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근우 기자의 경제학으로 세상읽기]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을까

ngo2002 2013. 6. 28. 15:32

이근우 기자의 경제학으로 세상읽기]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3.05.06 10:58:02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부탄 왕국을 먼저 생각해보라고 일갈한다.

히말라야 산맥 동부에 위치한 부탄 왕국은 전체 면적이 3만8394㎢로 우리 나라의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다. 인구 또한 70만 명으로 아주 작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불에 불과하지만 행복지수는 전 세계 1위다. 1972년부터 통치자였던 지그마 싱계 왕추크 국왕은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일을 하던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던 간에,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한다 해도 결국 평화, 안전, 행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이것이 바로 국민총생산(GDP : Gross Domestic Product)와 대비되는 국민총행복(GNH : Gross National Happiness)의 핵심가치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국민들의 행복과 평화이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는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이 2006년의 행복도 조사에서 178개국 가운데 103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뒤집어 쓸 때 국민소득 1200불이던 이 나라는 8위에 올랐다.

<필리핀 팔라완 빈민가에서 만난 아이들>
그렇다면 우리가 부탄에 가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국민행복지수 1위라는 정부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탄의 이면에는 왕정, 소수민족 박해, 낙태, 여자아이 살해, 쇄국 정책 등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 체제와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부탄의 국민행복지수 1위의 배경에는 물질을 배격하는 높은 정신세계나 정치체제에 기인하기 보다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부탄은 전통적인 수공예품과 농업, 관광 등 전통적인 산업 이외에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인도에 팔아서 먹고 사는 나라다. 해발 860미터 높이 왕추후강에 설치된 92미터 높이, 22킬로 길이의 터널을 보유한 탈라 댐은 부탄 경제의 핵심이다. 선진국 원조를 받아 만든 6개의 170메가와트 발전 설비를 통해 부탄의 국가 전체 소득은 거의 두 배로 늘어 났다. 부탄의 국가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2005년 8%, 2006년 14% 성장했다. 2007년에는 전세계에서 두 번 째로 빨리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고매한 기질도 중요하지만 국민행복지수 1위의 배경에는 물질적 욕구 충족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물질적인 뒷받침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절대 빈곤에 시달려선 안 된다. 1990년대 후반 EU(유럽연합)에서 조사한 회원국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소득 상위층 25퍼센트 가운데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소득 하위층 25퍼센트 가운데 그렇게 대답한 사람들은 23%에 불과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인 로버트 프랭크 교수가 지적했듯이, "소득 수준 하위 5퍼센트에서 상위 5퍼센트로 옮겨가는 것만큼 행복도를 크게 높여주는 삶의 변화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을수록 계속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많아지면 행복해질 가능성은 높지만 일정한 경계를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부는 행복을 재는 척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돈이 제 아무리 많아도 하루 세끼 이상 먹을 수 없다. 비까번쩍한 저택에서 살고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돌아다녀도 다른 사람들이 쳐다봐 줄 때 으쓱할 뿐이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트위터에 남겨 화제가 됐듯이, 재벌가 회장님도 집에선 맨밥에 김치 먹고, 와이프한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다가 "바빠욧. 전화 끊어!"라고 핀잔 듣기 일쑤고, 방바닥에 벌렁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는 것은 다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 비춰진 재벌 회장님과 실제 회장님의 삶은 다르다. 트위터를 통해 엿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실제 삶. 2010년 2월6일자 매일경제 보도>
예전에 VIP 만찬장에서 국내 재계 서열 10위 내 회장 2명이 서로 농담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나이가 어린 부회장이 옆 자리에 가서 "형, 이 배 좀 봐. 이게 다 뭐야" 하며 앞으로 툭 튀어나온 배를 만지자, "야!, 아이씨. 그만 놀려라. 안 그래도 살이 계속 쪄서 죽겠는데" 하며 울상을 지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는 고민은 다 마찬가지란 얘기다. 오히려 가진 게 많으면 많을 수록 채워 넣을 것보다 잃을 게 많아서 더 불행해진다. 회사일로 구속됐다가 극도의 우울증에 몸무게가 20킬로나 불어버린 채 병원에 누워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보면 인간적으로 측은지심까지 느껴진다. 그가 행복해 보이는가.

대니얼 케너만 등 행동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행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말을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처럼 부가 높아질 수록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태껏 돈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부자라서 좋겠다는 말에 동의하는 슈퍼리치들을 본 적이 없다. 하나같이 똑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저, 돈 별로 없어요."

한국인들의 불행 지수가 최근 높아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과거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내 떡은 커지지 않고. 양극화, 소득 격차란 말과 함께 괜히 남의 떡만 커져 보이는 게 아닐까.

행복을 위해 또 중요한 게 주변 사람과의 비교, 다시 말해 기대치이다.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이 대개 불행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더 부유하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나와 비교가 가능한 사람들, 즉 나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부유해질수록 우리는 행복감을 덜 느낀다. 주변 사람이 100만원을 더 버는 것은 내가 100만원을 잃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트는 `경제학 카운슬링`에서 고수입의 동료 집단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친자매가 부자와 결혼한 여성들, 교육 수준은 높으나 수입이 낮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했다. 배가 고파서 불행한 게 아니라 배가 아파서 불행하다는 얘기다.

경제학자 앤드루 오즈월드(Andrew Oswald)는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른바 행복 방정식을 고안해냈다.

행복 방정식에 따르면 다른 것이 동일하다면 돈이 많을 수록 사람들은 더 행복해진다. 하지만 인간관계, 건강, 직업의 안정성과 같은 것들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

결혼생활이 창출하는 행복감은 돈으로 따질 경우 연간 7만 파운드에 달한다. 또 건강과 안정된 직장을 유지하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매달 수만 파운드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해낸다. 반면 이혼과 실직은 불행을 가져온다. 실직으로 수입의 3분의1을 잃는 것이 단순히 수입만 그만큼 줄어드는 것보다 4배 정도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일정 나이가 지나면 월급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주는 임금피크제를 회사에서 권유한다면 자존심이건 뭐건, 일단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혼도 실직만큼 불행을 늘리며 이혼하지 않고 별거에 들어가는 것은 더 치명적이다.

한마디로 건강 > 가족 > 안정된 직장생활 > 결혼 > 돈 의 순서로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행복은 비록 돈으로 살 수 있으나 제한적이다. 또 주로 남과의 비교를 통해 행(幸), 불행(不幸)이 정해진다면 열심히 사는 내 인생에 대충 만족하는 게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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