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도 퇴직 후 무기중개업체에 고문으로 취업해 2년 동안 2억8500만원을 받았다. 게다가 김 내정자는 이 무기중개업체가 수입하는 독일산 전차 부품이 국방부가 개발 중인 K2 전차의 핵심 부품으로 바뀌는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관`은 이 정도 몸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을까. 대형 로펌 사이에서는 매년 전관 모시기 경쟁이 일어난다. 로펌에서 전관이 하는 일은 돈 될 만한 큰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다. 주로 대기업이나 돈 많은 사업가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서초동에는 "승소하려면 변호사 발가락이라도 재판장과 닮아야 한다"는 농담까지 떠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연수원 기수와 학교는 물론이고 법원이나 검찰 재직 당시 누구와 함께 일했는지 등을 파악해 맞춤형 전관을 찾아주는 브로커들이 따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 관료 출신들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투기자본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론스타 대리인인 김앤장 고문으로 이름을 걸친 경제부처 관료들의 힘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을 정도다. 전관들은 주로 친분이 있는 선후배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의견서에 살짝 이름을 걸치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다. 직접 법원이나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내면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전관예우 관행은 경제부처 등 타 공직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감사원ㆍ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국세청ㆍ관세청 등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처 관료들은 퇴직 후 관련 회사 사외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몸담았던 부처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영입해준 회사에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게 로비를 하거나 불리한 규제 등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힘을 쓴다. 세무감사 등이 들어오면 이를 막는 역할도 담당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금융감독원 1~2급 퇴직자 가운데 55명이 피감기관인 은행 저축은행 증권 보험사에 감사나 감사위원으로 재취업했다는 자료가 나왔다. 퇴직 당일 곧바로 이직한 간부도 3명이나 됐다. 기업들도 전관들을 기업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출점 규제, 불공정 유통행위 조사를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한 신세계는 지난 19일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말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공정위 사옥의 정부세종청사 이전을 앞두고 중견간부들의 법무법인, 대기업 이직이 줄을 잇기도 했다. 군에서는 퇴직 후 군에 납품하는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관례에 가깝다. 해군작전사령관이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업체에 취업하는가 하면 국방부 간부가 화약 제조업체에 들어가기도 한다.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은퇴 후 무기중개업체를 운영하며 국가 기밀을 미국 방산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전관예우의 문제점은 자명하다. 정당한 법 집행을 왜곡하고 사회적 불신을 초래한다. 전관을 선임한 자와 소송을 벌이는 사람은 `전관 때문에 재판 결과가 바뀌었다`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기업인은 `상대 회사 고문으로 있는 전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같은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불신은 증폭돼 사회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 현직 공무원들이 전관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뭘까. 한 부장검사는 "나중에 변호사 개업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 때문"이라며 "`내가 전관의 전화를 받기는 싫다. 하지만 전관예우 문화가 완전히 없어지면 내 미래가 불안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관예우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전관을 찾는 소송 당사자들의 수요가 있는 한 전관은 살아남을 것이고 몸값 역시 다른 변호사들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관예우 현상이 오히려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 경쟁이 심해지면 판ㆍ검사 출신들은 결국 `전관예우` 관행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명 기자 / 김동은 기자 / 문지웅 기자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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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위 `전관예우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법적 허점과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야 정부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뒷북`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1일 행안부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관예우 차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퇴직 공직자라도 변호사나 세무사, 회계사 자격증만 있으면 로펌이나 세무법인, 회계법인 등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중점 개선 검토 대상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퇴임 후 대형 로펌으로 갔다가 다시 공직에 돌아오면서 전관예우가 강화되는 현상에 대해 "그런 커넥션이 생긴다면 근절돼야 한다"며 "거기에서 오는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공직 후보자가 전관예우 근절 방침을 잇달아 밝힌 데는 그동안 시행하고 있는 방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5월 개정된 변호사법(일명 전관예우금지법)이 판검사들의 로펌행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관예우금지법의 골자는 판검사들이 퇴직 당시 근무하던 법원과 검찰청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회사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제약을 무력화할 수 있다. 2011년 10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ㆍ회계법인에 취업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탈락한 사람은 전무했다. 또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2년 동안 유관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다. 용역이나 자문계약을 맺는 식으로 간접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한 것으로, 차관급 이상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 공직자가 신규로 임명되면 민간 부문에 재직할 당시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관련 직무에 일정 기간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명광복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김영란법`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의 취업 제한은 부처만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그 부처의 업무로 그 폭을 확대해야 하고, 취업제한 대상 기업의 기준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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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는 대한민국에서만 사용되는 대표적인 단어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독일은 물론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전관예우는 통용되지 않는다. 법조계도 그렇고 경제부처나 공직 전반에서 전관예우 현상이 심하지 않다. 우리와 사법시스템이 비슷한 일본은 전관예우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일본은 고위직 출신 판검사 퇴직자들에게는 공증인 자격을 부여해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준다. 법적으로 공증 업무에만 종사하도록 하면서 정부에서 준연금제도 비슷하게 일정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인사제도상 퇴임 시 60세가 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롭다는 점도 전관예우가 싹트지 않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대법관의 전관예우도 사실상 없다. 일본 대법관은 정년이 73세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게 확고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판검사들 임금은 일반 대기업보다 많다. 일본 대기업에 종사하는 50대 근로자의 임금은 월평균 50만엔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연배의 판검사들의 임금은 120만엔이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검사들의 임금 자체가 높기 때문에 로펌 등 다른 기관에 이직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고위직 출신들은 후배들의 업무에 방해된다는 인식이 강해 로펌 등으로의 취업은 생각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법조 일원화가 완벽하게 이뤄져 있어 전관예우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법조 일원화란 변호사 중에서 판사와 검사를 임용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대부분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다. 이후 지방검찰청에서 검사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지원해 검사로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10~15년 법률지식과 실무를 익힌 뒤 판사로 진출하는 시스템이다. 지방검사장도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책임 있게 검찰 조직을 관장할 수 있다. 법조인 양성 방식도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각 주에서 관장하는 자격시험을 치르는 형태다. 지연ㆍ학연에 사법시험 선후배를 따지는 우리 법조인 문화와 다르다. 미국 법조인들은 학교나 고향 선배라고 봐주는 것이 없고, 내가 지금 선배를 봐주면 내 후배가 나중에 나를 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이는 구속 기준과 양형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합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주친 사실까지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만큼 윤리 기준이 엄격하다.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것과 양형기준법이 정비돼 있는 것도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누군가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전관예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도 법관이 한 번 임용되면 30~40년 동안 종신제로 있다. 고위 법관 눈치를 볼 것 없이 양심에 의해 판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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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에 합격해 바로 개업한 `순수` 변호인 A씨는 자신의 의뢰인이 의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전관` 변호인 B씨와 맞붙었다. A씨는 처음 승소를 자신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관의 `파워`를 피부로 느꼈다. 선고기일이 정해지면 갑작스레 변론을 요청해 미루고 미루길 네 차례. 별 내용 없는 변론에도 재판부 판사는 기일을 미루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재판을 `사보타주`시키고 있었던 것. 끝내 A씨는 B씨에게 화해로 소송을 마무리하자고 요청했다. 이는 전관 변호인의 의뢰인인 C기업이 원했던 것. 전관의 막강한 힘을 보여준 셈이었다. A씨는 "전관 입장에서 재판 결과는 승소나 다름없다.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옛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주요 보직을 거친 D국장. 그는 퇴직한 선배 금융관료 E씨와 지난해 어느 주말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했다. 두 가족 간의 저녁 자리는 이미 10여 년째 이어진 것이라 가족 모두 친숙하다. E씨가 공직을 나온 지 벌써 3년이 됐지만 도리어 두 사람의 관계는 `형ㆍ동생` 이상 사이로 발전했다. 자연스레 자신의 업무에 대한 얘기는 물론 아이들 친구까지 알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어느 은행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고, 어느 보험사가 말을 안 듣는다는 얘기도 오간다. 선배 E씨는 후배 D국장에게 자신의 금융계 인맥은 물론 기업인, 법조인까지 폭넓게 소개해준다. 퇴직한 고위공직자를 뜻하는 `전관`은 현재 권력이자 미래 권력이다. 전관의 힘과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돈이 쏠린다. 로펌이 전관에게 지불하는 몸값만 봐도 명백하다. 고법 부장급 판사들의 몸값은 대체로 월 5000만~1억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6억~12억원이다. 높은 비용에도 로펌들은 전관들 모시기 경쟁을 벌인다. 한 메이저 로펌은 전체 700명 가운데 법조계와 정부부처 출신 전관이 200여 명에 이른다. 로펌 관계자는 "해당 전관의 법조경력과 영업능력에 따라 받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경제부처나 금융감독기관 출신 전관들도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로펌이나 민간회사로부터 수억 원씩 받는다. 10대 그룹의 사외이사 자리만 봐도 `전관`들의 실태는 드러난다. 기업들은 `전관`을 활용해 기업의 외형을 키우고 보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22일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10대 재벌기업 92개 상장사 사외이사 323명(중복 9명)의 현직이나 출신 직종을 분석한 결과 전직 공무원 출신 `전관`들은 109명(33.7%)에 달했다. 법조인 출신이 48명(15.2%)이었고 관료 출신은 42명(12.7%), 세무공무원 출신은 19명(5.3%)이었다.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는 G국장은 "선배들에게 잘 해줘야 해요. 꺼진 불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자리로 다시 올지도 모르고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김경도 기자 / 김동은 기자 / 이현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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