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저작권 침해 소송에 걸려 열심히 방어해 왔다. 하지만 당할 때마다 소극적인 방어는 하지만 공격은 하려 하지 않는다.지식기반시대의 특허경쟁에서 한국기업이 공격 없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시대다. 이 시대의 기축통화는 지식이며,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 지식인 특허는 시대의 총아다. 우량 특허 없는 기업에 특허란 약점과 위협으로서 막대한 금전적 지출을 강제당하는 동시에 가처분이라도 당하면 공장마저 닫아야 하는 `저승사자`다.
하지만 우량특허 보유 기업의 특허란 강점과 기회로서 합법적 독점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시장에서 경쟁사를 축출하거나 반대급부로 막대한 수익도 안겨다주는 `전가의 보도`다.
그러면 지식기반 시대에 한국 기업이 특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완벽한 수비일까. 내 특허만 쓰고 남의 특허를 안 쓰면 특허침해 소송에 연루될 일이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특허청구 범위를 칼로 무 베듯 명확히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석학들이 말하듯 기술 심화와 이종분야 간 융합이 특징인 지식기반 시대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할 능력을 갖춘 기업은 없다. 그 결과 모든 기업은 알게 모르게 남의 특허를 침해할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완벽한 수비는 불가능하다.
현실적 대안은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 즉 남의 특허를 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돌다리를 두드린 만큼 특허침해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남의 특허를 무장해제하는 것이다. 남의 특허를 매입 또는 기술 이전하거나, 남의 특허에 투자하거나, 남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지식기반 시대 신종 비즈니스인 비실시기업(일명 특허괴물)에 투자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단 무장해제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것은 물론 위험성마저 존재한다. 지금 특허출원한 발명을 구입해도 이것이 장래에 `돈` 되는 특허로 판명될 가능성은 5% 미만이다. 또한 수만 개 특허를 보유한 비실시기업조차 미국 법원에서 승소율은 10%가 채 안 된다.
하지만 `골키퍼 있다고 골 못 넣느냐`는 말이 있듯 수비는 한국 기업이 지식기반 시대 특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절대로 아니다. 즉 지식기반 시대 특허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공격 없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전쟁에서 공격을 통해 승리하려면 첨단무기가 필요하듯, 한국 기업이 특허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량 특허가 필요하다. 우량 특허를 많이 보유하는 것은 물론 이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직접 만들든, 돈 주고 사오든 우량 특허를 많이 확보할 전략을 개발하고 우량 발명이 많이 창출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발명가 심리 파악이 필수다.
제도로 강요하고 유명무실한 인센티브를 앞세워서는 절대 우량 발명을 확보할 수 없다. 억압과 편법은 더더구나 안 된다. 한국 기업은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개인 발명가는 물론 종업원들로부터도 정당한 보상 없이 우량 발명을 확보하겠다는 무모함을 떨칠 때가 되었다.
기껏 확보한 첨단무기를 창고에만 쌓아놓으면 패할 게 자명하다. 운이 없으면 이를 적군이 쓰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다. 특허도 마찬가지다. 특허법은 속지법이므로 국내에만 출원된 특허는 한국 이외 모든 국가에서는 공짜 기술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량발명을 확보한 후엔 반드시 `선택과 집중`으로 주요국에 `제대로` 특허출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대로` 명세서를 작성할 줄 아는 변리사를 선별하고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제대로` 된 안목이 필요하다. 특허법 암기만으로 우량 변리사 선별, 우량 명세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떨쳐내고, 특허의 알맹이인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국내 출원 특허를 추후 해외에 출원할 때는 국내우선권을 주장해 해외에서도 제대로 된 배타적 독점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단 후속 해외명세서가 우선권을 주장하려면 최초의 국내특허 명세서와 단어 하나 달라도 안 된다.
따라서 헐값에 변리사를 고용하여 저질의 최초명세서를 작성하는 어리석음을 떨쳐야 한다. 비용관리 명분으로 최초명세서를 저가 변리사에게 의뢰하고는 원가절감이라고 우쭐대는 무지함 역시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이 특허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남의 특허를 무장해제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한다. 수업료가 아까우면 학업을 포기하는 편이 모두를 위한 최선일 수 있다. 아니면 이번엔 죽기 살기로 공부해 A학점 따고 다시는 재수강하지 않으면 된다.
한국 기업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은 바로 `구들목 장군` 행세다. 특허괴물에게 혼쭐난 뒤 돌아서서 써먹는 단골메뉴가 공정거래법, 독점방지법을 개선(?)해 특허괴물을 옥죄자는 것이지만 이는 오산이다. 한국 기업이 특허괴물에게 크게 당하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ㆍ유럽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 기업에 유리한 국내 판결을 받고 이를 미국 법원에 가져가 우호적 판결을 얻자는 애국적 주장도 있다. 국어로 쓴 국내특허에 대해 국내 법원이 국내법에 따라 내린 국내 판결이 미국 연방법원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애틋한 애국심에 머리마저 훈훈해진다.
이 시대 `짱`은 우량 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ㆍ국가이고, 이 시대 동네북은 우량특허 없는 기업ㆍ국가다. `짱`이 되려면 자신이 직접 만들건 남의 것을 사오건 우량 특허 확보가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량 발명 확보가 선행되어야만 해외 출원을 통한 국제적 권리화나 해외 특허의 전향적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발명에 관한 한 발명가는 항상 기업 머리 위에 있다. 영민한 발명가들은 어쩌다 한두 번은 당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어림없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특허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동안 쥐어짜던 한국 발명가들과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한 발명가, 특히 우량 발명가들에게서 외면당하는 한국 기업은 절대로 우량 발명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외국 특허를 사다 쓸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발명가들이 모두 자퇴하거나 이민이라도 떠난 후 땅을 치고 후회하기엔 국가적 위험 부담이 너무나 막중하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He is…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표적인 지식재산 분야 석학으로 미국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로펌에서 근무했다. 발명가를 상대로 아이디어 구매와 교육 활동을 하는 인텔렉추얼벤처스(IV)코리아 대표로 활동하다 2009년 말 서울대 법대 초빙교수로 영입됐다. 그는 "모든 혁신의 원천은 발명가"라며 글로벌 특허 교육과 발명가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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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진다. 하지만 지식사회에서는 분명히 뒤처진다." 글로벌 시각에서 본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내부에서 느낀 위기의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존 토머스 조지타운 법대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들에 두 가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현실을 직시하라`, 그리고 `주저 말고 배우라`는 것이다. 다음은 존 토머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식사회에서 한국의 상황을 평가해달라. "나는 한국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 소송에 걸려 열심히 방어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원고의 자리에 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당할 때마다 소극적인 방어는 하지만 공격은 하려 하지 않는다." -제조업에 강하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과거 사회(제조업 중심 사회)와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회에는 중요하지만 간단한 차이가 있다. 이제는 지식자산(IPㆍIntellectual Property)에 값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다." -지식사회 진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지식자산 포트폴리오 경영을 하고 있는 미국ㆍ유럽 기업들을 벤치마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 분야에 열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서도 강하게 공감해야 한다." -벤치마크할 만할 기업이 있나. "미국에는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지식 산업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IBM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IBM은 여타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공격적으로 이를 통해 돈을 번다." -한국 기업이 IBM처럼 되려면 어느 정도 발상의 전환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이제는 좋은 지식재산 획득이 기업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시대다. 이를 깨달으면 지식재산을 만들어 내는 혁신가와 발명가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막상 좋은 지식 재산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국의 문제가 아닐까. "지식재산시장이 여전히 낡고 비효율적인 거래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허와 아이디어를 소비하고 사용료를 지불하는 관습이 매우 구식이다. 그렇지만 개인 발명가들은 큰 회사와 싸울 힘도 없다." -한국 기업이 지식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조언을 해달라. "최고 지식재산을 창출하라. 아직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라.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를 교훈 삼아 다시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He is… 존 토머스(John R Thomas) 교수는 미국 조지타운 법대 법학 교수다.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 학위를, 미시간대와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지식재산권과 특허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에서 다양한 학술 논문을 기고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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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열심히 일해 창업자본을 모으고 연구를 계속하면서 `대박 특허`를 내 나만의 사업을 할 겁니다."
대기업 R&D 분야에 근무하는 상당수 연구원들이 갖는 공통적인 꿈이다.
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법도 하다. 보통 사내 연구원이 직무에 관련된 발명을 하면 기업에서 보상을 받지만 그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다.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기업에서도 사내 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하면 평가에 따라 차등 보상을 받는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발명도 보상 금액은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 연구직에 근무하던 한 발명가가 보상금액이 적다며 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직무 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판례는 2003년 이후 종종 발견된다. 한 기업 연구원은 자신의 발명에 대한 보상금 100만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에게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소위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개발해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온 발명가들의 삶도 쉽지만은 않다. 오랫동안 적(籍)을 뒀던 회사는 어느새 위협적인 적(敵)이 돼 있다. 특허를 들고 찾아간 회사는 그들을 문전박대하기 일쑤다.
중소기업 대표 B씨는 한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를 들고 모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한 시간여 그의 발표를 듣던 회사의 임원은 "참 아이디어 좋네요"라고 운을 뗀 뒤 덧붙인다. "그런데 어쩌죠? 저희도 얼마 전에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로부터 10개월 뒤, 관련 상품은 대히트를 쳤지만 B씨는 여전히 빈털터리였다. "정말 그 아이디어를 개발 중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약자인 제가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힘이 없어요. 실제 많은 발명가들이 이런 일을 겪습니다."
이런 관행은 발명가 푸대접이라는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홀대당한 `아이디어 뱅크`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해외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렇게 해외 기업으로 흘러간 아이디어는 한국 대기업들의 제품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 막상 기술이 필요해질 때가 되면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며 기술을 다시 사와야 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모토롤라의 인기 휴대폰 `레이저`의 기판을 제공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도 사실은 삼성에 먼저 특허 사용을 부탁했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자 해외기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미국 퀄컴사는 지금도 한국 재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수혈받고 있다. 한국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특허비를 받으려 해도 보상 자체가 적고 로열티가 작아 퀄컴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한 통신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우리도 사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특허를 내고 싶지만 한국 기업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사내가 아닌 사외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도 대부분 로열티를 주지 않는다.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한국 기업보다는 적은 퍼센티지라도 일정 비율을 개발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 해외 기업에 눈을 돌리는 발명가들을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 대기업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박성수 김앤장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좋은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고 향후 로열티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에 1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특허와 기술이 있다면 이 아이디어를 깎고 깎아 500만원에 받는 게 답이 아니에요. 한 번은 500만원이라는 싼 가격에 특허를 사올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개발자는 더 이상 기업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지 않아요. 반면 10억원짜리 아이디어를 9억원에 사면 어떨까요? 그럼 그들은 20억원짜리 아이디어를 가져 올 거예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유리한 건 후자의 방법이에요."
[이새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