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의류업계를 주도하는 자라와 유니클로. 이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떠올리기 쉽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엉뚱하게도 경영정보시스템(MIS)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얘기한다. 기존 의류업체는 의류 개발에서 매장 전시까지 2~3개월이 걸리지만 자라와 유니클로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MIS의 일종인 제품수명주기관리(PLM)와 공급사슬관리(SCM)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의류 생산에 필요한 원면, 원단, 패턴 등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생산기지에서 생산되지만 PLM과 SCM이 강력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검토하면서 동시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의류는 저렴하지만 MIS에 투자하는 금액은 절대 작지 않다. 이들 기업의 MIS 투자에 대한 애착은 유명하다. 물론 경영 효율화를 위해 MIS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지만 절감된 예산은 신규 MIS 확충에 재투자한다. 자라와 유니클로가 `정보기술(IT) 근육`을 키워나가는 방식이다.
MIS는 일부 IT 기업에만 유효한 차별화 수단이 아니다. 의류업계처럼 얼핏 MIS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산업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을 삼성전자, 5대 대기업, 기타 대기업 등 3개 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이들 간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역량이 바로 MIS"라고 지적했다.
또 각 산업에서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뛰어난 MIS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MIS 역량이야말로 경쟁자가 가장 모방하기 힘든 경쟁력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에 있었던 `묻지마`식 대형 MIS 투자는 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많은 기업이 막연한 기대를 갖고 추진한 MIS 투자가 실패로 끝났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03년 니컬러스 카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은 기고문에서 `IT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고 일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카는 실패 확률이 높고 성과 측정이 어려운 MIS 투자를 기업이 직접 하기보다는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일률적으로 MIS 투자를 늘리거나 감축하기보다는 좀 더 짜임새 있게 MIS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진섭 액센츄어 코리아 테크놀로지 상무는 "MIS에서 재량적인(discretionary) 투자는 늘리고 고정적인(nondiscretionary) 투자는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MIS 예산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데 필요한 예산(고정예산)과 새로운 시스템 투자에 필요한 예산(재량예산)이다. `MIS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혹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니 MIS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두 가지 구성 요소 중 한 가지만 주목했기 때문이다.
자라와 유니클로도 기존 시스템 유지 보수를 100% 아웃소싱하면서 비용 최소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절감된 유지 보수 비용은 신규 MIS 투자에 사용된다. 현재 이들 기업의 재량예산 대 고정예산 비율은 7대3에 달한다.
이러한 예산 배분 비율은 사실 매우 이례적이다. 포천 500 기업 중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배분하고 있는 재량예산ㆍ고정예산 평균 비율은 4대6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 비율이 3대7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최근에야 재량예산을 늘리고 고정예산을 줄이기 시작했을 정도로 한국 기업들은 아직 MIS 예산 배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은 MIS 예산의 대부분이 고정예산으로 구성돼 있다.
김진섭 상무는 "고정예산은 비용(Cost), 재량예산은 가치(Value)를 의미한다"며 "비용과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MIS 투자의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MIS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행해진 주요 MIS 투자 중 절반 정도가 실패로 끝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른 `맞춤형` MIS 전략이 필요하다. 자라나 유니클로와 같은 `혁신 주도형` 기업들은 경쟁자들이 도입하지 않은 MIS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 과거 삼성전자처럼 `빠른 추종자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경쟁자의 MIS 혁신을 빠르게 따라잡는 `얼리어답터형` 투자가 바람직하다. MIS 실패 확률을 극소화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경쟁기업들의 검증을 충분히 거친 뒤 안전하게 투자하는 `시장대응형`이 유리하다.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국내 대기업이 시장대응형에 해당하는 MIS 투자를 하고 있다.
매경MBA팀은 MIS 학계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트리다스 무코파데이 카네기멜론대 교수를 국내 최초로 인터뷰했다. MIS 투자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니컬러스 카 HBR 전 편집장에게도 최근의 견해를 들어봤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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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 IT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가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의 IT(정보기술) 투자 경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니컬러스 카의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황기 예산 감축 대상 1순위로 IT예산을 꼽는 경영자가 많은 것도 알게 모르게 카의 주장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정보시스템(MIS) 전문가들은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초점이 바뀌었을 뿐 IT의 전략적인 가치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강조한다. 매경 MBA팀은 MIS 분야의 구루로 꼽히는 트리다스 무코파데이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와 단독 인터뷰했다. 이에 앞서 니컬러스 카에게 직접 IT 투자에 대한 입장을 묻고 이를 바탕으로 일부 질문을 구성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경제 불황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MIS 투자가 중요한지. ▶경제적인 부침은 글로벌 시장 경제에서 피할 수 없다. 영리한 기업은 경제적 침체도 기회로 잘 활용한다. 경제 상황이 지금처럼 나빠지기 전에 적지 않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런데 이들 기업도 아직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가치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정하지 못했다. 가치영역(value disciplines)이란 △운영 효율성 △고객 친밀도 △제품 리더십 등 기업이 강조하는 전략 방향을 말한다. 그래서 앞으로 2~3년 동안 가치영역을 재설정하기 위한 MIS 투자가 나타날 것이다. 운영 효율성을 부각시키고 싶은 기업은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에 공급 체인을 통합시킬 것이며, 고객 친밀도를 부각시키고 싶은 기업은 인터넷과 고객관계관리(CRM)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제품 혁신을 원하는 기업은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나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기술을 도입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MIS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불황기에 정보시스템 투자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서 성공한 기업 사례가 있다면.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IT 근육을 더욱 키우고 있다. 월마트는 무선 식별(RFID)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고, 구글은 `구글 월릿` 등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업계의 거인들`은 새로운 채널을 개척해 과거의 활력을 되찾고자 애쓴다. SAP가 아리바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처럼 기존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을 사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영리한 기업들은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기 전에 선제적으로 MIS에 투자한다. 미리 MIS 경쟁력을 획득해 놓은 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될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다. -MIS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주된 목적은 비용절감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다. 둘 중에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좀 더 초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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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거의 다 취했다. 그래도 찾아 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더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경영 환경이 단기간에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지근한 성장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기업들은 자신의 가치영역을 가다듬어서 경쟁우위를 새롭게 가져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MIS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수단들을 제시해준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공급사슬관리, 전자조달, ERP, 고객관계관리, 판매사슬관리 중에서 어떤 시스템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답은 분명하다. 다양한 경영 환경에 처해 있는 기업의 여러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MIS 투자가 적합한지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첫째, 당신 기업이 가진 경쟁우위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둘째, 현재 당신 회사의 MIS 능력과 미래 당신 회사가 원하는 MIS 능력 수준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라.
-니컬러스 카는 MIS를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보기보다는 사업 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으로 생각한다. MIS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컴퓨터 프로세싱, 데이터 보관, 네트워킹, 비즈니스 소프트웨어가 전기처럼 일상화된 유틸리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가 말한 내용은 MIS 자산(MIS assets)에 대한 것이다. 이들 자산은 시장에서 쉽게 획득할 수 있다. 숙련된 경영자라면 이들 자산을 인적 자원과 잘 결합해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MIS 자원(MIS resources)을 창조해낸다.
성공하는 경영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경쟁 환경과 고객 수요의 관점에서 이들 자원을 미세 조정해 차별화된 능력을 만들어낸다. 이는 미래에 확실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정리하자면 MIS 자산은 `원자재(commodities)`, MIS 자원은 `가치 있는 자원`, `MIS에 기반을 둔 능력(MIS-based Capabilities)`은 기업을 돋보이게 하며 경쟁자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니컬러스 카는 "IT 혁신은 실패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성공한 IT 전략은 경쟁자에게 쉽게 모방될 수 있어서 추종 전략이 선도자 전략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IT 혁신이 고위험 저수익이라는 설명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IT 혁신은 오직 그러한 혁신이 드물 때만 지속가능한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다. 성공하는 경영자들은 구글이나 애플처럼 엄청난 IT 혁신은 아니더라도 IT를 활용해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능력은 인적 자원 요소를 포함하며, 가치 사슬(value chain)에 녹아 있기 때문에 경쟁자들은 이를 쉽게 체득하거나 흉내낼 수 없다. 추종자들이 IT 혁신을 이룬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월마트와 아마존이 어떻게 계속해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IT를 활용해 충분한 경쟁력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시장에서 장기집권하고 있다.
-IT 투자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를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IT 투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막연한 신념을 가지고 IT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기업 사례가 많았다.
▶IT 서비스를 아웃소싱한다면 훨씬 더 IT 비용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인 IT를 완전히 아웃소싱한다면 IT 아웃소싱 업체의 기회주의에 직면하기 쉽다. 아웃소싱 업체에 볼모처럼 붙잡힐 수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전ㆍ지속시키기 위해 외부 IT업체를 이용할 때는 이 점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월마트, 이베이,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로 성공한 기업들 중에서 전략의 핵심에 해당하는 IT를 아웃소싱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 답은 `전혀 없다`다.
-IT 투자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전략적인 IT 투자의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를 관리하거나 중간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가능하다. 프로젝트를 몇 단계로 나눈 다음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동태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면 전략적 IT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 He is…
트리다스 무코파데이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IT 투자 효과 평가법을 정립한 경영정보시스템(MIS) 분야의 대가다. IT 투자 효과 연구에서 그의 논문은 에릭 브린졸프손 MIT 교수의 논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정보시스템 분야 연구의 명문으로 꼽히는 카네기멜론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25년간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했다. 미국의 유수 사기업 및 공적 기관들에서 IT 투자의 공헌요인을 심층분석해 IT 투자의 효과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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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 혹은 `침체기일수록 공격적으로 경영하라`. 불황기에 자주 듣는 표현이다. 불황 때 유동성 위험이 커진 기업들은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 치중하기 쉽다. 그래서는 미래 호황기가 돌아왔을 때 힘을 쓰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외형 확장에 나섰다가는 파산 위험이 높아진다. 많은 전문가가 맹목적인 비용 절감이나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체질개선`이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하는 이유다. 이는 계절 변화에 대응하는 농부의 행동 패턴과 비슷하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호황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 공급 △새로운 조직 형성 △노동생산성 향상 등 기업들의 혁신이 호황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IS(경영정보시스템) 분야 구루로 꼽히는 트리다스 무코파데이 카네기멜론대 교수도 침체기를 MIS 재정비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용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