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제품 만들려면 사람을 일류로…`삼성맨` 확 바꾼 3가지
① 열린채용 ② 7·4 출퇴근제 ③ 디자인학교 SADI 설립 "자원없는 한국의 자산은 사람뿐" 李회장 평생 소신 | |
기사입력 2013.05.29 17:10:51 | 최종수정 2013.05.29 19: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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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에 담긴 삼성 인재들의 미소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 딜라이트 매장에서 자신의 밝은 표정을 갤럭시노트 10.1에 담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인재 확보의 문호를 넓히기 위해 학력, 성별 등 모든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 실시한 `열린 채용`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김호영 기자> | ||
이건희 삼성 회장의 1993년 신경영은 `질경영`이라는 화두를 삼성 전반에 던졌다. 이 회장이 말한 질경영은 제품의 질, 사람의 질, 경영의 질을 높이자는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가진 건 인적자원밖에 없는 한국에서 사람의 질이 중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평생 소신이었다. 사람의 질이 일류 수준으로 높아져야 제품과 경영의 질이 일류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ㆍ디자인 인력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삼성이 이 회장 지론에 따라 신경영 선언 이후 만든 세 가지 신(新)제도가 열린 채용, 7ㆍ4제, 디자인학교 건립이었다.
◆ `모든 차별 없애라` 열린 채용
"본인 노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요소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건 정말 부도덕한 짓이다. 성차별, 인종차별이 그런 것이다. 학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학력을 가지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잘 대우해주면 된다."(`이건희 에세이`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라고 강조한 이 회장의 인재철학은 삼성의 공채 제도를 `열린 채용`으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1994년 `한마음플랜`이라고 하는 1차 인사개혁을 통해 사무직과 생산직의 차별을 없애고 남녀가 각각 달랐던 호봉 테이블을 한데 합쳤다"면서 "1995년 2차 인사개혁을 단행해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대졸 공채라는 말을 없애고 3급 신입사원 공채라고 부른 것도 이때부터다.
삼성은 입사 지원 때 제출하는 졸업증명서 등 여러 증빙서류를 폐지하고 지원서 1장으로 간소화시켰다. 학점과 영어성적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누구든 응시할 수 있다.
정찬범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전무)은 "1995년 당시 열린 채용은 한국 기업의 채용 문화를 바꾼 패러다임의 변혁"이라며 "지방 출신과 여성 인력 지원자가 늘면서 채용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그만큼 인력의 문호를 개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 `4시면 다 나가라` 7ㆍ4제
1993년 7월 7일.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부터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조기출퇴근제(7ㆍ4제)에 돌입했다. 조기출퇴근제는 임직원들에게 삼성의 본격적인 개혁 신호탄으로 인식됐다.
이 제도 시행의 배경에는 업무시간의 양은 줄이되 질을 높이자는 뜻이 깔려 있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초과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종래 10시간 하던 일을 8시간에 마치고 4시 이후 회사 밖에서 자기 계발을 하라고 독려했다. 업무 환경의 질을 높이고 업무와 생활의 균형을 제시한 셈이다.
이 회장은 "오후 6시 넘어서까지 무엇 하러 회사에 앉아 있는가. 오후 4시가 되면 회사에서 다 나가라. 안 나가는 사람이 나쁘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양규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7ㆍ4제 도입이 임직원 개인의 태도와 마인드를 변화시키고 조직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됐다"며 "회사가 변하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한 최초의 시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7ㆍ4제는 일반적으로 인식돼 온 출퇴근시간대를 바꿔 고정관념 타파의 실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7ㆍ4제는 추후 삼성 자율근무제의 초석이 됐다.
◆ 미래 내다보고 디자인학교 설립
이 회장이 삼성 전체의 인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신경 쓴 또 한 가지는 기술ㆍ디자인 인력 육성이다. 이공계와 디자인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회장은 "생산기술은 시간이 흐르면 다 비슷해진다. 앞으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개성을 지닌 상품, 디자인과 인간공학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1995년 삼성디자인학교(SADI)를 설립했다. 이 회장은 그 이듬해인 1996년 신년사에서도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삼성디자인학교는 개교 당시 미국 뉴욕의 명문 디자인학교 `파슨스`와의 제휴를 통해 선진 커리큘럼을 도입했으며 우수한 교수진을 갖춰 산업계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학교에는 다양한 연령, 학력,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시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융합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황인혁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경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가진 건 인적자원밖에 없는 한국에서 사람의 질이 중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평생 소신이었다. 사람의 질이 일류 수준으로 높아져야 제품과 경영의 질이 일류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ㆍ디자인 인력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삼성이 이 회장 지론에 따라 신경영 선언 이후 만든 세 가지 신(新)제도가 열린 채용, 7ㆍ4제, 디자인학교 건립이었다.
◆ `모든 차별 없애라` 열린 채용
"본인 노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요소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건 정말 부도덕한 짓이다. 성차별, 인종차별이 그런 것이다. 학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학력을 가지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잘 대우해주면 된다."(`이건희 에세이`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라고 강조한 이 회장의 인재철학은 삼성의 공채 제도를 `열린 채용`으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1994년 `한마음플랜`이라고 하는 1차 인사개혁을 통해 사무직과 생산직의 차별을 없애고 남녀가 각각 달랐던 호봉 테이블을 한데 합쳤다"면서 "1995년 2차 인사개혁을 단행해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대졸 공채라는 말을 없애고 3급 신입사원 공채라고 부른 것도 이때부터다.
삼성은 입사 지원 때 제출하는 졸업증명서 등 여러 증빙서류를 폐지하고 지원서 1장으로 간소화시켰다. 학점과 영어성적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누구든 응시할 수 있다.
정찬범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전무)은 "1995년 당시 열린 채용은 한국 기업의 채용 문화를 바꾼 패러다임의 변혁"이라며 "지방 출신과 여성 인력 지원자가 늘면서 채용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그만큼 인력의 문호를 개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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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7월 7일.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부터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조기출퇴근제(7ㆍ4제)에 돌입했다. 조기출퇴근제는 임직원들에게 삼성의 본격적인 개혁 신호탄으로 인식됐다.
이 제도 시행의 배경에는 업무시간의 양은 줄이되 질을 높이자는 뜻이 깔려 있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초과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종래 10시간 하던 일을 8시간에 마치고 4시 이후 회사 밖에서 자기 계발을 하라고 독려했다. 업무 환경의 질을 높이고 업무와 생활의 균형을 제시한 셈이다.
이 회장은 "오후 6시 넘어서까지 무엇 하러 회사에 앉아 있는가. 오후 4시가 되면 회사에서 다 나가라. 안 나가는 사람이 나쁘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양규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7ㆍ4제 도입이 임직원 개인의 태도와 마인드를 변화시키고 조직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됐다"며 "회사가 변하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한 최초의 시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7ㆍ4제는 일반적으로 인식돼 온 출퇴근시간대를 바꿔 고정관념 타파의 실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7ㆍ4제는 추후 삼성 자율근무제의 초석이 됐다.
◆ 미래 내다보고 디자인학교 설립
이 회장이 삼성 전체의 인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신경 쓴 또 한 가지는 기술ㆍ디자인 인력 육성이다. 이공계와 디자인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회장은 "생산기술은 시간이 흐르면 다 비슷해진다. 앞으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개성을 지닌 상품, 디자인과 인간공학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1995년 삼성디자인학교(SADI)를 설립했다. 이 회장은 그 이듬해인 1996년 신년사에서도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삼성디자인학교는 개교 당시 미국 뉴욕의 명문 디자인학교 `파슨스`와의 제휴를 통해 선진 커리큘럼을 도입했으며 우수한 교수진을 갖춰 산업계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학교에는 다양한 연령, 학력,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시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융합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황인혁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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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쟁력이 살 길…"누가 봐도 삼성 제품인 줄 알아야"
삼성, 상반기 디자인 전략회의 열어…고위 경영자 대거 참석 | |
기사입력 2013.05.29 16:41:54 |
삼성전자가 제품 디자인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고위 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디자인 전략회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윤부근 사장과 IT무선(IM) 부문장인 신종균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디자인 전략 `디자인 3.0`과 업계 디자인 동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3.0`은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경영 전략이다.
실제 윤부근 사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 가전과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 했다"며 "누가 봐도 삼성 제품이라는 것을 알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회의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선언한 `신경영 20주년`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내세운 신경영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2001년 전문조직인 `디자인 경영센터`가 만들어진 것도 일맥 상통한다.
한편 올레드 TV 출시와 관련해서는 윤 사장은 "이미 상반기 출시를 약속했다"며 "1등 회사에 걸맞는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으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조만간 출시할 것을 암시했다.
디자인 전략회의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 정례적으로 열린다.
[이상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고위 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디자인 전략회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윤부근 사장과 IT무선(IM) 부문장인 신종균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디자인 전략 `디자인 3.0`과 업계 디자인 동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3.0`은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경영 전략이다.
실제 윤부근 사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 가전과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 했다"며 "누가 봐도 삼성 제품이라는 것을 알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회의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선언한 `신경영 20주년`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내세운 신경영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2001년 전문조직인 `디자인 경영센터`가 만들어진 것도 일맥 상통한다.
한편 올레드 TV 출시와 관련해서는 윤 사장은 "이미 상반기 출시를 약속했다"며 "1등 회사에 걸맞는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으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조만간 출시할 것을 암시했다.
디자인 전략회의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 정례적으로 열린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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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뭐지?" 李회장, 묻고 또 묻더라
손욱 서울대교수의 회고 몰입과 깊은 고민으로 핵심 찾아…신경영 여전히 유효 | |
기사입력 2013.05.29 17:11:12 | 최종수정 2013.05.29 21:5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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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신경영 당시 삼성 회장비서실 경영1팀 전무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수행했던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는 `인간 이건희는 어떤 스타일인가`라는 물음에 이같이 회상했다.
손 교수는 "삼성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그 책임감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며 "신경영은 어느 한순간 튀어나온 게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과 몰입 속에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도 1993년 6월 5일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함께 탄 수행원 6인 중 한 명이었다.
삼성전관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최근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라는 저서를 내고 삼성 최전방 임원으로서 겪은 생생한 경험을 공개했다. 매일경제가 최근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1993년 독일로 가며 `후쿠다 보고서` 검토 결과를 보고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던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저녁 먹고 또 토의하고…. 밤 12시가 돼도 이 회장이 원하는 답을 못냈다. 결국 이 회장이 생각했던 답을 임원들에게 들려줬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처음엔 황당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자꾸 되새겨봤다. 고객을 사랑하는 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직장 동료를 사랑하는 게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고객과 동료를 외면하고 마음대로 겉돌았던 것이다.
-이 회장은 어떻게 68일을 쉬지 않고 몰아칠 수 있었나.
▶이대로 두면 삼성은 망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또 삼성이 망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의 문제해결 스타일은.
▶한 그룹의 문제를 도출하다 보면 보통 수백 건은 될 텐데, 이 회장은 `원인이 뭐지` 하는 질문을 끝없이 하면서 근본을 파고들어갔다. 그렇게 뿌리째 파헤치면 그 밑에는 1개 아니면 2개밖에 근본 원인이 없는 거다. 가장자리에 나타난 현상을 보고 대응하면 수백 개의 해결책을 내야 하지만 근원을 파헤치면 해결책도 단순해지는 것이다.
-승부사 이건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반도체 사업을 할 때 NEC와 경쟁을 한다고 치자. 이 회장은 NEC에 선행 개발팀이 몇 개가 있냐고 물어본다.
예를 들어 현재 1메가 D램을 생산하고 있다면 4메가, 16메가, 64메가 D램을 개발하는 팀이 있어야 되잖나. "경쟁사가 3세대에 걸친 선행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답하면 이 회장은 "일본과 똑같이 하면 우리가 앞서갈 수 없으니 삼성은 4개 팀을 만들어야 해"라고 주문한다.
해당 임원이 "아직 4세대 앞은 개념도 없고 사람도 없다"고 하면 "우리는 미국에서 공부를 시켜서라도 한 단계 더 앞서가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경영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이 회장은 20년 전에도 창조와 융합을 누누이 강조했다. 복합화가 융합의 개념이다. 이 회장은 자율경영, 기술중시, 인간존중이라는 3가지 경영이념을 제시했는데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키우고자 했다.
-신경영을 타 기업에도 접목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각 기업에 맞는 실천 목표와 이상을 정하고 리더와 임직원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황인혁 기자 / 이경진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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