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 삼성 신경영 20years later ④

ngo2002 2013. 5. 31. 10:05

李회장의 지론 담은 삼성헌법
인간미·도덕성·예의범절·에티켓
기사입력 2013.05.30 17:20:05 | 최종수정 2013.05.30 20:15:15

◆ 삼성 신경영 20years later ④ ◆

`뒷다리(개인ㆍ집단 이기주의를 경계), 오그라짐(멀리 크게 보지 못하고 위축), 한 방향(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것), 건강론(자기의 건강관리는 회사 일과 직결), 불량은 암(품질 불량은 제품과 기업까지 옮아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자주 언급한 용어다. 이 회장은 68일간의 신경영 여행 이후 조직 안에서 쓰는 용어를 명확히 통일하고 용어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차원에서 용어집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좌우하는 가치관으로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을 언급했다. 이는 삼성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으로 `삼성헌법`이라고 불렸다.

인간미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뜻한다. 그렇다고 싫은 소리를 안하는 게 인간미는 아니다. 회사 상사가 부하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짓는 것이 진정한 인간미라고 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부하를 내버려두는 건 부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인간미 없는 행동이다. 도덕성은 인간의 기본양심으로 사회규범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예의범절은 생활의 기본을, 에티켓은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화 자세를 각각 의미한다.

`삼성인의 금기`는 거짓말, 변경, 억지, 뒷다리잡기 등이다. `메기론`은 메기와 함께 있는 미꾸라지가 살기 위해 튼튼해지듯 적절한 자극과 위기의식이 회사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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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쟁력의 원천 `패러독스 경영`
송재용 서울대 교수 `삼성웨이` 내달 출간
기사입력 2013.05.30 17:20:47 | 최종수정 2013.05.30 17:25:59

◆ 삼성 신경영 20years later ④ ◆

송재용ㆍ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삼성 신경영 20주년이 되는 6월 7일을 전후해 신경영의 경영학적 의미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 `삼성웨이`를 출간한다. 송 교수는 그의 공저에서 삼성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꼽았다. 이 내용은 2011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도 일부 게재된 적이 있다. 출간을 앞둔 `삼성웨이`의 핵심 내용을 송 교수가 기고문 형태로 보내왔다.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신경영 이후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복수의 경쟁우위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경쟁자에 비해 원가가 현격히 낮으면서도 최신ㆍ최고 수준의 제품을 경쟁자보다 먼저 출시하고 고객별로 차별된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1992년 이후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1등 위치를 고수해 오면서 최근에는 경쟁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이처럼 차별화와 저원가,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이다.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이 국내외 경영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서구 경영학의 통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조직은 통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증대시켜 관리 위주 경영을 하게 됨으로써 신속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특히 삼성 같이 다각화된 기업집단의 경우 의사결정 구조와 관리 프로세스 등의 복잡성이 증대되어 스피디한 의사 결정과 실행이 더욱 어렵다는 게 경영학에서의 통념이었다. 서구에서는 비관련형 다각화를 추구한 복합형 기업집단의 경우 자원 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한 우물을 파는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흔했다.

서구 경영학자들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면을 지니고 있어 한 조직 안에서 이 두 가지 경영방식을 조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신경영 이후 삼성은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해외 경쟁자에 비해 의사 결정과 실행의 스피드가 매우 빠르고 △다각화되고 수직적 계열화되어 있으면서도 단위 사업의 전문적 경쟁력을 극대화시켰으며 △미국식 전략경영과 일본식 현장경영의 장점을 조화시켜 삼성 특유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창출함으로써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정착시켜 왔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 의사 결정에서의 소유경영자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과 함께 역량 있는 전문경영자와의 역할 분담이 의사 결정의 스피드를 높였고, 도전적 목표 설정과 위기의식 공유, 임직원들의 정열과 정보기술(IT)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 등이 실행 속도를 높였다. 부품과 세트를 수직적 계열화하고 관련 사업을 동시에 전개하면서 유기적 협력을 통해 복합화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해냈다.

이처럼 삼성이 패러독스 경영을 발전시키고 스피드, 시너지, 진화적 혁신 역량 등 핵심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 삼성 경영의 작동원리는 삼성 특유의 `경쟁적 협력` 시스템이다.

삼성은 신경영 이후 스마트폰이나 TV에서 세계 1등이 된다는 전사적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시장경쟁 메커니즘을 적극 도입했다.

이러한 시장경쟁 원칙에 따라 내부거래에도 시장가격을 적용하고 그룹 내부에서 생산ㆍ공급하는 소재나 부품도 가능하면 외부 업체로부터 동시에 구매하는 듀얼 소싱(dual sourcing) 체제를 구축해 계열사의 부품ㆍ소재 부문에 생산성과 품질 향상, 원가 절감에 대한 압력을 끊임없이 가했다.

그 결과 비관련형 다각화를 추구하던 서구 기업들은 자원 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반면 삼성의 경우 휴대폰, 반도체, LCD, TV 등 각 단위 사업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1ㆍ2등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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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창조경영…삼성인이여, 지도에 없는 길 개척하라
휴대폰사업 하나가 그룹이익 절반이상
"신사업 키워야"…소프트파워 육성 시급
기사입력 2013.05.30 17:20:36 | 최종수정 2013.05.30 19:31:02

◆ 삼성 신경영 20years later ④ ◆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국내외 연구원 100여 명이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현재 3만6000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추가 인력 확충과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 애플 MS 등 글로벌 경쟁업체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뛰어넘는 게 삼성의 또 다른 과제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정상에 다가갈수록 맞바람은 더 거셀 것이나 여기서 머뭇거릴 수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또 다른 10년ㆍ20년을 향해 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안에 삼성의 사업이 모두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위기위식을 갖고 신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삼성그룹 전체의 지난해 세전이익은 39조1000억원. 이 중 삼성전자가 무려 30조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거둔 29조원의 영업이익 중 무선사업부가 67%(19조4000억원)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휴대폰사업 한 개가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기형적` 구조다.

휴대폰 외에 반도체, TV, 2차전지 등 글로벌 1위 품목을 다수 확보했지만 기존 사업의 이익 창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5년까지는 지금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재계는 삼성의 휴대폰 의존적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미래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에 따라 호조를 띠는 사업과 위축되는 사업이 적절한 보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은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고전하는 계열사가 많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을 얼마만큼 빨리 키워 내느냐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2010년 5월 태양전지, 전기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지만 본궤도에 오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결국 지도에 없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며 "남들이 가지 않던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게 삼성의 큰 숙제"라고 말했다.

종전까지는 이미 나 있는 길을 따라가되 속도전에서 앞선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면 리스크를 이겨낼 수 있는 기업 체력과 신경영 당시에 준하는 추진력ㆍ개척정신이 필수적이다.

심태호 AT커니코리아 대표는 "삼성이 미래 선도자 위치를 구축하려면 기존 시장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래야 안 보이던 시장이 보이고 없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휴대폰, TV, 의료, 통신이 종전까지 각각의 시장으로 존재했지만 `TV+통신` `의료+모바일` 등 융ㆍ복합이 발 빠르게 일어나면서 사업 간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컨버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흐름의 맥을 짚고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회장도 이러한 사내외 주문을 누구보다 처절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기존 틀을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변신을 주문했다.

결국 삼성이 지난 20년간 신경영을 강도 높게 추진해 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것처럼 창조경영 패러다임에 맞는 도전과제를 얼마나 힘 있게 실행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삼성은 인문계 인력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는 소위 `통섭형 인재 육성` 과정을 최근 개설한 데 이어 소프트웨어 인력 5만명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에 실리콘밸리식 창고를 연상케 하는 개방형 연구공간 `크리에이티브랩(일명 C랩)`을 만든 것도 조직의 창의력ㆍ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색다른 시도다.

심태호 대표는 "인문학적 통찰과 조직 차원의 창조성 DNA 개발에 집중하고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과감하게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1부 끝>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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