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ㆍ한진택배 기사 억울함 호소

ngo2002 2013. 5. 13. 14:40

보지도 못한 물건 분실에 “배상”… 월급 공제 항의하자 “계약 해지”

ㆍ한진택배 기사 억울함 호소

  한진택배 택배기사 강호범씨(43)의 지난달 월급은 160만원이다. 강씨는 이 돈으로 월세를 내고 두 딸을 키워야 한다. 지난달 사용한 기름값 30만원, 통신비 10만원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이마저도 마지막 월급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로부터 지난 11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하루에 200~250건씩 배송하며 한 달 월급으로 350만~400만원까지 받았다. 지난달부터 강씨의 월급은 반토막이 났다. 한진택배가 3년 전 분실된 물건에 대한 배상 책임을 강씨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해당 물건을 보지도 못했다는 강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가 소속돼 있는 경기 일산의 한진택배 ㄱ대리점 ㄴ소장은 “물건이 대리점으로 전달된 후 분실됐다”며 “이 경우 물건의 최종 목적지를 배송 담당구역으로 하는 강씨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물건은 2600여만원 상당의 반품 휴대전화 36개였다. 부산에서 발송돼 2010년 12월 ㄱ대리점에 도착했다. 대리점에 물건이 도착하면 택배기사들은 자신의 담당구역으로 배송되는 물건을 택배차량에 싣고 출발한다. 택배기사에게 정상적으로 물품이 전달되면 택배기사는 스마트폰으로 물품의 송장을 스캔해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분실된 휴대전화 36개에 대한 기록은 대리점에 도착한 것을 끝으로 끊어졌다. 강씨는 “배송된 물건이 ㄱ대리점에 내려지는 과정에서 해당 물건이 분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 공방까지 거친 끝에 한진택배는 통신사에 87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그리고 이 책임은 고스란히 강씨에게 전가됐다. 지난달 지급된 월급부터 200만원이 차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씨가 이러한 처분에 반발해 소장에게 항의하자 소장은 “당신과 일 못하겠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ㄴ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택배기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배상 책임을 지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강씨가 다른 대리점으로 옮겨줄 경우 배상 책임을 지겠다고 자청했다”며 “아직 계약해지를 정식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고 13일 관련 서류를 준비해 강씨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ㄴ소장은 지난 1년간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22명의 배송 기록에서 매달 50~100건가량을 누락해 택배기사들이 배송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신뢰가 깨져 ㄱ대리점에서 일하지 못하겠으니 다른 대리점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입력 : 2013-05-13 06:00:00수정 : 2013-05-13 06: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