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연금 타려고 나이 고치고, 사망신고 미루는 `연금유령` 속출

ngo2002 2013. 3. 4. 10:15

연금 타려고 나이 고치고, 사망신고 미루는 `연금유령` 속출
사망자 연금부정수령 한해 2577건
"새정부가 부채탕감" 개인파산도 급증
기사입력 2013.03.03 18:20:14 | 최종수정 2013.03.04 09:26:5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복지 모럴해저드 심각 ◆

국내 노인들의 빈곤율이 심각해지면서 노인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일괄적으로 4만~20만원까지 지급하는 연금 등의 공약 실행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이에 편승한 다양한 도덕적 해이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낮 서울 파고다공원 앞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 <김호영 기자>
부산에 사는 정 모씨(63)는 최근 생년월일을 고쳐볼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는 1949년 5월생인 그는 부모님께서 출생신고를 늦게 해 1950년 3월생으로 주민등록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를 못 느꼈으나 내년 7월부터 주는 기초연금이 20만원으로 오른다니 변호사 수임료를 감안해도 연금을 1년 더 빨리 받는 게 이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 전반의 복지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곳곳에 퍼져 있는 복지 누수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재정만 쓰고 효과는 적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제도의 빈틈을 겨냥해 기존의 자격이나 행동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재원 누수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금 상향 역시 `연령 정정신청`이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령 정정신청`이란 실제 나이와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다른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이를 정정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의 금액이 상향되면서 변호사 수임료와 같은 제반 비용을 쓰더라도 일찍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 가족관계등록계 관계자는 "2월부터 `생년월일 정정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주로 60세가 넘는 분들께서 어떻게 하면 주민등록상의 생일을 앞당길 수 있느냐고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서너 통씩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되는 `연령 정정신청`은 이미 1월부터 증가했다. 서울가정법원에는 지난해 월평균 46건이 접수됐는데 지난 1월에는 51건이 접수됐다.

변호사들은 최근 법원이 연령변경을 허가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특히 정년연장이나 연금수급을 목적으로 하는 연령변경 신청은 절대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을 해도 별로 실익이 없다고 조언하지만 `안 되면 말고` 식의 신청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법무사 최승윤사무소의 사무장은 "본인이 원하면 거의 성사되는 개명 신청과는 달리 연령정정 신청은 증빙서류가 확실해도 소명서를 통해 법원에서 연령정정의 필요성을 따로 판단한다. 예상외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법무사들도 신청을 만류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에서는 연금수급자가 사망했더라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연금을 계속 받는 이른바 `연금 유령`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망자를 신고하지 않고 가족이나 동료들이 계속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돈을 챙기는 경우는 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급여, 국가유공자 지원 등 여러 복지 분야의 골칫거리다.

공단이 지난해 8월 70세 이상 고령자와 중증장애수급자 2만678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64명이 사망에 따른 수급권 변동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충남 당진의 최 모씨 유가족은 최씨 사망 사실을 숨기고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무려 8년(96개월) 동안 총 1097만원을 받았다.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연금을 주기는 하지만 나오는 돈이 40~60% 정도는 깎이기 때문에 아예 사망신고를 미루면서 연금을 계속 받는 것이다.

이러한 `연금 유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주민등록 전산망, 전국 병원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전국 화장장(火葬場)에서 처리한 사망자 명단, 전국 장례식장의 사망자 기록까지 다 살펴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여러 정부 기관으로부터 사망자나 사망 의심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망 의심자 허브를 구축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화장장도 이용하지 않고 남몰래 장례를 치른 경우에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나오면서 금융권에서도 모럴해저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작년 9월 5.2%에서 12월 5.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햇살론의 연체율은 9.6%에서 9.9%로, 바꿔드림론도 8.5%에 9.1%로 늘었다. 2011년 말 기준 연체율은 각각 4.4%, 8.4%, 7.1%였다. A신용정보의 채권회수팀장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인 채무탕감 정책이 나오면서 빚을 갚기는커녕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이나 개인들의 법원 회생절차 신청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모럴해저드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김제림 기자 / 김유태 기자]

400만명 건강보험 무임승차
공무원 1명이 1000명 관리…모럴해저드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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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명 건강보험 무임승차 어떡하나
복지판 `공유지의 비극` 재정 적자 부채질
기사입력 2013.03.03 18:20:03 | 최종수정 2013.03.03 21:27:2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복지 모럴해저드 심각 ◆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2010년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할 당시 월 3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었지만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월 120만원 버는 큰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까지 복지에 편법적으로 무임승차할 정도로 복지 모럴 해저드는 넓게 퍼져 있다. 개인으로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눈 먼 돈`인 복지예산이 이런 식으로 가면 재빠르게 소멸되는 `공유지의 비극` 현상이 나타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양대 축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상이지만 서남수 장관 내정자의 경우처럼 직장에 다녀 소득이 있으면서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무임 또는 저임승차자` 407만명은 건강보험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12월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이 경제의 비공식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임금소득자임에도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거나 아예 안 내는 사람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24%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현재 건강보험의 수입을 줄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고령화와 고급 의료서비스의 수요 등으로 건강보험료의 지출은 늘고 있지만 피부양자의 규모는 건강보험의 재원을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가구당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다른 가족들은 모두 피부양자가 돼 건강보험의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의 경우 건강보험 적자는 1조2994억원에 달했고 올해 적자도 1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지출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피부양자라는 구멍을 메우지 않고선 적자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사망신고가 되지 않아 새어나가는 국민연금 지급금은 적지 않은 돈이다. 연금지급액의 약 0.01%가 이 때문에 빠져나간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민연금공단이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당시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국민연금을 부정 수급한 건수는 2577건으로 부정수급금은 9억5900만원에 달했다.

사회보험 외에 무상보육과 같이 국가가 전액 부담을 지는 복지제도도 필요 이상의 복지 소비 때문에 소요재원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지자체들은 현행 국고보조금 지원으로는 무상보육 재원이 상반기도 못 돼서 바닥난다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그전까지는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도 모두 보육료 부담에서 벗어나 보육시설 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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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1명이 천명 관리…모럴해저드 못막아
기사입력 2013.03.03 18:19:57 | 최종수정 2013.03.03 21:27:4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복지 모럴해저드 심각 ◆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주민센터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자살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흔히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인원만 적게는 100~2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서류 작업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복지의 누수 현상을 감독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증원 없이는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복지가 필요 없는 곳에는 흘러가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사망 후에도 계속 급여와 연금을 받는 것은 향후 복지 재정을 위협하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복지 현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바로 차단할 수 있도록 현장조사 등을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인력만으론 부족하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사망 의심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인력 부족 때문에 조사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중복 및 부정수급 여지를 없애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 부처 복지사업을 연계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통했다. 여기에 2014년까지 7000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증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현재 주민센터에서 벌어지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과 다른 공무원들 간 업무 분장 문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없이 인력 증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 부문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시급하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에서의 모럴 해저드는 함께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서도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나오기 전부터 장기 연체했던 채무자를 위주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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