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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항공기 보잉787 탄생의 비밀은 …

ngo2002 2010. 3. 30. 09:39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

◆CEO가 쓰는 경영노트◆

`꿈의 항공기`로 통하는 `보잉 787드림라이너 (Dreamliner)`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비행기는 비행기지만 비행기가 아니다. 하나의 혁신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보잉787`을 항공기술의 혁명으로 부른다. 이 항공기가 탄생하기까지 보잉에서 일어난 혁신 사례를 들여다본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라

항공사들은 어떤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까. 차세대 항공기를 설계하기에 앞서 보잉은 항공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고자 했다. 시장의 변화에 대한 방향성을 정확하게 읽어 고객이 원하는 항공기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다.

즉 향후 항공 시장이 대형 항공기 중심의 주요 허브 공항(major hubs) 간을 운항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을 바로 연결하는 직항로 중심으로 변화할 것인지 판단해야 했다.

항공산업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직항로 중심의 항공 여행, 즉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서비스가 향후 항공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직항 항공편을 활용해 여행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잉은 대형 항공기 시장과 함께 새로운 장거리 중형 항공기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 어떤 항공기가 대안이 될 것인가. 보잉은 지역과 지역을 한번에 직접 연결하는 `장거리 중형 항공기`가 해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787-8은 약 210~250명의 승객을 싣고 1만4200~1만5200㎞ 거리를, 787-9는 250~290명의 승객을 태우고 1만4800~1만5750㎞ 비행할 수 있다. 또 787-3은 290~330석, 4600~5650㎞ 비행 성능을 갖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담아라

`중형 장거리 항공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보잉은 이어 고객이 어떤 항공기를 원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고객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고객 중심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였다. 맨처음 보잉은 첨단 소재기술과 신형 엔진기술을 활용해 `속도`를 강조하는 것이 항공기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시장조사를 벌였다. 전 세계 고객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한 결과 전 세계 항공사들은 효율성, 항속거리, 경제성, 친환경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항공기의 경제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항공 시장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고 비용 상승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형 항공기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어떤 항공기보다 뛰어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지금까지 시장에 선보인 항공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 생산, 조립하기로 했다. 혁신적인 접근법만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품 안에 담아내고 이를 통해 고객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공기의 경제성을 극대화하라

경제성이 뛰어난 `저비용 고효율` 비행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잉은 동급 항공기 대비 20%의 연료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해법은 초경량 소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787의 동체와 날개 등 주요 구조물의 50% 이상을 탄소복합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탄소복합재는 상용기와 군용기에서 수년간 사용해 왔지만 50%까지 탄소소재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탄소복합재라는 소재 혁신을 통해 더 가볍고 간단한 항공기 구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소재 피로감이나 부식을 없앤 데 이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정비 횟수를 줄여 항공기의 운항 수명을 증진시켰다. 복합재 가운데 카본 샌드위치는 두 개의 얇지만 단단한 판을 벌집처럼 붙여 휨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다.

초경량 소재 사용은 착륙비의 절감 효과도 가져다준다. 공항은 항공기 무게에 따라 착륙비를 받고 있으며 보잉은 항공기를 경량화함으로써 착륙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세대 항공 엔진을 제작하는 것도 과제였다. 보잉은 소음 감소와 연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GE와 롤스로이스를 협력사로 선정했다. 무려 2세대를 건너뛰는 기술력으로 항공기의 효율성을 8%나 높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보잉은 현존 중형 항공기보다 787의 유지 정비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었다.

◆최상의 비행 경험을 제공하라

승객들은 어떤 비행기를 타고 싶을까. 보잉은 승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비행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신개념 방식으로 비행기 내부를 디자인하고 기내 탑승 환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실내 습도는 높이고 실내 체감 고도는 낮춤으로써 비행하는 동안 쾌적함을 확보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실내 공간도 폭을 넓혔다. 조명은 LED로 교체했다. 창문도 넓혀 답답함을 줄였다.

이를 위해 보잉은 전 세계 대학들과 고도, 습도, 기내 공기오염도, 조명, 소리, 공간이 승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항공기 내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류를 제거하고 최적의 온도ㆍ습도에 쾌적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비행기로 진화시켜라

환경경영 시대를 맞아 친환경 항공기 제작은 필수다. 보잉은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고 소음을 없애는 데 기술력을 집중시켰다. 이를 위해 연료 사용과 배기가스 배출, 소음 발생 등 모든 기술 분야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20% 감소시켰다. 소음 기준 또한 복잡한 시내 교차로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8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존하는 동급 항공기보다 6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개방형 구조로 혁신시켜라

보잉787은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를 시스템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지상 컴퓨터 시스템에 보고하는 헬스 모니터링(health monitoring) 시스템을 탑재시켰다.

파트너 기업들과의 협력경영도 돋보인다. 보잉은 전 세계 40곳 이상의 공급 파트너들과 계약을 맺고 세계 135곳의 파트너들과 가상 네트워크를 만들어 항공기의 외관 설계, 디자인 개발 등 모든 업무를 협력해서 확정한다.

보잉은 787의 이 같은 혁신 사례가 항공사들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5년 총 10대의 787드림라이너와 추가 10대 옵션을 주문한 상태다. 한국 승객들도 곧 보잉787이 제공할 혁신적인 비행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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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6 14:31:4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