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예견한 Squam 레이크 그룹 뜬다
노벨상 수상 실러·인도은행 총재 라잔등 15명 | |
기사입력 2013.10.22 17:38:06 | 최종수정 2013.10.23 10:3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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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학이 현실에서 점점 괴리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금융시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신진 경제학자들의 모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면서 유명해진 Squam 레이크 그룹(Squam Lake Group)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화폐금융의 대가인 프레더릭 미슈킨 컬럼비아대 교수, 재정분야 세계적 석학인 르네 스툴즈 오하이오대 교수 등 쟁쟁한 학자들도 이 모임에 참여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도 Squam 레이크 그룹의 주요 회원이다.
처음에는 몇몇 학자들이 모여 금융시장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가 결국 모두 15명의 경제학자들이 뭉쳤다. 이들 15명이 처음으로 모인 곳은 미국 뉴햄프셔주 한적한 휴양지인 Squam 레이크였다. 이 때문에 Squam 레이크 그룹으로 명명했다.
이 그룹 대표 회원인 라잔 총재는 2005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고별파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킬 위험을 지적해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당시 `시장의 신(神)`으로 군림하던 그린스펀 의장에 대한 섬뜩한 경고는 `러다이트(Ludditeㆍ 신기술 반대운동)`로 무시됐지만, 이후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5년 넘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면서 Squam 레이크 그룹 경제학자들은 학계와 정부, 공공기관에서 점점 더 큰 두각을 보인다.
라잔 교수는 고국 인도로 돌아가 중앙은행 총재직을 맡으면서 미국발 출구전략에 대항해 인도 경제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기존 합리적 기대이론에 반기를 들면서 인간의 비이성적 충동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을 불러일으키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로버트 실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Squam 레이크 그룹이 학계에서도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선임된 신현송 교수도 이 그룹은 물론 국제경제학계 내 대표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책임을 신흥국에 떠넘기는 미국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신흥국들이 불균형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를 벌어들인 후, 남은 달러를 미국 국채나 모기지채권에 투자해 금리를 낮춤으로써 미국 부동산에 거품이 끼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위 세계적 저축 과잉론(global saving glut)이다.
반면 신 교수는 유럽계 대형 은행들이 값싼 달러를 미국 가계로부터 조달해 다시 미국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면서 저금리가 이뤄졌다는 세계적 금융 과잉론(global banking glut)으로 맞받아쳐 선진국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신 교수는 왕성한 연구활동과 뉴욕 연준 자문위원 및 국내 정책경험(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통해 한국은행 차기 총재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BIS 초대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선임돼 내년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Squam 레이크 그룹의 힘은 철저한 독립성과 자율성에서 나온다. 공직자로 임명되면 그룹에서 자진 탈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교수는 "우리 회원들은 학자로서 소신껏 논의에 참여하고 어느 정부나 공공기관의 입장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여러 이익단체의 왜곡된 논리를 비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여러 중앙은행이나 공공기관,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등에서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도 "시카고대를 중심으로 한 담수파와 동부 연안 대학들의 염수파 경제학자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힘"이라고 평가했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화폐금융의 대가인 프레더릭 미슈킨 컬럼비아대 교수, 재정분야 세계적 석학인 르네 스툴즈 오하이오대 교수 등 쟁쟁한 학자들도 이 모임에 참여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도 Squam 레이크 그룹의 주요 회원이다.
처음에는 몇몇 학자들이 모여 금융시장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가 결국 모두 15명의 경제학자들이 뭉쳤다. 이들 15명이 처음으로 모인 곳은 미국 뉴햄프셔주 한적한 휴양지인 Squam 레이크였다. 이 때문에 Squam 레이크 그룹으로 명명했다.
이 그룹 대표 회원인 라잔 총재는 2005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고별파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킬 위험을 지적해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당시 `시장의 신(神)`으로 군림하던 그린스펀 의장에 대한 섬뜩한 경고는 `러다이트(Ludditeㆍ 신기술 반대운동)`로 무시됐지만, 이후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5년 넘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면서 Squam 레이크 그룹 경제학자들은 학계와 정부, 공공기관에서 점점 더 큰 두각을 보인다.
라잔 교수는 고국 인도로 돌아가 중앙은행 총재직을 맡으면서 미국발 출구전략에 대항해 인도 경제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자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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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선임된 신현송 교수도 이 그룹은 물론 국제경제학계 내 대표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책임을 신흥국에 떠넘기는 미국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신흥국들이 불균형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를 벌어들인 후, 남은 달러를 미국 국채나 모기지채권에 투자해 금리를 낮춤으로써 미국 부동산에 거품이 끼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위 세계적 저축 과잉론(global saving glut)이다.
반면 신 교수는 유럽계 대형 은행들이 값싼 달러를 미국 가계로부터 조달해 다시 미국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면서 저금리가 이뤄졌다는 세계적 금융 과잉론(global banking glut)으로 맞받아쳐 선진국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신 교수는 왕성한 연구활동과 뉴욕 연준 자문위원 및 국내 정책경험(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통해 한국은행 차기 총재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BIS 초대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선임돼 내년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Squam 레이크 그룹의 힘은 철저한 독립성과 자율성에서 나온다. 공직자로 임명되면 그룹에서 자진 탈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교수는 "우리 회원들은 학자로서 소신껏 논의에 참여하고 어느 정부나 공공기관의 입장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여러 이익단체의 왜곡된 논리를 비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여러 중앙은행이나 공공기관,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등에서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도 "시카고대를 중심으로 한 담수파와 동부 연안 대학들의 염수파 경제학자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힘"이라고 평가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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