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전관예우 실태]군·관 경력으로 퇴직 후 고소득…법으로도 못막는 그들만의 관행
ㆍ(상) 실효성 없는 금지법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퇴임 후 관직에 있었던 경험, 쌓았던 인맥 등을 이용해 큰돈을 번 사람들이 다시 고위 관직에 오르는 게 정당하느냐는 것이다.
▲ 공직자 퇴직하면 모시기 경쟁
한 해 수백억 번 법원장 출신도
군 전역 땐 납품업체 이동 관례
■ 법조인, 퇴직하고부터 고소득 시작
인사철이 되면 퇴직한 법원·검찰 고위직을 모셔오려는 로펌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개업을 하는 이들 중 일부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보통 ‘전관의 힘’은 퇴임 후 1~2년까지가 가장 세다고 한다. “아무개 부장판사가, 아무개 법원장이 1년에 수십억~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입소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정홍원 후보자는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2년 동안 고문변호사로 일하면서 6억7000만원을 받았다. 한 달에 30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이다. 변호사들은 “고검장 하고 나오신 분으로 치면 적게 번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이전부터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에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뒤집으면 고위 검찰 전관이 일반적으로 받는 보수는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고검장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약 16억원을 받았다. 한 변호사는 “옷 벗은 지 얼마 안된 고검장 출신 한 명쯤 있어줘야 로펌에 형사사건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7개월간 7억여원을 벌었다. 정 전 수석은 과도한 수임료가 문제가 돼 2011년 감사원장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했다. 박한철 헌법재판관도 검찰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4개월간 재산이 4억여원 늘었다.
지역 법관(향판)의 경우에는 판사들 사이에 오랫동안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며 끈끈한 인맥으로 연결돼 있어 막 퇴임한 지역 법관의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을 받으면 대법원이 무조건 상고를 받아준다’고 해, 변론 한번 하지 않고 도장만 찍어준 뒤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도장 변론’도 여전하다고 전해진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한국의 현실과 판이하다. 일본 판검사들은 개업하지 못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개업해도 사건이 없다. 관직을 떠나는 경우를 조직 부적응이나 비리가 아니라면 상상하지 못한다. 미국은 유능한 변호사 가운데 법관을 선출하는 구조여서 개업이란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
■ 군과 경제관료의 전관예우도 만연
참여연대는 지난해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서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퇴직한 고위공무원 172명 중 103명(59.8%)이 자신이 근무한 부처와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삼성SDI 백혈병 피해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이 삼성SDI 사외이사가 되거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호텔 평가기준을 감독받는 신라호텔 사외이사로 취업하는 식이다. 군에서는 퇴직 후 군에 납품하는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관례에 가깝다. 참여연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합참 인사군수본부 연구관이 군용 구급차 공급을 담당하는 업체에 상무로, 방위사업청 함정계약팀장이 대형 군함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는 업체에 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도 퇴직 후 무기중개업체에 고문으로 취업해 2년 동안 2억8500만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현재 이 무기중개업체가 수입하는 독일산 부품이 K2 전차의 핵심부품이 된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경제관료들도 퇴직 후 일선 기업이나 로펌으로 옮겨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다수다. 이들은 기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세무대학장에서 물러난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재산이 27억원 증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예산 집행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명광복 간사는 “특히 고위공직자 출신들은 자신이 있던 부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면서 공무 수행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퇴임 후 관직에 있었던 경험, 쌓았던 인맥 등을 이용해 큰돈을 번 사람들이 다시 고위 관직에 오르는 게 정당하느냐는 것이다.
▲ 공직자 퇴직하면 모시기 경쟁
한 해 수백억 번 법원장 출신도
군 전역 땐 납품업체 이동 관례
■ 법조인, 퇴직하고부터 고소득 시작
인사철이 되면 퇴직한 법원·검찰 고위직을 모셔오려는 로펌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개업을 하는 이들 중 일부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보통 ‘전관의 힘’은 퇴임 후 1~2년까지가 가장 세다고 한다. “아무개 부장판사가, 아무개 법원장이 1년에 수십억~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입소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정홍원 후보자는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2년 동안 고문변호사로 일하면서 6억7000만원을 받았다. 한 달에 30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이다. 변호사들은 “고검장 하고 나오신 분으로 치면 적게 번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이전부터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에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뒤집으면 고위 검찰 전관이 일반적으로 받는 보수는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고검장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약 16억원을 받았다. 한 변호사는 “옷 벗은 지 얼마 안된 고검장 출신 한 명쯤 있어줘야 로펌에 형사사건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7개월간 7억여원을 벌었다. 정 전 수석은 과도한 수임료가 문제가 돼 2011년 감사원장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했다. 박한철 헌법재판관도 검찰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4개월간 재산이 4억여원 늘었다.
지역 법관(향판)의 경우에는 판사들 사이에 오랫동안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며 끈끈한 인맥으로 연결돼 있어 막 퇴임한 지역 법관의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을 받으면 대법원이 무조건 상고를 받아준다’고 해, 변론 한번 하지 않고 도장만 찍어준 뒤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도장 변론’도 여전하다고 전해진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한국의 현실과 판이하다. 일본 판검사들은 개업하지 못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개업해도 사건이 없다. 관직을 떠나는 경우를 조직 부적응이나 비리가 아니라면 상상하지 못한다. 미국은 유능한 변호사 가운데 법관을 선출하는 구조여서 개업이란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
■ 군과 경제관료의 전관예우도 만연
참여연대는 지난해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서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퇴직한 고위공무원 172명 중 103명(59.8%)이 자신이 근무한 부처와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삼성SDI 백혈병 피해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이 삼성SDI 사외이사가 되거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호텔 평가기준을 감독받는 신라호텔 사외이사로 취업하는 식이다. 군에서는 퇴직 후 군에 납품하는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관례에 가깝다. 참여연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합참 인사군수본부 연구관이 군용 구급차 공급을 담당하는 업체에 상무로, 방위사업청 함정계약팀장이 대형 군함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는 업체에 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도 퇴직 후 무기중개업체에 고문으로 취업해 2년 동안 2억8500만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현재 이 무기중개업체가 수입하는 독일산 부품이 K2 전차의 핵심부품이 된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경제관료들도 퇴직 후 일선 기업이나 로펌으로 옮겨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다수다. 이들은 기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세무대학장에서 물러난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재산이 27억원 증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예산 집행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명광복 간사는 “특히 고위공직자 출신들은 자신이 있던 부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면서 공무 수행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공직자 전관예우 실태]전관예우 막으려면, 대가성 상관없이 금품 받으면 처벌해야
ㆍ법조계선 모든 형사사건 변호의 국선화 주장
ㆍ경제관료엔 자문 등 간접 취업도 제한 목소리
정부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2011년 관련 규정까지 만들었다.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법조계의 경우 고위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검찰의 ‘재량’이 거의 무제한이어서다. 한국 검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즉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덮을 수 있는 재량도 갖고 있다.
현재 전국의 검사는 2000명에 육박한다. 따라서 ‘전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봐주는 일은 없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들은 여전히 ‘전관예우’를 누리고 있다. 2011년 변호사법이 개정돼 최종 근무지에서는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거물 전관’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 변호를 모두 국선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기소는 국가가 세금을 들여 하는데, 방어는 개인이 하다 보니 경제력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는 것이 이유다.
경제관료 사이에도 전관예우가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재벌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대형 법무법인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국방부 고위 공무원들이 관련 기업에 취업해 군사기밀을 유출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식 취업하지 않고, 용역이나 자문계약을 맺는 식으로 간접 취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이 대가성 없는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등 규정을 강화해야 전관예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ㆍ경제관료엔 자문 등 간접 취업도 제한 목소리
정부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2011년 관련 규정까지 만들었다.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법조계의 경우 고위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검찰의 ‘재량’이 거의 무제한이어서다. 한국 검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즉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덮을 수 있는 재량도 갖고 있다.
현재 전국의 검사는 2000명에 육박한다. 따라서 ‘전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봐주는 일은 없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들은 여전히 ‘전관예우’를 누리고 있다. 2011년 변호사법이 개정돼 최종 근무지에서는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거물 전관’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 변호를 모두 국선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기소는 국가가 세금을 들여 하는데, 방어는 개인이 하다 보니 경제력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는 것이 이유다.
경제관료 사이에도 전관예우가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재벌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대형 법무법인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국방부 고위 공무원들이 관련 기업에 취업해 군사기밀을 유출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정식 취업하지 않고, 용역이나 자문계약을 맺는 식으로 간접 취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이 대가성 없는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등 규정을 강화해야 전관예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13-02-20 22:03:53ㅣ수정 : 2013-02-20 22:30:54
[공직자 전관예우 실태]막을 방법 없는 ‘회전문 인사’… “로펌 출신 세심한 검증 필요”
‘공직→로펌→공직’의 회전문 인사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 법을 만들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전문 인사는 공적인 업무에 외부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말했다.
최근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을 출간한 민경한 변호사는 “현재 시행 중인 법조차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의 회전문 인사는 더더욱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종 근무지에서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해당자들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그는 “법을 만들어놓아도 이를 무력화시키는 편법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법으로 회전문 인사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법관정년제를 자리 잡게 만들어 중간에 퇴직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아예 헌법을 개정해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 잘못된 현상을 근절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거창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헌법을 개정하고 전관예우방지법을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 퇴직공직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처리할 경우 엄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하면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전관을 또다시 공직에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해 수억원씩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줄을 이용해 거액의 수임료를 얻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일인데 그런 사람들을 또다시 공직자로 임명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로펌에서 지나치게 높은 봉급을 받은 고위 공직자는 가급적 다시 공직에 발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공직에 재진출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일부에서는 로펌의 영업방식을 규제하고 수임내역을 공개토록 해 퇴직 공직자들의 활동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최근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을 출간한 민경한 변호사는 “현재 시행 중인 법조차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의 회전문 인사는 더더욱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종 근무지에서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해당자들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그는 “법을 만들어놓아도 이를 무력화시키는 편법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법으로 회전문 인사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법관정년제를 자리 잡게 만들어 중간에 퇴직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아예 헌법을 개정해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 잘못된 현상을 근절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거창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헌법을 개정하고 전관예우방지법을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 퇴직공직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처리할 경우 엄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하면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전관을 또다시 공직에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해 수억원씩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줄을 이용해 거액의 수임료를 얻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일인데 그런 사람들을 또다시 공직자로 임명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로펌에서 지나치게 높은 봉급을 받은 고위 공직자는 가급적 다시 공직에 발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공직에 재진출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일부에서는 로펌의 영업방식을 규제하고 수임내역을 공개토록 해 퇴직 공직자들의 활동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입력 : 2013-02-20 22:03:25ㅣ수정 : 2013-02-2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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