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미 출구 전략에 전세계 들썩

ngo2002 2013. 7. 25. 11:07

경제신문은 내친구] 美 출구전략에 전세계 `들썩`
금융위기 이후 크게 풀린 돈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유입…이젠 동시에 빠져나가 `혼란`
기사입력 2013.06.26 17:09:10 | 최종수정 2013.06.26 17:12:50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학교 경제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고등학교 2학년 태욱은 신문을 보다가 미국 중앙은행의 출구전략 우려 때문에 전 세계 증시가 급락했다는 기사를 읽고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미국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다시 상승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고 양적 완화라는 정책을 통해 과감하게 돈을 푼 게 효과가 나면서 주식,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쭉 경제신문을 읽어서 이해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다른 나라 금융시장이 막 요동을 칠까요?

오늘날 글로벌 자본시장은 24시간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돈은 많지만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은 선진국 투자자와 개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이머징마켓 국가들 간의 필요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죠. 선진국들은 이미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물론 음식료, 유통, 전자 등 각종 산업 구조도 이미 성숙해 새로 투자하기가 만만찮습니다. 자기네 땅, 자기네 회사에만 투자해선 큰돈을 벌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립니다. 반대로 아직 개발을 많이 해야 하는 나라에선 선진국 금융회사에서 돈을 꾸거나 투자를 받아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산업을 육성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시장을 앞다퉈 개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본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해외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수익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핫머니(단기 투기자금) 때문이죠. 기회만을 엿보며 초단기 투자를 일삼는 핫머니는 돈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기 때문에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큽니다. 특히 돈이 일시에 빠져나갈 때 큰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2008년 미국이 유례없는 금융시장 위기를 겪은 후 미국 중앙은행은 엄청나게 돈을 풉니다.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내려 금융사들이 중앙은행에서 사실상 공짜로 돈을 빌려갈 수 있게 하고, 이른바 1차ㆍ2차ㆍ3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달러를 거의 무제한으로 찍어냈습니다. 한 달에 약 85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돈입니다. 이 돈은 미국 국내 부동산과 일자리 창출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 개방된 자본시장의 돈길을 따라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수차례에 걸쳐 핫머니들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라는 된서리를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1%대 중반까지 하락하면서 선진국에서 돈 벌 기회가 신통치 않자 계속 이머징마켓 쪽으로 돈을 옮겼습니다. 금리를 5~8%씩 주는 나라가 많거든요. 그 결과 2009년 이후에 이머징마켓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무려 1조달러, 한화로 1030조원에 달하는 돈이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지로 흘러 들어갔다고 합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보유 규모는 413조원, 채권 보유 규모는 98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돈이 계속 흘러 들어오고 있을 때는 파티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몰려든 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중앙은행이 마냥 돈을 풀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돈을 무작정 찍어내면 인플레이션, 자산 거품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유동성을 회수해야 합니다. 미국 고용률, 부동산 가격 등 경제지표가 좋아지자 버냉키 의장은 이젠 더 이상 돈을 안 풀어도 되겠다는 정도는 아니어도 돈을 푸는 속도를 좀 줄여도 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 경제가 바닥에서 좀 기어올라왔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파티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제 끝날 시간이 됐네. 그러면 좁은 입구가 붐비기 전에 내가 먼저 나가야지"라고 서두르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모두가 서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머징마켓으로 흘러갔던 돈이 다시 빠르게 방향을 틀어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둘째주 한 주 동안에만 21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빠져나갔습니다.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그 돈은 주식, 채권을 팔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의 핫머니가 주식과 채권을 대량 매도한 뒤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이 최근 급락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아직 미국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은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일러야 2~3년은 걸린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은 좁은 통로에서 서로 먼저 빠져나가느라 아우성을 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은 규모가 크고 투자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살 때는 야금야금 살 수 있어도 일시에 팔고 떠나기가 힘듭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게 되면서 세계 경제가 안정된다면 우리 증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출이 다시 늘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는 몰려들어왔던 돈이 급하게 방향을 바꾸느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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