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Biz Report] IPTV 후발주자 KT, 게임기 업체와 제휴 왜?

ngo2002 2010. 3. 30. 09:40

셋톱박스 차별화 위해 소니와 손잡고 젊은층 공략
역량ㆍ문화적 차이보다 비전 공유할 파트너 찾아

◆한국경영학회 Case Study◆

▶ 생각열기 = KT는 경쟁사보다 1년 늦게 쌍방향 IPTV를 서비스하게 됐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니와 제휴를 하고자 한다. KT는 소니와 제휴하면 어떤 효과를 얻게 될까. 서비스 차별화를 어떻게 이끌어내야 할까. 하이테크 상품의 성공적인 마케팅 제휴 사례를 들여다본다.

2007년 1월 IPTV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던 KT에 비상이 걸렸다. 경쟁사가 먼저 IPTV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IPTV는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쌍방향 미디어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셋톱박스가 필수적이다. 셋톱박스가 있어야 IPTV가 제공하는 쌍방향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기존의 TV를 통해 IPTV를 시청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된 KT는 이 셋톱박스를 차별화하는 게 최대 관건이었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기술과 인프라스트럭처를 갖고 있었지만 KT는 차별화된 셋톱박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KT는 전략적 제휴 대상을 찾았다. 직원들 간 회의를 한 끝에 셋톱박스 대신에 게임기 업체와 제휴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KT의 전략은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게임기에 셋톱박스를 탑재해서 IPTV를 수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KT는 게임기 회사와 제휴를 하게 되면 IPTV용 셋톱박스 설치 없이 IPTV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융합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20대가 주요 고객인 게임기의 젊은 층 고객과 30ㆍ40대가 주요 고객인 IPTV의 중년층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KT는 어떤 업체와 제휴해야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시장조사를 한 결과 게임기 업체는 MS와 소니 두 곳이 제휴 후보로 떠올랐다. MS는 2007년 당시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IPTV의 셋톱박스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KT는 MS와 오랜 기간 제휴를 맺고 있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KT가 당초 MS의 IPTV 기술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휴하려면 경영층의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게다가 MS는 폐쇄형 기술 모델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소니는 직접 IPTV 플랫폼을 공급하지 않고 콘텐츠와 게임기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셋톱박스가 아닌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고급화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KT의 기술정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커다란 수정작업 없이 KT IPTV의 영상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KT는 우선 제휴 범위를 모색했다. 3가지 형태의 제휴 방안이 도출됐다. 제휴 관계를 통해 재화를 구매, 공급하는 △거래 관계, 상호작용을 통해 제품 사양을 보완하며 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서빙(serving) 관계, 상호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사 모두 사양을 수정한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배분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 관계 등이다.

KT는 어떻게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내야 할까. 모리아티(Moriarty)와 코스닉(Kosnik)이 제시한 3R와 2C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파트너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있어 자원(resources), 관계(relationships), 명성(reputation), 능력(capabilities), 교감과 문화(chemistry & culture)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은 것이다.

이 결과 KT는 제휴할 때는 역량과 문화적 차이보다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KT는 소니와 손을 잡게 됐다. KT 입장에서 선경쟁적 제휴를 하기로 한 것이다.

IPTV와 게임기 업체의 제휴는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첫째, 서비스 타깃층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TV의 주 시청자는 30대 이후의 주부로 게임기 소비자인 10~30대의 남성과 고객층에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IPTV와 게임기의 융합은 가족 구성원들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주는 동시에 고객층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둘째, IPTV 서비스의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KT의 고민은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기존 셋톱박스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기능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게임기다. 게임기는 3D 그래픽과 입체적 양방향의 차세대 디지털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해줬다.

■ <용어>

선경쟁적 제휴 =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데는 참여하는 기업과 경쟁관계에 따라 △순경쟁적 제휴 △비경쟁적 제휴 △경쟁적 제휴 △선경쟁적 제휴의 4가지로 나눠진다. 순경쟁적 제휴는 수직적인 제휴관계로 원료공급자-제조업자 간의 제휴형태다. 비경쟁적 제휴는 협력적 제휴를 의미한다. 선경쟁적 제휴는 서로 다른 산업에 있어 현재는 경쟁관계가 아니지만 향후 경쟁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제휴형태를 일컫는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2010.03.26 13:23:04 입력, 최종수정 2010.03.26 15:4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