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식품유통 제3의물결 `로컬푸드` (上)

ngo2002 2013. 8. 7. 10:12

세계는 로컬푸드 熱風…한국은 걸음마
전용매장 日 1만6000개…한국은 고작 20개
식품 유통개혁 주도할 제3의 물결로 급부상
기사입력 2013.08.06 17:45:40 | 최종수정 2013.08.06 20:04:30

◆ 식품유통 제3의물결 `로컬푸드` (上) ◆

도쿄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지바현 쇼이카고 JA(일본농협) 직거래 장터. 지난달 말 찾아간 이곳 매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장을 보러 나온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근처 지바시에서 왔다는 호시나 하루코 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장터에 나와 물건을 구입한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쇼이카고 점포의 이시이 신지 점장은 "로컬푸드는 농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대형마트ㆍ슈퍼마켓 등 다른 유통 채널과 당당히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로컬푸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지 인근에서 소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로컬푸드운동은 2000년대 이후 시스템화ㆍ조직화 과정을 거치며 전 세계 농산물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6일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로컬푸드 매장 수는 1만6816개에 이른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매장 수(1만5218개ㆍ올해 3월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에서도 로컬푸드의 상승세는 무섭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농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인 `파머스마켓`이 1994년 약 1700개에서 지난해 7800여 개까지 늘었다.

장거리 운송에 시달린 농산물이 아닌 인근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제품이라는 점뿐 아니라 유통 단계를 확 줄였다는 측면에서 로컬푸드는 밥상과 농산물 유통에 혁명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유통 구조 개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로컬푸드가 기존의 주류 유통망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로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농산물 유통 단계 축소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피부에 와닿게`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해가며 여러 차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국내 로컬푸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농가들이 일손 부족,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직매장 개설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 보니 산지 도매인에게 대량으로 납품하는 방식이 고착돼 있다.

그나마 농협과 영농조합이 지난해부터 로컬푸드 싹을 틔운 이후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까지 이 시장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농협은 현재 20개인 로컬푸드 직매장 수를 올해 20~30개로 늘리고, 2016년까지 1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도 로컬푸드 운영 지역을 기존 경북ㆍ경남ㆍ전북ㆍ전남 등 4개 권역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 8개 권역으로 늘리고, 매입 금액도 지난해 100억원 규모에서 2014년 7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생산자, 소비자 양측에 모두 이롭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다. 생산자는 유통단계 축소로 소득을 늘릴 수 있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운송거리가 짧아져 탄소배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로컬푸드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품목 다양화뿐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생산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장 확대에만 급급해 다른 지역 농산물을 취급한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유통할 경우 로컬푸드는 활성화되기도 전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의 초기 형태인 직거래 시장이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시작됐지만 최근의 형태로 발전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모든 도시에서 인근에서 생산한 채소를 먹을 수 없는 만큼 로컬푸드를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로컬푸드 하면 일반적으로 대형 직거래장터만 떠올리지만 생협, 밥상꾸러미 등 다양한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과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로컬푸드 :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수산물로 흔히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수산 상품을 지칭한다. 생산지와 소비자 간 배송 거리 및 유통 단계를 줄여 식품의 신선도가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진다.

[심윤희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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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민-소비자 농산물 직접거래 "밥상이 값싸고 신선해져요"
`로컬푸드 1호` 전북 용진농협 매장 가보니
복잡한 중간유통 생략 농민이 직접 매장 진열…그날 채소 그날만 팔고 가격도 20 ~ 40% 저렴
기사입력 2013.08.06 17:30:14 | 최종수정 2013.08.06 20:20:08

◆ 식품유통 제3의물결 `로컬푸드` (上) ◆

지난달 말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이곳을 찾은 지역 주민들로 붐비고 있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은 인근 농민들이 그날 아침 수확한 후 가져온 것이라 싱싱할 뿐 아니라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덕택에 가격도 인근 대형마트보다 최고 40% 저렴해 인기가 높다. <김태성 기자>
로컬푸드는 종종 `신토불이` 운동에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농민들이 산지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직접 판매하고, 업체들이 유통단계를 줄여 `빠르게` 운송하는 로컬푸드는 소비 촉진 차원의 신토불이 운동보다는 더 진화한 유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로컬푸드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지난해부터 속도가 붙고 있다.

농협, 영농조합부터 대형마트, 슈퍼까지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시간을 단축하는 로컬푸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농협이다. 도매상과 중간상, 소매상을 거쳐 매장에 들어오던 농산물 유통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했다. 대신 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로컬푸드 전용매장`을 운영한다. 중간 단계에서의 마진은 농민에게 돌아간다. 이마트는 농민이 직접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신 생산자가 원거리 물류센터가 아닌 가까운 점포로 납품해 당일이나 익일 신선한 상품을 구매하는 넓은 의미의 로컬푸드 점포를 실험 중이다.

지난달 말 새벽에 찾은 전북 완주군 용진면의 로컬푸드 직매장 앞에는 채소로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 찾아온 농민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생기 있고 강렬한 푸른빛을 띠고 있는 상추와 고추, 깨끗이 손질된 당근과 콩은 모두 이날 아침 이곳에 오기 직전 밭에서 수확해온 것이다.

오전 6시 매장 문이 열리자 일제히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발 빠르게 손님들 눈에 가장 띌 만한 매대를 찾아 가져온 농산물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제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는 모두 농민들이 직접 값을 정해 바코드 기계로 인쇄해 온 것이다. "이렇게 싱싱한 고추는 도시에서는 못 먹는다"며 갓 따온 고추를 자랑하던 박복림 씨는 "재래시장에 가져다 팔 때보다 훨씬 많이 벌어 요즘엔 농사짓는 게 신바람이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저렴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가의 소득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가격을 매기는 것부터 매장에 농산물을 진열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지역 농민이 모두 도맡아 하고, 상추 등 신선 농산물의 경우 `그날 수확한 것은 당일만 판매한다`는 일일 유통 원칙을 철저히 지켜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먹거리 유통창구로 확고히 자리잡은 것이다.

2층 규모의 하나로마트 매장 1층을 로컬푸드 전용 매장으로 바꿔 선보인 이곳은 과거 마트만 있을 때보다 월평균 매출이 9.3%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정완철 용진농협 조합장은 "직매장 전환 후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1년간 거둔 총매출 102억원 중 80%가 로컬푸드 코너에서 나왔다"며 "코너에 있는 농산물이 모두 완주군에서 생산된 만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내에서 수확한 지역 먹거리만 취급하고 상추 등 신선 농산물은 하루, 가공식품은 기존 유통기한의 절반 기간만 유통하는 `신선 제일` 원칙을 고수한 덕에 지역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당일 수확 당일 소진`을 지키지 않고 전에 수확한 채소를 다시 가져오는 농민은 매장 출하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축산과 냉동식품 등 일부 가공식품 매대를 제외하면 채소용 냉장 쇼케이스가 아예 없다.

거기다 공판장이나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재배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 형태라 값도 인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저렴하다.

이중진 용진농협 상무는 "가격은 농민들이 직접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매기는 경우에는 농협 차원에서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매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로컬푸드 매장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전주 송촌동에서 온 김정숙 씨는 "차를 타고 15분 넘게 와야 하지만 채소의 질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 자주 들른다"며 "지역에서 나온 콩으로 만든 두부 같이 여기 아니면 찾을 수 없는 가공식품도 많아 마트보다 낫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자(농민)와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진 것은 이 매장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힌다. 각 매대에는 그 농산물을 재배한 농민들의 사진과 이름, 휴대폰 번호까지 적혀 있다. 용진농협이 내건 `이름 있는 먹거리`라는 슬로건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정원철 용진농협 조합장은 "생산량이 적어 공판장에 농산물을 팔기 어려워 재래시장을 찾아야만 했던 60ㆍ70대 농민들이 로컬푸드 직매장 덕택에 소득도 늘고 활기를 찾았다"며 "농촌 고령화로 갈수록 시장에서 밀려나는 농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농촌복지`로서의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완주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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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안거치고 매장직행…생선도 4시간내 소비자 손에
대형마트도 로컬푸드
기사입력 2013.08.06 17:30:30 | 최종수정 2013.08.06 20:32:47

◆ 식품유통 제3의물결 `로컬푸드` (上) ◆

박재현 이마트 금정점 수산매니저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벽에 경매한 생선을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마트>
"갑오징어 좀 작은 거 한 개, 가오리 한 개." 지난 6일 새벽 6시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생선상자를 앞에 둔 중도매인들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4만7000원에 68번!" "14만7000원에 104번!"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생선상자들은 바로 도매상 쪽으로 실려 나갔다. 이날 6시 20분에 경매된 생선은 30분 후 1t짜리 냉장탑차에 실려 이마트 금정점으로 출발했다. 이마트와 거래하는 중도매인인 국민상사 민병욱 대리는 "소분할 필요가 없는 생선은 바로 싣는다"며 "인력이 적게 들수록 유통 마진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생선들은 차량으로 20분~1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권역 8개 점포로 배송해 오전 10시 점포 오픈에 맞춰 진열한다. 박재현 이마트 금정점 수산 매니저는 "이 매대에서 나오는 매출만 하루 150만~200만원 된다"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물건이 안 들어오는 날과 매출이 2배까지 차이 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1년부터 부산 호남 경북 강원 제주 5개 포구 권역에서 새벽에 경매한 수산물을 지역에 직송하고 있다. 이날 수산시장에서 갓 경매된 생선들은 언뜻 보기에도 눈이 또렷하고 빛깔이 선명했다. 과거에 상품을 중앙 물류센터로 모았다가 다시 각 점포로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서다.

이마트 로컬 수산담당 김상민 바이어는 "수도권에서는 배송시간 때문에 냉동해 스테이크용으로 판매했던 참치를 부산지역에서는 갓 잡은 후 지역 점포에서 회로 떠 판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어시장 직송 판매 제품은 가격도 일반 생선보다 저렴하다. 이날 일반 점포에서 판매된 눈볼대는 마리당 3280원, 로컬푸드 시행점포에서 판매된 같은 생선은 2780원이었다. 김 바이어는 "물류센터로 보낼 때는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더 채워넣고 생선을 손질하는 데 드는 인건비, 포장 재료비, 물류센터로 보냈다 다시 돌아오는 왕복 운송비용 등이 추가됐지만, 로컬푸드는 이런 부대비용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수산물은 중도매인과 직거래하고, 농축산물은 생산자로부터 직매입해 로컬푸드 점포를 운영한다. 생산자가 산지수집상에 넘기고 다시 도매시장, 중도매인, 협력사를 거쳐 점포로 들어오던 유통구조가 생산자가 이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마트는 2009년부터 지역 채소를 가까운 지역점포에 공급하는 로컬푸드 점포를 운영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까지 범위를 넓혔다.

무농약 농가 18개가 모인 부산 강서구 강동동 부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부산지역 8개 이마트 점포에 상추와 깻잎을 공급한다.

현재 이마트에서는 80여 개 점포에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30여 개 점포를 추가하고, 친환경 농산물 매입 점포도 25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최성재 이마트 식품본부장은 "로컬푸드는 중앙 매입방식을 보완하고 매입구조를 다양하게 하는 차원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 이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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