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1

ngo2002 2013. 7. 24. 09:44

알토大는 모바일창업 사관학교
기사입력 2013.07.14 18:04:57 | 최종수정 2013.07.14 20:03:59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① ◆

스위스 로잔공대에 위치한 `사이언스 파크.` 이곳에 입주해 있는 의료 벤처기업 `아레바 뉴로테라픽스`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자체 개발한 `뇌 전기 자극` 기술이 올해 초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수전증이나 강직 현상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이 회사의 안드레 메르카지니 대표는 "기존 기술보다 월등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며 "내년 유럽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는 2008년 메르카지니 대표(33)가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에 설립한 회사다.

연구를 하며 개발한 뇌 전기 자극 기술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시도한 것. 하지만 당시 유럽 경제위기로 돈줄이 끊어져 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이런 그를 도운 것은 로잔공대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이노그랜트(innogrant)`였다.

1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고 경영전략 컨설팅도 받았다. 덕분에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는 박사급 인력까지 채용하는 등 10명이 일하는 벤처기업으로 컸다.

핀란드 알토대를 졸업한 자르노 코포넨(22)은 최근 천군만마를 얻었다. 음성 무료 통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스카이프`의 창업 멤버 야누스 프리스가 코포넨이 만든 회사인 `퓨처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함께 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9년 학부생이던 코포넨은 구글, 아마존 등 유명 포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물만 나온다는 점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알토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업 사우나(startup sauna)`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퓨처풀이라는 앱을 개발해냈다.

그는 "창업 사우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벤처 설립은 요원했을 것"이라며 "다양한 앱을 개발해 회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소국으로 평가받는 스위스와 핀란드 대학가의 벤처 창업 열기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못지않다. 핀란드 알토대의 경우 학내 창업이 1년에 평균 40개에 달할 정도다. 로잔공대 신경재활치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준승 씨(27)는 "학생들의 창업 의지가 한국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시작한 벤처기업은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스위스와 핀란드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 속에서도 스위스와 핀란드는 각각 1.0%와 2.1%의 성장률을 보이며 유로존 평균(0.9%)을 웃돌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두 나라 모두 활발한 창업으로 만들어진 중소ㆍ중견기업 덕분에 경제구조가 탄탄해졌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대기업 중심 성장 구도에서 벗어나 벤처ㆍ중소기업 활성화에 초점을 둔 `창조경제` 구현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은 지식이 창출되는 대학에서 활발한 창업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핀란드와 스위스처럼 대학이 창업의 요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창업으로 연결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고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잔(스위스) = 원호섭 기자 / 에스포(핀란드) =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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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실패의 날` 모여 창업실패 경험 나눕니다"
핀란드 알토대 `창업 사우나` 통해 90개 기업 세상으로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그랜트` 생활비 받으며 창업 열중
기사입력 2013.07.14 18:05:03 | 최종수정 2013.07.15 07:41:52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① ◆

지난달 1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16㎞가량 떨어진 에스포시에 위치한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 숲속에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붉은색 벽돌로 지은 아담한 단층 건물 `알토 ES(Entrepreneurship Society)`와 마주쳤다. 건물 벽에 `창업 사우나(startup sauna)`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학생 3명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전자책 읽기를 향상시키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파스트르(Fastr)`라는 창업준비팀의 구성원들이다. 이 팀의 일원인 엘다스 로기노프스는 "전자책 독서를 즐기면서도 읽는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전자책 시대에 독해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용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알토 ES는 2009년 알토대 학생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창업지원 조직이다. 지금은 다른 유럽 학생들과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북유럽 벤처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알토 ES가 운영하는 핵심 사업이 바로 창업 사우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팀들은 정보와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매년 30개가량 팀이 집중 멘토링을 받으면서 알토 ES 건물에서 자유롭게 창업을 준비하게 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창업 사우나를 통해서만 90여 개 기업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사우나는 사우나를 할 때 땀에 흠뻑 젖는 것처럼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지난 6월 시작한 이번 여름 시즌에 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팀은 모두 10개다. 이들은 9주 동안 이곳에서 제품 개발을 진행하면서 창업을 구체화한다.

지난달 19일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에 있는 창업 준비 공간인 알토 ES에서 창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제품 개발 방향을 놓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김미연 기자>
각 팀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며 각 분야 전문가 멘토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날 멘토 자격으로 창업 사우나를 찾은 아페 포하비르타 핀란드 모바일협회 이사는 학생들에게 "항상 `왜`라는 질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알토 ES 대표를 맡고 있는 엘리나 우텔라 씨는 "기업 경영자 외에도 문화, 교육, 기술 등 다양한 분야 멘토들을 섭외해 창업 지원 강연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 창업 아이디어를 잘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알토 ES의 창업 지원 활동은 핀란드 국경을 넘어선다. 지난해는 유럽 각국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창업 관련 교류의 장인 `슬러시 콘퍼런스(slush conference)`를 주관하기도 했다. 일부 창업 준비 학생들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스타트업 라이프(startup life)`도 진행하고 있다.

알토 ES에 모인 학생들은 매년 10월 13일을 `국제 실패의 날`로 정했다. 이날은 창업 실패, 아이디어 구상 실패 등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만드는 날이다. 엘리나 대표는 "창의력은 어디서 불쑥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과 구상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라며 "우리는 이런 끝없는 노력과 실패의 과정 속에서 성공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을 찾아내기 위해 실패의 날을 만들었다"고 했다.

스위스 로잔에서 레만 호수를 따라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넓은 들판 사이로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이 군데군데 늘어선 학교가 나타난다. 스위스 과학기술을 이끌고 있는 로잔공대다.

지난달 26일 로잔공대에서 기술사업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이언스파크`와 `이노베이션스퀘어`를 찾았다.

건물마다 로지텍, P&G,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노베이션스퀘어에는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가 주로 입주해 있고, 사이언스파크에는 학교 연구실이나 학생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벤처기업 100여 사가 상주해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기초지식뿐 아니라 기업과 함께 연구하며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체험한다.

`아이디어가 사업과 만나는 곳`. 로잔공대의 슬로건에는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으려는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로잔공대의 3대 목표에는 교육과 연구 외에 기술이전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로잔공대는 1986년부터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썩히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로잔공대가 자랑하는 기술사업화 지원제도는 크게 `기술이전사무소`와 `산업협력` `이노그랜트(innogrant)` 시스템으로 나뉜다. 기술이전사무소는 특허관리와 라이선스 등록을, 산업협력은 학생들이 사업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기업과 연구실의 협력 연구를 지원한다. 이노그랜트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고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매달 월급을 지원한다. 2008년 이노그랜트의 도움으로 의료 벤처기업 `아레바 뉴로테라픽스`를 창업한 안드레 메르카지니는 "당시 이노그랜트에서 창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회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마우스 기업 로지텍도 시작은 30년 전 로잔공대의 사이언스파크에서 학생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작은 벤처회사에 불과했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외협력처 한국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 임종은 박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업화를 통해 사회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로잔공대에서 창업한 회사는 모두 156사에 달한다. 매년 평균 12개 벤처회사가 새롭게 등장하며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매일경제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기획

[로잔 = 원호섭 기자 / 에스포 =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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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려워 않는 문화 만드는게 중요…창업지원, 조건 안달아
에레 레브레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그랜트 총괄
기사입력 2013.07.14 18:05:08 | 최종수정 2013.07.14 20:54:29

◆ 창조경제의 요람 유럽대학 ① ◆

"대학에 기업가정신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문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창업은 요원한 일입니다."

스위스 로잔공대 이노베이션파크에서 만난 이노그랜트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 에레 레브레 박사는 "유럽의 대학생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편"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기업가정신이 대학 곳곳으로 퍼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그랜트는 창업을 원하는 교수나 학생에게 조건 없이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스위스의 한 은행이 학교를 위해 내놓은 100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삼아 만들어졌다. 레브레 박사는 "로잔공대에는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노그랜트 프로그램을 만든 뒤 지난 7년간 56개 아이디어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25개 새로운 회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랜트 펀딩의 대상자가 되면 교수와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1년간 창업에만 열중할 수 있다. 창업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받은 돈을 학교에 반납할 필요가 없다. 레브레 박사는 "이노그랜트의 펀딩을 받으면 연구나 수업에서 제외된다"며 "1년간 생활자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돈 걱정 없이 창업 준비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혜택에 힘입어 이노그랜트 프로그램에 창업을 하겠다며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연간 40~50건에 달한다.

[로잔(스위스)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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