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최첨단 과학장비는 물론 기초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기기조차 없던 시절에도 대양을 건넜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방향을 잡아주는 `북극성`에 힘입은 바 크다. 기원전 600년께 고대 크레타 문명이 이집트와 교역할 때에도, 서기 600년에 바이킹이 대서양을 건너 그린란드와 북아메리카로 갈 때에도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 건 단 하나의 별 `북극성`이었다. 지금도 배의 모든 장비가 고장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망망대해에 떠 있다면 항해사는 바로 북극성을 찾으려 들 것이다.(북극성이 보이지 않는 적도 이남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이 항해 좌표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위기와 같은 풍랑 속에서 기업의 가장 정밀한 경영 시나리오마저 흔들리고 있을 때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지향점을 바라보고 배를 몰아간다면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목표에 닿을 수 있다.
기업에 있어 북극성과 같은 존재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혹자는 `전략적 직관`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경영`이야말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설들이 분분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상(理想ㆍideal)`을 설정하고 이를 바라보며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경영자는 냉철한 분석가나 전문가이기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함께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한 명의 예술가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간된 `Grow: 미래 기업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의 저자 짐 스텐겔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그의 말은 그러나 `대불황`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는 지금 다른 어떤 경영 구루의 말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까지도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한국으로 초빙했을 정도다.
짐 스텐겔은 지난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DMC(세트) 부문 `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 참석해 임원 400여 명을 상대로 1시간가량 마케팅 특강을 진행했다.
전체 매출의 85%가량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1위 삼성전자에 마케팅의 식견을 넓혀주는 지적 충격을 던져 강의 내내 큰 갈채를 받았다.
매일경제 MBA팀은 삼성전자 강연을 위해 방한한 짐 스텐겔을 직접 만나 미래 기업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을 들었다.
스텐겔은 "급변하는 세상, 요동치는 경제 상황과 경영 환경 속에서 경영자들은 다른 모든 걸 떠나 다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며 "삶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와 맞닿아 있는 새로운 원칙 `브랜드 이상(Brand Ideal)`을 설정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브랜드 이상`(Brand Ideal)이란 대체 무엇인가.
▶우선 `브랜드`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책에서 말했듯 나는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브랜드는 기업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즉 사람들이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어떤 시장에서든 성장과 성공에 원동력을 제공하고 기업을 여타 기업과 차별화하는 것이 브랜드다. 브랜드란 `(그 브랜드) 배후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브랜드는 당신이 누구인지, 직원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접촉하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는 일종의 `외향이자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이상을 설정한다는 것은 곧 기업의 목표와 지향점을 설정하는 것이다.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1939년 휴렛패커드사를 창업하는 순간부터 사실 이러한 `브랜드 이상`을 설정했다.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주장했던 그들은 그게 `브랜드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브랜드 이상이었다. 브랜드 이상이란 `경영의 북극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모델에 고착되는 순간 비즈니스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브랜드 이상을 북극성으로 삼아라. 그러면 당신의 한계는 하늘이 될 것이다.
-좀 막연하다는 느낌도 든다.
▶절대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코카콜라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걸고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 행복을 주제로 삼아 그들이 내세운 광고들을 보라. 놀랍다.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는 끊임없이 사회에 즐거움과 청량감을 주는 브랜드이자 회사로 인식되는 것이다.
프루덴셜보험 역시 인간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담는 노력을 한다. 사람들이 은퇴한 첫 날의 모습을 담아 비디오로 만든다. 정말 감동적이다. 은퇴자들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받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아름다운 모습, 그런 사회가 프루덴셜의 `브랜드 이상`이 되는 셈이다.
이런 건 그저 감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최대의 성장과 고차원적인 브랜드 이상, 이 두 가지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나는 한 리서치 회사와 함께 전 세계 5만개 이상 브랜드의 10년 성장 실태를 연구했다.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브랜드 이상`을 핵심가치로 삼은 기업들은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우량기업 성장의 4배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