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을의 눈물]“약정서 해석, 갑에 따른다”… 지원금·계약 해지도 ‘갑 멋대로’
ㆍ(2) 피해사례 발표
국회 경제민주화포럼과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슈퍼갑’ 재벌·대기업의 횡포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중소상공인·가맹점·대리점·백화점 관계자들이 나와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전했다.
■ CJ대한통운의 위·수탁 계약
“감가상각비 명목, 차 할부금 수탁인에 떠넘겨”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오혜경씨는 2011년 2월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화물차량 2대의 화물운송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
위·수탁 계약은 일종의 ‘노무공급 계약’으로 오씨는 CJ대한통운 소유의 화물차를 빌려 화물운송을 하고 운임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오씨는 1대는 13개월, 다른 1대는 6개월 계약을 맺고 운전기사 2명을 고용해 화물차를 운행했다.
오씨는 차량 보증금을 운임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오씨는 차량 보증금 공제가 마무리된 2011년 10월 CJ대한통운 여수지사에 운임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여수지사 측은 운임을 지급하는 대신 계약서에 명시되지도 않은 차량 할부금을 오씨가 내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오씨의 집에 가압류를 걸었다.
차량 소유권도 없는 오씨에게 ‘감가상각비 차액분’의 명목으로 차량 할부금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오씨와 법률적 관계가 없는 제3자 채무의 연대보증 책임을 요구하며 법적 소송까지 제기했다. 여수지사가 받아야 할 채권에 대한 책임을 오씨에게 떠안긴 것이다.
오씨는 “이 모든 게 처음엔 차량 할부금을 들먹이더니 그 다음에는 제3자의 채무 연대책임으로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오씨와 엮은 제3자는 CJ대한통운에 화물운송을 위탁했던 한 물류업체다. 이 물류업체가 CJ대한통운 측의 운임을 떼먹고 도망가자 이 회사와 사무실을 함께 쓰며 한때 같이 일한 적이 있는 오씨에게 연대책임을 물은 것이다. 오씨는 2011년 말 CJ대한통운 측의 강요로 내용도 모른 채 연대보증을 서게 됐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오씨가 위·수탁 계약을 맺지 않은 물류업체 소속 차량의 주유비까지 오씨에게 청구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차량 할부금과 연대책임을 지운 물류업체의 빚을 이유로 1억원가량의 운임을 오씨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오씨는 “위·수탁 계약에 따라 서로 주고받아야 할 돈을 정산하기만 하면 되는데 CJ대한통운은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소송을 걸어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CJ대한통운이 제기한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오씨가 2011년 말 연대보증한 1200만원만 인정했다. CJ대한통운 측이 주장했던 나머지 연대보증 책임과 차량 보증금 부분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측이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해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오씨는 정부에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그때마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나 화물운송비 위·수탁 관계엔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노동부에 신고했더니 개인사업자라고 노동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으니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처리할 수 없다고 하고, 여수경찰서에도 사건을 접수하니까 차량등록증상의 소유주가 CJ대한통운이므로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일개 개인이 대기업의 횡포에 혼자 맞서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 농심 특약점에 ‘밀어내기’
“본사서 매출 목표 정해 대리점에 강제 부과”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는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남양유업의 ‘제품 밀어내기’는 모든 업종의 소규모 유통상인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남양유업처럼 ‘무식하게’ 하느냐, 아니냐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농심의 라면, 과자, 음료 등을 취급하는 특약점은 본사에 소속된 대리점과 달리 계약을 통해 판매대행을 하는 업체”라며 “거래약정서에도 독립영업의 원칙이 있지만 농심은 매출 목표를 강제로 부과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10년 9월 3억원을 들여 농심 특약점을 열었다. 하지만 첫 달 1600만원을 시작으로 계속 적자가 났다. 김 대표는 농심의 ‘불공정거래’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지난해 6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등의 이유로 농심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김 대표는 농심도 ‘세련된’ 방식으로 제품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심 특약점에는 농심 내부전산망의 주문시스템을 통해 매달 5~10일 사이에 목표 매출금액이 할당된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달 10~15%가량 오르면 올랐지 결코 액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약점에서는 매출액이 목표치의 80% 미만이면 판매지원금을 못 받기 때문에 100원짜리를 50원에 팔아서라도 목표치를 채운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약점들이 판매지원금에 매달리는 이유는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판매지원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1000만~2000만원이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심과 특약점 사이의 계약조건이 철저하게 농심에 유리한 ‘노예계약’이어서 특약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장려금 지급약정서만 봐도 “판매지원금을 줄 수도 있다”고 돼 있을 뿐 “몇 %를 주겠다”는 내용이 없어 미래를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판매능력이 부족해 시장을 위축할 때는 갑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약정서의 해석상 의문이 있을 때는 갑의 해석에 따른다” “갑의 영업정책 활동에 단독 또는 다른 특약점과 함께 방해하는 경우 계약해지한다”고 하는 등 철저하게 농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약점들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물건을 싸게 팔다가 망해도 농심은 특약점에서 물건값을 100%로 현금으로 받는다”며 “농심은 매달 매출이 늘어나지만 특약점은 죽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공정위에 농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했다. 신고 당시 농심의 내부 전산자료도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수백만명의 유통상인들이 죽어가는데도 정부나 국회나 아무 조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와 소상인들 간의 동등한 갑을 권리를 인정하는 공정위 검인계약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 한국지엠의 ‘대리점 홀대’
“마진 일방 결정… 1억원 드는 인테리어 강요”
한국지엠의 쉐보레 브랜드 자동차를 판매하는 274개 대리점 연합회는 지난해 9월 공정위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시정조치를 신청했다. 이들은 한국지엠이 2010년 지역총판제(메가딜러 시스템)를 도입하면서 중간 관리자 격인 지역총판을 통해 대리점에 무리한 비용 부담과 본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지역총판은 과거 한국지엠 대리점들의 본사인 대우자판이 파산하면서 2010년 만들어졌다. 경인지역 45개 대리점은 에스에스오토가, 부산·경남지역 46개 대리점은 대한모터스주식회사가 맡는 등 지역총판들은 전국의 대리점을 5개 권역으로 분할해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자동차 판매를 대리점에 위탁하고 사후관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지엠 전국대리점연합회를 대신해 피해사례를 발표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본사에서 마진율을 일방적으로 2.2~3.2% 내리면 지역총판은 대리점 지원금을 감축해 그 부담을 대리점에 모두 전가했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한국지엠이 수출만 중시하고 내수시장은 홀대하면서 기본적으로 국내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무리한 판매예측에 근거해 매장 확대 정책을 대리점에 강요해 대리점마다 1억원 안팎의 인테리어 비용을 추가 부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만 15개 대리점이 문을 닫는 등 전국 쉐보레자동차 대리점의 70%가량이 경영악화로 집단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주들이 오죽하면 자기 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지엠과 쉐보레자동차 대리점 간에도 불공정한 계약서가 문제로 지적됐다. 자동차 판매대리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1년의 단기 계약기간, 지역총판의 자의적·일방적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계약의 임의해지, 위약해지 조항, 수출관여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가혹한 제재를 규정한 수출금지 조항, 일방적인 판매목표 할당에 근거한 대리점 사업평가 조항, 금지행위의 유형과 제재조치가 극히 포괄적인 정도영업 위반 금지행위 조항, 지역총판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의 제공의무, 과도한 영업실사 조항 등이다.
대리점연합회는 한국지엠과 지역총판이 연합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경영실태 및 수익구조에 대한 공동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악화로 폐업 대리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지엠은 적자생존의 시장논리만 강조한다”며 “한가족 정신으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제조사-지역총판-대리점 간의 관계가 착취-피착취 관계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국회 경제민주화포럼과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주최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슈퍼갑’ 재벌·대기업의 횡포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중소상공인·가맹점·대리점·백화점 관계자들이 나와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전했다.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운송계약을 맺었던 오혜경씨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서 사례 발표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CJ대한통운의 위·수탁 계약
“감가상각비 명목, 차 할부금 수탁인에 떠넘겨”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오혜경씨는 2011년 2월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화물차량 2대의 화물운송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
위·수탁 계약은 일종의 ‘노무공급 계약’으로 오씨는 CJ대한통운 소유의 화물차를 빌려 화물운송을 하고 운임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오씨는 1대는 13개월, 다른 1대는 6개월 계약을 맺고 운전기사 2명을 고용해 화물차를 운행했다.
오씨는 차량 보증금을 운임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오씨는 차량 보증금 공제가 마무리된 2011년 10월 CJ대한통운 여수지사에 운임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여수지사 측은 운임을 지급하는 대신 계약서에 명시되지도 않은 차량 할부금을 오씨가 내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오씨의 집에 가압류를 걸었다.
차량 소유권도 없는 오씨에게 ‘감가상각비 차액분’의 명목으로 차량 할부금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오씨와 법률적 관계가 없는 제3자 채무의 연대보증 책임을 요구하며 법적 소송까지 제기했다. 여수지사가 받아야 할 채권에 대한 책임을 오씨에게 떠안긴 것이다.
오씨는 “이 모든 게 처음엔 차량 할부금을 들먹이더니 그 다음에는 제3자의 채무 연대책임으로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오씨와 엮은 제3자는 CJ대한통운에 화물운송을 위탁했던 한 물류업체다. 이 물류업체가 CJ대한통운 측의 운임을 떼먹고 도망가자 이 회사와 사무실을 함께 쓰며 한때 같이 일한 적이 있는 오씨에게 연대책임을 물은 것이다. 오씨는 2011년 말 CJ대한통운 측의 강요로 내용도 모른 채 연대보증을 서게 됐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오씨가 위·수탁 계약을 맺지 않은 물류업체 소속 차량의 주유비까지 오씨에게 청구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차량 할부금과 연대책임을 지운 물류업체의 빚을 이유로 1억원가량의 운임을 오씨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오씨는 “위·수탁 계약에 따라 서로 주고받아야 할 돈을 정산하기만 하면 되는데 CJ대한통운은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소송을 걸어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CJ대한통운이 제기한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오씨가 2011년 말 연대보증한 1200만원만 인정했다. CJ대한통운 측이 주장했던 나머지 연대보증 책임과 차량 보증금 부분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측이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해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오씨는 정부에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그때마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나 화물운송비 위·수탁 관계엔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노동부에 신고했더니 개인사업자라고 노동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으니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처리할 수 없다고 하고, 여수경찰서에도 사건을 접수하니까 차량등록증상의 소유주가 CJ대한통운이므로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일개 개인이 대기업의 횡포에 혼자 맞서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 농심 특약점에 ‘밀어내기’
“본사서 매출 목표 정해 대리점에 강제 부과”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는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남양유업의 ‘제품 밀어내기’는 모든 업종의 소규모 유통상인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남양유업처럼 ‘무식하게’ 하느냐, 아니냐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농심의 라면, 과자, 음료 등을 취급하는 특약점은 본사에 소속된 대리점과 달리 계약을 통해 판매대행을 하는 업체”라며 “거래약정서에도 독립영업의 원칙이 있지만 농심은 매출 목표를 강제로 부과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10년 9월 3억원을 들여 농심 특약점을 열었다. 하지만 첫 달 1600만원을 시작으로 계속 적자가 났다. 김 대표는 농심의 ‘불공정거래’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지난해 6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등의 이유로 농심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김 대표는 농심도 ‘세련된’ 방식으로 제품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심 특약점에는 농심 내부전산망의 주문시스템을 통해 매달 5~10일 사이에 목표 매출금액이 할당된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달 10~15%가량 오르면 올랐지 결코 액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약점에서는 매출액이 목표치의 80% 미만이면 판매지원금을 못 받기 때문에 100원짜리를 50원에 팔아서라도 목표치를 채운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약점들이 판매지원금에 매달리는 이유는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판매지원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1000만~2000만원이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심과 특약점 사이의 계약조건이 철저하게 농심에 유리한 ‘노예계약’이어서 특약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장려금 지급약정서만 봐도 “판매지원금을 줄 수도 있다”고 돼 있을 뿐 “몇 %를 주겠다”는 내용이 없어 미래를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판매능력이 부족해 시장을 위축할 때는 갑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약정서의 해석상 의문이 있을 때는 갑의 해석에 따른다” “갑의 영업정책 활동에 단독 또는 다른 특약점과 함께 방해하는 경우 계약해지한다”고 하는 등 철저하게 농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약점들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물건을 싸게 팔다가 망해도 농심은 특약점에서 물건값을 100%로 현금으로 받는다”며 “농심은 매달 매출이 늘어나지만 특약점은 죽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공정위에 농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했다. 신고 당시 농심의 내부 전산자료도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수백만명의 유통상인들이 죽어가는데도 정부나 국회나 아무 조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와 소상인들 간의 동등한 갑을 권리를 인정하는 공정위 검인계약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 한국지엠의 ‘대리점 홀대’
“마진 일방 결정… 1억원 드는 인테리어 강요”
한국지엠의 쉐보레 브랜드 자동차를 판매하는 274개 대리점 연합회는 지난해 9월 공정위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시정조치를 신청했다. 이들은 한국지엠이 2010년 지역총판제(메가딜러 시스템)를 도입하면서 중간 관리자 격인 지역총판을 통해 대리점에 무리한 비용 부담과 본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지역총판은 과거 한국지엠 대리점들의 본사인 대우자판이 파산하면서 2010년 만들어졌다. 경인지역 45개 대리점은 에스에스오토가, 부산·경남지역 46개 대리점은 대한모터스주식회사가 맡는 등 지역총판들은 전국의 대리점을 5개 권역으로 분할해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자동차 판매를 대리점에 위탁하고 사후관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지엠 전국대리점연합회를 대신해 피해사례를 발표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본사에서 마진율을 일방적으로 2.2~3.2% 내리면 지역총판은 대리점 지원금을 감축해 그 부담을 대리점에 모두 전가했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한국지엠이 수출만 중시하고 내수시장은 홀대하면서 기본적으로 국내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무리한 판매예측에 근거해 매장 확대 정책을 대리점에 강요해 대리점마다 1억원 안팎의 인테리어 비용을 추가 부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만 15개 대리점이 문을 닫는 등 전국 쉐보레자동차 대리점의 70%가량이 경영악화로 집단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주들이 오죽하면 자기 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지엠과 쉐보레자동차 대리점 간에도 불공정한 계약서가 문제로 지적됐다. 자동차 판매대리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1년의 단기 계약기간, 지역총판의 자의적·일방적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계약의 임의해지, 위약해지 조항, 수출관여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가혹한 제재를 규정한 수출금지 조항, 일방적인 판매목표 할당에 근거한 대리점 사업평가 조항, 금지행위의 유형과 제재조치가 극히 포괄적인 정도영업 위반 금지행위 조항, 지역총판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의 제공의무, 과도한 영업실사 조항 등이다.
대리점연합회는 한국지엠과 지역총판이 연합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경영실태 및 수익구조에 대한 공동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악화로 폐업 대리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지엠은 적자생존의 시장논리만 강조한다”며 “한가족 정신으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제조사-지역총판-대리점 간의 관계가 착취-피착취 관계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입력 : 2013-05-07 22:32:38ㅣ수정 : 2013-05-07 23:14:43
[갑의 횡포 을의 눈물]반품 안 받고 이틀 전 제품주문 일방통보… ‘재고 손실’로 우울증
ㆍ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가 말하는 ‘대기업 불공정’ 사례
2003년 7월 충남 천안시 신부동 주택가에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달 때만 해도 유제만씨(58)는 꿈에 부풀었다. 20여년 동안 하던 농기계 정비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농촌이 고령화돼 농기계 수요까지 줄어 속앓이하던 때와 다를 줄 알았다. 크라운베이커리. 그 이름만으로도 평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의 기대는 몇 달 만에 깨졌다.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장사가 안돼 직원을 둘 형편이 안됐다. 아내와 둘이 가게를 맡았다. 2009년 맞은편에 경쟁업체 제과점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결국 가게를 다른 동네로 옮겼다.
유씨는 점포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본사에 5500만원을 지불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느라 2000만원가량이 또 들었다. 큰돈을 들여 이전했지만 본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유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본사는 2010년 6월부터 생크림 케이크의 주문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실시간 주문하던 것을 낮 12시까지만 하라고 했다. 이때 주문한 케이크는 다음날 새벽 배송된다. 케이크는 주로 오후 5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판매되는데, 다음날 저녁에 팔릴 케이크를 예상해 낮 12시 전에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2011년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5시로 늦춰졌지만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예측 주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는 지난해 초 반품 제도를 폐지했다. 일요일 배송중지도 일방 통보했다. 지난 6일부터는 빵과 원재료, 제빵 반죽 등 전 제품의 주문을 이틀 전 낮 12시까지 마감하도록 했다. 유씨는 “일요일에 배송을 안 해줘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빵을 집어들다가 유통기한을 보고 벌레를 본 듯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재고는 쌓이고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아내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사업 철수를 위해 가맹점의 ‘자진 폐업’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씨는 7일 참여연대 등이 국회에서 연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사업을 접고 싶어도 본사에서 신규 매장 입점을 허용하지 않아, 신규 점주에게 받아야 할 권리금 등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2003년 7월 충남 천안시 신부동 주택가에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달 때만 해도 유제만씨(58)는 꿈에 부풀었다. 20여년 동안 하던 농기계 정비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농촌이 고령화돼 농기계 수요까지 줄어 속앓이하던 때와 다를 줄 알았다. 크라운베이커리. 그 이름만으로도 평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의 기대는 몇 달 만에 깨졌다.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장사가 안돼 직원을 둘 형편이 안됐다. 아내와 둘이 가게를 맡았다. 2009년 맞은편에 경쟁업체 제과점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결국 가게를 다른 동네로 옮겼다.
유씨는 점포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본사에 5500만원을 지불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느라 2000만원가량이 또 들었다. 큰돈을 들여 이전했지만 본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유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본사는 2010년 6월부터 생크림 케이크의 주문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실시간 주문하던 것을 낮 12시까지만 하라고 했다. 이때 주문한 케이크는 다음날 새벽 배송된다. 케이크는 주로 오후 5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판매되는데, 다음날 저녁에 팔릴 케이크를 예상해 낮 12시 전에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2011년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5시로 늦춰졌지만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예측 주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는 지난해 초 반품 제도를 폐지했다. 일요일 배송중지도 일방 통보했다. 지난 6일부터는 빵과 원재료, 제빵 반죽 등 전 제품의 주문을 이틀 전 낮 12시까지 마감하도록 했다. 유씨는 “일요일에 배송을 안 해줘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빵을 집어들다가 유통기한을 보고 벌레를 본 듯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재고는 쌓이고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아내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사업 철수를 위해 가맹점의 ‘자진 폐업’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씨는 7일 참여연대 등이 국회에서 연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사업을 접고 싶어도 본사에서 신규 매장 입점을 허용하지 않아, 신규 점주에게 받아야 할 권리금 등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입력 : 2013-05-07 22:32:52ㅣ수정 : 2013-05-08 0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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