` 팀장은 중국지사에 발령받아 온 지 벌써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힘이 들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유 팀장은 국내 본사에 있을 때는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이며 회사의 핵심 인재였다. 이런 좋은 평가 때문에 중국 현지법인에서 중책을 맡아 회사를 성장시키라는 임무를 맡아 열정과 자신감을 갖고 중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1년 가까이 현지 법인에서 일하면서 유 팀장은 만족할 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지인과 현지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효과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횡령ㆍ착복 사례, 문제 있는 법적 체계, 특허를 신청해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 지방 정부가 자국 회사를 위해 기술을 빼돌리는 일을 조작한다는 의심, 경쟁회사에 현지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빼돌리는 것 같은 의심 등에 빠져들곤 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유 팀장은 외국인 매니저로서 현지인들과 일하는 데 신뢰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게 됐다. ◆ 신뢰는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방을 믿겠다는 의지

=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활발하게 세계 각국에서 현지법인을 세워 경영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영이 우리 기업이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영이 생각한 대로 잘 풀리면 좋겠는데 곳곳에 어려움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지법인에 파견된 한국인 매니저와 현지인들 사이 또는 한국 본사와 현지법인 사이의 `신뢰`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뢰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다양하게 신뢰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을 믿는 개인의 성향으로 신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는 신뢰를 삶의 초창기에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성격적 특성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둘째, 성격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협조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생겨나며 반대로 경쟁적인 행동이나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일 때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바탕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며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려는 의도라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는 행동이나 성격보다는 의도에 초점을 두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개인이 상대방을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상대방을 믿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들 중에서 심리적 상태 관점으로 신뢰를 정의하는 것이 널리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 수평적 조직이 흔한 외국에서 신뢰는 더욱 필요 = 그렇다면 글로벌 경영에서 왜 신뢰가 중요할까. 많은 연구 결과와 실무 경험에서 도출된 결과들을 보면 신뢰는 구성원 태도와 행동, 경영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태도란 직무몰입, 이직성향, 직무만족, 동기부여, 상급자에 대한 만족, 직장에 대한 만족 등을 말한다. 행동은 참여와 협동, 조직시민행동, 변화주도, 지식공유, 파업 등을 들 수 있다. 경영성과는 조직성과와 직무성과 등을 말한다. 신뢰는 구성원의 태도ㆍ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또 글로벌 경영에서는 조직이 수평화돼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신뢰가 필요하다. 한국적인 통제 방식인 위계에 의한 관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조직구조가 팀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신뢰 없이는 조직을 활성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영에서는 조직의 외부 환경과 시장 조건 등을 내부 조건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신뢰 이슈에 접근해야 한다. 외부 환경 조건으로는 현지법인이 속해 있는 지역의 제도적인 조건들, 예를 들면 현지의 법적인 제도, 일하는 문화, 교육제도의 수준 등이 있고, 시장 조건으로는 현지 경쟁자들의 진입장벽과 현지 시장 수요도 등을 들 수 있으며 기술적인 조건들은 설비와 기술에 투자할 필요성 등을 말한다. 내부 조건으로는 외국인 매니저가 현지 인력들의 행동 양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또 현지 직원들을 얼마나 믿고 있으며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등이다. 앞서 `유명한` 팀장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 매니저로서 현지에서 느끼는 `불신`은 국내에서 당면했던 이슈와는 많이 다를 수 있다. ◆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신뢰 구축에 필수 = 그렇다면 글로벌 경영에서 어떻게 신뢰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까. 첫째는 제도적인 조건과 기술적인 조건, 시장 조건 등 외부조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하면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이들 세 가지 조건들을 분석하고 현지 법인에 알맞게 창조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경적인 장벽이 있더라도 현지 법인을 위한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 관할 법원을 제3국이나 한국으로 하도록 진출 당시에 계약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둘째는 내부조건들을 고려하여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통제에 관한 것이다. 통제는 공식적인 통제와 사회적인 통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식적인 통제는 원칙을 세우고 규정과 제도를 명확히 하고 실행을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다. 공식 통제는 신뢰를 높이는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인 통제는 인간관계를 밀접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의 동호회를 만들어 지원하고 활성화한다든지,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같이 따라서 하는 것 등이다. 통제가 효과적이면 현지법인 종업원들의 행동양식에 변화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개발과 활성화를 들 수 있다. 특히 신뢰를 높이려면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리더들이 일관된 행동을 보여 줘야 조직 구성원들은 예측가능하게 자신들의 행동양식을 리더가 원하는 대로 바꿔 나갈 수 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신뢰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박광서 타워스왓슨 코리아 사장]

인구 500만 스코틀랜드 작은 은행, 시가총액 세계 5위 은행으로 우뚝…HOW? 2011.05.13

덩치보다 중요한 경영 경쟁력핵심시장 메이저 기업 인수해 `세계일등` 꿈을 현실로 만들어

최근 발생한 저축은행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은 감독과 규제의 실패이고, 국내 저축은행 문제 역시 사후적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감독원의 역할과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문제 역시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혁신적 사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이런 논의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본원적인 고민이다. 한국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은행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결코 세계적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 ◆ 역사만 오래된 韓은행, 글로벌 경쟁력은 취약 지금은 신한은행으로 통합됐지만 조흥은행은 1897년 2월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으로 출범했으며 무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설립됐으며, 제일은행은 1929년 조선저축은행으로 창립됐다.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은 1963년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설립됐으며, 하나은행 역시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지위를 살펴보면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 `더 뱅커스(The Bankers)`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0대 은행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금융회사 순위는 KB지주가 80위, 신한지주가 125위, 기업은행이 146위, 외환은행이 187위, 우리금융이 485위에 그친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한국 금융회사들 중에서 세계 1등을 하는 기업이 이른 시일 내에 나타날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금융회사들에 좋은 해답을 제시하는 기업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다. RBS는 1727년 스코틀랜드 애든버러에서 설립돼 1920년대에 들어서 다양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1969년 `스코틀랜드 상업은행(National Commercial Bank of Scotland)`과 합병을 성공시켜 자국 내 시장 점유율 40%인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스코틀랜드는 전체 인구가 약 50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자국 내 1등 은행이라고 해도 사실상 세계시장에서 가지는 지위는 매우 미미하다. 그런데 어떻게 RBS가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2000년 3월에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National Westminster Bank, NatWest)`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NatWest는 지점 수, 운용 자산, 직원 수 등 거의 모든 면에서 RBS 대비 적어도 3배 이상 큰 세계적 은행이었다. 즉 스코틀랜드의 작은 은행이 글로벌 은행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한 것이다. ◆ 규모 작았던 RBS가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한 비결은? RBS가 실행한 엄청난 M&A 전략에는 수많은 숨겨진 비법이 있었다. 가장 먼저 은행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비용-수익비율 면에서 RBS가 영국의 NatWest보다 약 16% 정도 우위에 있었다. RBS는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운영 효율 면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RBS는 제조업에서 사용하던 M&A 전략을 금융산업에 적용시키는 창의적 인수 전략을 개발하였다. 은행 간 합병 시에는 지점망을 통폐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RBS는 두 은행의 운영 및 IT망을 통합하는 매뉴팩처링 부서를 설립하여 예상을 초월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동시에 두 은행이 가지고 있던 지점들은 단 한 개도 폐쇄하지 않음으로써 합병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RBS와 NatWest를 서로 독립된 브랜드로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NatWest를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RBS는 자신들이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대한 상세한 통합계획을 제시하여 M&A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었던 주식시장 관계자, 직원, 기존 주주 모두에게서 신뢰를 확보했다. RBS는 매출 증대 방안으로 43가지, 비용 절감 방안으로 72가지, 효율성 증대 방안으로 39가지를 제시해 인수 후 3년 동안 약 56억파운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뿐만 아니라 인수 계약 체결 후 최초 30일 동안 통합계획을 최대한 상세하게 제시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했다. 인수기업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점령군의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두 개 은행을 가능한 한 동일한 형태로, 그리고 관련되는 변화는 최소화하는 전략을 실행하였다. 매일 오전 9시 30분에는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와 계획들을 전체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 개의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두 개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즉 `한 지붕 두 가족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M&A를 완료했다. 그 결과 RBS는 2003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5위 은행으로 일순간에 도약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인수한 ABN암로투자은행 때문에 비록 현재는 RBS가 영국 정부에 의해 국유화되었지만, RBS는 한국 금융회사들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 치밀한 전략세워 글로벌 금융 핵심지역에 뛰어들어라 우선 세계 1등 금융회사로 성장하는 데 내수시장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은 약 4만달러 정도로 한국보다 높지만, 한국보다 훨씬 인구가 적다. 하지만 RBS는 경영 생산성 면에서 NatWest보다 약 16% 이상 앞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RBS 사례를 보면 세계 1등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이슈는 어떻게 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1등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기업들에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RBS가 영국이 아닌 제3세계와 같은 비주류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 있는 가장 큰 은행을 인수했다면 RBS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RBS는 세계 금융의 핵심 거점 지역 중 하나인 영국으로 진출했고, 영국시장 내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은행을 인수하였기 때문에 세계적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끝으로 세계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RBS는 금융산업에 M&A를 위하여 자동차산업에서 활용하는 M&A 전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경쟁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전략개발 능력과 실행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RBS는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한국의 금융산업이 반드시 세계적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100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금융산업으로 몰려갔고 바로 이런 인재들이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산업의 본거지를 공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수많은 금융인에게 온국민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Insight] 스치기만 해도 인연? 스치기도 전에 결제!

비접촉식 모바일결제 시장 뜬다2011.05.20단말기 저렴해져 조기 확산…강력한 마케팅 툴 활용 가능해애플ㆍ구글 등 모바일업체 NFC 탑재키로…국내표준화 시급

금융과 통신 융합 트렌드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전 세계 모바일 결제액 규모가 2014년 245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결제의 도입과 성장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Contactless Payment)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는 기존의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서서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는 물품 구매 시 신용카드를 유통점의 단말기에 긁지 않고 `근거리 무선통신(NFCㆍNear Field Communication)`으로 대표되는 근거리 통신 기능과 함께 개인의 결제 인증 정보(카드 인증 정보 등)가 입력된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리더기에 가깝게 가져가기만 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별도의 신용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을 만큼 편리하다. 또한 NFC의 쌍방향 통신 기능으로 결제와 동시에 마케팅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소비자, 유통업체, 제품 공급업체 모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 비접촉식 결제 시장 성장 =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통사가 주도했던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일방향 통신만 가능한 RFID(무선인식장치) 방식을 채용했고 유통점의 RFID 리더기 확산도 제한적이어서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더욱이 플라스틱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결제 방식을 바꿀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었다. 유통점이 모바일 결제를 강하게 추진할 이유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모바일 결제 방식은 과거와 달리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 강력한 마케팅 툴로 사용 잠재력이 크다. 또한 기술 활용에 드는 비용 요소가 대폭 낮아진 기술을 채용한 덕분에 NFC 리더기의 가격 또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 시장 선점 준비하는 업계 =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에 관여된 생태계 구성원들은 새로운 모바일 결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다. 삼성, 노키아, 애플, 구글 등 국내외 주요 휴대폰 기기업체들은 연내 신규 출시되는 주력 기종에 NFC 기능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는 이미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KT와 국내 최초로 NFC 칩을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한 데 이어 노키아는 올해부터 스마트폰 전 기종에 NFC 칩셋을 기본으로 탑재할 방침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2.3버전인 진저브레드부터 NFC를 기본 지원하고 있으며 애플도 여러 보도를 통해 NFC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는 기존 카드사들의 고유 시장인 플라스틱 카드 결제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의 비접촉식 근거리 결제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보인다. 이통사들도 결제 처리 프로세싱과 구매 정보와 관련한 수익 창출 가능성이 열리는 만큼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의 구매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광고 혹은 수익원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구매자가 결제를 하는 순간 결제자와 유통사 간에 교류되는 정보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율적인 정보처리가 중요하다. 기존 VAN 업체의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클라우드 환경 등 대규모 저비용 정보 처리 능력을 갖고 있는 이통사들이 나설 수도 있다. ◆ 국내 표준화 모델 도입 서둘러야 = 문제는 이렇듯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시장을 자칫 해외 기업들에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신용카드사, 버라이존과 AT&T 등 글로벌 이통사, 애플과 구글 등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일찌감치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모바일 결제 표준화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신용카드사, 이통사, 모바일 기기 제조사, 유통업체 등이 일관된 결제 모델을 시급히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표준을 선도해 상용화한 뒤 국내 시장에 적용하려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막강한 금융과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 방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NFC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표준의 경우 아직까지 정립된 표준이나 상세한 전략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업계는 NFC 협의체가 만들어지기까지만 해도 통신사, 카드사, 단말기 제조사 간 모바일 지급결제 표준화 작업을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검토해왔다. 글로벌 업체들의 NFC 확산 전략이 나오면서 서로 뭉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해관계가 맞는 업종끼리의 협의체가 구성돼 표준 정립 논의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카드사와 이통사 등 관련 업계는 자신만의 이익 추구에서 벗어나 표준화 작업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판매시점관리(POS)의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NFC 리더기의 확산, 인증정보의 저장과 활용 방식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업체 간에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국내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영향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영서 베인&컴퍼니 파트너 / 원종택 베인&컴퍼니 이사]

2011년 광고 트렌드…경계는 꺼지고 소통은 켜지고 2011.05.27

국민남동생, 까도남 현빈, 연상연하, 박칼린 쌤, 간때문이야, 스마트폰, QR코드, SNS마케팅

2011년 상반기가 거의 지나갔다. 반기 혹은 한 해를 지내는 시점이면 트렌드를 정리하여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몇몇 군데서 받는다. 두드러진 경향 혹은 현상이라는 말로 유화해 트렌드라고 할 만한 것을 전하고 나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이미 나타난 것들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양식의 표현이나 유행도 사실 여러 가지 비슷한 징후들이 모여 형성된 트렌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가지 트렌드들을 관통하는 요소들은 세월과 형식을 넘어 효력을 발휘하는 원천이 된다. 올 상반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올해 나타난 트렌드는 무엇일까. ◆ 올해 상반기 광고 트렌드 살펴보니 ① 남녀 성(性) 역할 변화 올해 상반기 최고 광고 스타는 현재 서해 북단 백령도 초소를 지키고 있는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현빈 이등병이었다. 그는 하지원, 김태희, 황정음 등 최고 여성 스타들이 맡던 `V라인`을 강조하는 차(茶)음료 모델로 나서 남성에게도 주름살 외에도 라인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고 남성모델 자리는 내주었지만 가장 다양한 제품에 광고모델로 출연한 이는 바로 `국민 남동생`이라고 불리는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여성모델 전유물이던 품목들에까지 모델로 나섰는데, 김치냉장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소지섭과 류승호, 차두리와 기승용 커플로 3대 김치냉장고 광고모델이 모두 남성으로 바뀌었다. 다른 전자제품에서는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광고가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어느 노트북과 세탁기는 기존 여성모델들에 그들보다 훨씬 어린 남성모델들을 추가로 기용했다. 자연스럽게 여성이 리드하는 전형적인 연상연하 커플 장면이 연출되었다. ② 비전문 광고모델 대두 단일 제품 광고모델로 상반기에 가장 화제가 되었고, 실질적인 매출 증대를 이끈 모델로 차두리 선수를 첫 손가락에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가 출연한 `간 때문이야` 광고가 히트한 이유 중 하나로 로봇에 비유되는 차두리 선수 체력과 제품 특성 간에 강한 연관성도 있지만, 광고모델로서는 아마추어 같은 차두리 선수의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이 꼽힌다. 차두리 선수와 함께 상반기에 광고계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은 인물들이 있다. 박칼린, 허각, 장재인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광고모델로서는 신인이었다. 사람들이 호의를 갖게 하는 이들의 강점은 친근함과 그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적 일체화다. 꾸미지 않고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 일견 평범한 인물들 등장이 근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큰 트렌드 중 하나다. ③ 다양한 접점과 체험 제공 이제 TV, 신문, 잡지, 라디오와 같은 4대 매체 광고 외에 홈페이지에도 광고와 연계한 메시지가 실려야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을 갖추는 게 커뮤니케이션에서 기본이 되었다. 현대자동차 투싼은 브랜드 성격과 맞추어 개발하여 보급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작업의 정석으로 지역 내 숨겨진 데이트 코스 등을 알려주면서 크게 히트쳤다. 올해 상반기 강력한 매체 중 하나로 대두한 것이 있다. 바로 QR코드다. QR코드는 소비자에게는 즉시성 욕구를, 광고주에게는 메시지 전달 시 양적 제한성을 해소해 주는 도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 소통하고 체험하는 소셜(Social) 마케팅으로 묶을 수 있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화면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경향도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움직임을 실제로 극장에서 느끼도록 만들었던 그랜저 5G의 세계 최초 4D광고와 같은 실험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 찾았다! 불변의 법칙 다섯가지 이들 세 가지를 묶어서 봤을 때 전통적인 `남녀` `프로와 아마추어` `전통 매체와 신규 매체` 간 경계를 허물면서 소통과 표현의 장(場)을 넓혀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춰보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광고 표현 트렌드를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인간으로 접근하라(Personify) 구체적인 인간을 내세워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 굳이 접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얘기하고, 어떤 사람이 자기를 돌봐줄지 알 때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모델로 쓰게 된다. 사람을 통해서 일체감, 동일시, 감정이입이 되기 쉽다. ② 약자가 되어라(Be an underdog) 스포츠 경기를 보면 관중은 자신이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을 때 약자를 응원하게 마련이다. 그 약자를 영어로는 언더독(underdog)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늦게 출발하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약자라는 이미지를 십분 살리자면서 `모든 사람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약자이다(Everybody`s an underdog to somebody)`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구도를 잘 이용한 그야말로 광고의 최고 서사물이 바로 애플컴퓨터 `1984`다. ③ 한 가지에 집중하라(Focus! on one easy thing!) `HSDPA 기술에 기반한 네트워크로 고품질 영상통화, 고화질 콘텐츠 등 고속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 `단말기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을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글로벌 멀티미디어 이동통신서비스` `복제폰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안전한 서비스`. 3G(3세대 이동통신)는 기존에 비해 굉장히 많은 기능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KT `SHOW`는 영상통화에 집중하여 광고들을 만들었다. 그게 사람들에게 2G와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이해도 쉽게 했기 때문이다. ④ 여백을 남겨라(Let them play with it)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냐는 질문에 `말이 없는, 즉 카피가 적은 광고가 일반적으로 좋은 광고`라고 대답한다. 광고는 놀이마당으로 초대하는 기능만 해도 될 때가 많다. 이제 어떻게 구매할까. 구체적인 혜택은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이 자기 방식으로 알아서 잘 찾아간다. 여백을 주고 거기서 맘껏 놀게 하라. ⑤ 명분을 지녀라(Do the right thing) 기업 경쟁의 핵심요소가 변해왔다는 얘기를 하며, 이제 품질, 소비자 욕구 파악과 대응, 감성적인 가치에 덧붙여 사회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자사 제품이나 업종, 브랜드와 연계하여 관심을 촉구하고 해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소비자 동참을 유도하고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통하는 원칙이라 하더라도 단기간의 변화와 새롭게 출현하는 현상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수반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 이사]

[Insight] 나는 노래한다, 고로 존재한다 2011.06.03 1

꼴찌 피하려·가수들이·혼신을 다해단기간에 파워브랜드로 자리잡은 `나는 가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가수다`라는 텔레비전의 경쟁 프로그램이 인기다. 일요일 오후 온 국민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방송의 시청률이 몇 퍼센트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 프로그램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내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의 입장에서 보면 한동안 열세였던 오락프로그램에서 대등한 위치를 만들어 낸 사실에 크게 고무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쟁 프로그램이 처음도 아닌데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은 이전의 방식과 다른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들은 단기간에 위상을 높이는 데 성공했을까? 그 속에서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는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보도록 하자. ◆ 프로그램 미션 강력히 어필 =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성공 이유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어떤 미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말하고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들의 미션은 1등을 만들기 위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등)과는 달리 최저 점수를 기록한 가수 한 명을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나가수는 `도전 1000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원곡의 가사를 몰라 노래를 부르지 못해 탈락하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런 경쟁 자체에 참여해서 즐긴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래를 잘한다는 참여 가수들은 1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탈락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쟁에 참여한다.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새롭게 등장해서 경쟁의 구도를 강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누가 탈락할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갖는다.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미션을 정확하게 관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에서 출발했기에 나가수는 다른 프로그램보다도 리스크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출발선에서 적지 않은 오류를 범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램의 미션인 경쟁을 통해 탈락시킨다는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수칙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성공의 길에 있는 나가수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예다.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수칙이 없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존재 이유라는 것은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브랜드 미션(Mission)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모호한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들의 행동원칙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어 결국 다수 중 하나(one of them)가 되어 버리곤 한다. 파워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미션의 설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변화에 동참해서 발전하라 =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이야기는 다시 말해서 그들이 세상 어디에도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미투(Me too) 상품을 한국화해서 성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슈퍼스타K`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의 미투 상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가수는 그러한 성공을 다시 재해석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경쟁 프로그램에 일반인이 아닌 기성 가수들을 모아서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나가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변화에 동참해서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이라는 컨셉트가 여러 프로그램에서 대세가 되어버렸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면 이만한 성공의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미투 전략이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발전된 미투 전략은 원조에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근본적으로는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서 자신의 것으로 치환해 내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라

= 나가수가 시장의 중심에 선 또 하나의 이유를 뽑으라고 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음악(현재 음악 시장의 노래들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을 시청자에게 들려주고 소비자들은 그 음원을 내려받아서 즐기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음악 전문가들과 참여하는 가수들이 나가수의 경연장에 구비된 좋은 음악 시설에 박수를 보낸다고 하는 점을 해석해 보면 나가수는 양질의 음악을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들은 소비자들이 프로그램을 한 번 시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음악을 계속 즐기는 문화로 확장될 수 있는 바탕이다. 나가수의 성공 요인은 경쟁이라는 구도를 가진 프로그램의 오락적 특성에 그치지 않고 음악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음악 경연의 미션에 좋은 음악이라는 가치를 더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가치를 더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에서 유의미성(Relevant)을 놓치지 않고 가치를 더하게 되는 것이 강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김성철 idea company prog 대표]

[Insight] 애플이 가장 창의적인 기업 ? 2011.06.10

IT산업에 대해서 완전히 문외한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애플을 꼽을 것이다. 2011년 애플 매출액은 또다시 전년 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매출액이 약 80조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만간 삼성전자 매출액을 초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평균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의 3배에 가까운 약 30%대라는 사실은 애플의 창의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은 가장 창의적인 기업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창의성과 창의적 사고 수준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창의성이란 주어진 사안과 상황에 대해 독창적이면서도 가치가 있는, 그리고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세스나 산출물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제시할 수 있는 사고력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창의적인 제품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사고 수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창의적 사고에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방법에 따라서 서로 다른 5가지 수준이 있다. 우선 가장 초보적 형태의 창의성은 두 개 개체를 단순 결합(Combination)하는 기법으로, 예를 들어 연필에 지우개를 부착하거나 혹은 겉감과 속감 색깔을 다르게 결합하는 양면외투와 같은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세 개 이상 개체를 단순히 결합하는 기법(Combination Plus)으로, 빨간색, 검은색, 파란색 볼펜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종합 볼펜으로 만드는 것이 그 예이다. 세 번째는 두 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통합(Integration)하는 기법으로, 연필과 만년필 속성을 통합하여 샤프펜슬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는 세 개 이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통합(Integration Plus)하는 기법으로, 연필, 색연필, 전기적 속성을 통합하여 다양한 색깔로 필기를 할 수 있는 전자펜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적 사고력은 개별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변환(Transformation)시키는 기법으로, 씹어서 먹는 우유를 만드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다른 IT기업들에 비해서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판매 시장에 음악, 영화, 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판매 기능을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즉 애플이 판매하는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해야만 한다. 그런데 애플이 사용하는 이런 전략들을 창의성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창의적 사고 수준 5가지 레벨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단순 결합(Combination)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오히려 정반대로 한국 기업들이 애플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창의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교육강도(Education Intensity)이기 때문이다. 교육강도라는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2등이라고 말한다면 아마 많은 한국 학부모들이 통곡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IQ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2002년 세계 185개 국가를 대상으로 IQ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일본과 홍콩에 이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IQ가 높은 나라다. 기본적인 자료들만 고려해 보아도 한국이 혹은 한국 기업들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한국 창의성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창의성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지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많은 사람이 창의성은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의성은 지식 수준, 교육, 훈련을 통해서 개발되는 후천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다. 둘째, 개인 창의성은 대부분 어린 시기에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창의적 사고능력을 개발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지식 수준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시절이다. 셋째,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조직 수준에서 보유하고 있는 창의성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혹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창의성 평가 기법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아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업 관점에서 한국이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 관행들이 창의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창의적 인재보다는 상사에게 순종하고 조직에 충성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희생하는 부하들이 승진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완해야 하는 요인은 다양성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이나 제도는 불행히도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못하다.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변신과 변화가 자유로워야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 구조와 제도들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애플과 같은 기업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전환이 가장 급선무다.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숨어 있는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바꾸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Insight] 알렉산더 딜레마 2011.06.17

더 멀리 진격해 영토를 늘릴것인가, 여기서 멈추고 내실을 다질것인가

향긋한 커피 향이 풍기는 아늑한 카페에 앉아 업무를 보는 직장인, 밥은 굶어도 커피 한 잔은 꼭 사서 마시는 젊은 여성 등 2000년대 다양한 사람들 일상이 스타벅스가 일으킨 커피 혁명으로 인해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또한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스타벅스가 만든 커피제국의 위력은 대단했다. ◆ 커피 외 사업 진출했다 실패한 스타벅스 = 그러나 이 같은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CEO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스타벅스란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여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지, 기본에 충실하며 커피란 핵심역량에 집중할지 갈등을 하게 된 것이다. 곧이어 스타벅스는 음악 CD나 영화 DVD를 직접 만들어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을 시도했고 커피가 아닌 기타 식품사업에도 발을 디디게 됐다. 안타깝게도 시장 반응은 싸늘했고 스타벅스는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는 데 다시 주력하게 됐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최근 또다시 고민에 빠진 듯하다. 올해 초 `스타벅스 커피` 글귀가 빠진 새 로고를 발표하면서 사업 확장을 다시 꾀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업들은 성공을 맛보았을 때 제국을 더욱 넓히려는 길과 내실을 더욱 튼실히 하려는 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첫 부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두가 매력적인 양쪽 길 중에서 한쪽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기도 한다. 한 기업의 인생도 사람들 인생과 다르지 않다. 기업이 생겨나서 자라는 데까지 수많은 선택이 따른다. 우리는 그것을 전략의 선택이라고 부른다.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커지기 위해, 남들보다 오래 살아 있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이 마주하는 두 갈래 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지금 이 수준에서 내실을 다질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산업, 다른 시장으로 확장할 것인가이다. 이것을 경영학에서는 `알렉산더 딜레마`라고 부른다. ◆ 알렉산더 딜레마 : 사업 유지와 확장 사이의 긴장

= 알렉산더 딜레마는 `핵심에 집중하라`는 책에 소개되었던 개념으로 `무적의 성공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본래의 핵심을 유지하는 것과 사업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 간에 존재하는 긴장`을 묘사한 용어다. 아테네에서 인도까지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피로에 누적된 군대의 행군을 잠시 중단하고 힘을 강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더 멀리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일관적으로 후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룬 성공이 진짜 성공일까. 알렉산더 대왕이 이룩한 최초의 대제국은 기릴 만한 업적이지만 그가 죽고 난 후 바로 대제국이 와해되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제국을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히 확장만을 이루고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내실을 기하지 못하는 것은 곧 무리한 확장을 이룬 후 파산을 맞는 것과 같다. 성공을 바라보는 기업들이 선택의 길목에서 알렉산더 딜레마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기업이 성공한 이유를 분석할 때 `기업 특유의 우위(firm specific advantage)`를 자주 이야기한다. 어느 지역, 어느 산업에서 기업이 라이벌 기업을 제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조ㆍ생산부문 효율성이든,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든 그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뛰어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 특유의 우위란 이렇게 한 기업이 보유한, 다른 기업과 구별되는 우위를 의미한다. 다각화나 해외 진출로 대표되는 기업 확장을 이야기할 때 기업 특유의 우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 특유의 우위가 다른 산업이나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을 때도 유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전의 대우차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위해 우리나라와 경제적ㆍ지리적ㆍ문화적 거리가 멀어 타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는 동유럽에 큰 공장을 짓고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였다. 과감한 투자로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큰 손해를 보았다. ◆ 핵심사업 바탕으로 사업확장해야

= 그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사업에서 강한 역량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접영역으로 신중한 확장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고객과 제품 관련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으로, 기존 산업에서 인접 고객과 제품군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HP를 들 수 있다. HP는 인쇄, 이미지 처리 솔루션, 디지털 이미징 장치, 프린터 하드웨어, 복합기에서 분야를 확장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외에 드비어스 다이아몬드가 반지에서 팔찌, 그리고 목걸이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처럼 자신만이 독점적으로 소유한 자원을 활용하여 이미 획득한 경쟁우위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지갑 점유율 관련 인접영역으로 확장이 있다. 월트디즈니의 사업처럼 기존 충성고객에게 새로운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이미 확보한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이 커진다. 월트디즈니는 만화영화 제작ㆍ보급에 따른 캐릭터 인기를 디즈니랜드, 영화, 캐릭터 사업에 이용하여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캐릭터를 이용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수익도, 이미지도 기업에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 셋째로 역량 관련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이 있다. 이것은 심오한 조직적인 노하우(기술 및 기술 노하우, 사업진행 노하우 및 경영관리 모델, 정보 저장, 정보 관리, 정보를 통한 가치획득 방법 등)를 바탕으로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GE는 조직 내 인력을 경쟁력 있게 운영하는 노하우, 미래산업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경영 능력으로 유명하다. GE는 상위 20% 직원에게는 고액 연봉을 주고, 하위 10% 직원은 해고시키는 인사관리로 유명하다. 넷째로 네트워크 관련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이 있다. MS오피스가 이에 해당된다.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확장에 성공하였다. MS는 호환이 가능한 운영체제로 성장하였는데, 초기에는 MS-DOS를 시작으로 윈도를 개발하여 컴퓨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시장의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 = 알렉산더 대왕은 그의 삶을 통해 경영학에 큰 시사점을 남겼지만 정작 그는 선택의 딜레마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기억하며 선택 딜레마 앞에서 좀 더 신중했다면 지금의 세계지도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전체 미래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의 딜레마 앞에서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또 우리에게 남긴 명언은 선택의 두 길 앞에 선 21세기 기업에도 큰 울림을 준다. `For what is the best choice, for each individual is the highest it is possible for him to achieve(개개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택은 그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곳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

[Insight] 중국 얻으려면 알아야할 9가지 원칙 2011.06.24

중국진출 성공사례 살펴보니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주요 소비재 제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가전 2위, 외식업 2위, 음료 2위, 의류 3위, 미용건강 3위에 달한다. 202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시장 기회가 풍부한 만큼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 운영, 조직의 3박자가 필요하다. 앞서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중국 진출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9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다. ◆ [戰略] 전략적 측면 전략적 측면에서 첫 번째 요소는 올바른 사업 영역의 선정이다. 상품의 카테고리별 시장 매력도와 자사의 경쟁 역량을 고려해 적정한 사업 영역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중국 내 시장 규모가 크고 자사의 상품 경쟁력 확보가 용이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시장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P&G는 시장 규모가 큰 상품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샴푸, 위생용품, 세제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들 영역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구축한 후 기저귀, 치약,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두 번째 전략은 고객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고가나 저가로 선을 긋기보다는 대다수의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다. 중국은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지만 중산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매스(mass)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일본의 시세이도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화장품 전략을 쓰고 있지만 대다수 중국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중저가 화장품을 적극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비용 경쟁력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중국 토종 기업과의 경쟁을 고려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인수ㆍ합병(M&A)과 파트너십 기회의 확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는 유기적 성장만으로 선도적인 지위를 구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M&A 혹은 제휴와 같은 비유기적 성장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시장 진입, 시장 지위 확대, 브랜드와 상품 포트폴리오 구축 수단으로 M&A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시장 진입의 예로는 아마존닷컴의 Joyo.com 인수, 테스코의 Hymall 인수, 베스트바이의 Five Star 인수가 대표적이다. ◆ [運營] 운영 측면 운영 측면에서 필요한 첫째 원칙은 효과적 영업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기후, 문화, 경제 발전 수준 등이 매우 상이하다. 이를 고려한 지역적 영업망 구축과 단계적 확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일 지역 내 도시별 계층에 따른 시장 환경도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통 모델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P&G는 지역별 중간 도매상과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도매상에 대한 가시성을 높인다는 전략으로 중간 도매상에 자사 인력을 파견하고, 도매상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또한 중국의 지역적 영업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5~10년 단위로 유통망을 꾸준히 혁신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직영을, 중소 도시에서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하는 유연한 접근도 가능하다. 두 번째 원칙은 상품과 서비스의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대표적 감자칩 브랜드인 Frito Lay(펩시 계열사)는 현지 R&D팀을 만들어 현지화된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현재 공급 제품 중 70%는 글로벌 제품이나 나머지 30%는 중국 전용 제품이다. 세 번째 원칙은 브랜드의 구축이다. 중국 소비 시장은 `브랜드의 시기`라고 할 정도로 브랜드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소비재 기업은 브랜드 홍보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또한 브랜드 충성도가 아직 확고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중국 시장에서는 수요자 중심의 양방향 마케팅(BTL) 프로모션이 때에 따라서는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마케팅(ATL)보다 더 중요하다. 마케팅 비용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TL과 BTL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한다. ATL은 중국 내 영업망 확대에 따라 광고 지역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게 좋다. Frito Lay는 사업 초기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지역의 방송국에 광고를 집중했지만 이후 성 단위와 전국 단위 방송 채널을 이용하며 광고를 확대했다. BTL의 경우 유통 업체와 협력해 판촉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초기 중간 도매상을 통해 영업하던 Frito Lay의 경우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유통업체별 BTL을 강화하기 위해 업체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판촉 행사에 대한 책임을 부과했다. 네 번째 원칙은 비용 구조의 최적화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중국 토종 기업 수준의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재 기업은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상품 디자인, 생산 방식, 원재료 조달, 스케일 구축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P&G는 동일하거나 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되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R&D의 핵심 목표를 잡았다. 또한 현지 협력업체를 통한 외주를 적극 활용해 생산 비용을 절감했으며, 95% 이상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대량 구매를 통해 구매 비용도 절감했다. ◆ [組織] 조직 측면 조직 측면에서 첫 번째 원칙은 우수한 인재의 확보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중국 사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우수 인재 확보`였다. 중국은 모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급여 인상률이 높은 반면 해당 산업에서 경험 많은 인재풀은 수요 대비 공급이 늘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고급 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선진국 상황에 맞춘 인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글로벌 경력계발 기회 등을 제공해 현지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을 미래의 경영진으로 육성해야 한다. 더불어 현지 경영진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크래프트 비스킷 사업은 중국 진출 이후 10여 년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다농 글로벌 비스킷 사업을 인수한 후 다농 경영진이 크래프트 비스킷 사업을 경영하도록 한 결과 인수 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다농은 중국에서 현지 인재 양성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다농 비스킷 사업의 경영진 중 사업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임원이 중국 사람이었다. P&G는 중국 대학에서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외자 기업이다. 현재 전체 직원 중 98%가 중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에는 주재원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했으나 현지인 육성에 적극 투자하면서 현지인 중심의 조직 구성에 성공했다. 두 번째 원칙은 중국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경영진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꾸준히 중국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시장이 중요한 만큼 우수한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재무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과거나 현재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잠재력을 고려해 이러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식품업체 마즈(MARS)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 뒤 중국 진출 1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허쉬의 경우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다시 진출하는 시행착오를 범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상 언급한 9개 원칙들이 서로 어우러져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선순환의 출발점은 올바른 전략의 수립에 있다. 여기에다 중국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비전을 토대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곽승웅 베인 앤 컴퍼니 이사]

Insight]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적 `기회`로 2011.07.01

무늬만 CSR에서 대박 CSR로 가는길CSR를 경영 실행과정보다는 경영전략ㆍ정책속에 녹여내야네슬레의 경우 브라질 농가에 조건없이 기술과 자금 지원…결국 시장점유율 증가로 돌아와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주요 사회 이슈로 뜨고 있다. 필자가 7년 전 영국에서 귀국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다. CSR팀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CSR가 주목받는 것과 비례해서 기업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는 높아진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CSR팀이 생기더니 데이터를 내놔라, 이것저것 보고해라, 인증받아라, 이런 일은 하고, 저런 일은 하지 마라 등 지시와 참견의 수위가 도를 넘는다"고 투덜대곤 한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비록 국내에 CSR가 외형적으로는 확대됐으나 아직 그 본령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본령이란 CSR가 가져다주는`기업의 사회적 기회(CSOㆍCorporate Social Opportunity)`를 정면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포옹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첫째, 해당 기업경영자들의 CSR 도입 동기가 `두려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기회`를 찾기보다는 `문제 무마용 내지는 회피용`으로 CSR가 도입됐다는 말이다. 둘째, CSR가 기계를 작동시키는 `내장용 핵심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장식품`으로 간주되는 데 있다. 이 지경이면 CSR는 경영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 두려움 요소 = 물론 두려움은 우리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경영에서도 종종 두려움이 의사결정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시민단체의 공격, 집단소송 등의 법적 분쟁, 정부 제재, 작업장의 산재 발생, 노사분규, 소비자 문제 발생 등에 대한 두려움이 일견 무수익투자처럼 보이는 CSR를 도입하고 실행하게도 한다. 이런 점에서 CSR가 위험관리와 밀접히 연계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것이 지나치면 CSR가 시장 확대, 제품 서비스 차별화, 신규 사업 기회보다는 비용, 부담, 의무라는 용어와 결합된다. 한편 위험관리 기능으로서의 CSR는 도약이 아닌 수성의 기능으로 폄하된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성공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기업가정신, 모험심, 경쟁 본능, 기회에 대한 도전 등을 통해 얻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점은 CSR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CSR에도 벤처와 같은 혁신과 창의성이 요구된다. 두려움에서 눈을 떠라. 그러면 CSR가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목표를 향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내장용 핵심 부품 혹은 장식품?

= 많은 경영자들은 CSR가 하나의 `수사`나 `홍보수단`이지 경영 현장과 결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이다. 만일 어떤 회사가 CSR 실행을 대외에 공표했다 치자. 그 다음 그들에게 맞닥뜨릴 질문은 `어떻게 할 것인가`와 `어떻게 경영현장에 접목시킬 것인가`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상투적 답변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들 사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만한 CSR 관련 이슈 판별에서 출발하라. 예컨대 화학회사엔 환경단체 대응 이슈, 식품회사엔 제품 안전 문제, 자동차회사는 아마도 공급사슬관리 문제 등이 제일 먼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나열하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답변은 경영자들을 더욱 실망시킬 수 있다. 오히려 이 접근법은 CSR를 기업의 최우선 경영목표에서 유리시키고 집중력을 흩트리면서 CSR를 위한 CSR,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형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CSR로 인해 조직 내에 또 다른 관리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관료제의 일반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은 매일의 현장에서 비용 절감, 매출 목표 달성, 다음 분기 이익 실현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중간관리자들을 괴롭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 경영활동에 내재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 그렇다면 CSR가 두려움 때문도 아니고 장식품도 아닌, 경영활동에 내재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즉 책임이 곧 기회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간단하지만 난해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그 답은 CSR를 경영 실행 과정이 아닌, 최상위 경영 전략이나 정책 속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영 실행은 전략에 따라 좌우되고 이 접근법은 CSR 정책, 전략과 실행체계를 일렬 정돈시켜주며 잠재적으로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경험에서도 우리는 `형식`은 `목적`을 따라야 한다는 명제를 잘 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구매, 생산, 마케팅 등과 같은 가치사슬 활동도 기업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 목적이란 바로 전사경영전략 속에 녹아 있다. 따라서 CSR도 어차피 해야 한다면 경영정책과 전략 속에 녹여내야 함은 당연하다. 이것이 `무늬만 CSR`가 아닌 `대박 CSR`로 가는 길이다. CSR를 기본적으로 위험 최소화 프로세스로도 활용하면서 동시에 미래 경영전략의 동인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법을 도입한다면 CSR 투자는 비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익 창출의 투자행위로 전환될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네슬레(Nestle)는 개발도상국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정책을 세웠다. 바로 지역공급업체들의 역량강화 정책이다. 특히 브라질에서 네슬레는 낙농산업과 관련한 약 30만개 농장에 대해 네슬레에만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이 자금 및 기술 지원을 꾸준히 추진했다. 그 결과 브라질 소비자들은 그들의 생활과 소비후생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네슬레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자연스럽게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CSR가 대박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사례가 있다. 2002년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Gamble)이 그들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담은 선언문을 보자. "우리는 결코 사회와 종업원들에 대한 책임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으로 장기 지속가능하려면 기업은 사업 기회와 CSR 전략을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창의와 혁신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이니셔티브, 신시장과 신사업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할 때 우리는 CSR를 넘어 CSO로 가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Insight] 칸 광고제의 `이유 있는 이변`…韓流가 통했다 2011.07.08 1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QR코드ㆍSNS 적극 활용한 제일기획`가상매장`그랑프리…한국적 마케팅, 세계를 홀렸다

1953년 창설돼 올해로 58회를 맞이한 칸 국제광고제는 13개 경쟁 부문에서 매년 2만9000편이 넘는 작품이 경합을 펼치는 세계 최대 광고제로, 참관인 규모만도 세계 90개국 8000여 명에 달한다. 클리오광고제ㆍ뉴욕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칸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매년 6월 셋째주에 열린다. 1984년까지 칸과 베니스에서 교대로 열렸으며,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사자 모양 트로피는 `선택`을 의미하는 베니스 공식 문장(紋章)인 사자에서 유래했다. 지난 6월 21일 오후 늦게 세계 최대 광고제가 열리고 있는 칸에 도착했다. 그날의 최대 화제는 제일기획이 미디어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이었다. 제일기획이 출품한 홈플러스 `지하철역 가상매장`이 전날 프로모션/실행과 다이렉트 부문 금상 3개를 수상한 데 이어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까지 거머쥔 것이다. ◆ 비서구 국가들이 약진한 칸 광고제 = 공식적인 수상작 발표와 시상식이 거행되는 첫날이었던 그 전날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프로모션/실행과 다이렉트 두 부문에서 동유럽 루마니아가 초콜릿바를 가지고 한 프로모션이 그랑프리를 휩쓸었다. 루마니아 사상 최초 칸 그랑프리였다. 루마니아가 연호되던 첫날 제일기획도 금상을 세 개나 획득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금상 수상만도 큰 위업이었던지라, 그날 저녁 푸짐한 축하연을 열었단다.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첫날 금상 수상에 워낙 흥분하여, 둘째날 그랑프리가 차라리 담담했다고 할 정도였단다.

사흘째 인쇄광고 부문 그랑프리를 중국이 가져가면서, 수상 국가 지역 분포 관점에서 이변(異變)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13개 부문에 이르는 칸 출품 부문에서 그래도 가장 변하지 않고 예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바로 인쇄 부문이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필름은 최근 2분 이상 길이로 만든 인터넷용 필름들이 주로 수상하고 있다. 옥외, PR, 미디어 등 부문도 모두 인터넷이나 SNS와 연계선상에서 평가되는 데 비해 인쇄 부문에서는 한정된 지면에서 보이는 장인의식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란 전통적인 잣대가 평가 시 주류를 이룬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인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IT와 같은 신기술이 아닌 광고 창의성 본연의 측면에서도 그 뛰어남을 인정받았다는 데서 의의가 각별하다. 세계 최대 광고전문지인 애드에이지(Ad Age)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지역의 이동(Shift in the geography of good ideas)`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동보다는 `확산`이 더 맞는 단어일 듯싶다. 서구 기준에 맞춘 아이디어 창출과 평가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 실정과 배경에 따른 아이디어에 대한 수용과 인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게 더욱 적합하다. 칸 조직위원회에서는 아마도 뿌듯하게 이런 지역적 확산 현상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기 전 심사위원 사전워크숍을 통해 칸 조직위원회는 대부분 전통적인 광고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와 서부 유럽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한 심사위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대략 `자기 국가와 문화를 넘어, 각 작품들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면서 그 효과를 평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의도하는 바는 분명하다. 서구 이외 국가들 작품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비즈니스 면에서 칸 광고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광고제인 `스파이크 아시아(Spike Asia)`를 2008년에 조인트벤처로 창설하는 등 서구 이외 국가에 대한 활동을 강화해 왔다. 6000명 선까지 떨어졌던 참가자가 1만명 가까이 늘어나고, 출품작 수가 작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는 데는 아시아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비서구 국가들 약진에 일조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오랜 세월에 걸친 준비, 특유의 장인의식과 대담한 시도가 함께 어우러졌기에 가능했음은 역시 두말할 여지가 없다.

◆ 한국적 마케팅 인식을 제고한 행사  중국이 인쇄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다음날 저녁 칸 광고제 행사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광고물이 아닌 본격적인 영화상영회가 열렸고, 거기에 사람들이 몰렸다. 아이폰으로만 촬영했다고 화제가 된, KT가 후원ㆍ기획하고 이노션이 제작한 박찬욱 감독 영화 `파란만장(영문명 Night fishing)` 상영회였다. 2004년에 바로 같은 곳에서 열린 칸 영화제에서 `올드 보이`로 대상을 받았고,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올해 금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지명도와 작품 자체 완성도가 관심을 고조시키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단순한 성공적인 개최를 떠나서, 서구와는 다른 한국적인 마케팅 유형을 보여주었다는 데 이 행사 의미가 있었다.  KT는 작품에 관하여 감독에게 철저히 일임하였다. 어떻게든 자기 제품을 보이려 애를 쓰고, 로고라도 화면에 자주 비치게 하려는 일반적인 영화 후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확실히 스폰서 노출과 개입에 대한 절제가 수준 높은 작품을 낳았고, 국제 영화제 수상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엄청난 마케팅과 PR에서 원래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효과를 올렸다. 아이폰 영화, 곧 스마트폰 영화라는 새로운 영화 장르를 개척하며, 한국 예술혼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는 한국 마케팅계의 도전과 실험정신을 보여준 것이 또 다른 큰 의의였다.  그동안 칸 광고제, 특히 조직위에는 `한국=제일기획`이라는 등식이 받아들여졌다. 필자도 2년 전에 발표자로 섰던, 2008년 이래 매년 제일기획에서 주최하고 있는 공식 세미나를 통하여 한국 광고계 존재를 인식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번 KT와 이노션이 칸 현지에서 주최한 상영회는 한국 광고계 저변과 수준에 대한 인식을 보다 넓고 높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진정한 한류를 위하여

KT - 이노션의 아이폰 영화"파란만장"

= 2008년 10월 미국 어느 광고회사에서 새로운 사옥으로 입주하는 행사를 거행하고 있었다. 로비에 그 회사 이름이 크게 새겨진 것 외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판을 거는 게 그날 행사의 절정이었다. 그 동판에 이야깃거리가 문자 그대로 녹아 있다. 그 광고회사 사람들이 광고제에서 받은 트로피나 상패를 모아서 녹여 그 동판을 만든 것이었다. 그 동판이, 상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소비자에게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 원칙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런 회사들은 사실 자기 브랜딩을 하는 도구로 교묘하게 과거 수상실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쓰지 않고 아날로그 생활을 즐기겠다는 소위 `디지털 배척자(Digital-backlasher)`를 보면 디지털 혜택을 먼저 누리며 `단물`을 다 빼먹은 사람일 때가 많다. 한국 광고계는 이제 글로벌한 무대에서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다. 칸을 비롯한 국제 광고제에서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아시아의 강력한 대두와 그에 따라 형성되는 우호적 분위기를 십분 활용하여 더 많은 열매를 따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벤치마킹한다며 서구 기업들을 따라만 하다가 방향을 바꿔 자기 상황에 맞게 낸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상을 타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제일기획 어느 인사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공통 아이폰을 한국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요리하는 법을 보여서 칸 공식무대를 개척한 KT와 이노션이 펼친 것과 같은 도전과 실험을 행하는 한국 광고 기업과 광고주들이 많이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칸 광고제와 나아가 세계 광고계에 더 큰 `한류(韓流)`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 본부장]

[Insight] 브랜드파워 유지법 `세리 키즈` 는 알고있다 2011.07.15

릴레이 효과…신지애ㆍ유소연등 잇단 우승경쟁과 조화…필드밖에선 가족처럼 지내끝없는 도전…한국 안주않고 세계로 진출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여자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력이 남자들에 비해 우월한 부분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골프 종목은 양궁과 더불어 다른 어떤 종목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19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에서 1승을 거둔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수없이 많은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 경쟁력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캐리 웹이 세계 무대를 장악했으나 `한국 여자 골프`라는 브랜드만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파워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한국 여자 골프는 장시간 동안 브랜드 지위를 상실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을까. 한국 여자 골프에서 `브랜드 파워의 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아보도록 하자. ◆ 지속적인 성장 동력(Engine)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최나연, 신지애 그리고 이번주 US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까지 `한국 여자 골프`라는 브랜드는 강력한 개별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마스터 브랜드(Master Brand) 아래 다양하고 훌륭한 개별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잘 꾸며져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브랜드의 활력(vitality)이 유지돼 브랜드 파워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잘하던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고 나이가 들어 경쟁력이 없어질 무렵이면 또 다른 선수들이 등장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브랜드가 일정 정도의 성장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데 한국 여자 골프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성장 동력이 확보될 수 있었을까. 세계 골프계에는 `세리 키즈`(Seri kids)라는 말이 있다. 암울한 구제금융 시대인 19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에서 우승해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국민이 힘을 얻던 시절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선수들을 칭하는 말이다. `세리 키즈`들은 하나같이 우승 후에 박세리에게서 영감을 얻어 골프를 치기 시작했고 그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분명한 롤 모델(Role Model)이 있었던 것이다. 박세리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복제를 통해 더 우수한 자원을 많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있어서 론칭(launching)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은 궤도에 진입한 후에 유지(maintenance)하는 것이다. 시장에 진입해 이름을 알리고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마케팅 자원을 초기에 집중 투자해 만들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 경쟁력이 유효할 수 있도록 신무기가 개발돼야 한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마케터들은 "뜨는 것은 쉽다. 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강력한 정서적 연대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을 하면 아버지, 어머니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승하면 대부분 캐디들과 진한 포옹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국 남자 선수 중 일부는 아내, 아이들과 포옹을 하는 것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또 한 가지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하면 경기에 참여한 한국 선수들이 그린 위로 달려가 샴페인과 맥주를 쏟아붓는 세리머니를 한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없는 특별한 문화(Culture)가 있는 것이다. 외국 선수들 눈에는 한 명의 선수 개개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과 경쟁하는 것처럼 비쳐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여자 골프는 가족, 다른 선수들과 정서적 연대를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 다양한 시장 경험을 통한 경쟁력 확보 2010년 미국 LPGA의 상금왕은 최나연이고, 일본 LPGA의 상금왕은 안선주였다. 두 선수는 모두 한국 투어에서 정상에 올랐다. 미국 투어와 일본 투어의 TV 중계방송을 보고 있으면 어느 나라 투어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 일본 시장의 상금 규모가 더 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기에 충분히 도전하는 것일테지만 그것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요 선수들은 한국, 일본, 미국 투어를 넘나들면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선수들은 특정한 시장 내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환경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얻는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들의 무기를 날카롭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다양한 시장에서의 경험이다. 검증을 많이 한 브랜드는 단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확장성도 강해진다. [김성철 idea company prog 대표]

[Insight] 수평적 사고, 수직적 사고 2011.07.22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수평적 사고, 위기에 위기를 부르는 수직적 사고유연한 사고 모르는 CEO 경쟁서 살아남을 수 없어과도한 혁신은 실패 지름길…변하는 환경과 속도 맞춰야제대로 된 분석ㆍ전략 없이 무작정 트렌드 좇아도 곤란

요즘 국내 오토바이 제조업체들을 살펴보면 사면초가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렵다.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고, 국내 오토바이 제조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선진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해도 미국 일본 독일 업체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까? ◆ 경직된 사고를 버려라 얼른 생각해 보면 도무지 해답을 찾기 어려운 숙제다. 특히 경영자들이 수직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면 돌파구 찾기는 더욱 힘들다. 수직적 사고라고 하면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논리적이고 원칙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낮은 원가 혹은 강력한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처럼 경직된 사고들을 말한다. 하지만 경영자들 생각 속에 잠재해 있는 수직적 사고를 버리면 해답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사고의 틀을 조금만 바꾸어서 생각해 보자. 저가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저원가를 창출하는 방법 자체가 중국 기업들이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차별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오토바이보다도 훨씬 가격이 낮은 보호용 헬멧이라는 단일 제품만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한 기업도 있다. 가격 면에서 생각해도 중저가 오토바이는 50만원 정도부터 시작하지만 비싼 제품은 수천만 원을 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고급 자전거 가격이 낮게는 40만~50만원, 높게는 1000만원을 초과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소형 자동차가 오토바이보다 싼 것도 많다. 가격 면에서 시장이 이렇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고가품만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전략이 얼마나 단순한 판단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전략은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개인용 PC 탄생에 기여한 워드프로세서

이런 사고의 유연성은 경영자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을 때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위기 속에서도 수직적 사고를 버리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타자기를 생각해 보자. 숄스가 1868년에 최초로 특허를 받으면서 시작된 타자기 시장은 1874년 레밍턴 모델과 1899년 언더우드 모델 5가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성장했지만 1940년대부터는 전동 타자기에 의해서 대체되기 시작했다. 기계식 타자기를 생산하던 기존 기업 처지에서는 절대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동 타자기는 타자기 시장 전체 규모를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1970년대 초반에 나타난 전자식 워드프로세서는 전동 타자기를 후퇴시켰지만 사무기기 시장을 새롭게 성장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결국 1970년대 후반에 개인용 컴퓨터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신기술이 무조건 경영위기 부르진 않아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이 출현하면 경영자들은 곧바로 위기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라고 인식하는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기업들은 환경 변화 속도를 훨씬 초과할 정도로 과도한 대응을 하는 또 다른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안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특정 전략을 과도하게 실행하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디지털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 컬러필름을 생산하던 코닥이 2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CD를 탑재해 촬영하는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 출력기를 출시했지만 시장 성과는 형편없었다. 환경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에서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사실은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계식 타자기가 전동식 타자기로 대체되기까지는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전자식 워드프로세서 역시 시장을 주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개인용 컴퓨터가 주류 시장을 형성하기까지도 10년 이상 걸렸다. ◆ 정확한 판단 내린 후 실행에 옮겨야 환경 변화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절대로 나 혼자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업계에 있는 모든 기업이 똑같이 맞이하는 위기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경영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간적ㆍ정신적 여유를 갖고 새로운 혁신이 어떤 미래시장을 열어갈 것인지, 그리고 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새로운 시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혁신이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변화 속도에 대해서도 최대한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위기 속에 숨어 있는 새로운 시장을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기업 성패를 좌우하겠지만 이런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경영자들이 수평적 사고를 기반으로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여유를 지녀야 한다. 항상 성급함 속에서 또 다른 실수가 잉태되는 법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Insight] 더 똑똑한 마케팅을 위한 제언 2011.07.29

스마트한 고객 어떻게 잡을까? 지금 필요한건 스마터 마케팅레고社, 마인드스톰 출시…자꾸만 해킹하는 고객들 어떻게 해야 할까 ?막을 수 없다면 공유하자 `해킹할 권리`까지 인정…소비자가 직접 업그레이드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 시대는 태블릿PC를 거쳐 스마트TV, 스마트 냉장고 등 스마트 가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하는 제품만 바뀐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다른 이들과 `접속`해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곧 스마트 시대를 상징한다. 여기에 지난 10여 년을 지배해온 웹 환경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의 스마트 라이프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향후 스마트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스마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디지로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스마트 기술에 아직도 남겨진 디지털의 차가운 잔상을 해소하기 위한 아날로그적 제품 디자인, 또는 아날로그적 콘텐츠 구성 등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둘째, `SNS의 역설`이 극복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친구`와 교류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더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러한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히려 친하고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 믿을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보인다. 셋째, 스마트의 일상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 기기들과 SNS, 그리고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은 이제 스마트를 단지 내 옆에 있는 수준이 아닌, 나의 생각과 패턴을 기억하여 향후 내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예측해서 나를 돕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넷째, 사람들의 `공감`을 향한 주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스마트 기술의 발달과 평범한 개인도 엄청난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소셜미디어의 파워는 소비자를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닌 콘텐츠 생산자로 탈바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최근 작성한 스마터라이프(Smarter Life)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제언을 제시한다.

1. 괴짜들의 반란을 일으켜라 마이너리티 괴짜들에게 그들이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화한 환경에서는 다양한 소통 경로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괴짜들의 결합이 더 잦아질 것이다. 레고에서 `마인드스톰`이라는 완구를 출시했을 때, 프로그램을 해킹해 제품을 엉뚱하게 개조한 일반 소비자들에게 법적 대응 대신 프로그램 소스를 완전히 공개한 바 있었다. 괴짜 네티즌 간의 새로운 동작 개발 경쟁이 일어났고, 마인드스톰은 단순한 동작만을 할 수 있던 모델에서 계단 오르기, 물건 집기 등 더욱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는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10대가 타깃이라고 10대만 공략할 것인가? 스마트화된 환경에서는 비슷한 또래 집단보다는 동일한 관심사를 지닌 집단이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됨에 따라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베이스를 토대로 공략하기보다 심리적 공감대를 중심으로 공략해야 한다. 10대와 50대가 `김범수의 님과 함께`로 소통하는 것처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나이에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DHC코리아의 딥클렌징 오일은 그동안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쳤던 화장품 업계의 행보와는 다르게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제품`이라는 세대를 아우르는 마케팅으로 어필해 10초에 1개씩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3. 단골 손님에 대한 기대는 버려라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중화에 따라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 대한 정보를 꺼내 볼 수 있는 스마트 환경에서는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근 IBM에서 발표한 차세대 환자용 포털 `IBM 페이션트 임파워먼트 시스템(IBM Patient Empowerment System)`은 병원 전자진료기록 시스템, 가정용 건강진단장치, 미국식품의약국의 경고, 환자의 개인 유전 기록 정보를 통합하여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포털이지만, 이와 유사하게 다른 분야에서도 개인의 종합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단골 손님에 대한 기대는 접고, 실시간 자신을 관리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구상할 때다. 4. 소비자와의 소통도 `소셜펀딩` 하라 올해 1월 `디스이즈트루스토리(www.thisistruestory.co.kr)`라는 소셜펀딩 사이트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소셜펀딩`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투자를 받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후원 문화다. 기업들도 이 소셜펀딩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의 새로운 제품이나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 활동(CSR) 아이디어에 대한 일반인의 호응도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전략적 스폰서십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도 있다. 그리고 후원하는 대가로 일반인의 좋은 아이디어를 기업 및 브랜드와 연계하여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 5. 이탈리아 장인정신 소통 스마트화한 사회에서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그러한 현상의 역트렌드로 사람들의 가슴 한편에는 본질성에 대한 갈망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점점 더 브랜드 자체의 진정성이나 장인정신, 헤리티지 등 브랜드의 `진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덴마크의 가전 명품 브랜드인 뱅앤올룹슨이 창립 80주년을 맞이해 히스토리북을 만들고, 샤넬이 도쿄 홍콩 등 세계 7대 도시에서 이동식 박물관인 `모바일 아트`를 통해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철학을 소통했던 것처럼 브랜드의 `진심`을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스마트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6. 감각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스마트화한 환경에서는 일상의 많은 요소들이 `매체화`함에 따라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메시지 불감증`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메시지가 포화된 환경에서 `감각의 자극`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D, 4D, 증강ㆍ가상 현실 등의 기술을 활용한 더욱 생생한 소통이 기업 마케팅에서도 적극 활용될 것이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워즈워스북스(Wordsworth Books)라는 대형 서점에서는 AR(증강현실)기술이 적용된 전단지를 배포했는데, 서점 안에 위치한 웹캠에 전단지를 가까이 대면 전단지에 있는 스토리가 3D 기술로 나타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해당 기간에 경쟁 서점보다 더 많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결과를 낳았다. 스마트 시대를 넘어 스마터 시대를 대비할 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제언들이다. [조경식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장]

[Insight] 초경쟁시대에 필요한 차별화 전략 2011.08.19

뒤처진 부분 따라잡지 말고 특화된 부문 더욱 집중하라

즘 기름값이 치솟고 있다. 주유소들은 어쩔 수 없는 가격상승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갖은 혜택을 제공하며 주유소들끼리 경쟁한다. 그러나 SK주유소의 경쟁기업은 GS칼텍스나 S-Oil뿐일가? 답은 `이제는 아니다`다. 예전에는 동종업체 간 경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이제 경쟁업체는 동종업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현재 주유소가 경계해야 하는 기업은 타업종의 베터 플레이스를 포함한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로 차가 움직였지만 친환경적인 대체연료인 전기로 가동하는 차가 등장하고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앞다투어 전기자동차를 생산해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을 더욱 현혹시키기 위해서 베터 플레이스는 일반 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듯 쉽게 전기자동차를 정비하는 전기 충전소 주유소를 상업화한 것이다. 이제 주유소들은 전기 충전소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초경쟁 시대`(hyper-competition)라 한다. 초경쟁 시대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무경계의 시대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 업종과 활발하게 결합을 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따라서 동종업 경쟁자라고 하여도 생각지도 못한 경쟁요소를 지니고 있기도 하며,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 않은 타 업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생겨났다. 두 번째 특징은 속도의 시대다. 초경쟁 시대에서는 무엇이든지 빠르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신제품 교체 주기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져 현재 2~3개월로 단축되었다. 최신 스마트폰이어서 샀는데 소비자가 어느 정도 휴대폰에 적응이 된 순간 이미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사례를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경쟁 시대에서는 승자독식이 만연하다. 즉 한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면 해당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전에 20대 80의 시장점유율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1대 99까지 변화하는 극단적인 롱테일 현상도 가능해졌다. 초경쟁 시대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의미를 넘어, 예전에는 동종업으로 한정되었던 경쟁대상을 규정짓는 것이 불가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경쟁의 승패에 따른 결과는 보다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새 시대의 도래가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이 눈에 뻔하게 보였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은 기업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엔 경쟁이 상당히 피곤해졌다. 또한 너무 빠르게 시장이 변화하기 때문에 한 번 뒤처지면 승자독식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어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게 됐다. 그럼 초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모두 경쟁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도태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그 하나의 방법이 "불균형한 것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일본의 호텔업계 최강자가 된 도요코인 호텔은 일본 내 객실 가동률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성공한 호텔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일본 내 208개에 달하는 체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이 5000명을 넘는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무려 만족률 95%에 육박하는 도요코인 호텔에 손님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기대 이상의 서비스 때문이다. 도요코인은 고객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도요코인은 대형 고급호텔인 힐튼재팬, 기존 비즈니스 호텔인 히카다 호텔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서비스` `높은 품격` `타깃 마케팅` `객실 품질` 등의 부문에서는 크게 경쟁력을 갖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특별한 경험` `가격 합리성` `접근성` 또는 `고객 특화서비스` 부문에서 다른 호텔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코인의 성공 비결은 다른 호텔에 비해 뒤처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전략 대신, 자신들의 특화된 경쟁력을 더욱 특화시킨 전략을 택한 것에 있다. 호텔에서는 정통 가정식을 제공하며 개인적인 세탁, 다림질 기구가 구비되어 있고 세심한 공간 구분과 모든 IT 인프라가 무료로 제공되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로 고객을 매료시켰다. "우리가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라, 우리가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속성을 강조하라"에 성공의 포인트가 있다. 경쟁시대에도 차별화 전략은 중요했다. 더 나아가 초경쟁 시대에는 `차별화 전략` 자체를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경쟁 시대의 차별화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당연히 제공되던 가치를 과감히 축소하라! 둘째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속성을 강조하라! 마지막으로 이때의 속성이 기존의 경쟁자가 중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이전의 차별화 전략이 남들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 위한 것이었다면, 초경쟁 시대는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나을 필요는 없다. 단지 어느 한 측면은 확실히 나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가치를 두고 있는 고객이 두꺼운 마니아 층을 이루게 된다. 즉 남들과 `다르고, 동시에 새로운 것`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초경쟁 시대가 요구하는 차별화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 그것으로 고객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즉 의미 있는 불균형을 더 불균형하게! 가 초경쟁 시대의 해답인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2011.08.26

[Insight] 인도시장 진출? 크리켓을 이용해보세요

`잠재력 무궁무진` 인도 진출 5大전략

베인이 진출한 뉴델리 인근의 구르가온은 발전과 정체라는 인도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거리에 즐비한 최첨단 건물에는 세계 선진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주변 쇼핑몰에는 낯설지 않은 제품과 음식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까운 주택가는 하루에 세 차례나 정전이 일어난다.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들도 보기 힘들다. 자동차는 아예 사이드미러를 열고 다니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조세 제도는 내국인조차 복잡하게 느낄 정도다. 여기에 노 사문제와 각 지자체의 비협조로 대부분의 외국 기업에 인도는 아직도 머나 먼 시장으로 느껴진다.

반면에 인도 시장이 갖는 잠재력은 중국에 버금간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도의 인구는 2030년과 2050년 사이 중국을 추월하며 경제적으로도 중국, 미국과 더불어 G3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구매력 기준으로 2050년 인도는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050년이 아닌 현재만 보더라도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신흥국이다. 인도는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야 하는 한국 기업이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다. 최근 들어 인도를 연구하는 단체나 그룹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나 인프라 측면에서 인도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전에 철저한 분석과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우선 5가지 전략부터 시작해야 한다. ◆ 프리미엄과 매스시장 동시 공략 인도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제품 생산, 유통, 브랜드 구축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프리미엄 시장만 공략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하는 매스(mass) 시장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유리하다. 인도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로 손꼽히는 레블론은 진입 초기부터 프리미엄급 제품 외에도 중저가 브랜드 제품군을 적극 확장해 전체 색조시장에서 약 20%까지 점유율을 넓힌 바 있다. 이는 또 다른 외국계 브랜드인 로레알에서도 비슷하게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에스티로더와 같이 인도에 생산공장을 갖지 않은 소수 외국계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만 선택적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 현지 정서에 맞는 제품과 프로모션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보편적인 제품보다는 인도 소비자들 니즈와 취향을 살펴 이에 적합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LG전자는 인도의 전력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고려해 실내조명 밝기에 따라 TV 화면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술을 탑재해 관심을 끌었다. 노키아는 플래시가 달린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프로모션 또한 인도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상을 활용해 어필해야 한다.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주로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이나 인도에서 유명한 발리우드 배우를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 제품 기능과 종류는 단순하게 매스 시장을 대상으로 인도의 토종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초기에는 제품 단가를 낮춰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출시하는 제품의 기능을 가급적 단순히 만들어 제공하는 `디스펙(de-spec)` 전략을 이용한다. 노키아는 기존 제품에서 기능을 단순화시킨 인도 시장 전용 휴대폰 모델을 저가에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 라인업을 단순하게 가져가면 규모의 경제와 동시에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 제조사인 터퍼웨어는 기존 시장에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던 것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소수의 제품에만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 현지 인력과 네트워크에 투자

일러스트 = 유제민 jazign@mk.co.kr

인도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현지 조직의 수장이 인도 현지인이나 인도계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인도의 기업 환경이 미성숙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 경영진이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나 주요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구하고 이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인도 현지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인력에 투자하고 육성해야 하며,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적절한 파트너십 활용은 필수 인도는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업종과 업태별로 외국 자본 참여를 규제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의 경우 제조공장 설립에 대한 투자는 100%까지 지분 참여가 가능하지만 브랜드숍을 통한 수입 유통은 51% 한도에서 제한을 받는다. 때문에 현지 업체와의 합작 파트너십은 필수다. 이는 규제 차원은 물론 현지 고객이나 해당 지역의 사업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협력자를 활용해 사업 실패 위험을 낮춘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 대다수 외국계 소비재 브랜드가 현지 파트너와 합작을 통해 인도에 진출했다. 에스티로더는 현지 백화점 업체인 쇼퍼스 스톱(Shoppers Stop)과 제휴해 MAC나 클리니크와 같은 브랜드를 진출시켰다. 또 다른 화장품 업체인 록시탕은 현지 유통전문 업체인 뷰티 컨셉트와 51대 49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는 우리 기업이 도전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기업의 글로벌 성장에 기반이 될 수 있는 곳임은 틀림없다. 인도시장 진출을 생각하는 경영자는 위에서 설명한 5가지 전략 외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정석·최정수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Insight] 성공적인 승계 원한다면 연공서열 따지지 마세요 2011.09.02

◆ 6가지 주요 조건

박광서 타워스 왓슨 사장

얼마 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전격 사임했다. 잡스의 건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잡스의 사임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이 애플의 창조적 경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려하고 있다. 승계 계획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경영 기법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사수(副射手)`의 명부를 확보하는 대체 계획이 아니다. 승계 계획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핵심 인재의 풀을 구축하는 프로세스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곧 승계 계획이 잘 구축됐다는 것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정 유형의 인재가 필요할 때 전 조직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인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인재를 배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승계 계획은 사업 계획을 매년 반복하듯이 5단계 과정을 반복하는 순환적인 프로세스다. 승계 계획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경영진, 라인관리자, 인사부서 등의 역할을 정하고 제반 계획을 설정하는 것이 첫 단계다. 승계 대상 역할이나 직무를 설정하는 것이 다음 단계인데, 이는 사업 전략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직 역량을 분석하고 평가해 승계 계획의 대상이 되는 역할과 직무를 선정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이후에는 대상이 되는 역할과 직무의 필요 요건을 확인하고 후보자를 선정하며 계발 계획을 설계한다. 승계 계획이 제도화되면 모니터링 제도 등 운영 방안과 제반 인사 제도와의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 그렇다면 승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타워스 왓슨의 컨설팅 경험에서 비롯된 6가지 주요 조건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1. 필요한 인재 명확히 정의

사업 관점에서 필요한 인재가 명확히 이해되고 정의돼야 한다. 기업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때 어떤 역할과 직무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수준에 맞춰 어떤 계획을 실행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기업들의 승계 계획이 한두 해의 단기적인 이벤트로 그치거나 인재를 선발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안타까운 현상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관점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2. 일관적인 후보 평가기준 후보자를 선발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일관적이고 명시화돼 있어야 한다. 일관적이고 명시화된다는 의미는 전체 조직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서는 아쉽게도 조직 간, 구성원 간 `형평성`을 지나치게 고려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한 형평성은 향후 변화에 대응할 잠재력보다는 현재의 상급자가 하급자보다 우월하다는 연공서열에 의해 후보자를 선발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3. 다양하고 정확한 DB구축 정확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정확한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후보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경험, 역량, 강점, 약점, 경력 희망 등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아쉽게도 우리 기업들은 다년간의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했다 안 했다 외에 의미를 추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4. 구체적인 인재 계발계획 강력한 계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하다는 것은 통상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선발된 후보자들에게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경영진이 직접 담당하는 코칭(Coaching)과 멘토링,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필요한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직무순환을 들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다 강화해야 할 부분은 선발된 후보자들이 스스로 계발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5. 경영진이 직접 관장 경영진이 승계 계획의 프로세스를 직접 관장해야 한다. 경영진이 관심을 갖지 않는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비단 승계 계획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이 승계 계획의 후보를 선발하고, 코칭과 같이 계발 계획을 이끌어가는 한 주체로서 활동하고, 평가 등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형성하는 것에는 다른 인사 제도보다 관여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 승계 계획에 의한 인재의 확보율이나 확보된 인재의 퇴직률과 같은 지표를 인사부서만이 아닌 경영진이 담당할 때 승계 계획이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6. 벽 없는 조직문화 조성 벽 없는 조직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경영진과 관리진이 개별 단위 조직을 넘어서서 승계 후보자를 선정ㆍ계발ㆍ평가하는 데 전사적 관점에서 참여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 중 생산, 연구개발, 마케팅과 같이 기능형으로 성장해온 경우에는 전사적 관점보다 하위 조직 단위의 관점을 우선하는 사례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럴 경우 전사의 전략에 입각한 승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한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시대를 뒤덮은 적이 있다. 최근에 선택과 집중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 경영의 흐름은 `인재 경영(Talent Manag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재 경영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승계 계획이라는 받침이 튼튼해야 한다. 타워스 왓슨의 컨설팅 경험에 비추어본 6가지의 성공 원칙은 승계 계획을 제대로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6가지의 성공 원칙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우리 기업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바로 `차별화(Differentiation)의 마인드`를 갖추라는 것이다. 사내에 많은 역할과 책임 중 사업에 영향을 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개인의 성과와 잠재력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공식화할 수 있어야 하며, 계발을 위한 투자를 집중적이고 선별적으로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박광서 타워스 왓슨 사장]

[Insight] 대기업 - 中企 동반성장 해법, 미국에 답 있다 2011.09.16

美 CEO, 주가에 민감해 신규사업 신중이익만 좇지말고 시너지·수익률 따져야

상생경영 어떻게 # 1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시스코시스템스라는 IT기업 본사에 출장을 간 한국 김 부장이 마침내 시내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호텔 하루 숙박비가 400달러가 넘었다. 그리고 해당 호텔에 투숙하는 손님들 중에서 60% 이상이 시스코에 출장을 온 사람들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김 부장은 시스코가 호텔사업을 직접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 2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제약회사는 점심시간만 되면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매우 높아진다.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작은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왕 사장은 차제에 식당 사업에 진출해서 본격적인 외식 사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앞에서 본 두 가지 사례에서 당신이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겠는가? 아마 한국 경영자의 대부분은 호텔사업과 외식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왜냐하면 두 가지 모두 신규사업을 할 때 필요로 하는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면 시스코와 제약회사 모두 위에서 제시한 신규사업에 진출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는 부분적인 관리적 시너지는 발생하겠지만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본원적인 전략적 시너지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해당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회사의 본원적 가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금방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하나하나씩 생각해 보면 쉽게 그 해답이 보인다. 신규사업 진출에 중요한 논리가 되는 시너지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관리적 시너지와 전략적 시너지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관리적 시너지란 사업에 대한 본원적인 투자수익률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단기간에 비용 절감 혹은 매출 증대 효과를 창출한다.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사례가 관리적 시너지의 쉬운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관리적 시너지는 어떤 신규사업에서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시너지는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디즈니(Disney)에서 제작한 라이온킹(Lion King)이라는 영화를 생각해 보자. 어린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라이온킹 비디오를 빌려 보거나 라이온킹이 들어가 있는 옷, 인형, 장난감 등등…, 쉽게 말해서 라이온킹이 들어가 있으면 무엇이든 구매한다. 이처럼 전략적 시너지가 발생하려면 하나의 사업(라이온킹 영화)이 본원적으로 매출 유발을 강제하는 효과(Enforced Sales Effect: 비디오, 옷, 인형, 장난감 구매)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기존 사업과 신규사업 간에 의미 있는 공용자산(Common Assets)이 존재해야 한다. 디즈니는 라이온킹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영화, 공연, 책, 상품, 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사업에서 공통으로 활용하는 공용자산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공용자산은 경쟁사보다 원가를 의미 있게 낮추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시너지가 갖는 세 번째 효과는 브랜드 공유 효과다. 즉 신규사업에서 같은 브랜드를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에 대한 신뢰 혹은 프리미엄 가격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적 시너지와는 달리 전략적 시너지는 첫째 강제적인 매출유발 효과를 통해 매출액을 늘려주고, 둘째 공용자산을 통해 경쟁원가를 낮추어주고, 셋째 브랜드 효과까지 창출해준다. 간단히 요약하면 1석3조 효과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신규사업 진출 사례가 창출하는 전략적 시너지 효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뿐만 아니라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판단해도 해당 신규사업은 매력도가 매우 낮다. 사례에서 등장하는 IT기업인 시스코나 제약회사의 본원적인 투자수익률은 일반적으로 10%를 훨씬 초과한다. 하지만 호텔사업이나 외식사업 투자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기업이 신규사업을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기존 사업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분야로 진출하면 할수록 해당 기업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저하되고 궁극적으로 미래 성장률이 저하된다. 요약해서 정리하면 신규사업 분야에 대한 잘못된 선택이 해당 기업의 미래가치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은 CEO가 주가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사례에서 제시된 신규사업을 추진하기가 구조적으로 매우 힘들다. 그렇다면 미국과는 달리 한국 경영자들은 왜 위와 같은 신규사업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까? 그것은 한국 경영자들에 대한 평가에서 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 경영의 특성이 높은 기업들은 해당 소유주가 주가 관리 혹은 주가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경우에는 더욱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투자수익률은 낮을지라도 해당 사업에 진출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분야에는 자본이 모이기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많고 반대로 투자수익률이 낮은 분야에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신규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이런 속성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낮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수익률이 낮은 분야에서 대기업들은 쉽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적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침범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 한국 경제에서 강조하고 있는 동반성장이나 상생경영 문제는 제도나 일시적인 사회운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영자들이 시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기반으로 철저한 투자 수익률을 관리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갖추어 나가면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은 자연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한국 경영자들은 우리보다 산업화를 일찍 경험한 대다수 외국에서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이라는 구호가 난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

[Insight] 브랜드는 그들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2011.09.23

브랜드 이미지부터 확립해야빅모델은 지속적으로 활용을새로운 소통방식 고민은 필수

■ [광고모델 활용 어떻게…]

최근 TV를 보면 광고에서 모델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에 입대한 현빈과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는 조인성은 둘이 합쳐서 10개에 가까운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빅 모델을 광고에 많이 활용하는 나라도 흔치 않다. 가장 핫(Hot)한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마케팅 활동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양날의 검처럼 이득이 되는 것만이 아닌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광고 모델의 활용에서 브랜드 관리의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보자. ◆ 모델 본래의 이미지를 활용하라 올해 우리나라에는 `김주원`과 `독고진`이라는 두 명의 새로운 남자가 등장했고 많은 여성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다시 말하면 대박 드라마가 등장하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의 캐릭터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남성상으로 치환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그 판타지에 매료돼 열광하고 광고주들은 그 판타지를 발 빠르게 자사의 브랜드에 적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얻으려고 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고 한 것처럼 군에 입대한 `김주원`은 몇 개월 동안 텔레비전 광고를 독차지했다. 보통 군에 입대할 배우에 대해서는 광고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기존의 관습이었으니 `김주원`의 힘은(대부분의 광고에서 현빈의 모습이 아니라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그대로 활용했기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른 강력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무척이나 당연한 논리의 전개인 것 같지만 본말이 전도돼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일시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모델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아이덴티티가 브랜드가 제시하는 아이덴티티와 부합되는지를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김혜자와 안성기는 그런 면에서 좋은 예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심벌이 모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광고에서의 모델도 그 역할을 분명히 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원래의 이미지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델의 일시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비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활동이다. ◆ 빅 모델은 장기간 활용하라 한때 `이영애의 하루`라는 말이 있었던 적이 있다. 비누, 샴푸, 정수기, 통신, 아파트, 신용카드, 냉장고 등의 브랜드 광고에 동시에 출연하는 것을 빗대어 한 농담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많은 브랜드가 그 비싼 모델료를 지불하고 대부분 충분한 성공을 거두었는지 의문이다. 모델이 여러 브랜드에 출연하면서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를 드러내 모델의 가치를 여러 브랜드가 나누어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광고를 한 필자에게 이영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파트 브랜드다. 물론 내가 타깃이 아닌 제품군이 있어서 관심이 떨어져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그 아파트 브랜드가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장기간 이영애라는 모델을 활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빅 모델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규 브랜드이거나 기존의 빅 브랜드에 도전하는 입장이라면 단기간에 걸쳐서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새로운 형식에 모델을 녹여내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빅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빅 모델은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주가 모델의 이미지를 샀기 때문에 일정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이미지가 분명히 있고 그 속에서 모델은 재창조돼야 한다.

뉴미디어의 출현은 모델이 브랜드 스토리에 녹아 재창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새로운 케이션 방식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델은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전파하는 앰배서더(Ambassador)로, 그리고 소비자들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스토리텔러(Story teller)로 역할을 바꾸어 가야 한다. 광고주의 브랜드 담당자들도 모델 활용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를 활용하려고만 하지 말고 가장 강력한 스니저(Sneezer)로서 모델에게 역할을 부여할 생각을 해야 할 때다. 형식이 바뀌면 내용도 바뀔 수 있다. [김성철 idea company prog 대표]

[Insight] 시대를 너무 앞서간 罪…몰락한 전시회서 배워라 2011.09.30

현실과 괴리된 미래지향 안돼고객에 전시회 +α를 제공하라

세계 최대 자동차산업 관련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최근 열렸다. 글로벌 단위 정보 교류와 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거의 대부분 산업군에서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이런 전시회에 나온 물품뿐만 아니라 전시회 자체 부침에서,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면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주요 전자 관련 전시회 중 컴덱스(Comdex)와 시카고 여름 가전전시회는 이미 없어졌다. 그들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보면 전자업계가 어떤 흐름을 타면서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시회도 하나의 기업이나 상품과 같은 브랜드의 일종으로 보았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 왜 시카고 전자전시회는 없어졌는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시카고를 흔히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 부르는데 다르게는 `관문도시(Gateway City)`라고도 한다. 5대호와 이리(Erie)운하를 비롯한 수로와 동서남북으로 미 대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들이 시카고 주변을 통과한다. 원래 시카고라는 도시 자체가 축산업의 유통 중심지로서 역사에 등장했다. 소떼를 몰고 남부에서 온 카우보이들이 길을 개척하며 시카고는 자연스럽게 축산 유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부가산업이 함께 발전하면서 지리적으로 미국 중심부에 위치했다는 강점을 살려 다른 부문에서도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덩치가 큰 가전제품 유통의 허브도 시카고를 둘러싼 중서부였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스토어 체인인 베스트바이(Best Buy) 본사는 시카고 북쪽 5대호 연변에 위치한 미니애폴리스에 있다. 미니애폴리스 하면 추위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시카고도 미니애폴리스 못지않게 겨울이 혹독하게 춥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가전전시회를 일 년에 두 차례 하기로 결정하면서 연초의 겨울철 가전전시회를 라스베이거스에서 하고, 아름다운 여름과 편리한 교통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 가전전시회를 시카고에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카고 여름 가전전시회가 사라져 버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있다. 첫째, 날씨와 관련해 라스베이거스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나는 시카고 입장에서야 여름은 그저 아름답고 쾌적했겠지만 라스베이거스 1월 날씨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둘째, 전자제품의 신기술 개발 속도가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지 못했다. 셋째, `환락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전시회 이외 즐길거리에서 시카고를 압도했다. 굳이 시카고와 라스베이거스 둘 중에서 일 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를 고르라면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할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중요한 것은 전시회를 기획할 때 시간을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신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참가자 입장에서 과연 적당한 것인지, 경쟁 전시회와 비교해 우월한 면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본행사로서 전시회 이외에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경쟁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와 비교해 그 `+α`를 명확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도시 브랜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도시 관광부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 컴덱스와 CES의 엇갈린 운명

1999년 11월에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컴퓨터 IT산업 관련 전시회인 컴덱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필자가 처음 컴덱스를 직접 참관한 해이기도 하다. 전자전시회에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에 장착하는 통신장비인 `온스타(OnStar)` 홍보를 위한 것이었다. GM의 자동차와 함께 수많은, 소위 닷컴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컴덱스는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다음해 1월 초에 열린 가전제품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GM 외에도 몇몇 자동차 업체가 전자기술이 장착된 자동차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당시 전자 관련 산업의 영웅들은 바로 닷컴 기업들이었다. 컴퓨터가 빠진 상태에서 전시된 TV나 냉장고와 같은 제품들이 갑자기 전통문화재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해 가전전시회 다음달 초에 열린 세계에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은 아직도 `닷컴볼`로 불린다. 그 정도로 닷컴 기업들의 광고가 줄을 이었다. 가전전시회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컴퓨터가 전자제품의 중심으로 떠오른다고들 얘기했다. 컴덱스의 위상은 MS의 빌 게이츠가 키노트 연설의 연사로 나서서 태블릿PC를 소개하는 2000년 11월의 컴덱스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MS 입장에서 먼저 본다면 그들의 야심찬 작품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호응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갔다`고 혀를 차는 제품들이 가끔 있다. 혁신의 선두주자라는 타이틀이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길을 만들 테니 따르라`는 독불장군식 전시는 지양해야 한다. 컴덱스라는 전시회 자체가 디지털의 총아와 같은 제품이나 기술의 경연장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2000년을 정점으로 기울기 시작한 데는 물론 그 다음해 9ㆍ11과 같은 예기치 못한 엄청난 사건의 여파도 있었다. 특히 2001년은 9ㆍ11 바로 두 달 후여서 컴덱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간 요인이 더욱 컸다. 2000년 컴덱스 직후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이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시작된 것만 같은 주제가 2000년에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미 1997년부터 제기됐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전시됐던 모바일기기 자체는 발전했지만 초고속ㆍ모바일 인터넷망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미래지향적인 전시회라고 하더라도 생활 속에 구현될 수 없는 제품들과 그런 제품들을 전시하는 전시회의 생명은 길 수 없다. 컴덱스가 언제 제대로 구현될지 모르는 미래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가전전시회는 가정 속에서 매일 쓰는 제품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키며 그 영역을 넓혔다. 결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는 컴덱스까지 삼켜버리는 미국 내 최대 전자 관련 전시회 지존의 위상을 획득했다. ◆ 전기차의 모터쇼 주인공 역할은 언제까지?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면서 2000년 컴덱스 참관 직후에 들었던 생각이 났다. 전기차란 주제는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큰 컨셉트 제시 없이 단지 더 빠르고 더 작아지고 더 편리해진 `전기차`들의 전시장으로 그친 느낌이 들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기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모터쇼 주인공 노릇을 했다. 몇몇 업체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시장 밖에서 전기차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거대담론`의 구현체로서보다는 `실용도구` 쪽에 초점을 맞춘 전기차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현재 모터쇼와 같은 전시회의 존속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또한 필수적이다. 모터쇼에 대한 연상을 물어보면 상위에 3위 안에 여성모델이 들어간다. 여성모델을 보러 모터쇼에 간다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남자들도 많다. 여성모델이나 도우미들이 있는 전시회야 많지만 자동차 전시회는 특히 그 존재가 두드러진다. 자동차의 공격적인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며, 몇몇 남성들을 전시장으로 끄는 데 여성모델들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여성모델은 부가적인 요인일 뿐이다. 주(主)와 부(副)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부수적인 것은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전형이 된 부수적인 것에 변화를 줌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 본부장]

[Insight] 나눌수록 커지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2011.10.07

기업들 "이윤만 추구해선 안돼"…봉사활동·취약계층 지원 앞장승자독식 경제는 지속 불가능…`사회적 기업가 정신` 중요해져

■ 복지경영의 길

작년부터 펩시는 전미에 걸쳐 보다 나은 사회을 만들기 위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를 시작하여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주제는 문화, 예술, 건강, 환경, 빈곤, 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에 해당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에 등록해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단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매월 1000만달러가 넘는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 발전 캠페인을 위해 매년 2억달러짜리 광고를 내걸었던 미국 프로미식 축구 경기인 `슈퍼볼`을 포기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도 보았다.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든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은 보편화됐으며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특히나 대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눈부신 성장을 보인 대기업들이 이제 앞다퉈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 시장점유율 경쟁에만 혈안이 되었던 기업은 이제 복지경영 체제를 확립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근래 경영학에서 새롭게 통용되는 공식 중 하나가 `소비자 신뢰=브랜드 가치`다. 즉,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곧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며 브랜드 호감도와 인지도를 동시에 높이는 방법으로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로 현지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CSR 활동을 병행하는 추세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올해 주홍콩총영사관으로부터 CSR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구글과 애플 등 굴지의 대기업들에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촉구하며 실업난을 해소하는 데 힘써 달라며 올해 1월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Startup America Partnership)이란 중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렇듯 대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복지경영이란 승자독식 경제에서 탈피하고 동반성장이라는 협업모델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와 풍요로운 고용환경을 창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협력업체의 역량을 강화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윈윈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이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정부와 국민의 여론을 의식하여 억지로 진행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지면 소비자들도 금세 알아채며 의미 있는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 2009년 미국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녹색` 컨설팅을 담당하는 BBMG가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회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최고 기업과 최악 기업을 동시에 꼽으라고 한 결과, 미국 최대 할인매장인 월마트가 두 항목에서 나란히 1위를 기록했다. 이 컨설팅 회사는 이러한 현상을 `월마트 패러독스`라고 지칭했다. 월마트 패러독스란 기업의 활발한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상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기업에 있어서 진정한 복지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일회성 기부나 표면적인 사회공헌활동에 기대면 안 된다. 기업윤리와 기업문화 내부에서부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의지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CSR 활동을 넘어서 기업의 이윤을 지역사회에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에 앞장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귀감이 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라민뱅크의 창립자 무함마드 유누스로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는 가진 자에게만 대출하며 빈부격차를 벌리는 기존 자본주의 태세를 비판하며 `착한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거라 생각했다. 방글라데시의 취약계층은 곧 신용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아 2006년 돈을 빌린 600만명 중 60% 이상이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기업 붐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사회적 기업 확산에 이바지하는 데 주력하는 대기업이 많아졌다. SK는 기존의 `SUPEX 추구`에 이어 `SK식 사회적 기업론`을 한창 실행 중이다. 대기업이 복지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얼마나 지속성을 갖고 공동체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달렸다. 사회활동에 투자한 돈의 기회비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이 곧 강한 기업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임하는 것이 정답이다. 유누스가 주장했듯이, 이제는 대기업들이 마음속에 단순히 `기업가 정신`을 되새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불확실한 미래도 여러 시나리오중 하나 2011.10.21있을법한 위험요소 미리 알고 대비해야

◆ 모니터그룹과 함께하는 新 경영트랜드 ① 시나리오 플래닝의 유용성 ◆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영자들의 위기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보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제위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근 경영 흐름만 제대로 읽어내 대처한다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고 수준 글로벌 컨설팅펌 중 하나인 모니터그룹과 함께 마케팅, IT, 전략 등 여러 측면에서 `신경영 트렌드`를 게재해 최근 경영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경영 트렌드나 특징, 그리고 전략을 소개한다. ◆시나리오 플래닝, 왜 필요한가? "오늘날 미국 안보상 최대 리스크는 미국 심장부인 워싱턴ㆍ뉴욕의 주요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 공습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2001년 2월, 대통령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무서울 만큼 정확하게 9ㆍ11 테러를 예견한 사람은 바로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모니터그룹의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기관인 GBN의 회장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였다. 슈워츠의 이 시나리오를 당시 미 행정부는 가볍게 무시했고, 정확히 7개월 후 건국 이래 최대 본토 테러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왜 9ㆍ11 테러 시나리오를 무시했을까? 슈워츠는 "당시 미 행정부는 미국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테러리즘이 아니라 새로운 슈퍼파워 `중국`의 부상이라 단정했습니다. 따라서 9ㆍ11 테러가 나기 전까지 미 행정부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만 쏠려 있었죠" 라고 지적했다. 시나리오적 사고가 비교적 널리 퍼진 구미 선진국에서도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활동에의 접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실제로, 90년대 초반만 해도 미래 예측이나 시나리오 플래닝 없이도 충분히 기업 경영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더 이상 미래를 강 건너 일로만 치부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변화의 방향은 더 불연속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자신의 예상 또는 관심사항과 전혀 다른 환경이 전개될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반업계다. 과거 이들은 속 편하게 CD만 팔려고 하다가, mp3와 iTunes 같은 온라인의 등장과 함께 초토화되었다. 2000년 이후 음반 시장은 단 5년 만에 반 토막이 났지만, 이들은 90년대 고성장 시기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다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래예측 vs 시나리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한마디로, `하나의 미래`만을 예견하는 전통적인 미래예측 기법(Forecast Planning)에서 벗어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복수의 미래`로 상정해 시나리오를 만든 후, 각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경영 전략들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족집게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도구는 아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무한한 가능성과 불확실성 가운데 중요한 요소를 찾아낸 후 3~4개의 `있을 법한 미래`를 그려보는 작업이다. 가장 출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즉 `정답`은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많은 CEO들이 그 정답을 찾아주길 원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접근하면, 전통적인 미래예측 기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과거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개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마법사의 수정구슬처럼 하나의 미래상을 정확히 예측하여 맞히는 것이 아니라 경영환경에 심각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찾아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만 보려 하지 않는 지혜

장승세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단순한 예측과 전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 그렇게 되면, 미래 환경변화의 불확실성이 내게 위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기회를 가져다 줄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된다. 결국 `위험의 간과`와 `기회의 상실`이라는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시나리오 플래닝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만일 생각하지 못했던 위험이 현실이 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임기응변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험의 종류와 영향을 미리 파악해 놓는다면 선제적인 준비와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임에도, 이를 통해서도 예견하지 못했던 환경적 변화는 분명 있어왔다. 그만큼 미래에 어떠한 상황이 도래할지 파악하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부터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에 도전하기 보다는, 가능한 모든 변수와 대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만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에 최선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은… 1983년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를 비롯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이 설립한 세계적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0개 사무소를 포함한 전 세계 17개국 25개 지사에서 2009년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략 컨설팅에 특히 집중하고 있으며, 기업 전략 및 경쟁 전략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마케팅, 신사업, 조직 및 리더십, 혁신, 기업 금융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1990년 외국계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중 최초로 진출했으며 현재 전자, 자동차, 소비재, 에너지 및 자원, 금융, 비영리 기관 등 다양한 산업분야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장승세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

[Insight] IT가 바꿀 `금융의 미래`에 대비하라 2011.10.21

애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아마존 은행에 입금한다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② IT 혁신과 금융산업의 미래 ◆

시나리오 사례 1, 애플 신용카드 전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을 장악한 애플컴퓨터는 이제 그 영역을 금융으로 확대해간다. 그 중심에는 아이패드가 있다. NFC 칩이 장착된 아이패드를 애플컴퓨터로부터 무료로 보급받은 각 스토어들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앱을 내려받으면 아이패드를 사용해 쉽게 결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밴(VAN) 사업자가 제공하는 결제 단계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결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 결국 기존 신용카드사들은 급격히 시장을 잃게 된다. 애플컴퓨터의 로고가 박힌 신용카드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애플컴퓨터와의 제휴를 원하지만 애플은 독자적 시스템으로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 시나리오 사례 2, 아마존베이 은행 세계 1위 기업 아마존베이(Amazon+eBay)는 전 세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가상 쇼핑센터(Virtual Shopping Center)에서 첨단 디지털 쇼핑 도구를 이용하는 고객 개개인에게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 세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고객은 구매력 있는 세계 모든 성인의 수와 같을 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고객에 대한 완벽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다. 또한 평생 교육을 통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가장 신뢰 있는 해결자이자 조언자가 된다. 이미 경쟁력 있는 은행, 보험, 신용카드, 증권사들은 아마존베이의 온라인 지점으로 합병되었다. 시나리오 사례 3, 인도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합병을 단행하며 인도로 본사를 이전하고 회사 이름을 인도소프트(IndoSoft)로 변경한다. 이미 인도는 우수하고 경제적인 고급 IT 노동력을 보유하여 전 세계에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었으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똑똑하고 효율적인 수많은 기술자에게 의존함으로써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인도소프트는 IT와 금융을 접목하는 기술력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플컴퓨터나 아마존베이의 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백오피스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인도소프트가 보유한 금융 및 보안 관련 특허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또 다른 인수ㆍ합병 시도가 이뤄진다.

한만현 모니터그룹 서울오피스 대표

2000년을 전후로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보편화된 인터넷은 모든 분야 패러다임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그로부터 10여 년이란 짧은 기간 전 세계는 IT의 주도 아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혁을 겪고 있다. 미국 애플컴퓨터의 아이폰이 점화한 스마트폰 경쟁은 세계 IT 업계 판도를 변화시켰으며, 검색엔진으로 시작된 구글(Google)의 혁신적 기술력은 미래 생활상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소위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의 민주화 바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으로 가능했으며 우리나라 K팝의 글로벌화는 유튜브(YouTube)가 아니었으면 실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IT의 혁신은 지속적인 산업 빅뱅을 일으킬 것이며 이 중에서도 은행, 보험, 신용카드, 증권 등 금융산업은 그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의 자회사 모니터 GBN의 피터 슈워츠 회장은 몇 해 전 미국 저명 경제지 포천에 발표한 미래 10대 기업 중 1위 기업으로 아마존베이(AmazonBay)라는 가상 기업을 선정한 바 있다. 이 시나리오를 재해석하면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eCommerce) 및 온라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기업인 아마존과 이베이(eBay)가 구글과 같은 검색 및 정보기술 회사와 결합한다면 전 세계 모든 유통을 장악하게 되며 여기에서 유통이라 함은 기존 은행, 보험, 카드 등도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현상과 사례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절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해준다. 1996년에 미국 체이스맨해튼(Chase Manhattan)과 케미컬(Chemical)은행의 합병으로 촉발된 선진 은행들 간의 인수ㆍ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는 자금조달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금융사고(思考)의 틀을 벗어난 월가 엘리트들은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켜 리스크를 다른 금융사에 이전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고 결국 이는 리스크를 다른 국가에 이전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악화시켰고 이는 현재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 기간에 금융산업의 체질을 높이기도 했지만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한 저축은행의 부도 사태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유화된 은행의 비리가 그 주요 원인으로 금융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었다. 금융은 대표적인 정부 규제 산업인 반면에 그 경쟁력이 상실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파문을 일으킨다. 정부의 조정 능력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매번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이후에도 국내 증권사 수는 62개, 보험사는 52개에 이르러 애초 기대했던 세계적 금융그룹의 출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사끼리의 합병은 더 큰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 최근 금융위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산업은 심각한 변혁에 직면해 있으며 그 변화는 IT가 주도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IT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과 기존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사에 대한 인수ㆍ합병은 정부도 규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단기성이 아닌 적어도 10년을 대비하는 시나리오 개발과 그 대비 전략을 시급히 수립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만현 모니터그룹 서울오피스 대표]

[Insight] 성공하는 사업모형의 4가지 특징 2013.03.08

나혼자 느끼는 불편은 나만의 문제, 여럿이 느끼는 불편은 혁신의 기회

우리나라 경제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영세 자영업의 과포화 현상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터키,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골목의 음식업, 숙박업소, 유통업 등 전문성 없는 업종이 태반을 이루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으로 인하여 자영업으로의 진출이 가속되고 이것이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즉, 새로운 창업은 활발하지만 전문성과 혁신성 없는 사업모델로 레드오션 (Red Ocean)으로 뛰어들고 있어 이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3.4년에 불과하고 5년 생존비율도 25% 미만인 극도의 불안한 상황이다. 그리고 생존을 넘어 성공하는 기업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전문성과 혁신성이 있는 사업모형으로 창업하는 것이 생존과 성공의 전제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되도록이면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모형들은 어떻게 착안되는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대표적인 유형을 알아보자.

많은 성공적 기업가들은 자신이 재직하던 직장에서 전문성과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성공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규 사업의 아이디어를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으로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SAP는 독일의 IBM에서 근무하던 사원들이 창업한 것이다. IBM이 구조 조정 중에 업무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지 않는 방침을 정하자 그 기회를 빌려 창업한 것이다. 한때 PC의 근거리 네트워크 (LAN)의 OS시장을 지배한 로터스(Lotus)도 디지털(Digital)이라는 대형 컴퓨터를 팔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PC시장을 이해하지 못하자 젊은 직원들이 뛰쳐나와서 만든 회사다. 오라클(Oracle)도 IBM 직원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다. 이렇듯 많은 성공적 기업들이 대기업에서 사장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다. 직장을 월급쟁이로 다닐 것인지 미래 사장이 되기 위한 좋은 기회의 산실인지는 직장인들이 선택할 일이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때 새로운 기회가 많이 열린다. 웹 기반 인터넷은 수많은 닷컴 기업을 탄생시켰다. 전자상거래의 효시 아마존은 반즈앤드노블(Barns and Noble)이 견고하게 지배하던 오프라인 책 시장을 새로운 기술로 뚫은 경우다. 부동산 구매에 거대한 자본지출이 필요했던 사업이 갑자기 사이버 공간이라는 무료의 부동산이 생겨서 진입장벽이 일시에 와해된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수요와 기회를 만든다. 현재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한국의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이러한 기회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 기업들이다. 2011~2012년 미국에서 기술기업의 인수ㆍ합병 시장은 닷컴 열풍이 불 때에 못지않았다. 현대는 기술시대다. 이렇듯 기존 산업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신기술의 주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이 기회를 남보다 빨리 포착하는 성공신화는 계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변화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전 세계가 불경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자 수요는 위축되고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업가들은 안 어려운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경기를 역이용하는 사업 모형들이 탄생한다. 자신의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 빌려주어 수입을 잡으려는 자동차 소유자들과 렌터카를 보다 싸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자동차 공유서비스 집카(Zipcar)는 이러한 불경기의 새로운 수요와 스마트폰의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형이다. 빈방을 빌려주고 수입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알뜰한 집주인들과 보다 싸고 가족적이고 친근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의 수요를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Airbnb)도 같은 유형의 사업이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숙소 제공업체로 성장했지만 자신의 객실은 한 곳도 갖고 있지 않은 공유경제의 모형이 되었다. 즉 불경기는 전에 외면하던 값싼 물건과 서비스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을 만든다. 이러한 현상을 먼저 포착하고 손쉽게 이용하게 해주는 사업모형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불황은 불황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자신 또는 가까운 사람들의 소비자로서의 경험이 새로운 사업모형을 탄생시킨다. 온라인에서 보석을 판매하고 있는 블루나일(BlueNile)의 창업자는 본인의 약혼반지를 사러 티파니라는 가장 큰 기존 보석상에 들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가격차가 큰 다이아몬드의 차이를 묻자 제대로 대답도 못 해 줄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에 대한 품질 차이를 묻는 고객에게 매우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대하는 종업원을 경험하고 나서 의문을 품게 된 것이 온라인 다이아몬드 매점의 탄생 배경이 된다. 아멕스(AMEX) 여행자 수표(Travelers Check)도 창업자 개인이 유럽 여행 중에 현금이용의 불편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서 탄생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이다. 내가 겪는 불편이 나 혼자만의 불편인지 다른 많은 사람들도 겪는 불편인지에 대한 의문이 소비자 중심의 혁신의 시작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어떤 사업도 `보호`로 성공할 수는 없다. 특히 공급과잉 상태에서는 그 어떤 보호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재 골목상권은 공급과잉의 정도가 지나치다. 비전문성의 생계형 비중이 일본은 10%대, 미국은 5%대인 데 비해 한국은 50%이다. 역시 혁신만이 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이나 창업가들이 늘 혁신의 자세로 무장하고 혁신의 눈으로 의심하고 의문을 삼는다면 혁신의 기회는 생각보다 널리 그리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Insight] 같이 뛰지마라, 다른길로 가라, 그게 차별화다 2011.10.28

뒤쫓으며 경쟁하며 1등은 옛말3D 신기술로 차별화한 LG처럼 시장을 흔들고 룰을 만들어라

◆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③ 하이테크 산업에서의 차별화 전략 ◆

세계 경제 전망이 계속 안갯속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경영` `신흥시장 진출` 카드를 꺼내들고 위기 극복에 애쓰고 있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이럴 때 기업이 주변 여건을 고려해 모험을 하며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있다. 바로 `차별화`다. 차별화에는 수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광고 카피 등이 아닌 소비자의 구매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차별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하고자 할 때 통신사를 선택하고 이후에 휴대폰의 성능이나 디자인을 선택했다면, 애플로부터 시작된 스마트폰이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인해 이제는 휴대폰 제조사가 소비자 구매과정의 최상단에 오게 되는 새로운 소비자 구매행동이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품화 추세 속에서 소비자 구매행동 패턴을 바꿀 수 없는 전략은 진정한 `차별화`로서 의미를 갖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차별화 전략이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성공한다면 애플의 스마트폰이나 현대카드의 알파벳카드 등 시장의 게임의 룰을 바꿀 수도 있지만, 슬림 브라운관, 콩코드 비행기, 베타막스 등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가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이나 서비스도 무수히 많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시장을 뒤흔들 차별화 전략보다는 시장 리더가 시장을 개척해 놓으면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유사하지만 가치 있는 제품을 생산해서 이윤을 남기는 전략을 택했었다. 하지만 이제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시장 리더로서 소비자를 이끌어야 할 입장이 되었고 시장을 주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 기업은 이미 시장의 리더로 부상했기 때문에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 최근 차별화의 대표적 사례 지난 10년간 전 세계 TV 시장은 수많은 기술 간의 경쟁, 마케팅 테마별 경쟁 등을 통한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고 보면 된다. 브라운관 대 플랫패널(Flat panel)의 경쟁에 이은 LCD 대 PDP의 경쟁, 이어 등장한 LED(실제로는 LED Backlight) TV 등으로 인해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TV가 항상 매력적인 상품으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택한 차별화 전략을 다른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 격변의 시기에 세계 TV시장에서 기존의 소니, 사프 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에서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술이나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시장 리더 격인 3S(삼성, 소니, 샤프)와의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자, 3S가 시장의 메인 테마로 주력하고 있던 스마트(Smart)가 아닌 기존의 3D 기술과 차별화된 `필름패턴편광안경(FPR)`이라는 기술을 시장의 메인 테마로 내세우면서 차별화의 승부수를 띄웠다. 그룹 내 다른 주력사인 화학과 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활용한 차별화 시도였다. LG화학의 필름 기술과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기술을 활용해 3S가 채택한 `셔터글라스(SG)`방식 기술과는 차별화된 FPR 기술을 만들어 냈다. LG전자는 기존 SG 라인업을 폐쇄하고 FPR로 집중하는, 시장에서 보기에는 다소 무리한 결정을 내리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해 2011년 상반기부터 LG디스플레이가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인 FPR 알리기에 나섰고, 이후 미국, 유럽에서 LG전자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경쟁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초기 결과는 LG그룹의 승부수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가 이 성과를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중국 로컬 브랜드들과의 협력하에 얻어냈다는 점도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가격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 `차별화`를 통한 새로운 성공 방정식 오늘날 한국 기업들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더 이상 질 좋고 싼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기에는 임금이 싼 나라도 아니고, 과거처럼 한국 근로자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생산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소위 말해 한국도 이제 선진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성공의 방정식을 바꿀 시기가 온 것이다. 선진기업을 벤치마킹만 해서는 안 된다. 선진기업이 닦아 놓은 길로, 좀 더 싸게, 혹은 좀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하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를 꾸준히 파악하고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소위 시장 전문가들과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다. 과거 TV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면 재빨리 과감한 투자를 통한 대량 생산으로 시장을 장악하고는 했다. 이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모험도 필요하다. 차별화는 모험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삼성이나 LG나 현대는 지금까지는 주로 패스트 폴로어의 입장이었다. 이제는 따라가는 업체가 아닌 선도업체로 체질을 바꿔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거듭나서 `한국의 애플`이 탄생하려면 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차별화와 체질 개선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준호 모니터그룹 서울오피스 대표]

[Insight] 창조경영 원하는 보스에게 告함 2011.11.04

조직원 창조적사고 점수매겨보니 부장은 신입사원의 80% 수준불과구글·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애플, 부하들이 떠드는 회사가 성공한다

한국의 대다수 경영자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산출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고 물어보면 놀랍게도 실망스러운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이와 관련해 최근 필자가 국내 민간 연구소와 같이 진행한 연구에서 의미 있는 해답을 제시하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가운데 약 60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이들에게 2시간 동안 개인별로 창의적 사고능력을 진단했다. 그리고 개인별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신입사원으로 선발된 사람들의 창의적 사고능력을 100점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반사원들의 창의적 사고능력은 99.15점, 대리 직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92.75점, 과장급 직원들은 86.43점, 차장ㆍ부장급 직원들은 80.32점, 그리고 놀랍게도 임원들은 74.85점으로 나타났다. 즉 신입사원들과 비교하면 임원은 25점 이상, 차장ㆍ부장은 20점 정도 창의적 사고능력이 낮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급별로 비교해보면 상사들보다 부하들의 평균적인 창의적 사고능력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짐작만 해오던 생각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부하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상사들이 열심히 경청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일반적인 현실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가장 쉬운 예로 회의 문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회의를 주재하는 상사가 일방적으로 지시사항을 전달만 하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발언 시간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거나 부하 직원들이 쉽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일반적인 유형도 사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부장에게, 부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대리에게 전달하는 상명하달이 대부분이다. 이런 소통의 문화 속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대안을 발의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며, 설사 대안을 내놨다고 해도 채택될 가능성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인사 관행이다. 다가오는 연말이면 누가 승진을 하고 못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기업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톡톡 튀는 부하 직원들보다 상사에게 충성하고 복종하는 직원들이 승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에서도 내부 설문조사를 해보면 창의적 사고능력보다 인간관계 및 상하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승진에 높은 영향력을 미친다고 나타난다. 그렇다면 외국 기업들은 어떠할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구글의 기업문화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개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상하 구분이 거의 없는 사무실 구조나 항상 개방되어 있는 작업 공간, 거의 놀이터를 방불케 할 만큼 자유로운 회의 공간이 외면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구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구글에서는 부하직원들이 원하면 3개월 간격으로 언제든지 승진 심사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상사들은 해당 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구글에서는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임원이 되기까지 가장 빠르게는 3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즉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기까지 최단 3년이 걸린다. 최근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만 한다고 비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자신만의 비책이 있다. 게이츠는 매년 대학 3, 4학년 학생 중에서 매우 우수한 학생을 자신의 회사로 초청해 시간과 주제에 제한 없는 마라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할 젊은 인재들과 매우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게이츠의 이런 전략은 학문적으로도 매우 일리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창의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창의적 사고능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가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의 연구개발 문화 역시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철저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한다. 즉 애플에서는 새로운 신제품 한 가지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연구원들을 10개 팀으로 나누어 10가지 아이디어를 만든다. 10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3가지 대안을 채택하고, 10개 팀을 다시 3개 팀으로 재편성해서 이제까지 제안된 아이디어를 재결합ㆍ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또다시 3개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좋은 한 가지 대안을 찾는 방식이다. 즉 철저한 보텀업 방식의 아이디어 창출 과정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이 "부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조언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가 실시한 연구 결과들은 한국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는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는 회사, 부하들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회사, 항상 부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상사들이 진정으로 창의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시점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Insight] 캐논의 성공은 `과거 방식`을 버렸기 때문 2011.11.11

언제까지 경쟁자를 따라하며 추월하려 할것인가

◆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랜드 / ④ 어떤 혁신이 성공하는가 ◆

지난 고도 성장 시기에 남들이 만들던 제품을 보다 싸고 품질 좋게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던 한국의 기업들이 혁신하는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혁신을 통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TV, 휴대폰,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의 성과가 있다고 자부할 만도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추구했던 혁신은 남이 먼저 갔던 길을 부지런히 따라가다가 결국에는 그들을 추월하고자 하는 추종자(follower) 입장에서의 혁신이었을 뿐이다. ◆기업의 단 두 가지 본질, `마케팅과 혁신` 어제까지 잘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휘청거리는 열등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지금의 경쟁 환경에서는 과거에 익숙했던 혁신만으로는 잠시 잘나가는 이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일류가 될 수 없다. 경영의 대가이자 저명한 저술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본질은 단 두 가지, 즉 마케팅과 혁신뿐이다"고 말하며 마케팅과 더불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부를 창출(wealth-producing)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혁신은 기업의 모든 영역, 즉 개발, 생산, 마케팅, 영업, 인사, 재무 등을 포괄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드러커에게도 기술은 혁신을 가능케 하는 여러 가지 원천 중의 하나로서 인식될 뿐이었다. 드러커가 지난 세기 혁신의 사상가였다면, 이를 몸소 실천했던 최근의 대표적인 혁신 행동가는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라고 할 수 있다.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등장하는 혁신

2010년 초 아이패드(iPad)를 출시하면서 행한 기조 연설에서 잡스는 애플의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애플이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의 교차점에서 일하는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이 아이팟(iPod)으로 시장을 평정해버리기 전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손에 움켜쥘 수 있는 휴대성 높은 음향기기"로서 MP3플레이어를 더 잘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손에 움켜쥘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싸지만 용량은 얼마 되지 않는 플래시메모리를 써야 했고, 대신 라디오 기능이나 고급 음질 기능을 넣어서 차별화하려고 했다. 이때 애플은 기존 업체들의 차별화 방향과는 전혀 다른 아이팟을 출시한다. 아이팟은 사용자가 자신이 소장한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지 휴대용 기기를 통해 듣고자 하는, 즉 자신만의 `음악 도서관`을 휴대하고자 하는 니즈에 주목했다. 아이팟은 수천 곡을 담을 수 있는 하드디스크 기반의 제품을 내놓았다. 넓적한 하드디스크의 특성상 한 손에 움켜쥘 수는 없었으나, 조작의 단순성만으로 훌륭하게 휴대성을 구현했다. 음악을 듣는 사용자들이 원했던 바가 손에 움켜쥘 수 있는 휴대성도 아니고, 고급 기능도 아닌, 자신이 소장하는 음악을 컴퓨터에 수시로 연결하는 불편함 없이 듣고자 함이었던 것을 간파한 것이다. 아이팟에서 이렇다 할 신기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 업체들이 정의한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오로지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것을 먼저 정의하고, 이를 위해 새로울 것 없는 기술들을 재조합한, 기술과 문리학이 교차하는 혁신만이 있었을 뿐이다. ◆고객으로 시야를 넓히는 혁신 기술 중심의 혁신에 집착하는 기존 업계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을 통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이 애플만의 전매 특허는 아니다. 오래된 얘기지만, 복사기 시장을 장악했던 제록스가 캐논이라는 혁신 기업에 눈물을 머금고 시장을 내주었던 것도 유사한 사례다. 물리학, 광학, 기계공학의 대가들로 이뤄진 제록스의 경영진은,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복사 품질을 가능케 하는 복사기가 진정한 복사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잘 훈련된 보수 직원을 신속하게 보낼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복사기 사업에서 필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논은 `개인용 복사기`를 출시했고 제록스를 복사기 시장의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만다. 캐논이 제록스류(類)의 복사기를 더 잘 만들어 보려 했다면 이러한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차원 높은 혁신을 구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마도 과거의 성공 방식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확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효율을 추구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지상 과제로 삼는다. 항상 전년 대비 몇십 %는 성장해야 한다는 당위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기반해 생산한 물량을 시장에 밀어내는 방식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왔다. ◆한국 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제언 한국의 기업들은 밖에서 혁신의 원천을 찾고 이를 발전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에 아직 익숙지 않다. 특히나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사 결정이 늦은 관료적 기업 문화도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다양한 혁신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의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혁신에 필요한 해외 기업이 있다면 인수 후에 한국적인 경영 방식을 일방적으로 이식하지 않고서도 혁신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유연한 경영체계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 기업의 해외 법인들은 한국에서 파견된 한국 임직원을 중심으로 경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들은 핵심적인 업무와는 차단된 채, 회사 내에서 스스로 성공할 수 있는 비전이 없음을 비관하고 이직을 일삼는다. 우수한 현지 인력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갖추고, 이를 통해 전사적인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무에서 폐쇄성을 제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강석호 모니터그룹 이사]

[Insight] "예술가이자 기업가여야 세상을 바꾼다" 2011.11.18

한국기업과 손잡은 佛 디자인 거장, 장 샤를드 카스텔바작

세계적 디자이너가 한국 기업과 손을 잡았다. 한국 기업이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내 세계 시장을 휩쓸 수도 있을까.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디자인이 곧 비즈니스인 지금 시대에 한국 의류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매일경제는 최근 한국 EXR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세계적 디자이너 장 샤를드 카스텔바작(JC de Castelbajacㆍ62)을 만났다. 그는 지난 40년간 파리를 중심으로 한 고급 패션산업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남은 디자이너다. 그런 그가 한국 기업 EXR 우산 아래 디자이너 파트너로 활약하게 된 것이다. EXR그룹과 인연을 맺은 후 처음 방한한 카스텔바작을 만나 세계 패션산업계 현황과 40년간 패션사업을 유지해온 영속성의 비결,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LVMH그룹, 구찌를 갖고 있는 PPR그룹, 18개 고급시계를 거느린 스와치그룹, 까르띠에를 소유한 리치몬트그룹 등은 전 세계 럭셔리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 명품 재벌기업들이다. 한국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카스텔바작은 "창조의 힘을 어떻게 경제 도구로 쓰는지 아는 사람만이 승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2011년 현재는 예술가이면서 기업가여야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이력과 탄탄한 디자인으로 유럽 내 기업들에서 인수 제의가 많았을 텐데, 한국 기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많은 유럽 내 기업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려고 한다. 그들은 전설적인 유명 브랜드를 사서 기존 디자이너를 내몰고 용병들로 채우고 있다. EXR도 처음에는 골프웨어 사업을 하려고 한국 내 상표권만을 샀다. 그러다가 민복기 EXR그룹 대표가 우리 집안 계보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829년 나바라(Navarra)왕 시대까지 올라가는 매우 오래된 귀족 가문인 우리집 계보와 역사에 민 대표가 관심을 보였고, 특히 40년 동안 내가 디자인해온 1000점이 넘는 의류가 전시된 박물관(아카이브)을 보고는 회사 전체를 사게 된 것이다. EXR는 발전을 위해 유서 깊은 서구 브랜드가 필요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우리는 아시아를 돌파구로 삼기 위해 동쪽(동양 국가를 의미)을 바라보고 있다가 서로가 적절한 시점에 만나 인연을 맺게 됐다." -디자이너와 기업 간 협력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현재 의류산업에서 디자이너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이너가 패션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고정돼선 안 된다. 패션을 비롯해 음악, 공동창작, 연출, 그림 등 여러 예술적 분야와 교감하고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는 디자이너면서 예술가적 기질을 함께 가진 사람이다. 예술적 성향은 나의 큰 장점이다. 요즘 세상은 모든 게 예술과 연계돼 있다. 루이비통, 까르띠에, 프라다 등 많은 패션기업이 예술재단을 만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예술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됐다. 더군다나 인터넷 도입으로 세상의 벽이 없어지고 평평해졌다. 예술이 패션이 되고, 패션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지난해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 의상을 제작 발표했는데, 이틀 만에 100만명이 접속했다." -한국 기업 EXR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첫 방한이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동안 한국에 열 번쯤 온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방한은 나의 40년 디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뜻깊다. 나는 프랑스에서 이름을 걸고 `메종`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마지막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오랫동안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투자자가 아닌 창조의 힘을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80년대는 창조를 하는 사람들 시대였지만 이제는 창조의 힘을 어떻게 경제의 도구로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승리한다. 2011년은 예술가이면서 기업가여야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디자이너 카스텔바작이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가. "내년 초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새로운 `카스텔바작 리니에` 브랜드가 론칭한다. 리니에는 프랑스어로 `대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컨셉트는 한마디로 `프렌치 트래디셔널`이다. 랄프 로렌 폴로, 타미힐피거 등이 앵글로색슨을 위한 트래디셔널(정통) 캐주얼이라면, 리니에는 프랑스식 트래디셔널이다. 그들 브랜드가 폴로 경기를 앞세우는 반면 리니에는 프랑스의 기사도 정신을 이어받은 펜싱을 내세운다. 이렇듯 프랑스의 전통과 역사를 담은 옷으로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가치관 예시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또 사진처럼 넘쳐나는 복제품에 대항하기 위해 일일이 수작업한 옷들을 선보일 것이다." -한국과의 작업이나 한국 소비자를 위한 계획은. "내년 초 리니에 브랜드 론칭을 위한 음악공연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패션쇼가 아닌 로큰롤 콘서트 형식이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패션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접목을 시도하고 관심이 많다. 또 한 가지 얘기하자면 한국 역사, 특히 신라시대 불교 문화에 관심이 많다. 기회가 되면 의상 디자인으로 풀어보고 싶다. 한국 명장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도 로고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해 사제복을 디자인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마돈다, 레이디 가가, 그리고 비욘세까지 카스텔바작 옷을 입는 까닭은. "1997년 로마 교황청에서 제안해 와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복과 주교 500명, 그리고 사제 5000명의 옷을 디자인했다. 최초의 디자이너 교황복이다. 당시 교황복은 성경 `노아의 방주`에서 영감을 얻었다. 홍수가 끝나고 신께서 화해 표시로 무지개를 만드셨다는 대목에서 착안해 무지개를 희망의 상징으로 응용해 만들었고 자랑스러운 이력으로 생각한다. 반면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 LL 쿨 J, 제이-Z 등 팝 아티스트들도 나의 옷을 즐겨 입는다. 2006년에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 주체로 회고전을 열었는데, 테디베어로 만든 코트와 2명이 입을 수 있는 옷, 아기를 가리고 다닐 수 있는 옷 등 독특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글로벌 브랜드 시대다. 해외 비즈니스 현황과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프랑스 파리에 직영 매장 2개와 런던 패션거리인 셰빌로에 컨셉트 스토어가 있다. 대부분 국가는 홀세일 형태로 진출해 있다. 일본은 이토추상사에서 상표권을 갖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리니에 신규 브랜드는 일본에도 단독 진출시킬 수 있다. 기성 브랜드와 협업이나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든지,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창작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획일적인 패션이 아닌 예술과 문화와 소통하는 새로운 패션철학을 완성하는 게 나의 궁극적 목표다." [김지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Insight] 제품은 기본…파트너의 몫 키워주는데 집중하라 2011.11.25

DVD 온라인대여 선점한 넷플릭스처럼 핵심 프로세스 틀깨야

◆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랜드 / ⑤ 혁신을 구현하는 10가지 방식 ◆

한때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팀이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전통 구단들을 무너뜨리는 훌륭한 팀으로 키워낸 빌리 빈(Billy Beane) 단장. 그는 팀 전체 연봉이 명문 구단 스타 선수 한 명에도 못 미치는 작은 구단이지만,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유망주들을 영입해서 최고 팀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방식이라는 뜻인 `머니볼(Money Ball)`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이름으로 된 책도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빌리 빈은 전통적인 선수 선발 기준을 부정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를 가려내는 실증적인 기준을 만들어낸다. 100년 가까이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시돼 왔던 타율ㆍ도루 등 일반적인 평가 지표보다는 오히려 출루율ㆍ장타율과 같은 지표들이 팀 승리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라는 결론을 내고는 이를 팀 구성에 활용했다. 빌리 빈은 무엇보다도 선수를 선택하는 방식, 제조업 언어로 말하자면 구매 방식을 달리하는 `혁신`을 시도해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낸 것이다. 혁신은 야구 세계에도 기업 세계에도 존재한다. 어떠한 혁신이든 그 실체를 분석할 수 있으며, 분석적으로 혁신을 이해했을 때 혁신을 `기획`할 수도, 그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혁신을 구현하는 10가지 방식`은 분석적으로 혁신을 보게 하는 매우 유용한 프레임이다. ◆재무 : 비즈니스 모델ㆍ사업구조 변화

재무 혁신이란 돈을 버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델(Dell)은 온라인 판매를 시장에 소개하면서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근거로 재고 없는 생산 체계를 구현했고, 고객이 물건을 인도받기도 전에 지불하게 함으로써 운전자본을 수익원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구축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후발주자로서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확대했다. 가공식품 업체로 유명한 사라 리(Sara Lee)는 내부 생산 시설을 모두 처분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최고 공급자들을 선정하여 자사의 핵심 경쟁력인 마케팅, 브랜드, 유통 관리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식품 업계 나이키(Nike)를 자처한 셈인데, 자사 전문 분야인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해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은 외주 관리를 통해 또 마케팅과 영업은 직접 수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온라인 상거래가 보편화하고, 특정 영역에 전문화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관습적으로 받아들였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기 역할을 재정의한 혁신 기업 사례라 하겠다. ◆프로세스 : 일반적ㆍ핵심적 프로세스 혁신 프로세스 혁신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을 의미한다. 남들에게도 있는 프로세스를 타사보다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일반적 프로세스 혁신과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프로세스를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핵심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이 이에 해당한다. 스타벅스(Starbucks)가 공급자에게 유리한 대금 결제 방식을 통해 더 좋은 커피를 더 신선하게 확보할 수 있고, 매장 직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질 좋은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전자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들이 생산 공정을 혁신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 것도 일반적 혁신에 해당한다. 반면 넷플릭스(Netflix)가 고객이 온라인에서 추천하는 영화를 선택하면 우편 서비스로 DVD를 편리하게 배달받아 보고 반환할 수 있게 만든 프로세스가 후자에 해당한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오프라인 DVD 대여점을 거의 멸종시키다시피 했으며, 다른 온라인 업체들이 이 프로세스를 카피하기 전에 꾸준히 혁신하는가 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여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제공가치 : 제품 성능ㆍ제품 체계ㆍ서비스 제공가치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혁신이다. 노트북 화면을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3M 보안 편광 필름처럼 제품 기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처럼 여러 개 제품을 묶어서 제공함으로써 각각 사용하는 것에 비해 함께 사용하는 장점을 배가시킨다든가, 싱가포르항공(Singapore Air)이나 리츠 칼튼(Ritz Carlton) 호텔처럼 경쟁사보다 월등히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이 사업 경쟁력에 핵심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역시 혁신을 구현하는 10가지 방식 중 일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이 타 영역의 혁신과 결합될 때에 나올 가능성이 더 높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텔(Intel)이 고성능 CPU를 만드는 제품 혁신에 그쳤다면 지금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텔은 자신들 고객인 PC 제조사들과 협력해 인텔이 만드는 칩을 홍보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들과 협력하는 사업 구조를 제품 혁신에 결합했던 것이다. ◆전달체계 : 채널ㆍ브랜드ㆍ고객경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혁신을 일컫는다. 미국 렌트카 업계 후발주자로서 결국 선두 업체로 등극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는 기존 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여기는 고객들, 즉 공항에 도착해서 렌트하는 전통적인 출장자들을 공략하지 않고, 교통 사고로 렌트가 필요한 사람들과 차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가끔 차량이 필요한 일반 고객들을 공략했다. 사고가 나면 자연적으로 고객을 만나게 되는 보험사를 영업 채널로 활용하고, 렌트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집으로 모시러 가는 픽업 서비스를 통해서 남들이 공략하지 못했던 신규 고객군을 훌륭히 공략할 수 있었다. 게토레이(Gatorade)는 슈퍼볼 우승팀이 커다란 자사 로고가 선명히 박힌 음료통을 서로에게 쏟아 붓는 장면을 활용하여 기능성 스포츠 음료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은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공략해 오는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들에 맞서 제품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대신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동호회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 [강석호 모니터그룹 이사]

Insight] 뼛속까지 GREEN을 추구하라 2011.12.02

친환경서비스 시대가 온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강 유역 열대 밀림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겪은 지구촌 뉴스들은 그것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 내 이야기라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미국 동북부에는 때 아닌 폭설로 200만가구가 정전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웃나라 일본에는 무서운 쓰나미가 덮쳐 우리나라까지 방사성 물질 누출의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무서운 인재 앞에서 전 세계가 친환경, 녹색에 대한 중요성을 소리치기 시작했다. 기업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 에너지 절감전략 대두 국가의 성장과 개발에 앞장서온 기업에 개발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한 것은 면죄부로 여겨져 왔다. 또한 기업에 친환경 전략은 고스란히 비용으로 지출되어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가로막는 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친환경 전략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해택 등 정책적인 방안을 모색해 강제해야 했다. 대표적인 예로,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서 대ㆍ중소기업 간 공동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인 `그린 크레디트`에 참여하는 대기업에 출연금 7%를 세액 공제해주는 방안을 확정하였다. 정부의 친환경 경영 장려 정책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제 기후 협약 등 친환경과 그린 혁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그린 소비자가 급증하여 녹색 비즈니스가 예전처럼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이슈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기업의 친환경 전략을 위한 노력은 이제 자발적으로 변화했다. 이제 기업들은 스스로 녹색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유해물질, 소음 등 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하는 것 외에 환경단체와 손을 잡거나 환경정책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그린 소비자들과 접촉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IBM은 2007년 5월 `프로젝트 빅그린` 전략을 발표하여 친환경ㆍ에너지 절감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는 고객이 서버 한 대를 구매하더라도 최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진단과 재구축 상담 등을 제공하고 제품 판매를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모델로, 대표적인 친환경 서비스 사례로 꼽힌다. ◆ 기업 간 `그린 협업` 늘어

기업 단독이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협동하여 그린 비즈니즈를 모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HP와 IBM은 AMD,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비용 감소를 목표로 한 단체 `그린 그리드(The Green Grid)`를 설립했으며 2007년 2월 발족한 이 단체엔 델, APC, VM웨어 등이 추가로 가입해 현재 95개사가 참여하며 친환경 정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에너지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IT 사업뿐 아니라 항공업에서도 친환경 서비스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친환경 서비스 개발ㆍ보급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능력협회 인증(KMAR)이 주관하는 `그린 스타` 항공서비스 부문에서 2년 연속 친환경 서비스 업체로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 왔고, 위탁수하물이 없는 탑승객들을 위한 에코카운터를 신설하였으며, 2011년 `탄소상쇄 캠페인`을 인천공항과 베이징공항에서 실시하여 고객과 함께하는 친환경 서비스를 실행한 바 있다. 낭비가 있더라도 고품격 품질 제공에 중점을 두었던 호텔에도 친환경 서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상하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URBN 호텔은 그린 호텔의 대표주자다. URBN 호텔은 재생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여 구조를 바꾸었고, 객실마다 녹색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조명들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을 통해 친환경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로 하고, 일회용 사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인 경영으로 소비자들에게 녹색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핵심역량에 녹색 옷을 입히는 것이다. 각 기업이 가장 주력하는 역량에 녹색 옷을 입히는 것이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알리고 실행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연구ㆍ기술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된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한 전문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만큼 연구 인력도 강화해야 한다. 네 번째는 타 기업이나 기관과 공조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외부 조력자를 찾아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데, 정부나 환경단체와 함께 그들이 진행하는 캠페인 등에 참여하여 기업의 친환경 서비스를 알릴 수 있다. 다섯 번째는 한 발 앞서 시장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시장의 예견되는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서비스에 반영하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차별화를 들 수 있다. 친환경 서비스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 점을 부각시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한다면 녹색 서비스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친환경적ㆍ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 녹색물결이 이젠 대세 최근 잇단 자연 재해가 인재 성격을 띠고 있다는 반성 아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친환경적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고객을 접하는 기업 인식 역시 바뀌어 가야 하고, 또 바뀌어 가고 있다. 앞에 제시한 사례는 많은 기업들이 발휘하는 녹색 혁명의 창의성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녹색 혁명은 기업이 바뀌어 가는 소비자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얻는 길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함께 생존해 나가는 길이다. 다만 근시안적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눈속임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녹색 혁명을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실천한다면 기업이 이루어내는 녹색 물결은 그동안 이루어낸 산업 발전의 물결을 뛰어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Insight] 고객 홀리는데 `0.004초` 면 충분 2011.12.09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⑥ 뇌과학과 뉴프론티어 마케팅

수년 간 시장 선두 입지를 유지해온 제품의 패키지나 포지션을 바꾸려고 할 때,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규모의 광고캠페인을 기획할 때, 경쟁사의 공격적인 성장을 저지하고자 수년 간 준비한 신제품 론칭을 앞두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오랜 경험을 가진 노련한 마케터나 경영진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순간에는 베팅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정량 설문조사, 포커스그룹 인터뷰, 미스터리 쇼핑, 인류학적 관찰조사 등 다양한 기법의 고객 조사를 통해 얻은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의사결정은 여전히 블랙박스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은 기존 통계치나 경험에서 나온 직감에 의존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소요되는 마케팅 의사결정을 내리고 만다. 이 같은 의사 결정-경험치 또는 통계치에 의존한 시행착오(Trials &Errors) 접근법-을 통해서는 아무리 경쟁력 있는 마케팅 회사라 하더라도 성공신화를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 이미 수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이러한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모니터그룹에서는 그중 가장 혁신적인 기법, 즉 고객의 기억을 장악하는 마케팅 전략 수립 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마케팅 분야는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5년 넘게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마음(Mind Activity)과 행동 간의 연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고, 그 결과 과거에는 블랙박스처럼 여겨졌던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무의식의 2초 수많은 뇌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고 배우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활동(마인드 활동)의 95%가 의식 체계가 아닌 그 아래 무의식 체계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우리의 기억 체계가 우리의 의사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모니터그룹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기억은 3단계 과정(입력ㆍEngagement-유지ㆍConsolidation-상기ㆍRetrieval)을 거쳐 형성되고 작동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여기서 핵심은 유지 과정을 통해 우리의 단기 기억이 무의식 내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으로 저장되고, 이 장기 기억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의사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새로운 마케팅은 바로 이러한 기억 체계 및 프로세스를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고 실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기억`이 갖는 주요 특징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우리의 기억은 언어가 아니라 이미지로 작용한다. 우리 마음(Mind)의 언어는 문자(Text)가 아니라 이미지다. 우리는 말이나 글(Word)이 아닌 그림, 향, 촉감, 맛, 소리와 같은 다양한 감각을 통해 확보되는 이미지를 통해 생각한다. 따라서 많은 감각(오감)을 작동시킬수록 해당 정보가 무의식에 저장되는 장기 기억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미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시각적 이미지인데, 사람이 시각 이미지를 인지한 후 정보로 흡수하는 데는 불과 4밀리세컨드(milliseconds, 1000초분의 1)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둘째, 우리의 기억이 행동을 유도하는 시간은 1~2초다. 우리의 기억이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다. 우리의 뇌는 정보처리의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기억 체계에 근거한 최대한 빠른 루트를 찾아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보가 감정적 신호다. 이 때문에 고객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장기 기억화도 중요하지만 장기 기억을 2~3초 만에 활성화할 요인을 찾아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우리의 기억은 기대를 만들고, 이러한 기대가 우리의 경험을 바꾼다. 우리의 뇌는 기대한 것과 다른 형태의 정보가 주어지면, 기존의 기억 체계를 활용해 이를 처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경험이라 할지라도 기존 기억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녹색 케첩이 실제 동일 제조공식(Formula)을 쓰더라도 붉은색 케첩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역시 케첩에 대한 기억, 이로 인해 형성되는 기대가 우리의 경험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들의 마음 속에 있는 현 기억 체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억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고객 경험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고객의 기억 체계를 변화시키는 마케팅

김현정 모니터 그룹 부사장

마케팅을 아주 간단히 정의하자면 고객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최신 과학의 힘을 빌려 우리는 고객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고객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고, 고객의 마인드가 바뀌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억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의 기억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객의 기억 체계를 장악하는 마케팅을 위해 모니터그룹에서 제안하는 것은 3가지다. 첫째, 고객의 마인드 언어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심층 은유(Metaphor)를 기반으로 통합 마케팅을 고민하라. 메타포는 우리의 마인드 내 존재하는 특정 제품이나 카테고리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기억, 특히 무의식에 존재하는 기억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통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메타포를 통해 고객과 의사 소통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전달하고 활성화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기억 용이성(Memorability)이 높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방식을 찾아라. 이제는 고객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광고 캠페인 제작을 위해 광고 에이전시의 창조적인(Creative) 작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기업 스스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방식이 고객이 현 기억 체계를 기반으로 형성한 기대 이상의 자극을 주는지, 그 자극이 장기 기억화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이에 근거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결정 가능성(Decidability)이 높은 마케팅 프로그램을 고객의 구매 접점에 도입하라. 채널 프로모션 등의 고객 접점에서 수행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나 구매 유도를 위한 캠페인은 고객의 무의식에 있는 장기 기억을 자극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우리가 고객의 무의식에 어떤 기억을 축적해 놓았는지, 이 기억이 어떤 요소에 의해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김현정 모니터 그룹 부사장]

[Insight] 비싸도 사게 만드는 똑똑한 가격의 비밀 2011.12.16

가격 1% 개선하면 이익 7% 영향받아 원가 아닌 가치가 가격 전략의 핵심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⑦ 브랜드와 가격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유가 및 각종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원가구조 악화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경기 침체의 장기화 조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계속 성장해 가려면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해야 한다. 경영의 기본은 결국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S&P 500`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그룹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가격`이다. 1%의 가격 개선효과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그 7배에 가까운 6.8%로, 원가나 판매량의 동일한 비율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격은 최고경영자가 마음대로 올린다고 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가격전략은 제품, 원가, 브랜드 전략 등과 밀접히 연결되어야 하며, 따라서 가격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 가격이 가진 진실

일반적으로 가격은 크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가치, 시장 내 경쟁강도의 정도, 그리고 기업이나 제품이 가지는 브랜드 속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크고, 경쟁 강도가 작으며,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일수록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소비재 제품의 조립에 쓰이는 접착제를 만드는 한 외국 화학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 제품이 속한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은 상품(commodity) 시장이며 브랜드 가치는 경쟁사와 대비해 비교적 높았으나 아주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했다. 최근 이 회사는 더 접착력이 강하지만 밀도는 낮으며 고온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신제품 접착제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신제품 개발 및 제조에 소요된 원가에 근거하여 가격책정을 해왔던 회사는 신제품이 고객사에 어떠한 가치를 전달하며 이것이 가격책정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를 새로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다음의 3가지 정량적ㆍ정성적 효과가 확인됐다. 첫째, 강한 접착력은 고객사가 사용하는 접착제의 양을 줄임과 동시에 고객사 제품의 접착불량률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둘째, 낮은 밀도는 접착제가 들어가는 노즐 및 호스에 접착제가 덜 들러붙게 하여 고객사의 장비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셋째, 고온에서의 높은 안정성은 고객사 제품 표면의 색상 및 모양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었다. 이는 제품 표면 색상 및 모양 향상과 같이 측정하기 어려운 효과 외에 고객사에 연간 약 5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회사는 이러한 신제품의 가치에 근거하여 제품가격을 책정하고 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했고, 원가 중심의 가격책정 방식에 따를 경우보다 무려 30%나 높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결국 가격은 그 자체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 브랜드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선순환의 고리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 이익 창출을 위한 브랜드 전략

장승세 모니터그룹 부사장

그렇다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브랜드 전략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수립해야 할 것인가? 모니터그룹의 경험에 따르면 적어도 3가지의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수익성 극대화 브랜드 전략이 존재한다. 첫째, 브랜드는 회사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ㆍ제품ㆍ가격ㆍ메시지의 복합체임을 인식하라. 브랜드 특성은 회사가 아니라 고객과 제품에 의해 정해진다. 특정 제품에 대하여 고객은 그들의 관심 정도에 따라 크기, 성능, 가격, 디자인 등에 대한 다양한 브랜드 특성을 만들어내고 개별 기업들이 이를 그들의 제품에 적용시켜 그들만의 독특한 제품 브랜드로 개발해낸다. 고객의 제품 특성에 대한 관심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자사 제품 브랜드의 특성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이익극대화를 위한 브랜드 전략의 출발점인 것이다. 둘째, 고객의 의사결정 기준을 겨냥하라. 브랜드는 고객의 의사결정을 돕는 일종의 정보 집합체다. 따라서 고객의 의사결정 기준에 근거하여 브랜드 전략을 타기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990년대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인 시스코(Cisco)는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고객사 IT 매니저들의 라우터 구매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 지원되는 프로토콜의 범위이며 자사 제품의 지원 범위에 대하여 고객들이 매우 만족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점은 시스코의 제품개발 및 브랜딩 전략에 지속적으로 반영됐고, 추후에도 IT 매니저들 사이에서 "내가 내려본 가장 손쉬운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로 자사 제품을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셋째, 브랜드 홍보비용 지출시에는 까다롭고 선택적이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에 대한 광고비 지출이나 투자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매출 증대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품이나 고객의 특성에 대한 분석 근거도 없이 정확히 타기팅 되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지출이야말로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제품 라인업을 가진 회사라면 브랜드에 대한 광범위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통일된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란 더욱 더 어려워진다. 혹 이러한 지출이 인지도 상승에는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반드시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와 매출과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광고ㆍ홍보활동 등 브랜드에 대한 지출을 할 때에는 그 제품 홍보에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선택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야만 그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승세 모니터그룹 부사장]

[Insight] My Car ? Our Car ! 생각을 뒤집자 대박이 따라왔다 2011.12.23

■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⑧ 카셰어링 업체 지프카의 성공사례

2011년 4월 14일 `차를 나눠 쓴다(Car sharing)` 개념을 도입한 독특한 렌터카 업체가 미국 나스닥을 통해 기업을 공개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56% 오르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승폭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출범한 렌터카 업체 지프카(Zipcar)다. 렌터카 시장은 헤르츠 에이비스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 대형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성숙 시장이다. 흑자를 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렌터카 시장에서 고작 10년 된 이 회사가 13억달러(2010년)의 매출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친환경적인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비전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존 시장을 파고드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의 가치를 인정받은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지프카의 주요 서비스 영역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다. 60만명의 회원이 9000여 대의 차를 나눠서 이용하게 되는 시간 단위 자동차공유 클럽 서비스다. 일정한 회원 가입비를 내고 나서 회원이 되면 접촉식 무선카드를 발급받고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지프카가 주도하는 이런 `차량 공유(Car sharing)` 시장은 기존 렌터카 시장과는 별도로 비용에 민감하고 도심에서 가끔씩 차를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이다. 대도시에 사는 대학생이나 이미 차를 보유하고 있으나 가끔씩 `세컨드 카`가 필요한 젊은 소비자들이 주요 대상이 된다. 렌터카는 기본적으로 하루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며 여기에 보험료와 연료비가 얹어지는 비용 구조다. 지정된 렌터카 사무실에서 차량을 받고 반납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프카는 시간 단위 요금이 부과되며, 보험료 및 연료비는 가입비 및 연회비에 포함돼 있다. 도심 곳곳에 포드(Pod)라고 불리는 지정 주차 구역을 만들어서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렌터카가 차량을 `보유`하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의 전환이었다면 지프카는 `일별 사용`에서 `시간별 사용`으로 좀 더 세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프카의 혁신은 IT기술을 활용해 장소와 인력이 필요없는 자동차 대여 사업의 예약ㆍ관리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무선통신 아이디카드(RFID card)를 이용한 간편한 차량 인도 시스템을 만든 기술적인 영역도 포함된다. 하지만 고객 요구에 맞는 가치를 저렴한 비용을 제공하는 가격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프카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경제적 가치 평가(Economic Value Estimation)`라는 이론적 모델을 통해서 분석해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경제적 가치평가 모델에 따르면 어떤 제품ㆍ서비스의 총 경제적 가치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치(레퍼런스 가치)와 그 대안에 비해 제품이 갖는 차별된 특성으로부터 얻는 경제적 가치(차별화 가치)를 더한 것이다. 차별화 가치는 플러스일 수도 있고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결국 총 경제적 가치는 `시장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고 자신에게 가장 좋은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구매자가 그 제품에 대해 최대한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다. 지프카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대안으로 볼 수 있는 렌터카의 시간당 5달러 대비 4배가 넘는 23달러에 해당하는데, 이는 회원 가입비 연간 75달러와 시간당 사용료 4.5~7달러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이 남는 가치만큼을 고스란히 차량 보유 대비 비용 절감의 혜택으로 받을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금액은 월평균 450~500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국 가정의 평균 소득 대비 교통비의 비중을 19%에서 5%로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운전자 중 일주일에 3회 미만 차량 이용자 비중은 약 14%이며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는 46㎞ 정도라고 한다. 또한 출퇴근ㆍ통학처럼 정기적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비중보다 쇼핑이나 친구를 만나는 목적으로 비정기적인 목적에 의해 차를 이용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반면, 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류비 정비료 보험료 등으로 연간 8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렌터카를 빌린다 하더라도 목적지까지 통행 시간은 전체 이용 시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며, 결국 이용 요금 본전 생각에 불필요한 운행을 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필요 이상의 비용 지출이며, 국가ㆍ사회적으로는 교통 혼잡 유발 및 에너지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지프카의 가격 책정방식 혁신은 `필요할 때 움직인 만큼만 비용을 낸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고, 이는 교통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에 목말라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도 당장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소비 행태를 찬찬히 뜯어 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치를 새롭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것도 요원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고중선 모니터그룹 이사]

[Insigh] 성과 좋은 공공조직은 기업을 닮았다2012.01.06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⑨ 高성과 공공관료조직 되려면

정부와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대규모의 공공 관료 조직은 최근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공공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간에 복잡하게 얽힌 정책적 과제들을 조율해야 하는 가운데, 점점 더 거대해지는 조직 및 예산 운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반면 많은 공공ㆍ관료 조직은 이런 요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고성과 조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료조직(Bureaucracy)`이란 용어 자체가 변화에 대한 저항, 경직된 노동력의 구조, 느린 의사결정, 그리고 복잡한 관리 프로세스 등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최근 모니터 그룹이 미국의 100여 개에 달하는 공공ㆍ정부 조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5%에 달하는 조직은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저기능(low functioning) 조직으로 분류됐다. 단지 10%에 달하는 조직만이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공공 서비스에서 비용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고성과 조직으로 분류됐다. ◆ 高성과 관료조직의 요건 영리 목적의 사기업은 매출ㆍ수익과 같은 조직의 성과물이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되고, 재무제표 시가총액처럼 그 가치를 측정하기가 쉽다. 반면 공기업은 성과(Performance) 자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다. 모니터그룹에서는 고성과를 달성하는 공공 조직은 세 가지 차원에서 탁월성을 보여야 한다고 정의하는데 그것은 내부적인 효과성, 외부적인 정책효과(Impact), 그리고 이 두 차원 간의 연계다. 한마디로 `덜 쓰면서 더 거둬야` 고성과 조직이다. 공공 관료 조직이 봉사해야 하는 외부의 이해관계자나 정책적 결과물이 원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가운데에서도 조직, 인력, 자원의 운영 측면에서 효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조직의 리더십이나 미션, 전략이 조율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성과의 세 가지 차원은 구체적으로 8가지의 달성 수단(Driver)을 통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 외부적인 정책효과(Impact)는 정책의 실행을 통해서 의도하는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의 능력을 의미하는데, 거기에는 그 정책의 대상인 `고객`, 정치ㆍ규제 상의 이해관계자 및 관련 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내부적인 효과성은 조직 구조, 인적 자원 및 내부적인 자원의 분배ㆍ운영 프로세스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나타낸다. 마지막 두 차원간의 연계는 이 모든 것을 통합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명확한 미션 및 전략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 내부적 효과성 : 지출 항목이 아닌 자산 유형을 관리하라

전통적으로 비영리ㆍ관료 조직에서는 조직 효율성 관리가 고성과와 동일시되어 왔다. 특히 최근처럼 복지 및 환경과 같이 대규모의 공공 지출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낭비 없는 철저한 예산 관리가 모든 관료 조직의 최상의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예산 절감 지상주의`에 치우칠 경우 고성과 관료조직의 또 다른 차원인 정책효과 창출이 희생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예산 절감 관점에서는 조직 내에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나 국가 차원의 주요 R&D 과제를 축소시키는 것이나 같은 액수의 절감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산 절감은 근본적으로 단기간의 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정책적인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용 지출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예산의 항목들을 단순히 `지출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원 포트폴리오`로 생각하고 조직 미션에서의 역할과 같이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각의 비용 항목을 핵심적인 전략 달성의 도구인지, 향후 리스크의 방지 수단인지,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투자인지,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위한 운영 용도인지, 아니면 규제 상의 필수적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인지에 따라 적절한 `자산 유형`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조직의 리더들은 어떤 항목을 줄여야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면서 리스크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를 보다 균형 잡힌 안목에서 고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외부 정책효과 : 정책 대상에 마케팅 관점을 도입하라

비영리 관료 조직이 종종 사로잡혀 있는 오류 중 하나는 모든 정책 수혜자에게 동등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관료 조직의 외부 정책효과는 정책의 집행 과정 상의 공정성과 동일하지 않다. 특히 고성과 관료 조직의 요건에서 정의한 것처럼 덜 쓰고 더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의 행태나 니즈를 면밀히 분석하고 차등적인 정책을 시행할 때 자원 투입 대비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뉴저지의 캄덴시의 의료 당국은 지역 사회의 환자들을 위해서 공공 병원이나 응급실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상 환자를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전체 시 인구의 1% 환자를 돌보기 위해 전체 의료 비용의 1/3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1%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 의학 차원의 사전 조치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병원ㆍ응급실을 덜 이용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질병을 돌볼 수 있는 비용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병원ㆍ응급실 방문은 46%가 줄어들고 공공 비용을 56%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미국의 또 다른 공공 기관의 사례를 보자. 이 기관은 본인 경제력으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빈곤층을 위해서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직업 훈련을 제공하며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분석해본 결과 직업 훈련 서비스에 대해서 전체 20%에 해당하는 대상만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열심히 참여한 결과 더 나은 직업을 구해서 보다 안정적인 주거지로 이동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비록 공공 관료 조직이 정책 시혜 대상을 선택하지는 못하더라도, 각각의 세분 집단 별로 그 서비스의 내용이나 수준을 달리함으로써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는 일반 영리 기업 관점에서는 상식이다시피 한 `고객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ㆍ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과 다를 바가 없다. [고중선 모니터그룹 이사]

[Insight] 갈등…최고의 人才가 만나 최악의 人災가 됐다 2012.01.13

■ 모니터그룹과 함께하는 新 경영트렌드 ⑩ 리더의 조건, 갈등을 관리하라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영역을 넘어 인류생활 전반에 변혁을 가져올 정도로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그러한 잡스도 본인이 창업한 애플에서 12년 동안 떠나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영입했던 전직 펩시콜라 최고경영자인 존 스컬리와의 갈등으로 애플에서 추방되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환상의 커플로 여겨졌던 잡스와 스컬리의 관계는 불과 2년 만에 증오와 적개심의 대상으로 변해 버렸고 결국 애플 이사회는 최고경영자인 스컬리의 손을 들어줬다. 모니터그룹에서 발간한 `리더간의 갈등관리`에 따르면 경영자를 비롯한 리더 간의 갈등은 어느 기업에도 존재한다. 갈등은 회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때로는 회사의 생사를 결정짓기도 한다. 하지만 갈등은 성장해 온 배경, 문화 및 업무 스타일 등 서로 간의 `차이`에서 유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사회나 기업에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의 차이는 `갈등이 있고 없고`라기보다 관계 개선을 통해 이런 갈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관계 개선을 통한 갈등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1. 투자 가치가 있는 관계 개선에 집중하라 기업의 인사 정책에 있어서 간혹 사람들의 관계가 무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조직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협력이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 이상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된다면 이 또한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기업 내 구성원 간 상호 관계의 중요도 및 상호의존도에 따라서 차별화된 투자를 실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호 간의 관계가 중요하지도, 그렇다고 의존적이지도 않다면 그 관계가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무시해도 된다. 상호의존도가 높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관계가 아니라면 조직을 분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상호의존도는 낮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관계라면 관계의 부정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당사자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면서 상호 간의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 문제 있는 관계가 장벽이 된다면 가치의 손실은 막대하다. 잡스와 스컬리의 사례처럼 `양자택일`의 관점에서 한 쪽을 선택하고, 당사자 중 한 명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때 비용은 막대해지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관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회사의 리더들이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영역이 바로 이 핵심 관계들이다. 2. 비공식적 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라 성공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공식적 관계 영역에 대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관계는 공식적 영역과 비공식적 영역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서로의 책임이나 의사결정, 평가와 보상 등 관계의 `공식적` 측면보다 서로가 맡게 될 감성적 책임이나 상대에게 바라거나 주고자 하는 심리적 보상 등 관계의 `비공식적` 측면이 관계를 개선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비공식적` 관계 개선은 오직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잘못된 비공식적인 관계도 서로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재인식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말과 행동을 주고받는 상호 작용의 패턴 지도를 그려보면 유용하다. 즉 내 생각 구조(프레임), 내 말과 행동, 상대방의 생각 구조(프레임),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그것이다. 이렇게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면 각자의 습관과 역할이 드러난다. 무엇이 잘못된 습관인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음 단계는 그것을 고치는 것이다. 패턴 지도를 보면서 관계의 변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기존의 패턴과 다른 행동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좀 더 만족스러운 선순환 구조의 새로운 패턴을 개발하고, 새로운 패턴이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관계의 기초를 새롭게 정립한다.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오래 시간이 필요하듯이,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특히 그 변화를 지속하게 만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관계 감수성을 키워라 마지막으로 리더들이 갈등을 넘어 통합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계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관계 감수성`이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ㆍ윤리적ㆍ정치적 문제들을 섬세하게 알아보고 능숙하게 헤쳐나가는 능력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리더는 일반적으로 목표 달성 능력이 뛰어나고, 윗사람과의 수직적인 관계에는 민감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안목 아래 열린 마음으로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관계 감수성 측면에서는 취약한 경향이 있다. 관계 감수성을 높임으로써 사람들은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서도 최선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 감수성을 키워야 하는가. 관계 감수성을 갖춘 대표적 리더인 링컨 대통령을 보면 세 가지의 주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속에서 실패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 유연성과 회복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둘째는 모든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정신이다. 현재 자신의 프레임에 대해 성찰하고, 다른 관점으로 보는 연습을 통해서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관계를 바라보는 안목이다. 경쟁자에 대해서도 공감을 갖고 상대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국내 경영자들은 과거에 비해 더욱 고도화된 `갈등 관리` 기술을 요구한다. 문화가 다른 기업 간의 합병, 해외에서 유입된 노동력, 사회에 새롭게 진출하는 젊은 N세대의 출현 등 기업 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관계`는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기업 구성원, 특히 리더 사이의 갈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은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 피해갈 수 없는 요소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한만현 모니터그룹 대표]

[Insight] 스피드보다 `바통터치`가 승부 가른다 2012.01.27

비디오렌탈·VOD 스트리밍 혁신으로 커온 넷플릭스 요금체계 바꿨다 대위기변화의 과정은 단순하고 무용수처럼 매끄러워야

HMG와 함께하는 하이테크마케팅 / ① 이행의 기술 - 넷플릭스의 교훈 ◆

2011년 5월은 미국 미디어업계에서 특별한 시점으로 기록된다. TV시청 가구 수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 1억1500만가구의 1%인 100만가구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1%라는 수치가 별것 아니라는 반응도 있지만 TV 시청의 감소 추세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미국 도시 가운데 TV 시청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보스턴, 매디슨 등 대학 중심도시들이다. 왜 이들 지역에서 TV 시청 가구가 줄었을까. 원인은 바로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 등에 있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렌탈 업체다. 다만 전통적인 비디오 렌탈 업체들과 조금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즉, 고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차례차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시간 제한 없이 시청한 후, 보고 난 DVD는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되는 사업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고객의 영화 선택과 반납의 불편함, 그리고 연체료 등의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방안이었다.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결국 수십 년간 비디오 렌탈 업계를 지배해 온 블록버스터의 파산을 가져왔다. 넷플릭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DVD가 아닌 PC로 영화를 보는 스트리밍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이는 일종의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해당한다. 편리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시장을 창조하는 한편 자사의 사업기반인 DVD 렌탈 사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넷플릭스의 과감한 행보가 또다시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는 점이다. 2010년 1500만명이었던 가입자가 2011년 1분기 기준 2400만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TV와 같은 모든 플랫폼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넷플릭스의 세상은 한층 넓어졌다. 극대화된 단순성과 사용의 편리성은 넷플릭스가 영화 플랫폼의 대세 혹은 표준으로 등극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미국 내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사용한다는 보고서도 나왔고 온라인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시청한 시간이 작년 4분기에 무려 20억시간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고 영원히 `에이스카드`를 뽑을 수는 없는 법이다. 넷플릭스가 저지른 한 번의 실수는 엄청난 위기를 가져왔다. 2007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조해 온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해스팅스는 2011년 9월부터 DVD 렌탈 사업을 분리해 퀵스터라는 별도 브랜드와 홈페이지를 론칭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과 디바이스의 다양성, 그리고 여전히 DVD 렌탈을 선호하는 고객과 스트리밍을 선호하는 고객으로 양분되는 고객 프로필 분석 결과는 이러한 의사결정의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분리는 자연스럽게 가격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이행(transition)을 촉진하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 유리한 가격제도를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략 실행의 결과는 참담했다. 기존의 넷플릭스 고객의 대부분은 월 9.99달러에 DVD 렌탈과 무제한 스트리밍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즉시 시청(Watch Instantly)`이라는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가격제도는 7.99달러에 DVD 렌탈 전용을 택하든지, 아니면 스트리밍 전용 요금제를 선택하든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던 사람에게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둘 다 이용하던 고객의 경우 15.98달러가 적용돼 가격이 무려 60%나 인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는 기존 DVD 렌탈에 매여 있는 일부 고객을 희생해서라도 신속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이러한 가격 정책에 반영된 것이었다. 나름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바보 같았던 전략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정책발표 후 시행 첫 달인 9월까지 무려 80만 고객이 이탈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결국 CEO인 해스팅스는 한 달 만에 DVD 렌탈 사업분리 계획을 번복하고 고객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가격제도의 잘못을 지적했다. `60% 가격 인상은 너무 했다` `7.99달러는 너무 비쌌다` 등을 실패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시장 조사 결과나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라온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 `단돈 8달러`로 한 달 내내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 대한 기쁨과 만족감에 대한 표현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넷플릭스의 실수가 가격보다는 이행 전략(transition strategy)에 있다고 본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아이젠하트(Kathy Eisenhardt) 교수는 저서 `벼랑에서의 경쟁(Competing on the Edge)`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이행에 있어서 언제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변화의 과정은 공식화된 프로세스로 만들어져야 하고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또 그 이행 과정을 잘게 쪼개어서 무용수의 동작을 안무(choreograph)하듯이 매끄럽게 연출해야 한다. 예컨대 골프도 드라이버샷만 잘 쳐서는 곤란하다. 어프로치 과정이 때론 더 중요할 수 있다. 육상의 꽃인 계주에서 바통의 연결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역사가 입증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연한 선택이고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말이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좀 더 `부드러운 이행(smooth transition)`이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사업의 이행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그 리듬은 소비자의 리듬과 일치해야 하고 산업 내 다른 구성원들과 같이 타야 한다. 만약 불일치한 리듬이 감지된다면 서서히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상대의 페이스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페이스에 맞출 것을 무리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너무 앞서가도, 너무 뒤처져서도 안 된다. 모두가 같은 페이스를 밟게 될 때까지 수많은 조정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경영의 달인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것이 페이스 조절이다. `부드러운 이행`. 스마트 혁명의 시대를 맞아 2012년 새해에 변혁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넷플릭스의 실수로부터 반드시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김상훈 서울대 교수ㆍ하이테크마케팅그룹]

[Insight] 소통하는 SNS 넘어 유통하는 SNS로 2012.02.03

`좋아요` 에서 끝나지 말고 `살래요` 로 고객 이끌어라`게임스톱`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 온·오프 채널 시너지로 고객 잡아

HMG와 함께하는 하이테크마케팅 / ② 게임스톱의 多채널 시너지 마케팅 ◆

2011년 4월 7일,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글로벌 유통기업인 게임스톱(GameStop)은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에 점포를 개설했다. 오프라인 점포, 웹사이트에 이어 새로운 채널로 점포를 확장한 것이다. 이 소식은 페이스북이 포스트 및 친구찾기 기능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은 게임스톱이 자사의 고객인 게이머들에게 기존 채널과 페이스북 점포와의 시너지를 제공해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을 극대화했다고 호평했다. 최근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기존의 점포, 웹사이트, 카탈로그에 새로운 채널들이 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 새로운 채널을 통해 판매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주로 신규고객 확보, 매출액 증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채널 간 시너지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는다. 개별 채널 중심적인 조직 및 관리, 매출 중심적인 성과평가, 데이터 통합의 부족 등은 기업의 채널 간 시너지를 제한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단순히 보유채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채널 간 시너지를 통해 호의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힘든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소개한 게임스톱이다. 게임스톱은 엑스박스(Xbox), 플레이스테이션, 위(Wii)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제공하는 업체다.

페이스북 상의 게임스톱 페이지. 이곳에서 고객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제품을 평가하며 게임을 다운로드 받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중고 게임타이틀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중고 게임 소프트웨어를 게임스톱에 판매하는 경우 `크레딧(credit)`을 적립하거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반스앤드노블에서 분사돼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를 오프라인 점포에서 판매하면서 성장했다. 2012년 초 현재 점포수는 6670개에 달한다. 2009년 이후에는 웹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게임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스톱은 페이스북에 온라인 점포를 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은 기존 채널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우선 표적고객인 게이머, 충성고객인 800만 `파워업(PowerUp)` 멤버십 고객, 180만 페이스북 팬들의 게임구매 결정과정과 선호채널에 대해 검토했다. 그리고 게임스톱 채널 안에서 신작 출시 정보와 소비자들의 제품 리뷰, 평가, 추천 관련 정보가 효과적으로 공유되도록 했다. 오프라인 점포와의 시너지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 안에 키오스크(kiosk)를 설치했다. 오프라인 점포 안에서 상품 카탈로그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게끔 하는 한편, 페이스북의 온라인 점포를 프로모션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또한 정보공유가 구매로 이어지도록 페이스북 점포에서 선주문(pre-order)을 하고 오프라인 점포에서 상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용량이 작은 게임의 경우 페이스북 채널에서 직접 다운로드 구매가 가능하게 했고, 용량이 큰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는 페이스북 점포에서 오프라인 점포의 재고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가 페이스북을 하는 위치에서 인접한 오프라인 점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페이스북 점포 안에 추가했다. 오프라인 점포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게임스톱의 `온라인을 통한 점포 재고현황 파악`과 `우편번호에 의한 인접 3개 점포 제시 기능`을 통해 구하기 어려운 중고 게임 소프트웨어를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게 됐다. 게임스톱의 페이스북 점포는 게임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채널과 새로운 채널의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도록 설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게임스톱이 이처럼 온라인 점포와 오프라인 점포의 연계를 꾀한 것은 페이스북 점포에서 정보를 얻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점포에서 추가로 구매하게 되면 단순히 채널 수가 증가한 비율 이상으로 매출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Shop.org`가 2010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전제품의 경우 정보탐색 과정에서 방문했던 웹사이트의 오프라인 점포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비율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웹사이트가 효과적으로 통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경우 고객충성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여러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한 가지 채널만 이용하는 소비자에 비해 우량고객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정보탐색과 구매가 기업이 보유한 채널 안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지게 하면, 다른 기업의 채널로 옮겨가면서 판매기회가 상실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판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구매 이후 교환 및 환불 과정에서도 채널 간 시너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네슬린(Scott Neslin) 교수는 채널 간 통합에 대한 연구에서 `오프라인 점포에서 판매한 제품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교환 받을 수 있게 하면 매출액이 20% 증가한다`고 밝혔다. 고객 관점에서 채널들의 융합(convergence)을 실천해 오고 있는 게임스톱은 할리 데이비드슨과 미국 내 순추천지수(NPSㆍNet Promoter Score) 순위에서 선두 경쟁을 할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은 게임스톱의 다채널 마케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영혁 한성대 교수ㆍ하이테크마케팅그룹]

[Insight] 유튜브 정복, 소녀시대처럼 하라 2012.02.10

기아車 광고 3편 조회수 3140만 달해, 지상파 텔레비전 광고비 45억원 효과효율적 디지털 마케팅은 강력한 무기

◆ HMG와 함께하는 하이테크마케팅 / ③ 기아車 디지털 마케팅의 힘 ◆

당신은 그 3000만명 중 한 명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The Boys)` 동영상이 작년 10월 18일 유튜브에 올린 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3000만건에 달하는 시청(pageview)을 기록했다. 무려 5분20초짜리 동영상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조회수다. 일반 TV광고가 15초인 것을 감안할 때 위 동영상 노출을 위해 지상파TV에 광고를 했다면 광고비로만 약 166억원을 뿌려야 한다.(1000만명 대상 평균 5회 노출에 13억원을 지상파 광고비로 지출한 2011년 상반기에 성공한 광고를 기준으로 계산) 물론 인기 그룹 동영상을 일반 광고성 동영상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소녀시대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기아자동차다. 기아차는 자동차 품질, 디자인, 고객 서비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디지털 마케팅의 힘도 보여주고 있다. 이미 2011년 8월 25일 올린 1분1초짜리 `소울 햄스터(Soul Hamsters)`가 1435만, 2011년 11월 21일 올린 2분짜리 `리오 리믹스(Rio Remix)`가 112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2012년2월 5일 기준) 1분13초짜리 `피칸토 네일 아트(Picanto nail art)` 동영상도 54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세 동영상 노출을 지상파 텔레비전 광고비로 환상하면 약 45억원으로 추산된다. ◆ 기아자동차의 성공적인 디지털 마케팅 활동

유튜브를 통한 광고 노출은 단순하게 지상파 텔레비전 광고비 절감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목표 고객이 능동적으로 광고에 노출됨에 따라 제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이는 이웃 소비자 입소문과 본인의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를 위해 기아자동차는 회사 대표 웹 사이트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제품 소개를 하고(www.kia-rio.com과 같은 모델 별 사이트를 포함해), 대표 블로그를 활용해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페이스북(Like 160만명), 유튜브 채널(구독자 1438명), 트위터(폴로어 1만1361명)를 통해 기아차에 관심 있는 많은 소비자와 기아차 고객과 소통을 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발맞춰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국 미국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수 디지털 채널들을 전략적으로 연동해 경쟁력 있는 디지털 전략 플랫폼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각 지역별로 전개되는 마케팅 활동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적극적인 디지털 마케팅 활동으로 기아차는 미국에서 평균 구독자 수가 열세임에도 유튜브 시청 빈도 기준으로 경쟁 브랜드인 도요타와 쉐보레를 앞질렀다.(미국 법인 유튜브 채널 기준) ◆ 디지털 마케팅 성공 전략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므로 복잡할 것 같은 디지털 마케팅이지만 주로 사용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하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큰 어려움 없이 실행할 수 있고 다음 네 가지에 유의한다면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① 유행을 선도하는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 특별히 예술 또는 문학 관련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마케팅 담당자에게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약간 무리일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게 된다면 이를 감안해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내가 표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의 재잘거림을 잘 듣는다면 그 안에서 어떤 내용의 콘텐츠에 소비자들이 환호하고 이를 전파하는지를 쉽게 알 수가 있다. 바로 사용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많은 이에게 공감을 받은 트윗을 찾아내고 그 내용을 파악해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제품에 적용하면 매력적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② 매체 특성을 고려한 단계별 진행 디지털 마케팅의 근간을 이루는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는 크게 정보를 담는 기능이 강조되는 블로그, 유튜브와 전파하는 기능이 주가 되는 트위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그 중단 단계에서 친분이 강한 소비자 간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일부 콘텐츠를 담는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일차적으로 표적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블로그와 유튜브에 저장하고, 이를 트위터를 통해 관계가 약하고 멀리 떨어져 있으나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한 후, 다시 이들 중 사이가 친밀한 소비자들을 페이스북에 끌어들여 이들 간 동질감을 확인시켜 주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③ 사용자 클러스터링과 주요 영향력자 활용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많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퍼뜨리기 위해서는 관련 주제에 대해 어떤 소비자들이 어떻게 무리지어 소통을 하는지와 각 무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용자를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선 무리짓기 결과를 보면 해당 열쇠말에 대해 재잘거리는 사용자의 무리 크기를 원둘레로 알 수 있고 각 무리의 활동성은 핵의 크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정보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의 크기가 크면서 활동성도 강한 무리에 우선 순위를 주면서 해당 무리 내에 영향력이 큰 사용자를 찾아 내어 이들을 대상으로 회사 트위터 계정이나 동참하는 트위터 사용자를 활용해 회사가 원하는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활동을 전개한다. 물론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표적 영향력자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와 공감한 리트윗 내용을 살피는 준비가 필수적이다. ④ 주요 성과 지표를 연동 앞에서 언급한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매체와 전통 매체 간 차이는 마케팅 활동 효과를 정보 노출, 선호, 구매 의향을 높이는 단계에서 추천과 구매 행동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전통 매체가 갖는 마케팅 투자 대비 효과를 분석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회사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목표 행동과 연동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는 최종적인 성과 지표를 구매로 잡았다면 △그전 단계로 볼 수 있는 매장 방문, 할인 쿠폰 내려 받기, 시험 주행, 전자 브로셔 내려 받기 등을 구현한 모바일 사이트나 마이크로 사이트를 준비하고 △새로운 매체 활동을 성과 지표와 연동해 마케팅 활동 간 영향 관계를 밝히며 △최종 성과 지표인 구매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각 매체에 투자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서 향후 마케팅 활동을 효율적으로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부교수ㆍ하이테크마케팅그룹]

중국선 되고 미국선 안되는 아이폰 모양…문제는 `유연성` 2012.02.17

문제는`유연성`…까다로운 주문 대응태세 갖춰라美 제조업, 경직된 사고 탓…세계시장 주도권 잃어버려수시로 전략 바뀌는 환경…강한 정신력·의지도 중요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은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때 공고했던 제조업에서의 우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보도되는 제조업 관련 주요 뉴스들을 살펴보면 미국과 관련된 내용을 찾기 힘들다. 미국이 과거에 포드(Ford) 제조공정과 조립라인을 탄생시켰던 제조업 강국임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최근 미국 내 업체들과 긴밀하게 공조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미국 대선후보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모든 후보가 하나같이 이와 유사한 정치적 의제를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미국의 과거 위상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을 믿는 사람은 미국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 정치인들의 수사법(rhetoric)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보력이 취약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일부 미국 유권자들이 믿을 뿐이다.

왜 미국은 제조업 부문에서의 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인건비 상승, 생산성 저하, 자동화 관련 투자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단순한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각국의 인건비를 달러 환산 기준으로 비교해 보라. 미국 내 인건비는 다른 국가의 인건비와 비교했을 때 생각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다.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현대자동차 조립라인 근로자들의 시급은 미국 자동차회사의 조립라인 근로자 시급보다 그렇게 많이 낮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다른 나라는 인건비가 싸니까`라는 말 하나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을 싸잡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낮아진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유연한 사고방식`과 `제품을 제조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의지`에 있다. 애플(Apple)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기업 중 하나이자 미국의 자랑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 내에서 고용하고 있는 직원이 약 4만명에 달하는 애플은 미국 정치인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만약 애플이 한국에 본사를 둔 회사였다면 분명히 한국에서도 `고용창출의 롤모델`이라는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애플을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표상으로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애플이 중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미국의 10배인 40만명에 달한다는 점이 숨겨져 있다. 이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이 애플을 통해 자신의 나라에서 4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고용을 창출하고 제조업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중국의 인건비가 저렴해서가 아니다. 까다롭고 변경이 잦은 애플의 디자인 요구사항에 맞추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iPhone) 출시 당시를 회상해 보면 제조업에 대한 중국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가 임박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디자인 수정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완벽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계속해서 디자인을 수정하는 것은 애플이 아닌 다른 IT기업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애플에서 벌어진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폰의 경우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하기로 하고, 출시 시점을 이미 널리 알린 상황이었다. 만약 출시 일정이 지연된다면 시장에서 애플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 나아가 애플의 위상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출시 일정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출시 일정을 4일 앞둔 시점에서 애플은 아이폰의 디자인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애플의 중국 공장에 전해진 것은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중국 공장의 공장장은 중국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에 공장 기숙사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던 근로자 8000여 명을 긴급 소집해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날 아침 근로자들은 공장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 디자인을 토대로 제조한 제품을 모두 해체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제조공정을 완전히 재편하고 관련 설비를 교체하는 한편, 수주간 작업해온 조립라인을 재정비했다. 아이폰의 디자인 수정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3일 후 중국 공장 노동자들은 제조공정 재정비를 완료했다. 매일 1만대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노사협상도 없었고, 추가 근무수당 지급도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 근로자들은 추가근무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중국 근로자들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하며, 유연성을 발휘해 제조공정을 조정하는 데 매진했다. 이 덕분에 애플의 아이폰은 원활하게 생산될 수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이 같은 모델을 오늘날의 미국에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떠한 까다로운 주문을 내더라도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은 불가피하게 수시로 전략을 바꿀 수 있는데 중국인들은 이러한 유연한 결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의지와 유연성이 있다. 이 때문에 아이폰제조와 같은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현재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중국인의 유연성과 정신력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사실 근무의 유연성과 정신력은 한국 근로자들이 오랫동안 보여온 태도이자 한국 경제성장의 토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은 이러한 강점을 상실하고 유연성이 낮은 제조업 모델로 서서히 변했다. 애플의 사례는 서비스 부문의 강국도 아니고 제조업 부문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 의지도 없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

`잡동사니 탈피` 전략, 아마존을 떨게하다2012.02.24

다이퍼스닷컴 육아품목인 기저귀에 특화다양한 제품 구색맞추고 배송· 패키징 효율성 높여 입소문에 공동구매도 늘어

◆ HMG와 함께하는 하이테크마케팅 / ④ 다이퍼스닷컴의 기저귀 소매 성공 ◆

2010년 미국 온라인 소매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다이퍼스닷컴(Diapers.com)`의 성공이다. 다이퍼스닷컴 이전에는 `온라인 소매`라는 게 사업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고 여겨졌다. 미국에서 온라인 잡화 소매시장의 대표적인 개척자는 웹밴(Webvan)이다. 웹밴은 온라인 잡화 영역을 특화하고 자체 배송 역량을 강화했다. 온라인 잡화시장은 쇼핑에서 잡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다양하게 구색을 갖춘 데 따른 상품별 마진 관리가 매우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포레스터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소비자들은 신선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의향이 가장 높있다. 따라서 신선 식품보다는 공산품 중심으로 구색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 이 점을 고려해 펫닷컴(Pet.com)은 온라인에서 애완동물 사료 판매를 전문화하고자 했다. 문제는 시장 경쟁이 시작되자 마진이 급속하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50파운드 분량인 개 사료는 배송 전 총마진이 5달러 미만에 불과했다. 따라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소매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이 과제에 대한 답은 화장지, 기저귀와 같은 잡화류 판매였다. 특히 화장지, 기저귀 등은 택배 비용이 무게와 부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의류나 액서서리 같은 제품에 비해 조건이 불리했다. 아마존이 가장 무서워했던 다이퍼스닷컴

다이퍼스닷컴은 기저귀 같은 벌크 제품도 효율적 시장관리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 업체는 기존 온라인 소매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던 아마존뿐 아니라 제조업체인 P&G 자체 사이트인 베이비센터닷컴(BabyCenter.com)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았다. 2009년 다이퍼스닷컴은 매출 1억8000만달러를 올렸으며, 2010년에는 3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2005년 사업을 개시한 후발 업체가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경이적이다. 첫째 성공 비결은 지속적으로 취급 물량을 늘려 나갔다는 점이다. 다이퍼스닷컴은 초기에 제조업체에서 도매가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 자사 사이트에서 주문을 받으면 다시 지역 할인점에서 구매해 배송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할 밖에 없었다. 첫해에는 투자금인 200만달러를 모두 소진했다. 그러나 사업 2년차에는 400만달러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매출 1100만달러를 올릴 수 있었다. 이 현금을 활용해 버지니아에서 첫 번째 배송창고를 임차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에서 도매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규모와 취급 능력을 갖췄다. 가격경쟁력과 품목 다양화를 동시에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2010년 이들은 2만5000가지 SKU(재고품 선반 진열 단위)를 관리하게 됐다. 제조업체 판매 사이트인 베이비센터닷컴은 이처럼 구색을 다양화하기가 어려웠다. 필요한 기저귀는 모두 이 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도서판매 업체인 예스24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둘째, 초기부터 배송 효율화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다이퍼스닷컴은 초기부터 세계적 배송업체인 UPS 물류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UPS 배송 지역에 기반해 자사 배송창고를 배치한 것이다. 또 재고를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소팅 시스템을 갖췄다. 창고 속 물건을 분류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부터 각 소비자 주문에 따라 부피를 최적화해 패키징하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이때 웹밴이 초기에 갖췄던 자동화 배송시스템을 참고했다. 웹밴의 물류배송 시스템을 설계한 인력을 참여시켜 배송업체에서 요구하는 포장 부피에 최적화된 품목 구성을 산출해냈으며, 상품 가격 조정을 통해 이 조합을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패키징 박스 대신 택배회사의 표준규격 박스를 채택했다. 이 공간에 최적 상품 배치를 할 수 있는 자동패키징 시스템을 개발했다. 웹밴의 물류배송 시스템은 잡화 전체에 대한 분류 배송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기저귀 구색에는 효과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익일 배송, 49달러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 가능해졌다. 셋째, 이들이 집중한 품목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소비공동체가 형성되기 쉬운 품목이었다. 출산과 육아 관련 시장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소비자 간에 구전이 빠르다. 포장배송 효율화를 위해 만든 가격 조건은 주위 이웃과 공동구매를 촉진시켰다. 결국 다이퍼스닷컴은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에 대한 배송을 최적화했으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품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했다. 극소 전문몰(micro specialty shop)의 성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발만을 판매하는 미국 재포스(zappos.com)도 2010년 또 다른 온라인 소매 분야 성공 기업으로 부각된 바 있다. 아마존은 결국 다이퍼스닷컴과의 직접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2010년 11월 다이퍼스닷컴 모기업인 퀴드시(Quidsi)를 5억달러에 인수했다. 기저귀 온라인 시장의 전망

온라인 구매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 증가하고, 이들의 소비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 방안이 온라인 탐색능력 강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라인 잡화시장 성장은 계속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부 오픈마켓 판매자가 수입 기저귀와 무상표 기저귀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다이퍼스닷컴 사례처럼 극소 전문몰을 구축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회적 쇼핑의 유행 때문에 소비자의 조직적인 공동구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조업체가 이러한 판매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제조업체는 경쟁사 제품까지 아우르는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사내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거래처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갈등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새롭게 등장하는 온라인 기저귀 판매 전문몰들을 전략적 파트너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대학 교수ㆍ하이테크마케팅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