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리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유명한 기업이고 하나는 덜 유명한 기업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는 전자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잘한다기보다 질문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이다. 혁신가로서 필요한 제1 DNA는 질문하기다. 베조스는 항상 아마존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를 질문한다. 책을 파는 기업에서 음악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어느 순간 모든 걸 팔고 있는 게 아마존이 아닌가. 처음 아마존 경쟁자는 `반스앤드노블`이라는 서점이 있었다. 지금 아마존 경쟁자는 월마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겠다는 의미인 `충족센터(Fulfillment center)`까지 만들었다. 킨들을 비롯해 e-리더기들을 만들면서 애플과 경쟁했고, 음악 다운로드를 가능케 하며서 애플 아이튠스와 경쟁했다.
가장 최근에는 웹 호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기업 중 25%가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발전했다. 사실 그 어느 중간 즈음에서 이베이와 경쟁을 하기 위해 온라인 경매도 실시했지만 망했다. 하지만 이런 실패는 베조스에게 무의미했다. 발상 전환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은 베조스에게 재미있는 일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는 시험하는 것을 즐기고 그런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아마존은 세계 혁신적 기업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은 대중이 잘 모를 것이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로봇을 이용한 수술법을 세상에 소개한 매우 혁신적인 기업이다. 다빈치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수술 시스템인데 팔이 네 개나 있는 로봇으로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이 로봇은 외과의사 손보다 더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외과의사가 원격 조종으로 수술을 하는데, 이 방법이 조금 더 발전하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병사를 시카고에 있는 외과전문의가 수술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혁신적이지 않은가.
-`이노베이터 DNA`란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
▶이노베이터 DNA라는 생각은 동료 교수들과 이야기하면서 싹텄다. 이노베이터 DNA라는 프로젝트 자체는 약 10년 전 시작되었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센(Clayton Christensen)은 베스트셀러 `이노베이터 딜레마와 솔루션(The Innovator`s Dilemma and The Innovator`s Solution)` 저자다.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그에게 질문을 한 가지 했다. `도대체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다른 말로 바꾸면 `최고 비즈니스 혁신가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였다. 크리스텐센은 이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그게 이노베이터 DNA를 연구하게 된 계기다. 혁신가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들이 있지만 정작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DNA 측면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연구를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유명한 이야기라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일란성 쌍둥이의 전혀 다른 두 삶에 대한 이야기다. 똑같은 유전자 소유자들에게 전혀 다른 환경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상식, 즉 IQ 테스트에서는 일란성 쌍둥이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IQ는 80%가 유전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창조성 테스트에서는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3분의 1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은 환경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창조적이 되느냐는 측면에서는 삶을 어떤 식으로 살아왔느냐가 중요하다. 이 또한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람들은 질문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온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민족적 문화 또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하는 얘기인데, 한국 문화는 이노베이터 DNA를 키우기 적합한가.
▶안타깝게도 정반대가 아닐까 싶다. 한국 문화는 `질문`에 너그럽지 못하다. 미국에서는 어떤 바보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괜찮다. 하지만 한국은 바보 같은 질문은 차치하고라도 물어봐야 할 질문도 물어보기 힘든 문화다. 질문이 가끔 무례로 비치기도 하면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선배ㆍ선생ㆍ상사에게 묻지 않는다. 이는 비단 한국 문화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 중동 국가와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다. 미국인인 나조차도 중동과 아시아에 있을 때 질문하기를 꺼렸다. 오히려 무서워했을 정도다. 나는 이것을 리더십 문제로 보는데, 상사들 특히 최고경영자 위치에서 질문을 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 리더들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기업 문화가 국가적인 문화에 눌려 혁신적인 사람들을 배출해 낼 수 없게 된다. 한국은 창조적인 생각을 할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리더들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전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바뀐 점은 없는가.
▶10년 전 연구를 시작했지만 수년간 연구 끝에 첫 번째 학계 논문은 2008년에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발견스킬(discovery skill, 이노베이터 DNA 책에서는 연결하기 질문하기 관찰하기 네트워킹 실험하기 등 5가지 스킬을 말함)` 점수가 높을수록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 리더들은 더 이상 일을 시행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 할 줄 알아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다음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니저, 시니어 매니저, 경영자, 최고경영자 등 순서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발견스킬을 높이면서 다음 비즈니스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로 사람들 창조성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언급했듯이 성적인 차이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남자들이 이노베이터 DNA를 훨씬 많이 갖고 있다. 여성들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를 할 때 위험요소가 있는 것에 대해 실험하는 것을 꺼린다. 반면 남자들은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남자들이 여성들에 비해 그렇다. 이제 10년을 맞이하는 이노베이터 DNA 연구 결과에서 이와 같은 것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여러 비판적인 시각도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흔한 비판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반론은 무엇인가.
▶가장 많은 비판 여론은 아무래도 `유전적인 요소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가 연구한 최고 혁신가들을 보면 그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들은 유전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전 세계 이목을 끄는 혁신가들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만으로 혁신가가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말 창조성이 밑바닥이던 사람이 이노베이터 DNA를 읽고 노력한다고 해서 최고의 창조성을 지닌 혁신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발견스킬이 50% 정도였던 사람이 환경을 바꾸고 노력한 끝에 80%로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 변화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노베이터 DNA를 연구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만한 천재적인 혁신가를 만들 수는 없지만 작은 혁신들을 이끌어내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키울 수는 있다.
-한국사람들은 혁신가보다는 모방가에 가깝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당신 생각은.
▶가장 혁신적인 100대 기업을 보면 한국 기업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 문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20~30년간 못사는 국가에서 잘사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한국을 제3세계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발전한 나라가 아닌가.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선진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급급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혁신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혁신가 기업들로 가득 차고 창조적인 문화로 변화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과 현대를 보라. 예전에는 따라잡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외부 디자이너들을 영입해서라도 창조적인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시작이다. 한국 교육 시스템이 변화하고 사람들 생각이 변화하면 점점 창조적이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He is…
제프 다이어(Jeff Dyer)는 미국 유타주 브리검영대(Brigham Young University) 매리엇 스쿨의 호레이스 비슬리(Horace Beesley) 전략교수로 재직하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전략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논문이 5편 씩이나 실린 유일한 경영전략 학자다. 저서인 `공동 이점(Collaborative Advantage)`은 영국 싱고상을 받았고 `이노베이터 DNA(Innovator`s DNA)`로 맥킨지상을 수상했다.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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