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 작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을 때는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올라가다 발을 헛디디거나 잡고 있던 돌을 놓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산책길에서 하는 실수는 멋쩍은 웃음으로 끝낼 수 있지만 절벽에서 하는 실수는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막기 위해 등산가들은 항상 기상을 체크하고 장비를 점검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 중 겪을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끊임없이 준비한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협상 성패가 회사 미래를 결정짓기도 한다. 호라시오 팔카오 교수는 `가치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항상 나타나는 7단계 `절체절명의 순간(Critical Moments)`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갈래길 중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협상가는 이미 80%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관계 1 :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라
= `협상`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첫 단계가 관계 형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에서 많은 사람이 범하는 오류는 `관계를 위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전제를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팔카오 교수는 "신뢰가 없어도 협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불안감을 가지지만 오히려 이 불안감이 긴장을 가져다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한다.
"누군가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정말 신뢰가 필요할까요. 오바마와 힐러리를 봅시다. 이 둘은 몇 년 전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며 서로를 비방했습니다. 마지막 경선에서는 특히 비방전이 거셌기 때문에 서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힐러리를 선택했어요. 자기 주변에 그녀만큼 파워가 있으면서도 실력 있는 인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힐러리를 딱히 신뢰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협상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인 관계에서 `동지`란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세계관을 가지는 사람이에요. 함께할 때 혜택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게 좋은 관계입니다. `당신을 믿습니다`나 `당신이 좋아요`라는 말보다는 `이번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세요."
◆ 소통 2 : 협상에서 리더가 돼라
= 관계 설정이 끝나면 다리를 놓아야 할 때다. 가치를 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협상에서 실질적인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다리를 놓는 게 먼저다. 팔카오 교수는 "협상이라는 것은 캄캄한 밤에 숲 속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모두들 앞이 보이지 않는 위험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무리 속에서는 이 상황을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다.
"캄캄한 숲 속에서 많은 이들은 두려움에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이때 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리더가 돼 나머지를 이끌어야 합니다. `지도를 손에 쥔 자`가 바로 당신이어야 합니다. 협상에서 부딪칠 많은 단계들을 당신이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요. 만약 누군가가 `당장 당신이 원하는 가격이 얼마냐`고 다짜고짜 말한다면 우리는 `나는 아직 당신에게 최적의 가격을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괜찮다면 먼저 당신이 원하는 가격 조건을 이야기한다면 보다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한데요`라고 대답하는 거죠. 리더가 돼 지혜롭게 협상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상대방이 `저 사람이 나보다 더 현명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통의 출발점입니다."
◆ 가치 3 : 상대방이 원하는 가치를 속속들이 파악하라
소통의 다리를 놓은 후에는 실질적으로 서로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논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의견을 내놓을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그 이면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것들이 얽혀 있지요. 가령 상대편이 20% 디스카운트를 요구한다면 무조건 `우리에게는 무리입니다`라고 얘기하기 전에 이면을 따져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쪽에서 10%를 할인해 주는 대신 질이 더 좋은 물건을 주는 게 어떨까요?`라는 답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게 있어요. 협상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단순히 둘만 있는 게 아니에요. 상사나 협력업체들, 고객, 팀원 등 많은 사람이 협상에 관여돼 있어요. 우리 쪽도 마찬가지지요. 단순히 상대방 입맛을 끌 수 있는 제안을 하며 가치를 조정한다고 해도 다른 관계자들 이해를 건드리면 협상은 결렬됩니다. 협상에 임하기 전에 가능한 한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공부해 둬야 합니다."
◆ 옵션 4 : `윈-윈(win-win)` 해결책을 제시하라
= `흥정` 마인드가 가장 위험하게 적용되는 단계가 바로 옵션을 제시하는 단계다. 흥정에서는 제안이 시작되는 이 단계가 오면 본인에게 유리한 제안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분위기가 바로 경직되고 상대편에게는 위압적인 느낌을 줄 수가 있다. 반면 상대편이 원하는 제안을 들어주는 쪽을 택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악화된다.
팔카오 교수는 "오히려 상대방 제안을 받아들이는 당신 태도가 그들에게 `아, 저쪽은 지금 굉장히 절박한 상태군`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상대편이 강압적인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
"당신이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면 오히려 상대편은 당신이 제안을 들어주는 태도 자체를 `함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됐을 때는 앞 단계에서 파악한 서로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깔아둬야 해요. `당신에게 이러한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에겐 이런 가치가 필요하고요. 둘 다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서로 하나씩 제시해 볼까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협상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은 상대방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에요. 상대편 실수나 멍청함 때문에 당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역시 해결해야 하는 편도 당신입니다. 당신이 상황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