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위기의 경제팀 리더쉽

ngo2002 2013. 7. 11. 09:29

위기의 경제팀 리더십…9분기째 0%대 성장에도 대책 못내놔
할 말도 못한 채 정치권에 끌려다녀
기사입력 2013.07.10 17:49:33 | 최종수정 2013.07.11 09:13:49

◆ 위기의 경제팀 리더십 ◆

정부 경제팀의 `리더십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새 정부의 각종 경제대책에도 심리는 살아나지 않은 지 100일이 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분기 연속 0%대 성장은 확실시된다. 그런데도 정부 경제팀은 경각심이 없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 등 포퓰리즘 앞에 경제논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발표한 4ㆍ1 부동산대책, 5ㆍ15 투자활성화대책 등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적으로 대립되는 문제는 경제논리를 내세우기보다 적당히 타협하려는 경향도 짙다. 통상임금 조정안, 의료산업 규제 완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고 피해가면서 쉬운 것들만 먼저 하려는 `성과주의`가 새 정부 경제팀의 기조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에 대해 지난 9일 날카롭게 지적했다. 취득세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의 역할론을 주문한 것은 `각 부처의 입장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를 위한 경제논리를 정리해서 추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는 것이다.

위기론의 첫째 이유는 새 정부의 각종 경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절벽이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ㆍ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6주와 5주 연속 하락하면서 본격 하강하는 추세다.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2분기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0.9%로 1%를 넘기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9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경제팀의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논리 앞에 경제팀의 경제논리는 `실종 상태`다. 정부가 4ㆍ1 부동산대책 때 내놓은 부동산 수직증축 리모델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부동산 관련 법안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여당의 지지 기반인 부자들만을 위한 대책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경제팀은 이들 대책이 중산층 몇 명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 부동산 시장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지금 경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단을 못 내리고 정치적인 판단만 한다는 것"이라며 "취득세 영구 인하 문제만 보더라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나 지방재정 안정과 같은 두 가지 정책목표가 대립할 때 하나를 과감히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확고한 철학 없이 그저 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 같다"고 했다.

[신현규 기자 / 전범주 기자 /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 7대 제언, 경기부양 선제적으로…갈등현안은 단호히 매듭
기사입력 2013.07.10 17:41:36 | 최종수정 2013.07.11 08:02:10

새 경제팀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지적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언론사 논설의원 간담회에서 "경제정책 내놨다고 경제가 바로 좋아지면 어떤 나라가 경제에 어려움을 겪겠느냐"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이미 학계와 정부, 그리고 여야에서는 `위기감이 부족하다` `정치 앞에 경제논리를 굽힌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매일경제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들은 정부 경제팀 리더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7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갈등 현안에 대해 여야 눈치를 보지 않는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우선순위가 높은 현안들은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외국인투자촉진법 무산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지난 5월 내놓은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이 법을 개정해 GS칼텍스,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이 외국계 법인들과 합작해서 첨단 신소재인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이 법안은 무산됐다.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경제팀 리더십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 정책을 하겠다고 말만 해놓고 정작 국회 설득 작업에 소홀했다고 비판한다.

국내 대형 자동차부품회사 CEO는 "정부는 투자를 늘리라고 하지만 실제 통과된 법안을 보라"며 "새 정부 들어 통과된 법안은 60세 정년 연장, 유해 화학물질 과징금 등 환경ㆍ노동 규제들이었다"고 꼬집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진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지만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통상임금 문제를 넣어서 기업 비용 증가와 노동자 임금 감소를 재정으로 메우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민감한 갈등 사항이라 현 부총리가 몸사리기를 했다는 비판만 나오는 상태다.

작은 것부터 해결해서 성과를 쌓을 생각을 하지 말고 큰 것들을 해결해야 심리가 산다는 조언도 있었다. 의료산업 규제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복합리조트 사업 등은 청와대나 경제부처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안건들이지만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한 금융회사 CEO는 "작은 것부터 해서 성과를 내려는 `성과주의`가 경제팀 내에 팽배해 있다"고 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으로 만들어가자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라면 경제팀이 성과를 냈다는 주장은 하기 쉬워도 실제 경제 심리가 살아나는 효과는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성과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정부 내부 분위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는 "아래 직원들이 사심 없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져줘야 한다"며 "잘되면 자기 공, 안 되면 관료 탓을 하니 어떤 공무원이 리스크를 지고 국가를 위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장기 불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 경기 부양책을 실천하라는 제언도 나왔다. 지금 경기 상황은 미국 출구전략 시사 등으로 인해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기 때문에 경기 부양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한국은행 금리 인하,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등 정책들이 발표된 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책효과가 나기까지는 2분기 정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정부의 경제동향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다소 낙관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서는 넉 달 만에 `저성장`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대신 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 부총리는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고 급기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규제와 세무조사 등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경제논리를 내세워서 선을 그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직 관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서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고 있을 때 경제부총리는 그를 말리고 조율하는 일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울타리를 명확히 해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비즈니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경제가 살고 세수도 늘어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새 정부 경제팀에 대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뚜렷한 경제성장률 침체나 각종 경제지표상 심각한 악화가 나타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성적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은 "새 정부 들어 워낙 경제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경제부총리가 초기부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조목조목 챙기면서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이라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이고, 국가경제를 위해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는 현 부총리 리더십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도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놓고 드러내서 국회를 공격하는 리더십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며 "현 부총리가 뒤에서 다독이며 조화를 이끌어 내는 스타일이라 오해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강직한 주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6월 국회에서는 많은 경제 현안들이 통과되지 못했다는 점은 리더십의 공백으로 지적된다.

[신현규 기자 /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대 경제수장들은…"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나"
위기때 뚝심으로 정면돌파
기사입력 2013.07.10 20:44:43 | 최종수정 2013.07.10 21:17:10

◆ 위기의 경제팀 리더십 ◆

역대 경제수장들은 위기 때마다 강행 돌파를 피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치권을 향해 포문을 열기도 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2004년 2월~2005년 3월)은 국익을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압박하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던 2004년 4월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 고유 판단 사항"이라면서도 "하지만 5월 13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전까지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져 노 대통령이 총회에서 개회 연설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ADB 총회에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이므로 사법 당국이 나서 달라는 이헌재식 화법이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2009년 2월~2011년 6월)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한 의원이 외환위기 시절 윤 전 장관 경력을 거론하면서 "금산 분리 완화 시 어떤 폐해가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윤 전 장관은 "대주주 여신한도라든지 대책이 있고, 내부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제조업 중심 현금성 자산과 금융 자본 간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하냐"고 역으로 되물었다.

앞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재직 시절에는 "이 돈은 금융자본, 저 돈은 산업자본으로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금산 분리 완화가 악용될 소지는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은 안 된다"고 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1999년 5월~2000년 1월)은 1999년 9월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 연수회 자리에 참석해 당시 이슈였던 재벌 개혁 문제를 언급했다. 일반 국민을 향해선 "재벌이라는 존재가 부의 편중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도 재벌기업 제품은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2월에는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경제 수장은)대통령 뜻은 받들되,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실현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며 "집단이기주의에 끌려다니지 않는 용기와 소신이 없으면 책임장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2000년 8월~2002년 4월)은 2001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그는 그해 5월 "외국과 협상이 진행 중인 몇몇 기업의 문제는 채권은행단이 이달 내 매듭을 짓도록 하고 안 되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며 채권단과 기업을 압박했다.

이어 10월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현대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쌩쌩 달리고 있는데 대우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일로 대우차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렸지만 당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라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