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갑을 리스크

ngo2002 2013. 5. 10. 12:18

甲乙관계 병폐 바로잡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경계를
갑을관계 → 동반자관계 변화 시도 불가피
고개숙인 남양유업 "상생기금 500억 조성"
기사입력 2013.05.09 17:13:58 | 최종수정 2013.05.10 09:37:55

◆ 甲乙 리스크 ◆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이 결국 대표이사의 대국민 사과를 초래하면서 재계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막말 파문은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욕설까지 거리낌 없이 했던 영업사원 개인의 인격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갑을관계 병폐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각종 부담을 대리점이나 중소업체에 떠넘겨온 한국의 기업문화와 경제현실이 고름처럼 터져나온 단면이다. 그러나 비상식적 갑을 관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자는 건전한 자성의 분위기에 역행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거나 마녀사냥적 증오의 확산으로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불균형적인 `갑을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오고 있다. 제품 밀어내기와 함께 각종 비용 부담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관행이 있었던 식품업계와 유통업계가 자발적인 변화 노력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도 9일 관행을 개혁하고 근본적으로 변할 것을 약속했다.

사과문 발표 뒤 김웅 대표는 △대리점의 영업현장 지원 확대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제도 도입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 도입 등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또 대리점 인센티브 및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에 사용되는 대리점 상생기금 규모를 현재 연간 2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도한 밀어내기 영업 방식 개선을 위해 `공동목표 수립 시스템`을 도입하고 주문한 수량 이상의 물건이 대리점에 배달될 때는 반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계의 눈빛도 역력하다.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하지만 이번 사태가 확산된 배경에 기업을 `악의 축`으로 보는 극단적 편견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몰래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되고 편의점이 집단 불매 움직임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제2의 남양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가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태가)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의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기업 정서 확산이나 중소상인과 대리점주들의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주요 그룹은 직원들의 윤리규정과 복무규정을 외국의 선진업체들 수준으로 강화해 왔다"며 "대기업 임원과 직원들에게 경제적ㆍ사회적 약자들보다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준비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 연초부터 각종 윤리규정을 강화해오던 주요 그룹들은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협력사와의 상생, 윤리규정 준수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갑을 관계 형성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협력사까지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돕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 준법경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협력업체에 대해 업무 중 발생 가능한 법률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법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돕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기업들은 잘못된 갑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내부제보 활성화 계획도 밝히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협력업체 관계자 300명을 모아 정도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투명경영 정착과 실현을 목표로 사이버감사실을 운영하면서 이를 통한 사내외 제보를 활성화하고 있다.

[김은표 기자 /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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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지멘스…글로벌 기업 `갑 횡포` 방지 어떻게 하나
볼보 직원행동 매뉴얼화…잘못될 틈을 아예 막았다
기사입력 2013.05.09 17:14:19 | 최종수정 2013.05.10 09:37:50

◆ 甲乙 리스크 ◆

고질적인 `갑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기업의 문화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이런 관행과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업문화와 기업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것을 성과를 내는 것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수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듀폰, 스웨덴의 볼보 등 기업들은 직원들의 입사 직후부터 기업의 핵심가치 준수와 윤리규정 준수를 체질화시키고 있다. 또 이를 매뉴얼로 명문화해 정기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 갑을관계를 이용해 개인 이익을 취하거나 성희롱 등 윤리 문제를 일으킬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고된다.

볼보그룹의 기업철학과 직원들의 행동강령이 담겨 있는 `볼보 웨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이 40여 쪽의 소책자로 요약돼 있다. 볼보가 추구하는 3대 가치인 품질, 안전, 환경보호를 기반으로 볼보인이 일하는 방식인 △에너지와 열정 △개인 존중 △참여와 관심 △열린 대화 △피드백과 팀워크 △변화추구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구체적인 행동방식과 원칙이 담겨 있는 행동강령지침서(Code of Conduct)다.

볼보 웨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와 윤리규정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돼 있다.

내부고발 절차, 경쟁업체와 딜러와의 관계, 협력업체와의 관계, 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와 관련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남양유업 영업사원 같은 몰지각 행위는 매뉴얼을 지킨다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볼보그룹 관계자는 "볼보 웨이는 (추상적인 매뉴얼이 아니라) 반드시 직원들이 체질화해 지켜야 하는 핵심 가치"라며 "임직원은 누구나 한번 볼보 웨이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볼보에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의 철저한 준법경영 실천도 유명하다. 이를 어길 경우 아무리 성과를 많이 쌓은 직원도 예외 없이 바로 해고된다. 법인 대표도 작은 규정을 예외 없이 지키는 것을 보고 전 직원은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 지멘스의 준법경영은 철저한 상호 역할분담과 견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은 "평소 회사에서 준비해 주는 시리얼과 사과로 조찬을 먹는데 얼마 전 재무통제관이 `CEO의 아침식사는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지출하고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 직무와 역할에 따라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실천한다"고 소개했다.

[김은표 기자]


 

문제 생기면 서둘러 규명…`악의적 허위` 유포 막아야
기사입력 2013.05.09 17:14:42 | 최종수정 2013.05.10 09:37:34

◆ 甲乙 리스크 / 전문가 조언 ◆

9일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재계 전반에 `갑(甲) 리스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심지어 `갑의 횡포`라 불릴 정도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일도 있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타고 여론을 모아내는 `을(乙)의 힘`이 커지면서 갑 리스크 관리가 내부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 사태를 기업들이 협력업체나 대리점과 `갈등관리 메커니즘`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 전문가인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듯 본사와 대리점은 이해관계가 조금 다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는 반드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전산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느냐, 기구를 만드느냐는 오히려 나중 문제다. 서로 소통할 수 있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관리 시스템이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현 영남대 교수는 "대리점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어떤 제도 개선을 하더라도 결국 효과를 볼 것이고, `갑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도 `갑 리스크`를 막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거래 투명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면 사고가 난다"며 "우유ㆍ가전 등을 포함한 대리점 유통 체제가 지니는 한계점을 한 번쯤 검토하고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SNS나 인터넷을 타고 감정적으로 번지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 한결같이 우려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 확인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자제가 필요하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나 당국이 빨리 개입해서 사실 규명을 하고 악의적 허위 사실 유포를 막아야 한다. 강자는 다 `악인`이라는 식으로 흘러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최원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세계의 마케팅 파트에서는 항상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게 마련"이라며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회사의 조직문화 정비와 윤리경영안 마련 등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인의 돌출적 성향을 재계에 만연한 문화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CSR 차원의 윤리경영 캠페인만으로는 근원적으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없다"며 "회사는 영업사원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윤리경영 이전에 확보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승연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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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의 횡포` 논란 남양유업 사과
기사입력 2013.05.09 17:44:27 | 최종수정 2013.05.10 09:37:04

3년 전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 운영자에게 폭언을 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9일 오전 김웅 남양유업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0명은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 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리점과의 상생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사과문에서 "환골탈태의 자세로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사태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지자 주요 기업들도 다시 한번 내부 단속에 나서면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경제민주화를 의식해 연초부터 다시 손질하면서 내용을 강화해 오던 윤리경영 실천, 직원 복무규정 준수를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김은표 기자 / 고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