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우위ㆍ차별화ㆍ집중화ㆍ선점…지금껏 알고 있던 전략은 잊어라 | ||||||||||||||||||||||||||||||||||||
현대 기업들의 경쟁전략은 크게 4가지였다. 이 전략의 기본은 원가우위(cost leadership), 차별화(differentiation), 집중화(focus), 선점(industry leadership) 전략을 토대로 하고 있다. 원가 우위 전략은 기업 간 경쟁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어느 기업이든지 상대편과 경쟁할 때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었다. 차별화 전략은 기업들이 제품의 품질, 서비스를 차별화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해 차별화하는 것으로 이는 소비자가 차별화의 요인을 인정할 때 유효한 전략이었다. 집중화 전략은 기업 스스로 시장에서 위치를 확립하고 한 곳에 힘을 모으는 전략이다.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든지 고객 만족에 모든 역량을 쏟는 방식으로 한곳에 경쟁력을 모으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선점 전략은 기업이 선두기업으로 리더십을 확립한 뒤 이를 활용해 경쟁자나 후발기업들에 기회를 주지 않는 전략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이 같은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경쟁 전략만이 성공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대만 PC업체 에이서(Acer)의 지안프랑코 란치 사장. 입국심사대에 선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심사대 직원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입국하면서 미국인이 그의 얼굴을 알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의 컴퓨터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대만의 에이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어디를 가나 에이서를 볼 수 있다(Acer`s Everywhere).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How did that happen?)"라고 에이서의 성공비결에 관심을 나타냈다. 에이서는 HP에 이어 세계 2위 판매량을 자랑하는 델을 압도할 기세다. 미국 이외의 컴퓨터 회사가 이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은 그 자체가 기록이고 처음이다. 과연 이 회사의 성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공장 없는 제조업을 실현하다
그는 에이서의 경영을 한마디로 "우리는 제품에 손끝 하나도 대지 않는다(We don`t touch the goods)"로 설명한다. IT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수석 편집장이자 호울어스리뷰(Whole Earth Review)의 발행인인 케빈 켈리는 "만일 직접 손으로 물건을 만진다면 그것은 진짜 사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많은 현대기업들은 공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포천 100대기업으로 대만 최대 수출기업인 폭스콘(Foxconn)과 대만 최대 노트북 생산업체인 콴타(Quanta)는 거대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대만을 제조업체의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뮤직플레이어나 비디오 게임, 휴대폰, 컴퓨터를 생산해 소비자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HP나 델, 애플과 같은 회사들은 이들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원가를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서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은 무엇일까? ◆ 비핵심역량을 떼어내다
이 같은 굴레를 탈출하기 위해 에이서는 기업조직을 재창조했다. 거의 15년 동안 에이서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의 한 파트에서는 다른 컴퓨터 판매회사를 위해 OEM(주문자상표부착) 컴퓨터를 생산했다. 다른 파트에서는 에이서의 브랜드를 붙여 컴퓨터를 생산했다. 두 상품은 시장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드디어 2000년 에이서는 대결단을 내린다.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였던 노트북과 데스크톱 등 전자제품 OEM 생산을 탈피해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채널(소매ㆍ대리점) 비즈니스 모델`로 조직을 리스트럭처링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01년 제조파트를 위스트론(Wistron)이란 독립회사로 떼어냈다. 작아진 에이서는 더욱 민첩해졌다. 급변하는 IT산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회사구조를 갖추게 됐다. 새로운 로고와 고상함으로 재무장한 에이서는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 중심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2007년 게이트웨이와 패커드벨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에이서, 패커드벨, 게이트웨이, 이머신즈의 4개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의 진용을 구축했다. 유럽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했다. ◆ 노트북ㆍ넷북시장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다 = `공장`을 포기한 에이서는 `제조사`에서 `브랜드 판매사`로 변신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나아가 데스크톱 대신에 노트북과 넷북 생산에 집중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에이서는 컴퓨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직판을 거부하고 파트너 판매사와 도매점을 통해 개인고객을 공략하는 `채널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했다. 새로운 파트너와 일류 공급자들을 끌어들여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단 하나의 제품도 직접 팔지 않았다. 공급자는 기술경쟁력을 키워줬고 채널은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이 결과 2003년 전년도 대비 매출이 45%나 급증했다. 동시에 에이서는 운용비와 자본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에이서의 결정은 겉으로는 시장 흐름과 역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2000년 PC업계의 성공신화로 일컬어지며 급부상한 델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델은 이른바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직판`이란 유통혁신을 통해 컴팩과 IBM, HP와 같은 라이벌 기업을 차례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당시 델의 주무기는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톱이었고 주고객은 개인이 아닌 법인(B2B)이었다. 다양한 법인들의 요구에 맞춰 사양을 변경해야 할 데스크톱과 달리 노트북은 몇 가지 모델로 통일해 대량생산을 함으로써 비용절감효과를 가져다줬다. 곧 에이서의 선택은 적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법인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인과 달리 개인은 데스크톱보다 노트북을 선호했다. 에이서 전략대로 소비자들이 에이서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에 몰려들었다. 란치 사장은 "우리가 제조업체를 분사할 때 앞으로 PC가 일상품으로 변한다면 개인고객의 시대가 열리고 노트북 구매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방향성을 읽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 세계 최저 원가구조로 만들다 HP, 델을 맹추격 중인 에이서의 최대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경쟁사와 달리 에이서의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컴퓨터 판매`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에이서는 `세계 최저 원가 구조`를 만들었다. 에이서는 수많은 컴퓨터 제조업체 가운데 자유롭게 파트너기업을 정해 최저가에 제품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거의 `재고 제로(0)`를 구현하고 있다. 에이서는 주문만 받아 제조업체에 주문을 넘겨주면 모든 프로세스가 끝난다. 창고도 필요 없으며 유통채널도 필요 없다.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상에 물건을 배달해주는 곳은 제조업체다. 따라서 제품을 보관할 창고도 필요 없다. 제조업체에서 주문받은 만큼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납품하면 되기 때문에 재고도 남지 않는다. 이 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에이서는 7000명의 임직원이 17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 2%로 HP와 델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1인당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를 웃돌고 있다. 노트북시장 매출 세계 2위, 넷북시장 매출 세계 1위, 전체 컴퓨터 시장 매출 3위다. 1976년 출범한 이래 34년 만의 일이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폴 오텔리니는 "에이서의 성공은 실패 요인을 받아들이고 현상을 무너뜨리는 커다란 위험감수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에이서의 전략은 PC산업의 침체로 저가 컴퓨터가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빛을 발휘했다. ◆ 스마트폰으로 고개 돌린다 = 에이서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였다. 소비가 위축된 개인들은 저가형 컴퓨터인 넷북시장으로 움직였다. 반면에 법인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컴퓨터 구입을 중단했다. 노트북과 넷북시장을 공격적으로 준비한 에이서는 최대의 호기를 맞은 것이다. 소형 저가의 랩톱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법인 대상으로 데스크톱을 판매해온 델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 결과 에이서는 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이 13.4%로 델의 12.2%를 앞질러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연간 점유율도 에이서는 2008년 10.6%에서 12.7%로 2.1%포인트나 증가한 반면 델은 14.5%에서 12.9%로 1.6%포인트 감소해 2~3위 간 격차가 근소해졌다. 란치 사장은 "세계 최대 컴퓨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을 확대해 에이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 계획"이라며 "휴대폰 제조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연계, 두 제품의 유사성이 향후 에이서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이서는 무선기술, 얇기, 배터리 수명이 노트북의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 `판매상 중시경영`이 브랜드를 키우다 =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난 란치 사장은 밀라노의 집과 에이서의 유럽사무소인 스위스 루가노를 출퇴근한다. 한 달에 한 번 호텔에 캠프를 만들어 에이서의 본사에서 영어로 회의를 한다. 1997년 이탈리아 임원으로 에이서에 합류한 이후 란치 사장은 에이서를 수개월 만에 이탈리아 최대 노트북 판매회사로 바꿔놓았다. 3년 뒤 에이서의 유럽 비즈니스를 총괄하면서 유사한 전략을 확산시켰다. 그의 전략은 `판매상 중시경영`이었다. 크고 작은 소매상을 똑같이 대우하며서 모든 매장에 에이서가 전시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판매`를 없애 소매상을 위한 정책을 폈다. 판매상이 늘수록 에이서라는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졌고 판매상의 에이서에 대한 충성심은 높아졌다.
이 기업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 것일까. ◆ 무재고 시스템을 구현하다 = 미국 미시간 트로이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 매장에 콜게이트 치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고객이 치약 2개로 포장된 1묶음을 집어 계산대에 선다. 점원이 바코드를 금전등록기에 가져가자 5.5달러가 나타난다. 고객은 해당되는 값을 지불한다. 그냥 평범한 절차다. 하지만 월마트 `유통시스템(Delivery System)`은 남다르다. 고객이 치약을 집어 점원에게 가져가 바코드를 읽기 전까지 그 치약의 소유권은 콜게이트에 있다. 소유권이 제조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계산대로 가져온 치약을 점원이 인수하는 순간 비로소 그 치약은 월마트의 치약이 된다. 즉 월마트는 점원이 치약을 받아 바코드를 읽고 돈을 받는 약 30초도 안되는 순간만 치약을 소유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월마트는 하루에 1조원이 넘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단 1원어치의 재고도 없다. 월마트는 이 같은 방식으로 무려 500억달러 규모의 재고를 순식간에 없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공급사중심재고관리(VMIㆍVendor Management Inventory) 시스템 때문이다. VMI는 공급자가 월마트 재고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월마트는 물건을 팔 매장과 상품을 진열할 선반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선반 위에 진열된 모든 제품은 월마트의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것이다. 콜게이트 치약의 바코드를 읽는 순간 치약의 판매 정보가 치약 제조회사인 콜게이트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치약회사에서는 치약의 재고와 판매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진열대에 치약이 떨어질 때쯤 됐거나 재주문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치약회사는 스스로 판단해 진열대를 채우게 된다. 굳이 월마트에서 필요한 만큼 치약을 주문할 필요가 없다. 치약회사는 월마트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트럭에 연락해 필요한 만큼의 치약을 입고하면 된다. 모든 일을 치약회사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월마트는 화물 운송에 필요한 인력을 뽑을 필요도 없이 매장에 물건이 채워져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월마트는 치약에 대한 소유권 하나 없이 VMI를 활용해 매장에 있는 수많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월마트는 상품을 구입하는 데 돈을 쓸 필요도, 상품을 유통시키는 데 필요한 인력과 차량도 필요 없다. 이처럼 `무소유권`과 `무재고` 정책을 활용해 엄청난 원가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원가관리는 경쟁자와 비교해 매우 유리하다. 이로 인해 1962년 아칸소주 시골 도시인 벤턴빌에서 창업한 이래 48년 동안 `상시 최저가(Everyday Low Price)` 원칙을 실현해가고 있다. ◆ 고객과 일대일로 거래한다 =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거대 인터넷 매장을 구축한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해 개리 하멜이 쓴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를 입력한다. 44건의 고객 평가가 담겨 있다. 1분31초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하멜의 책에 대한 개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새 책을 살 것인지, 헌책을 살 것인지를 묻는다. 상품을 클릭해 구입한다. 책이 언제 발송될 것인지, 발송된 책은 어느 배송 단계에 있는지, 언제쯤 받아볼 수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과거에 구입했던 책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어떤 책을 주로 구입하는지 고객이 과거에 구입했던 책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성향과 취향을 컴퓨터가 관리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거나 좋아할 만한 제품을 찾아 필요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과거 와인과 관련된 서적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새로 출판된 신간에 대한 서평을 이메일로 제공한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새로운 클래식 음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객관계경영(CRM)을 활용해 B2B나 B2C 시장에서 고객과 일대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고객의 수요 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앞으로 경쟁에서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기업들은 어느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언제 얼마만큼 사용하게 될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공급자=소비자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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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판매에 필요한 제품을 협력사에서만 공급받을까. 그렇지 않다. 21세기는 `공급자=소비자`인 시대다. 이른바 `UC(User Created) 시대`가 열렸다. 사용자가 만들어낸 콘텐츠(UCC)를 비롯해 사용자가 만들어낸 디자인(UCD), 사용자가 창출해내는 서비스(UCS), 사용자가 만들어낸 제품(UCP)ㆍ기술(UCT)ㆍ혁신(UCI) 등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국적 여기자로 화제를 모았던 커런트TV. 이 회사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기업가인 조엘 하얏트가 설립한 쌍방향 케이블 채널이다. 2005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위성과 케이블망을 통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 무려 5000만명 이상이 시청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비자들이 직접 TV 프로그램과 광고를 만들어 방송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의 약 30%를 시청자들이 제작하고 있다. 이른바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와 더불어, 사용자를 위한 TV네트워크(The TV Network Created By, With and For Our Audience)`를 표방하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커런트TV는 2007년 3월 시청자 제작 광고(VCAㆍViewer Created Advertising)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소니나 도요타 로레알 등의 기업이 선정한 시청자들이 이들 브랜드를 홍보하는 광고를 제작해 텔레비전에 내보내고 있다. 시청자가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신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튜브(YouTube)가 사용자를 제작자로 탈바꿈시켰다면 커런트TV는 이용자를 넘어 제작자, 나아가 편성자이자 공급업자로 변신시켰다는 점에서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으로 커런트TV는 2007년 에미상 쌍방향TV 서비스 부문상을 받았다. 구글도 구글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색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어서 `구글 커런트`를 커런트TV에 내보내고 있다. `공급자=소비자` 메커니즘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직접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 이곳에서 판매함으로써 소득을 창출하는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위키가 세상을 지배한다 = 스위스의 세계적인 시계 제조회사 스와치는 2007년 봄 신상품을 기획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공모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상훈 씨의 `카페하우제`라는 디자인이 당선됐다. 김씨가 디자인한 패션시계는 같은 해 봄ㆍ여름 시즌 제품으로 출시됐다. 스와치는 이 같은 사실을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자연스럽게 한국 언론은 스와치 신제품을 디자인한 김씨와 스와치의 신제품을 기사화했다. 스와치는 큰돈 안 들이고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었다. 인텔은 외부 연구 프로젝트만 매년 300여 개를 진행한다. 지원자금은 1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러시아 중국 등 11개국 대학 교수진을 인텔 연구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21세기 기업은 회사 밖 자원에 눈을 돌려야 한다. 회사 밖 수많은 자원을 자신의 것처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기업이 내부 자원은 물론 기업 밖에 있는 수많은 지식 자원을 회사 자원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해 혁신을 이끌어야 경쟁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 P&G를 비롯해 인텔, IBM, 제록스,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세계적인 첨단 기술 리더기업들이 바로 열린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들이다.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대 교수는 "21세기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와 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며 "타인의 지적재산을 잘 활용하는 열린 혁신의 방식을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위키(wiki)는 하와이 말로 `빨리`라는 뜻을 가진 말로 `협업`을 상징한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개방성(openness), 동등생산(peering), 공유(sharing), 지구적 차원의 행동화(acting globally)가 위키 경영의 특징이다. ◆ 무한대의 재고보유 시대가 열렸다 = 미국 백화점 JC페니는 2000년 초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카탈로그를 이용해 판매하던 통신판매 매출이 1990년대 40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JC페니가 위기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온라인 매장이었다. JC페니는 100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의 3배가량을 인터넷 매장에 전시하고 있다. 초대형 사이즈 제품이나 초소형 제품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인터넷에 진열했다. `롱테일(long-tail) 경제학`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저장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진열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매장은 재고 부담 없이 이론상으로 무한대의 재고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JC페니는 잘 팔리는 제품을 집중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전시하고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온라인 매장에 무한대로 진열해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저비용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고객의 제품 구입 성향을 파악해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거나 반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어떤 제품이 어떤 매장에 재고로 남아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어떤 의류 전문매장도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실현했다. 이 같은 `재고 무한대` 전략으로 JC페니는 온라인 매장에서 매출 13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이 결과 이베이, 아마존 등에 이어 다섯 번째 방문객이 많은 웹사이트가 됐다. 마찬가지로 이베이, 아마존닷컴, 티켓마스터, 다국적 미디어회사인 베텔스만, 애플 등이 롱테일 경제학을 활용한 `재고 무한대` 방식으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서울대 곽수일 명예교수 / 최은수 기자 / 방정환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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