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2.

ngo2002 2013. 7. 24. 09:45

로잔공대·IMPRS "세계 학생들과 머리 맞대라"…융합형 창의인재 키워
절반이 `외국인`…교류·협력하며 함께 성장
박사학위 따면 돈주며 해외로 나가게 유도
"다양한 아이디어 모이니 성과도 좋더라"
기사입력 2013.07.15 17:35:35 | 최종수정 2013.07.15 19:28:24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② ◆

유럽의 MIT로 평가받는 로잔공대는 120여 개국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화를 나누며 공부하고 있다. 로잔공대 롤렉스센터에 모여 과제를 토론하고 있는 스위스와 미국, 벨기에 학생들. <원호섭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스위스 로잔공대 캠퍼스 한가운데에 위치한 `롤렉스센터`.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곡면으로 이어진 롤렉스센터의 도서관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책을 보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학생 4명이 노트북을 켜놓고 교수가 내준 과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명은 스위스인, 나머지는 각각 벨기에와 미국에서 온 학생이었다.

벨기에에서 온 루이자 이마달로 씨(25)는 "워낙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며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로잔공대에는 현재 학부생부터 박사과정생까지 모두 9508명이 재학 중인데, 이 중 외국인 비율은 47%에 달한다. 특히 연구인력의 핵심인 박사과정 재학생 2041명 중 외국인은 1225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임종은 로잔공대 국제협력담당관은 "유럽과 미국 대학 중심으로 대학평가를 하면 로잔공대는 외부 교류협력과 외국인 비율에서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며 "120여 개국 학생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MIT로 불리는 로잔공대의 경쟁력은 이처럼 해외 인재를 적극 영입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외국 인재 유치뿐 아니라 그 반대의 모습도 뚜렷하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반드시 외국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임 담당관은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이곳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할 수 없다"며 "한 곳에서만 배우지 않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인력순환(Circulation)`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실에서만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시야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운영하는 독일 막스플랑크국제학교(IMPRS)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IMPRS는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인근 대학과 함께 박사과정 학생을 뽑은 뒤 연구, 수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가 정부 출연연구소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 교외에 위치한 양자공학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찾았을 때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신 슈프린 박사는 독일인 마이클 잡스트 IMPRS 연구원과 함께 레이저를 이용한 물리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슈프린 박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 관심이 많아 캐나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곳에 왔다"며 "여러 나라에서 온 IMPRS 학생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레이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자공학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IMPRS 연구원은 50명.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외국인이다.

IMPRS의 니컬러스 카르포위츠 박사는 "장학금과 거주비용 등을 연구소가 지원해주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학생들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넉넉한 지원에 힘입어 IMPRS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넘쳐난다. 한 명의 박사과정을 뽑는 데 전 세계의 유능한 연구원들 40~50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다. 2006년 이후 양자공학 막스플랑크 연구소 IMPRS 학생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은 80여 건에 이른다.

IMPRS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협력연구를 위해 IMPRS를 방문한 중국인 자오젠 씨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연구를 하니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다"며 "연구실 간 벽도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IMPRS는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IMPRS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 해외에 있는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협력 연구를 지원했을 때 연구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IMPRS에 공동 연구나 새로운 연구를 제의하는 교수나 학생이 있으면 연구비를 전액 지원해 주기도 한다.

카르포위츠 박사는 "이곳을 거쳐 가거나 함께 연구한 사람 등을 통해 관련 분야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과학자의 지식이 순환되면서 IMPRS가 관련 분야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매경-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기획

[스위스 로잔ㆍ독일 뮌헨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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