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세계 경제석학 엇갈린 `한국 처방`

ngo2002 2013. 5. 3. 09:59

세계 경제석학 엇갈린 `한국 처방`

한국 올 2.5%성장…금리 빨리 내려야 금리 더 내려도 인플레만 부추겨 2013.05.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이미 기준금리가 충분히 낮은 상태다. 한국은행이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밀켄글로벌콘퍼런스 폐막일인 1일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경영대학원 교수와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최근 국내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논란과 관련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만큼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한국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2.5% 미만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미미한 상태"라며 "금리 인하가 원화가치 약세로 연결돼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비니 교수는 "확실한 것(certain)은 아니지만 한은이 이달이나 6월 통화정책회의 때 0.25%포인트 소폭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likely)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베커 교수는 루비니 교수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베커 교수는 "2.75% 기준금리는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며 "미국, 일본, 유로존 모두 제로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떨어뜨렸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더 푼다고 경기가 부양될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펀더멘털과 괴리된 자산 거품과 잠재적인 인플레이션만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을 버텨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美·中·유럽 침체로 당분간 저성장

`닥터둠`루비니·노벨경제학상 수상 베커 교수펀더멘털 건강하지만 올 2.5%성장에 그칠것…중장기적으론 긍정적일본 돈풀기 조치로 올해 반짝성장 예상…한국 전자·車엔 부담

◆ 밀켄콘퍼런스 폐막 ◆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한국 경제를 중장기적으로 좋게 본다. 하지만 취약한 글로벌 경제 때문에 당분간 강한 성장을 하기는 힘들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와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과 석좌 교수가 내놓은 한국 경제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수출이 차지하는 `스몰 오픈 이코노미(작은 개방경제)`라는 한계 때문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글로벌 경제와 동떨어져 나 홀로 강한 성장을 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베커 교수는 "주요 수출시장인 유로존과 미국 경기가 여전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도 둔화되고 있다"며 "스몰 오픈 이코노미인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유로존ㆍ중국ㆍ미국 시장이 의미 있는 회복을 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경제도 강한 성장 시나리오를 연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도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1.6~1.7%)보다는 낫지만 한국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5% 미만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유로존ㆍ미국 등 선진 경제는 물론 최근 중국 등 신흥 경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점이 우리나라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봤다. 또 일본 경제가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으로 올해 반짝 성장할 수 있지만 한국 경제에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한국 등 주변국을 거지로 만드는 근린궁핍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전자ㆍ자동차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 상승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커 교수도 "일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 가치 하락을 가져와 일본 제조업에 도움을 주고 한국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전자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들이 당연히 걱정해야 할 문제"라고 경고했다. 북한 리스크도 한국 경제에 골칫거리다. 루비니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달러와 식량원조를 얻어내기 위해 소음(noise)을 내고 있다"며 "북한 리스크는 과소평가할 것도 과대평가할 것도 아니지만 한ㆍ미ㆍ중이 더 이상 긴장 수위가 높아지지 않도록 북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커 교수는 "북한이 군사적인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큰 디스카운트를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어느 정도 디스카운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석학 모두 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견조하고 건강하다고 평가했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은 ITㆍ전자ㆍ소프트웨어ㆍ모바일 등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을 가지고 있고 삼성전자 등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뛰어난 인재풀과 기술에 대한 투자도 잘 이뤄지고 있어 잠재적으로 경쟁력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한국 경제는 견조(solid)하고 강한(robust)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루비니 교수는 "1분기 한국 GDP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넘어선 데다 한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쓰는 것 자체를 한국은행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아래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과도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리를 동결하는 것보다는 인하하는 게 당연히 한국 경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소폭의 금리 인하가 한국 경제성장 추세를 확 바꿀 정도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금리 인하보다는 중국ㆍ미국ㆍ유로존 경제 회복 여부가 한국 경제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베커 교수는 금리 인하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베커 교수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단순히 금리를 내린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재 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금리 인하가 정답은 아니다"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버텨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베커 교수는 "2008년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1차 양적완화(QE)는 필요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2009년 미국 경제가 리세션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난 뒤 연준이 시행한 2ㆍ3차 양적완화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2ㆍ3차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 부양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며 "과잉 유동성 때문에 펀더멘털에 비해 주식값이 과도하게 올라 거품만 키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WTI 원유값 오를것…나는 오늘도 샀다"

`원유선물 대가`T분 피켄스 BP캐피털 회장

◆ 밀켄콘퍼런스 폐막 ◆

글로벌 에너지 업계 거물이자 원유선물 투자 대가인 억만장자 T 분 피켄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 원유가격 강세를 점쳤다. 밀켄 글로벌콘퍼런스에 참석한 피켄스 회장은 1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원유값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자재가 약세장에 접어들었다는 염려가 있지만 원유는 그렇지 않다"며 "나는 오늘도 원유선물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피켄스 회장은 "올해 들어 석유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며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환경전사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미국 부대통령의 화석연료 사용 금지 주장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피켄스 회장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자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화석연료를 뭘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켄스 회장은 "생산된 원유의 70%는 교통수단 운행에 소비되고 있다"며 "만약 전 세계를 정지시키려면 회석연료 사용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면 된다"고 비꼬았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풍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피켄스 회장은 "현재 천연가스 가격(MMBtuㆍ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 기준)이 4달러50센트 수준"이라며 "천연가스 가격이 이처럼 낮은 상태에서 풍력은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에너지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피켄스 회장은 "미국에서는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으면 안 된다. 에너지는 더욱 그렇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6달러 선까지 올라서야만 풍력 에너지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피켄스 회장은 미국이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에너지 독립국이 되려면 천연가스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켄스 회장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연료는 바로 천연가스"라며 "미국 에너지 정책 결정권자들이 800만여 대의 대형 트럭을 개조해 휘발유 대신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BTU(열량 단위) 기준으로 휘발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피켄스 회장은 "셰일가스 개발붐을 배경으로 미국의 잠재적인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매장 규모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 박봉권 특파원]

아프리카 성장성에 이젠 투자해야할때 m 콘퍼런스 마지막 세션

◆ 밀켄콘퍼런스 폐막 ◆ 지난 1일 폐막한 밀켄글로벌콘퍼런스 마지막 세션 주제는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 번영을 위한 투자`를 주제로 열린 폐막 세션은 마이클 밀켄 밀켄인스티튜트 회장 사회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참석해 전 세계가 변화하는 아프리카 잠재력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게이츠 창업자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아프리카 대륙의 5세 이하 유아 사망률이 20%였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인 10%대로 떨어졌다"며 "매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게이츠 창업자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에서 질병 퇴치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르완다 등 대외 원조를 받는 국가 기반 구축과 빈곤 퇴치를 지원하는 조직인 `아프리카거버넌스이니셔티브`를 세운 블레어 전 총리는 "정부 투명성과 효율성이 번영을 가져오는 초석"이라며 "아프리카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밀켄 회장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10개국 중 6곳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라며 성장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