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54)[경제신문은 내친구] 서민금융 지원, 왜 정부가 나서죠?

ngo2002 2013. 1. 31. 13:37

[경제신문은 내친구] 서민금융 지원, 왜 정부가 나서죠?
민간에 맡기니 고금리·담보대출로 `시장 실패`
정부지원 커질수록 서민금융 역할축소 우려도
기사입력 2012.09.26 17:01:29 | 최종수정 2012.09.26 17:02:3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54) ◆

중학교 1학년인 김새롬 양(14)은 요즘 기분이 좋습니다. 세를 얻어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조금은 환해졌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 어머니가 "불경기라고 해도 장사가 너무 안돼"라며 한숨을 쉴 때면 김양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머니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햇살론`이라는 이름의 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햇살론은 정부가 상당 금액을 보증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돈을 쉽게 빌렸다고 합니다. 김양의 마음에도 햇살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김양의 가족은 `서민`입니다. 재산이 많지 않고 소득 수준도 높지 않으니까요. 정부는 서민이 돈을 좀 더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햇살론도 그중 하나입니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줄 때 정부 기관이 85%까지 보증을 서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금융회사는 큰 부담 없이 서민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마저 나서서 서민 지원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서민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까요. 서민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물론 옳은 대답입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정부가 나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민간 금융회사에 서민 대출을 맡겨두면 적정 수준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큼만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시장의 실패`라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합니다. 시장의 실패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이나 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민간 금융회사들만 참여하는 시장에서는 서민에게 효율적으로 돈을 배분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민간 금융시장은 서민이 아닌 사람들, 다시 말해 재산이 많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수준보다 좀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서민에게 돈을 좀 더 빌려주라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서민금융에서 시장의 실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관행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행이 가계에 내주는 대출 중 75~80%는 담보나 보증이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담보로 내놓을 재산이 마땅치 않은 서민에게는 은행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는 서민금융회사들, 다시 말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도 담보 요구가 과거보다 심해졌습니다.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금리`입니다. 서민은 담보로 제공할 마땅한 자산도 없고, 신용등급이 높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대출 금리는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서민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은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이 낮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서민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이런 사실을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성실한 고객도 단지 서민이라는 이유로 매우 높은 대출 금리가 매겨집니다.

세계적으로 서민금융이 발전한 나라는 서민금융회사들이 모두 서민의 삶 가까이에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지역에 밀착돼 있는 동네 금융회사라는 뜻이지요. 동네 사람들 위주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동네에 어떤 서민이 돈을 갚을 만한지, 어떤 서민은 돈을 갚지 못할 것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이 발전한 대표적인 나라로 독일을 꼽습니다. 독일은 2010년 말 현재 1145개 지역협동조합은행이 서민금융의 큰 축을 담당합니다. 지점만 1만4000여 개, 고객은 3000만명에 이릅니다. 주정부 소유의 공공은행인 `슈파르카센`의 역할도 큽니다. 독일 가구의 60% 이상이 슈파르카센의 고객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독일과 정반대 길을 걸었습니다. 일부 서민금융회사마저 지역민과 멀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실 저축은행입니다. 이들 부실 저축은행은 오히려 부유층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에 지점을 내고, 고금리로 부유층의 예금을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사업에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이처럼 서민금융회사마저 서민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금융 부문에서 시장의 실패는 더욱 가중됐습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은행에 서민금융 기능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서민금융회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끝없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은행의 서민금융 기능이 강해지면 정작 진짜 서민금융회사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서민금융회사가 지역 밀착형으로 거듭나고, 서민 대출의 위험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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