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냄비속 물 더 뜨거워졌는데 아직도 못느껴"
[4월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 발언한 매킨지社 돕스 소장, 한국 경제에 再경고] 외국인 투자자 '바이코리아'하는 건 한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일 뿐 제조업 성공에만 안주한다면 뜨겁게 익어버리고 말 것 냄비 뛰쳐나갈 기회 남아 있어 - 금융·서비스 일자리 50만개 만들고 한국 금융, 뉴욕·런던이 아니라 아시아의 시카고가 되도록 노력을 조선비즈 최규민 기자 입력2013.11.22 03:06기사 내용
"물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아직도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제조업의 성공에만 안주해 있다면 뜨겁게 익어버리고 말 것이다."
지난 4월 한국 경제를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라고 표현해 화제를 모은 리처드 돕스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한국이 여전히 위기 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돕스 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라는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하지만 실행은 지극히 더디며, 특히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돕스 소장은 지난 4월 '제2차 한국 보고서―신(新)성장 공식'에서 ▲중산층의 가계 부채 부담 ▲고용 없는 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지목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질 좋은 성장과 경제 민주화가 선순환하는 경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대선 후유증으로 인한 정쟁에 빠져 7개월을 허비했다.
그는 한국이 아직도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서라고요?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는 점점 별개가 되고 있어요. 한국 기업이 잘나가는데 한국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엔저(低)의 파도도 내년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비하면 아직도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높은 수준"이라며 "아베노믹스가 지속되는 한 엔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텐데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돕스 소장은 "개구리가 냄비를 뛰쳐나갈 기회는 남아 있다"고 했다. 수출 제조업 외에 성장을 이끌 축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수출 주도형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공 신화를 썼지만 서비스 분야에도 강점이 있다며 인천공항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한국이 이 같은 강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서비스업을 제조업의 배후 산업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며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50만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는 뭘까요? 품질이 좋으면서 아이폰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죠. 한국은 이처럼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어요. 둘째 강점은 인터넷 등 기술적 강점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아직도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돕스 소장은 "삼성 갤럭시는 안드로이드라는 다른 방법을 통해 애플을 이겼다. 금융도 마찬가지로 틈새를 찾아야 한다"며 "반드시 한국의 금융투자산업이 골드만삭스의 길을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경쟁을 피해 파생상품의 중심지가 된 시카고를 예로 들며 "뉴욕이나 런던이 아니라 아시아의 시카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문제는 실천"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 금융 당국 등이 당파를 초월한 위원회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버나드 블랙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발달된 법률 및 시장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며 한국도 이러한 조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처드 돕스 소장은
리처드 돕스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1988년부터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매킨지의 연구 조직인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으로 임명돼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사무소의 파트너도 맡고 있어 1년 중 반은 런던에서, 나머지 반은 서울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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