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50) 공시는 주식시장의 `파수꾼`

ngo2002 2012. 9. 6. 10:34

[경제신문은 내친구] 공시는 주식시장의 `파수꾼`
상장기업의 경영정보 투명하게 공유…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땐 퇴출될수도
기사입력 2012.08.29 17:12:31 | 최종수정 2012.08.29 20:54:1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50) ◆

기흥이네 삼촌은 요즘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습니다. 얼마 전 중고차를 샀는데 이 차가 말썽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조금 타다 보니 브레이크부터 변속장치까지 성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동차를 판 사람은 삼촌이 아는 사람의 친구였는데 이미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지금은 연락이 끊겨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했습니다.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고 중고차를 산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중고차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이 주식시장에도 간혹 일어납니다. 주식을 발행한 기업(상장사)의 부실한 실적이 의도적으로 은폐돼 일반 투자자들이 골탕을 먹는 것이지요. 이때 기업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일부 대주주는 정보가 알려지기 전에 비싼 값에 주식을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곤 합니다. 기흥이 삼촌에게 중고차를 넘기고 사라진 악당(?)과 다름없는 인간들이지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공시(公示)`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공시`는 말 그대로 상장사의 사업 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을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입니다. 대주주뿐 아니라 모든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지요.

상장기업은 경영이나 소유 구조상 변화가 생기면 바로 공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벌점을 받고, 심하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는 엄벌을 받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주식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시는 `주식시장 민주화`의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직하고 빠른 공시는 주식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최근 공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 A1면에 나온 `증시 심장부 공시 시스템 구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어 보면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역사상 초유의 공시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기업공시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거래소 직원이 공시 정보를 사전에 외부로 유출시켜 부당 이익을 도모한 것이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직원 이 모씨(51)는 경기도 김포시 한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최근 거래소 내부 조사 결과 기업공시 외부 유출 사실이 드러났고 이 건으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된 상태였다. 기업공시는 해당 기업이 공시 문안과 증빙서류를 발송하면 거래소 공시담당자의 검토를 거친 후 전자시스템에 올라간다. 검토 작업에는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씨가 노린 것은 10분의 시간 차였다. 이런 공시가 뜨면 당연히 주가도 움직인다. 이씨는 공시 직전 획득한 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했고 지인은 재빨리 이 기업의 주식 매수에 들어갔다. 거래소 조사 결과 이씨의 공시 정보 열람 직후 몇몇 종목에 대해 대량 매수주문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와 그의 지인은 이런 식으로 최소 1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같이 공시할 내용을 미리 알아 이를 활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상장사가 1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따냈다는 공시를 하려고 한다고 합시다. 너무 좋은 소식이기 때문에 공시를 하면 곧바로 A사의 주가는 급등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공시 1초 전이라도 미리 주식을 사 놓았다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공시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원칙적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다른 투자자들보다 먼저 정보를 아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구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처럼 공시는 시차를 두면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하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유 발생과 동시에 공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전자공시제도(kind.krx.co.kr)가 생긴 배경입니다. 전자공시에 상장사가 꼭 공시해야 할 내용은 주식 발행에 관한 것과 사업보고서를 비롯한 정기적인 경영활동 내역, 부도 발생이나 은행거래 정지, 인수ㆍ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 이전 등을 망라합니다.

만약 공시 의무를 어기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많은 제재를 받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법적으로 주어진 기한에 공시해야 할 것을 신고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공시했을 때, 한번 공시를 했다가 그 내용을 취소 또는 변경했을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합니다.

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바로 지정하지 않고 지정예고를 한 뒤 해당 상장사의 해명(이의신청)을 들어 보고 이의신청이 타당하지 않으면 별도 독립 심의기구인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의일로부터 3일 이내에 불성실공시 해당 여부를 결정합니다.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해서는 벌점 부과 외에도 공시위반제재금(1억원 이내)을 추가합니다. 벌점이 쌓이면 거래정지와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장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