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전관예우 ‘고리’를 끊자]“퇴임 이후 ‘취업’ 기준 명확히 하고 사외이사제 개선해야”

ngo2002 2013. 3. 1. 10:44

[전관예우 ‘고리’를 끊자]“퇴임 이후 ‘취업’ 기준 명확히 하고 사외이사제 개선해야”

ㆍ(하) 어떻게 할 것인가

‘전관예우’는 과연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그동안 전관예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대안이 제시됐지만 속시원한 해법으로 정착된 것은 없다. 전관예우를 받은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오는 등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다. 규정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이참에 ‘전관예우’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차제에 전역 군인들의 방산업계 진출을 양성화해 정부 관리하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다 강도 높은 규제냐, 양성화를 통한 감시냐의 양 갈래 길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고위직엔 ‘직무 관련성’ 모호… 관리업무 포함해야 효과
적법·규제로 막는 데 한계 있어… 미국식 ‘로비스트법’ 검토를
전역 군인 방산업계에 진출 양성화로 정부 관리 바람직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의 퇴임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업체, 로펌 등의 전관예우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기준을 강화하고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컨설팅 등을 명분으로 한 활동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후 취업금지 제한이 있지만 ‘취업’에 대한 범위가 모호하다. 경제 관료가 정식 고용관계를 맺지 않고 로펌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취업이 아니다”라면서 “로비스트나 브로커와 같이 취업이 아닌 상태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업 제한을 ‘취업과 활동’ 제한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의 ‘직무 관련성’이란 표현도 문제다. 현재는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인허가 등 특정 업무를 직접적으로 수행했느냐만을 따진다. 그러나 윤 교수는 “국장, 과장급은 특정 소관업무가 명확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기관 전체에 대한 관리업무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특정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간 관리자층에는 법이 적용되는데 고위직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관료들이 전관예우로 손쉽게 자리를 꿰차는 기업체 사외이사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에서 취업 금지기간을 명시한 것처럼 개별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 내규에 ‘퇴직 후 일정기간이 안된 전직 관료는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다’는 식의 규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공직을 떠난 뒤 시장에 있다가 다시 공직으로 등용될 때 검증을 강화해 본인 스스로 공직 재임용 자격이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전관예우 관행을 바꾸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식 ‘로비스트법’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이나 규제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차라리 미국 로비스트법 등을 도입해서 적어도 누가 어떤 청탁을 어떻게 전달하고 관철시켰는가를 기록에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난 뒤라도 검증할 수 있도록 투명화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출신 인력들의 경우 관련분야 취업을 장려하되,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예비역들의 방산업계 취업을 무작정 막을 경우 애써 키운 전문성이 사장될 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등록된 무기중개업체만 700여개, 방사청 지정 방산업체는 90여개가 있다. 등록되지 않은 무기중개업체도 5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서 얼마나 많은 군 출신 인력이 일하고 있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부분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방산업계로 간다”고 말했다.

군이 방산업계 취업을 알선해주면 지속적 관리도 가능하다. 또 전역에 앞서 윤리와 관련법 등을 교육하는 것도 사고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방산업체로 갈 자원들을 미리 선발해 교육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체계가 갖춰지면 장성들도 알아서 처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박재현·이호준·이재덕 기자 soo43@kyunghyang.com>

입력 : 2013-02-28 22:17:56수정 : 2013-02-28 22: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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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고리’를 끊자]전관 영입 두 가지 유형

ㆍ인허가 인맥 관리할 ‘실무형’… 사정·감사기관 로비 맡을 ‘방패형’

정부부처나 권력기관 고위직들의 전관예우 영입은 크게 ‘실무형’과 ‘방패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기관에 각종 인허가 문제가 걸려 있거나 제도적 규제를 많이 받는 기업들은 보다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해당 업무와 관련된 실질적인 경험과 정보를 가진 고위직들을 영입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른바 실무형이다. 반면 업종 특성상 각종 비리나 범죄, 사고 등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총수 일가의 문제를 관리해야 할 재벌기업들은 사정기관이나 감시기관의 고위직들을 들인다. 방패용 영입인 셈이다.

이동통신업계에 유독 방송통신위원회나 과거 정보통신부 출신 인사가 많은 이유도 이통사업이 손에 꼽히는 인허가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통사업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부터 국가 공공재라서 5~10년 단위로 정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주파수 허가 방침이나 계획, 각종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일정 등의 중요 정보는 방통위에 대한 정보와 인맥을 가진 전관예우 임원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관예우 모시기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와 인허가 관련 이권다툼이 치열한 건설업계도 전관예우가 많다. 국토해양부나 유관 기관의 고위직들은 언제나 건설사들의 ‘영입 0순위’로 꼽힌다.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등 건설단체에도 고위직 출신의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 출신 임원들은 오래 근무했던 경험과 노하우, 지식을 민간에 전파한다는 측면과 함께 민간과 공공을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한다”면서 “크게 봐서는 건설업 관련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되고,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전관예우 차원에서 공공공사 수주나 인허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고위 공직자들을 끌어오는 이유는 단속이나 감사 등에 대비한 방패용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저축은행이다. 대주주나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 자리에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금감원의 저축은행 감사를 무마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훈 의원(새누리당)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저축은행 임원진 중 금감원 출신은 총 65명에 달했다. 제일·제일2·프라임·파랑새·대영·토마토·에이스저축은행 등 영업정지된 7곳에서는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전직 금감원 직원 10명이 재직했다.

또 조직 확대나 이익 추구에는 고위 관리의 후광도 필수적이다. 특히 은행 등 금융업은 ‘허가 산업’인 만큼 정부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러한 정부를 움직일 힘이 전직 고위 관료만 한 사람이 없다. 대표적인 게 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다. 지난해 산은의 공공기관 해제 과정에 지난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정권 실세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인사와 조직 운영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완전한 경영 자율성을 갖게 된다. 경영목표와 예산운용 계획은 물론 인건비 예산과 집행 현황, 자회사와의 거래 내역, 감사나 감사위원의 직무수행 실적 평가 결과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할 필요도 없어진다.

현대제철이 최근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결정한 것도 방패용이라는 시각이 짙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에서 포스코 등 일부 철강업체들은 가격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이 공정위 출신 관료들을 영입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재벌기업들은 총수 일가 관련 위기관리 차원에서 사외이사를 법조인과 관료 출신들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5명의 사외이사 중 오세빈 전 서울고법원장 등 3명이 고위 관료 출신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10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법조·관료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O스코어가 10대 재벌기업 92개 상장사 사외이사 323명의 출신 직종을 분석한 결과 33.2%가 법조인과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10대 그룹 기업 관계자는 “다양한 고위직 출신의 임원이 많을수록 더 많은 보험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진식·박재현 기자 truejs@kyunghyang.com>


 

입력 : 2013-02-27 22:25:14수정 : 2013-02-27 22:25:14


 

[전관예우 ‘고리’를 끊자]“통신·금융업계는 전직 관리들의 놀이터”… 신 정경유착 비판 거세

ㆍ(중) 금융권·재계 실태

한국 재계와 금융권의 ‘전직 정부 관리 모시기’가 도를 넘고있다. 전문가 영입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규제 부처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신(新)정경유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금융권 몰려간 금감원 출신들 저축은행 사태로 폐해 드러나
국세청, 중소기업 세무조사하며 전관 회계법인으로 교체 압력도
퇴직 후 2년간 재취업 금지법… 자문은 예외, 심사 부실 등 허점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들은 퇴직 후 은행이나 증권사, 저축은행의 감사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금감원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던 서울 역삼동 솔로몬저축은행. | 연합뉴스


■ 인허가 많은 통신업체 “전직 관리 없인 일 못해”

통신업체는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관리들의 ‘놀이터’라 불린다. 1996년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KT로 영입됐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2002년 정통부 장관을 지냈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정통부에서 KT로 갔다가 방통위로 복귀한 경우다. 이 위원장은 1996년 이석채 회장이 정통부 장관이던 시절 차관으로 일했다. 이 위원장은 KT에서 이상철 부회장과 계열 사장단으로 함께 근무했다.

국내 정보통신업체에 정부 부처 출신이 많은 것은 인허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규제를 쉽게 풀어가는 데 고위 공무원 출신을 부리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과 통신요금 책정 등 정부 정책이 통신사의 사업 흥망을 좌우한다”며 “정부의 내부 일처리 과정에 밝고 인맥도 두터운 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이 아니면 일처리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006년 2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2009년 STX에너지 회장을 거쳐 현재는 STX중공업과 STX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겸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과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경부 1차관, 김영학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은 지경부 2차관을 지냈다.

■ 금감원 출신들은 저축은행에서 로펌으로

금융권에서 전관예우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 계기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였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들이 감사나 사외이사로 대거 활동했다. 김상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이 은행의 상근고문을 역임한 것을 비롯해 김강현 전 금감원 분쟁조정실 팀장과 윤익상 전 금감원 부국장이 감사를 지냈다. 한국저축은행에서도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와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검사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금감원 출신 전관들은 금융기관의 영입 대상 1순위로 통했다.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 직전까지 금융당국은 극심한 외부 압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것은 넓은 로비 인맥을 통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총리실은 금감원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이후 금감원 출신이 유관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거의 사라졌지만 대형 법률회사(로펌)나 금융회사에서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과 율촌의 이정재, 광장의 김용덕 전 원장이 대표적인 전직 수장들이다.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 출신의 진입 문턱이 높아진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금융권 진입이 늘어났다.

■ 회계법인이나 대기업으로 가는 국세청 관리들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 퇴직 공무원도 회계법인이나 로펌에 가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 이후 5년간 국세청 퇴직 공무원 26명이 로펌 및 회계법인에 들어갔다.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9월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93개 상장회사를 분석한 결과 1년간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중 17명이 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대한항공), 김남문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칠성),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현대글로비스) 등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었다.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은 물론 조사국 출신은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어 기업이나 로펌, 회계법인의 영입 대상으로 인기가 많다.

국세청 ‘전관’ 때문에 일감을 뺏기는 사례도 있다. 4년 가까이 중소기업 ㄱ사의 회계·세무 업무를 맡아왔던 공인회계사 ㄴ씨는 ㄱ사가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ㄱ사 사장으로부터 “회계법인을 교체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세무조사를 나온 국세청 직원들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꿀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그 회계법인에는 국세청에서 퇴직한 지 얼마 안된 인사가 고문으로 영입돼 있었다.

정부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2011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된 법은 퇴직 후 2년 동안 유관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취업이 아니라 자문계약 식으로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 또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심사 자체가 허술하다.

참여연대가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퇴직 후 재취업한 공무원의 업무와 취업 업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상자 172명 중 103명이 퇴직 전 업무와 관계된 기업이나 단체에, 61명은 퇴직 전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돼 취업이 제한되는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재원·이주영·이호준·박철응 기자 young78@kyunghyang.com>


 

입력 : 2013-02-27 22:25:25수정 : 2013-02-27 23:01:56


 

[전관예우 ‘고리’를 끊자]부정청탁 방지 ‘김영란법’ 등 입법까진 ‘산 넘어 산’

ㆍ논의 중인 ‘방지 법안’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일명 ‘김영란법’과 국회의원 발의로 계류 중인 2건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던 법안이어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이 법안은 민간 부문에 있다 고위공직자로 임용되는 경우 전직 2년 동안 이해관계를 신고해 관련 업무를 임용 후 2년 동안 맡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뒤 민간기업으로 옮길 경우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2년간 관련업무가 금지되지만, 민간에서 다시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 등으로 돌아오는 경우의 ‘재’전관예우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수 년을 걸쳐 반복되는 ‘전관예우 악순환’과 함께 ‘전관예우 장관 후보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입법 진척 속도는 더디다. 지난해 10월로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됐지만 4개월째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일부 부처가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2건이다. 2011년 개정된 변호사법과 공직자윤리법의 골자를 유지하면서 구멍을 메꿔 실효성을 높이는 안이다.

지난해 11월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가 퇴직공무원의 사기업체 취업제한 심사를 공시하고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3년간 취업심사에서 취업불가 판정이 내려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지난 27일 변호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지방변호사회에만 보고하도록 돼 있는 변호사의 전년도 사건수임 건수와 수임액을 대한변협과 법무부 장관에게도 보고하도록 하는 개정안이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대표발의한 일명 ‘현관예우 금지법’도 법조계 비리 근절안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입력 : 2013-02-28 22:17:37수정 : 2013-02-28 22: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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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고리’를 끊자]기고 - 고위 공직자 취업 심사 강화해야

최근 ‘고위 공직자로 일하다 나온 전관이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더라’는 말이 회자된다. 기업들이 퇴직한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큰돈을 줬을 리는 만무하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가 퇴직 공직자의 전문성 덕분일까.

그렇다면 퇴직 후 전문성을 더 강화한 공직자는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퇴직 후 학업이나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한 전관이 곧바로 취직한 경우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기업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실제 공직자들의 재취업은 퇴직 직후에 집중된다. 참여연대가 2009년 보고서에서 업무 연관성이 있는 업체에 취업했다고 판단한 고위 공직자 22명 중 7명은 퇴직한 바로 다음날 민간업체에 취업했다. 82%에 해당하는 18명이 3개월 내에 취업했다.

공직자는 국가가 부여한 직위에서,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전문성을 쌓는다. 그 경험을 사용해 대가를 받는 것이 정당할까. 더구나 전직에서 맺었던 인간관계에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후 취업을 제한하고, 퇴직 공직자의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온정적으로 운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의 취업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부터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행정안전부에 속한 위원회를 국민권익위원회 등 중립적인 기관으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위원들도 외부인사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업무 연관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의 좁은 해석으로는 금융위원회에서 비은행권을 감독하던 사람이 퇴직 후 은행권에 취업해 은행권을 감독하던 동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등의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다. 취업을 제한한 기업의 자본금 기준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전관이 취업을 한 후의 활동에도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제도상으로는 퇴직한 공직자가 현직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또 전직 공직자에게 청탁을 받은 현직 공무원은 바로 윗선에 청탁 사실을 보고토록 했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보고가 이뤄지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조항이 힘을 발휘하도록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탁의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청탁한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 법)’이 통과된다면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19세기 남북전쟁 때 무기판매업자가 남쪽과 북쪽에 모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이때부터 한 사람이 이해가 충돌하는 양측을 모두 대변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한 행위가 공공의 입장에서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 속에 미국의 고위 공직자는 자신의 공직과 긴밀히 연결된 일에는 영구적으로 취업을 금지당한다. 그리고 그 외 다른 일에는 업무 연관성에 따라 2년 제한, 1년 제한, 적용 제외로 차등 적용받는다.

일본에서는 고위공직자가 정년 전에 퇴직할 경우,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아서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은 일본과 문화가 다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에서 공무원 직의 정년을 보장하고, 공무원 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같다. 적어도 공직자가 국민의 봉사자라면 고위공직자가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이제까지 공직활동과 이해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는 회사에 취업을 하고자 퇴직을 해서는 안된다.

<장정욱 |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


 

입력 : 2013-02-28 22:17:42수정 : 2013-02-28 22: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