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타려고 나이 고치고, 사망신고 미루는 `연금유령` 속출
사망자 연금부정수령 한해 2577건 "새정부가 부채탕감" 개인파산도 급증 | |
기사입력 2013.03.03 18:20:14 | 최종수정 2013.03.04 09:26:54 |
◆ 복지 모럴해저드 심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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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정 모씨(63)는 최근 생년월일을 고쳐볼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는 1949년 5월생인 그는 부모님께서 출생신고를 늦게 해 1950년 3월생으로 주민등록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를 못 느꼈으나 내년 7월부터 주는 기초연금이 20만원으로 오른다니 변호사 수임료를 감안해도 연금을 1년 더 빨리 받는 게 이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 전반의 복지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곳곳에 퍼져 있는 복지 누수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재정만 쓰고 효과는 적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제도의 빈틈을 겨냥해 기존의 자격이나 행동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재원 누수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금 상향 역시 `연령 정정신청`이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령 정정신청`이란 실제 나이와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다른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이를 정정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의 금액이 상향되면서 변호사 수임료와 같은 제반 비용을 쓰더라도 일찍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 가족관계등록계 관계자는 "2월부터 `생년월일 정정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주로 60세가 넘는 분들께서 어떻게 하면 주민등록상의 생일을 앞당길 수 있느냐고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서너 통씩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되는 `연령 정정신청`은 이미 1월부터 증가했다. 서울가정법원에는 지난해 월평균 46건이 접수됐는데 지난 1월에는 51건이 접수됐다. 변호사들은 최근 법원이 연령변경을 허가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특히 정년연장이나 연금수급을 목적으로 하는 연령변경 신청은 절대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을 해도 별로 실익이 없다고 조언하지만 `안 되면 말고` 식의 신청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법무사 최승윤사무소의 사무장은 "본인이 원하면 거의 성사되는 개명 신청과는 달리 연령정정 신청은 증빙서류가 확실해도 소명서를 통해 법원에서 연령정정의 필요성을 따로 판단한다. 예상외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법무사들도 신청을 만류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에서는 연금수급자가 사망했더라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연금을 계속 받는 이른바 `연금 유령`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망자를 신고하지 않고 가족이나 동료들이 계속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돈을 챙기는 경우는 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급여, 국가유공자 지원 등 여러 복지 분야의 골칫거리다.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연금을 주기는 하지만 나오는 돈이 40~60% 정도는 깎이기 때문에 아예 사망신고를 미루면서 연금을 계속 받는 것이다. 이러한 `연금 유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주민등록 전산망, 전국 병원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전국 화장장(火葬場)에서 처리한 사망자 명단, 전국 장례식장의 사망자 기록까지 다 살펴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여러 정부 기관으로부터 사망자나 사망 의심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망 의심자 허브를 구축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화장장도 이용하지 않고 남몰래 장례를 치른 경우에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나오면서 금융권에서도 모럴해저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작년 9월 5.2%에서 12월 5.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햇살론의 연체율은 9.6%에서 9.9%로, 바꿔드림론도 8.5%에 9.1%로 늘었다. 2011년 말 기준 연체율은 각각 4.4%, 8.4%, 7.1%였다. A신용정보의 채권회수팀장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인 채무탕감 정책이 나오면서 빚을 갚기는커녕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이나 개인들의 법원 회생절차 신청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모럴해저드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김제림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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